제1화.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는데
4일은 일요일, 그 다음 날은 식목일, 이렇게 연휴로 시작되는 2004년 4월 초 나는 오랜 만에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에 올라갔다. 오랜만의 등정이라 힘이 들었지만 호흡은 견딜 만 했고 오히려 몸은 가뿐 했다. 연휴를 보내고 출근한 동료들 모두 건강한 모습이었다. 나 역시 어느 때 못지않게 4월 첫 주일 업무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청사 앞에 있는 내과 전문의로 갔다. 일주일전에 촬영한 위 내시경검사 결과를 알기 위해서였다. 나는 건강하다 생각했고 크게 이상한 부위가 없었기 때문에 병원으로 가면서도 곧 알게 될 결과에 대해 크게 염려를 하지는 않았다. 약간의 속쓰림 증세는 있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실은 1년 전쯤부터 아주 심하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속쓰림 증세가 있었다. 오후 4시가 되면 배가 고픈 듯 속이 쓰렸다. 속이 비어서 인가 싶어 간식이나 물을 먹으면 증세가 다소 가라앉았다. 느낌이 미미했기에 별게 아니다 싶어 몇 개월을 방치했는데 차츰 기간이 지나면서 어느 때는 새벽에 단잠에서 깨어날 정도로 증세가 발전했다. 그 증세도 처음에는 미미해서 눈이 떠진 이유를 모르고 지내다가 차츰 그 원인이 속쓰림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혹시나 해 직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병원을 찾았고 그 곳에서 문진 등 간단한 진찰을 한 결과 십이지장궤양 같다는 진단이 나왔고 일주일분의 약을 처방받았다. 그 약을 먹으니 금세 속이 편해졌다. 그 후로 별다른 증세 없이 몇 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잠도 편히 잤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상황버섯을 구해와 약탕기에 달여 놓았다. 우리는 그동안 마시던 보리차 대신 그 물을 마셨다. 그 맛은 씁쓸하니 보리차 맛만큼은 못했지만 약이다 생각하고 마셨는데 한달 쯤 지나니 종전의 속쓰림 증세가 다시 나타났다. 아무래도 상황버섯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말을 하니 마시기 싫어 핑계를 대는 것으로 오해를 하는 듯 했다. 그래 다시 한달쯤을 더 마시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중지하고 병원에 가서 전과 같이 처방해 주는 약을 먹고 증세를 가라앉혔다.
다시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아내는 충남 금산에서 홍삼, 아가리쿠스, 상황버섯, 동충화초 등 여러 가지 버섯을 섞어 만든 분말을 구해왔다. 내 건강을 챙겨주는 아내의 마음이 고마워 조석으로 공복에 한 스픈 씩 먹었다. 그런데 한 십여일 지나자 또 다시 속쓰림 증세가 나타났다. 내가 투정을 부리자 아내는 그러지 말고 내시경검사를 찍어 보자고 했다. 속이 쓰리다고 할 때마다 내시경검사를 해보자는 아내의 권고를 들었고 그때마다 참을 만 하다며 미루고 있었는데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한번만 더 참아보고 다시 속이 쓰리면 검사를 받겠다는 약속을 했다. 다시 몇 개월이 지났다. 아무래도 내 건강에 안심이 되지 않았던지 아내가 이번에는 동네 인삼집에서 3차원 홍삼엑기스를 구입해 왔다. 동양의 명약이라는 홍삼 그 원액을 마시기 열흘쯤 지나니 우려했던 속쓰림 증세가 다시 나타났다. 결국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아내와의 약속대로 3월 29일 아침을 굶고 동네병원으로 갔다.
내시경을 통해 모니터에 작은 동굴 같은 식도와 불그스레한 위벽이 나타났다. 천천히 반대편 위벽을 더듬으며 올라오던 카메라가 위 상부의 조그만 흔적 앞에서 멈췄다. 약간 솟은 듯 하면서 헌 듯한 상처 중심에 노란 농 같은 것이 보였다. 의사는 조직검사를 위해 그 부분을 떼어냈다. 결과는 4월 6일에 알 수 있다고 했다. 다소 긴장은 됐지만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별 걱정 없이 지내다가 결과를 알기 위해 병원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든 기계든 나이가 들면 고장은 나는 것 아닌가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