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복숭아 빛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답니다...
어늘 날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을 모시고 나서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소화]의 처소에 한번도 찾어 오지를 않었답니다...
[소화]가 여우같은 심성을 가졌더라면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들였건만 아마 그녀는 그렇지 못했나봅니다...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어디 한둘이었겠습니까?
많은궁녀들의 시샘과 음모로 그녀는 밀리고 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까지 기거하게된 [소화]는 그런 음모를 모르는채...
마냥 임금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렸지요...
혹시나 임금이 자기처소에 가까이 왔는데 돌아가지는 않았는가 싶어,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을 너머 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답니다...
어느 여름 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권세를 누렸던 빈 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루어 지지않고...
"담장가에 묻혀 내일 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라고 한 애닮픈 유언을 남긴채 사라져갔습니다...
이듬 해 여름 [소화]가 살었던 처소의 담장을 덮으며 주홍빛 꽃이 넝쿨을 따라 주렁주렁 피어 났는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은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능소화 입니다...
한이 많은 탓 일까요, 아니면 한명의 지아비 외에는 만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 였을까...
꽃 모습에 반해 꽃을 따가지고 놀면 꽃의 충이 눈에 들어가 실명을 한다니 조심해야 합니다...
장미는 가시가 있어 더욱 아름답듯이 능소화는 독이 있어 더 만지고 싶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한 여름 오랫동안 눈으로만 감상할 수 있는 꽃 입니다...
*** 2~3년전에 심은 능소화가 드디어 개화 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