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나 정성스레 글을 썼는데 다 날아갔습니다.
간략하게 보고하겠습니다.
계획한대로 예상한대로 훈련한 만큼 딱 그만큼 더도 덜도 아니게 기록이 나왔습니다.
깟 기록이 별거 아니긴 한데 신기할 만큼 예상한 만큼 나와 기쁩니다.
10시간 47분 동안 딱 26-7분을 정차했거든요. 연습한대로 104키로에서 첫보급을 하고 그후부터는 힘들어져서 쭈쭈바 물고 다니기도 하고 암튼 달리면서 먹고 쉬고 했네요. 작년과 달리 고개 중간에 단 한번도 정차하지는 말자 다짐했는데 그대로 실행한 점 쓰담쓰담 제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ㅋ
거의 꺼진 엔진으로 시작해 100일 남짓한 기간동안 4,500키로를 달려 몸을 만들고 완주를 했으니 정말 집에서 방출되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습니다. 아라갑문 벙부터 시작해서 대왕하트, 강남300, 가평 화악산-도마치-안양 복귀 300k, 춘천 왕복 라쳇소리와 부담없이 편안하게 훈련할 수 있도록 도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춘천 왕복 후 이야기 나눈대로 내년엔 우리 모두 함께 출전하여 팀보급도 하고 속초 넘어가서 해안길 회복라이딩하고 맛난 것도 실컷 즐기고, 춘계 투어라이딩을 그란폰도를 묶어서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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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의 도전을 위해 잘했던 점과 부족했던 면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결론: 준비한 만큼 훈련한 만큼 결과로 이어진다. 훈련 때 하지 않았던 방법은 시도하지 말자.
1. 시뮬레이션
↳ 엑셀로 만든 레이스 플랜이 무척 정확하다. 전반부와 후반부를 대략 55:45로 배분했는데 내년에는 51:49 정도로 페이스를 분배해야겠다. 두 해의 데이터가 있으니 훈련만 제대로 한다면 시뮬레이션의 정확도는 거의 98%로 올라갈 듯하다.
↳ 고기리 그란폰도의 데이터에 평속 1.5 또는 2를 더하면 설악페이스와 매우 유사한 값이 나온다.
↳ 고기리 6회전 반 훈련이 매우 효과적이다.
2. 보급
↳ 카보로딩의 효과는 확실히 있다. 대회 이틀 전부터 죽, 감자와 바나나를 계속 먹었고 대회 당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죽 300칼로리와 바나나 세 개를, 버스 안에서 떡 700칼로리, 바나나 500, 감자 큰 거 하나(약 300칼로리)를 계속 먹었다.
↳ 응가는 앞서 먹은 것들을 최대한 배출하기 위해 출발 한 시간 전에: 요게 컨디션 조절에 무척 중요한 뽀인트임
↳ 소변은 출발선 100미터 전 임시 화장실이 몇 개 있으므로 출발 20-30분 전에 방광을 완전히 비운다. 출발 전 한두 시간 전에 700ml 정도의 물을 마셔두었다. 104키로까지 소변이 마렵지 않았다.
↳ 104K: 첫번째 보급은 세번째 스페셜 보급소104키로에서. 일단 자전거에서 내리면 집중력이 흩어지므로 첫 보급은 104키로가 좋다. 스페셜 보급은 맡기고 찾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미수가루 200그람(=700칼로리)를 물통에 넣어 신속하게 흡입했다 + 바나나와 오렌지 약 500칼로리. 포카리스웨트를 채워갔는데 이게 컨디션 난조의 주범 중 하나였다. 내년에는 크램픽스 또는 다른 저렴한 대안을 찾아야겠다. 물맛은 깔끔해야 한다. 물통1에는 항상 순수한 물, 2에는 미네랄을 보충하되 산뜻한 느낌이 들어야 한다.
↳ 104K까지: 1500Kcal면 충분. 수분이 많은 찰떡 200g(700칼로리) + 닥터유 단백질바(2개 500카로리) + 작은 쵸코바 5개(300카로리) + 파워젤1(90칼로리, 조침령 초입에서) + 육포 30그람. 출발 전에 먹어 둔 열량이 계속 올라옴을 느낀다.
↳ 찰떡 700칼로리가 중요하다. 파워젤과 쵸코바가 휘발유라면 단백질바는 디젤유, 찰떡은 오래도록 타는 중유와 같다. GI지수가 각기 다른 보급식을 섭취한다. 구룡령 정상 터널을 지나면서 떡을, 조침령 인근에서는 잘 넘어가고 단기 효과가 좋은 파워젤과 쵸코바를, 조침령 정상 이후 70K-104K 구간에서는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나트륨 함량이 높은 닥터유 단백바가 효과적이었다. 보급은 매우 성공적!
↳ 파워젤: 한계령 막바지 2km 전 하나, 구룡령에서 두어 개 정도 더 준비하는 게 좋겠다. 탑튜브에 굴비처럼 마스킹 테잎으로 묶어둔 외국인 참가자도 있었다.
↳ 물 공급: 실패. 기온이 높을 것을 예상해 물통2에 크램픽스 2포와 정제염과 아미노바이탈을 섞었더니 굉장히 이상했다. 모의훈련 때 하지 않았던 것은 시도하지 말자. 내년에는 크램픽스 2포만 섞어야겠다. 크램픽스는 근육의 수축과 이완에 관여하는 나트륨, 칼륨, 칼슘, 마그네슘이 이상적으로 배합되어 있다. 포카리 등 이온 음료는 절대 마시지 말자. 나트륨만 들어 있다. 오히려 갈증을 유발함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아미노바이탈은 섞지 말고 따로 복용하는 게 좋다.
↳ 수분섭취 주기: 살짝 갈증이 느껴질 때 조금씩 마시는 편이 나은 듯싶다. 주기적으로 미리 마시니 필요 이상으로 마시게 되어 오히려 오른족 갈비뼈 하단에 통증이 느껴졌다(여지껏 이런 일이 없었다). 아마도 오버페이스에 의한 이상징후일지도 모르겠다.
↳ 현금준비: 한계령과 구룡령 사이에 역풍이 너무 심해 정말 힘들었다. 이때부터 털리기 시작했다. 이구간에는 편의점과 가게들이 몇 곳 있으므로 물만 충분하다면 104K를 건너 뛰고 120K 이후의 편의점에서 물공급과 죽을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현금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카드보다는 현금 2만원 준비. 저는 핸들바 안에 5만원권 한 장을 넣어두니 필요하신 분 쓰셔도 됩니다^^
3. 주행
↳ 적당한 팩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분위기에 취해 오버하는 트레인으로 느껴진다. 메디오 분기점을 넘어서면 죽어라하고 달리는 팩은 사라진다. 메디오와 그란이 갈라지는 82K지점까지 오버하기 쉬운 이유다.
↳ 적당한 팩이란 자신의 파워로 묻어갈 때 약간 싱겁다 느껴져야 한다. 그래야 후반부에 전력을 다할 힘을 세이브할 수 있다. 결론: 현재보다 파워를 5-10% 정도 향상시켜야 한다.
↳ 구/조/쓰/한/구 메인 업힐들은 베스트(90-95% 수준)를 다해 올라간다. 왜냐하면 기나긴 다운을 통해 회복할 수 있으므로 힘을 아낄 필요가 전혀 없다.
↳ 평지: 평지에서의 오버가 오버페이스의 주범이다. 적당한 팩을 따라가되 되도록이면 나서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어찌어찌 하다가 몇차례 끌었더니 결국 한계령과 구룡령 리버스에서 기록이 좋지 않았다.
4. 코스에 대한 이해:
흔히들 구/조/쓰/한/구 다섯 개의 주요 업힐이 어렵다 생각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마의 구간이 따로 있었다.
↳ 조침령(69k) - 진동고개 보급소(76k) 다운 후 바로 쓰리재(89k)로 이어짐 이곳에서 페이스를 잃은 이유 중 하나이다. 코소 숙지가 매우 중요
↳ 주최측 제공 코스 챠트에서 보라색 구간은 메디오 구간임을 몰랐음.
↳ 한계령 다운 후 낙타등이 반복되는 122 - 147k 구간이 기록을 내기 위한 매우 중요한 분수령이다. 이 구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막연히 달렸을 뿐이다.
↳ 가민의 내비게이션 기능은 어떤지 알아보아야겠다.
5. 안전:
↳ 위험하다고 느껴진 순간은 거의 없었다.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안전하게 레이스를 했다.
↳ 구룡령 시작 전까지 초반부에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구간까지는 최대한 오른쪽에 붙어 가면 예기치 못한 접촉을 방지할 수 있다.
↳ 다운힐: 빠르다고 위험한 것이 아니라 코너링을 제대로 못하는 게 더 위험하다. 두번째여서인지 라인을 잘 읽었다. 한 차례도 라인이 부풀거나 과진입한 경우는 없었고 접촉 위험도 없었다. 무리하게 추월하여는 라이더들을 제어하기 방어적 액션도 잘 취했다.
6. 기타
↳ 펑크 대비: CO2 한 발과 실런트를 다운 튜브에 절연테이프로 묶었고 와 핸들 튜브에는 튜믈리스 펑크킷을 넣어두었다. 기록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안전하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 대회장 이동: 버스가 좋다. 가는 동안 충분히 휴식할 수 있으므로.
↳ 상품권 사용: 주최측에서 보내준 상품권을 올해도 쓰지 못했다. 내년에 사용해야쥐 ㅋ
7. 가치가 있을까?
모르겠다. 그만큼의 노력과 열정을 기울일 가치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한 달 반 가까이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했다. 최소한 뇌졸중, 뇌경색,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병은 예방할 수 있으니 건강한 상태로 마지막 날을 맞이할 수 있겠다 싶다. 그러니 Go Go Go
첫댓글 죽음에 레이스로 평가되는 설악그란폰도~
208 km를 쉼없이 달음질 하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았습니까~
완주증서 기록을 보니 꽤 빨리 홈인 하셨네요.
그동안 열심히 훈련한 결과라 생각이듭니다.
좀더 좋은 성적을 기대 했었는데....
그래도 무사히 완주 하셨으니~~기쁘네요~
내년엔 함께 출전하여 멋진 성적을 만들어봅시다.
더운 날씨에 자신의 한계와 싸우느라 고생 많았네요~
방울아빠~~~화이~~팅~~
인간의 정신력은 훈련량에 의해 지배되는 거 같아요. 내년엔 라쳇소리 팀원들과 함께 완주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도싸 팀들과 함께 할까하다가 초반에 오버페이스할 게 분명하고, 늘어지게 될까 염려되어 처음부터 솔로잉을 했어요. 백두산 형님과 같이 갈까도 생각했는데 업힐에서 제가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 홀로 달렸습니다.
내년에는 모두 훈련량을 늘려서 계획된 페이스를 유지하며 한계령 6키로 6%(마지막 2K는 10%)를 11kmh로, 구룡령 리버스를 13kmh로 꾸준히 오를 수 있다면 여덟시간 삼십분대도 가능하다 싶어요. 그러러면 4-5명이 일정하게 호흡을 맞추어 꾸준히 가야하는데 역시 쉽지 않은 일이라 ...... 취미생활을 하는 거니까 적당히 해야겠죠 ㅋ
내년에는 우리 모두 함께 완주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회중 가장 길고 빡세다는 설악그란폰도 좋은기록, 완주 축하하고 수고하셨습니다 방울아빠 파이팅 ~~ ㅎ
석수햄 함께 기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방울아빠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더이상 할말이없네요~
도전해보지 못했고 또한 도전할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대단한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다녀오셨네요~
좋은 성적으로 무사무탈하게 대회를 치르신 방울이아빠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과찬해주셔서 돔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며 혀를 내두르는 극한의 고통이 즐거울 뿐이었습니다
내년 고고 투게더^^
10시간을 안쉬고 달리는게 가능한가요????...
나도 내년에 팀으로 참가한다면 가겟습니다...
올해 3월에 처음으로 하트 무정차 평속 30 주행 -> 104키로(세번째 보급소에 해당하는 거리) 무정차 이런 식으로 늘려나갔네요. 물보급만 되면 200키로도 무정차가 가능하긴 할 듯합니다. 근데 소변도 봐야하고 체열을 내리려면 가끔 그늘에서 1-2분 양말 벗고 컨디션 조절도 하구요. 독주 무정차 100키로는 어렵지 않더라구요^^
고생 하셨습니다 최고의그란폰도 완주 하신거 추카 드리구요 대단하다는걸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네요 예전에는올마로 산악랠리도 참석 해보기도했는데 힘들어요 자신과의사투 인정합니다
좋아서 한 일인 걸요^^ 체력을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한 첫번째 동기는 물가큰형님 홀로 끄시는 게 미안스러바서였구요, 동시에 대회 준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네요. 체력을 올리는 방법은 순차적으로 거리를 늘려 30, 50, 70, 100 정도의 평지 코스를 전력을 다해 독주하는 게 효과적이더군요. 업힐은 많이 자주 하는 것보다 삼막사를 한 번 하더라도 죽을 힘을 다해 오르는 쪽이 흥미와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네요. 이제 겨우 초보 딱지 떼어냈습니다^^
철두철미한 완벽한 준비~~
상황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오는듯합니다
중계방송 보는듯 하구요.
참 섬세하게도 대처를 하셨군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준비 한 걸로 봐서는 1등입니다~
결국 스트라바 데이터를 정리했습니다. 뭐든지 알고 해야 하는 성미라 참 힘들어요 ㅋㅋㅋ 시간이 걸리고 귀찮기는 해도 재밌네요.
대단하십니다!
데이터를통해 훈련과요령을 숙지하여 대회에임하시는 각오 정말 본받고싶고 존경스럽습니다.
자신의목표를 세우시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이루시고 몸으로 느꼈으니 이보다 더한 승리가 있겠습니까?
한수~아니 두수배우고 느껐습니다.
형님 앞길에이 꽃길처럼 본인의 노력과목표...그리고 과정....
행복한 추억 오래간직하시고 또다른 큰목표를 향해 도전하시는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정훈이형 킹왕짱
지나친 칭찬이십니다~~~ 곰곰이 돌이켜보면 그 힘든 라이딩을 왜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삶의 반환점을 돈 나이에 무언가 열시미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스트라바 데이터를 정리하여 작년과 올해의 구간별 기록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결국 이렇게 정리해두어야 직성이 풀리는구만요 ㅋㅋㅋ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성스런 후기도 감사합니다.
이번 대회에 정말 준비 많이 하셨네요. 저도 참가 했지만 방울아빠 만큼 준비는 하지 않았네요. 라이딩 연습은 많이 했을지 몰라도 당일 운용계획은 방울아빠에 비해 준비가 많이 부족했어요.
꼼꼼한 계획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을겁니다.
고생 많으셨구요 저도 한수 배워 갑니다
겨우내 동면하고 부랴부랴 하자니 실력은 못미치고 꾀라도 내자니 ㅋ
내년에는 여덟시간 삼십분 전후로 들어오실 거에요. 물가형님과 호흡 맞추시면 백퍼일 거구요.
자주 뵙길 바래요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