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언니와 함께 노래를....’ 마포두레생협 합창단 1주년 기념공연---성미산 마을극장
“건넛마을에 최진사댁에 딸이 셋있는데....그중에서도 셋째따님이....”
한명 한명의 목소리가 합쳐져서 하나의 하모니가 될 때 느끼는 감동...
나이가 반백년이 된 오십이 다 되어가는 중에 이런 감동을 함께하는 이웃을 만났다.
목청을 가다듬고 목소리 잘 나오게하는 홍초물과 도라지청, 청심환을 나눠먹으면서 1주년 공연준비를 했다. 동네부엌에서 맛나게 싸준 도시락을 나눠먹으며 부산하기 그지없는 우리 멤버들은 공연당일에 대기실에서도 화장을 고치면서도 연신 웃음꽃을 빵빵 터트렸다. 처음으로 무대에 오르는 신입들은 긴장감이 제대로 사그라들지 않는다. 아이들보다도 더 재잘거리며 깔깔거리는 우리들을 지휘자샘은 옅은 미소로 반겨준다.
12명의 아줌마와 함께하는 연아범(우리 지휘자샘)은 음표도 도돌이표도 제대로 보지못하던 아줌마들을 큰소리 한번 내지 않고 부드럽게 우리들을 이끌어주셨다. 우리 단원들은 서로서로 연아범의 시선을 한번이라도 더 받고자 일부러 틀리기도하고 “이부분은 샘하고 둘이서 듀엣으로 함께 부르면 안돼요?” 하며 억지 애교로 떼를 쓰기도 한다. 그 소리에 우리는 함박 웃음을 짓기도 했다.
5월 17일 목요일 저녁8시 성미산마을극장에서 합창단 창단 1주년 기념공연을 마을사람들과 이웃, 사랑하는 가족들을 초청해 멋지고 감동적인 공연을 했다.
행복을 주는 사람 이란 테마로 기획된 우리 공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뿌듯하고 합창단 잘했구나 라고 내가 내게 칭찬을 해주었다.
두달전 마을에서 초창기에 공동육아와 두레생협을 함께 했던 엄마들이 노래를 하자고 자꾸 꼬드겼다.
나는 작년 마을 축제때 아마밴드(마을의 아빠들로 구성된 밴드)의 ‘반주줄게 노래다오’의 보컬로 이미 무대에 한번 데뷔(?)를 했었었고, 합창은 바쁜 회사일정과 동네부엌일로 할 수 없다고 몇 달을 고사하고 있던 차였다. 작년의 망신을 다시금 하고 싶지 않았고 노래를 하더라도 가사가 흐르고 조명빨이 빛나는 노래방에서나 해야지 생각했던 나였다. 춤이라면 몰라도 하면서.....
단원들은 이야기한다.
함께 내는 소리가 아름답다. 합창을 좋아하고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행복하다. 이 행복을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밤에 나와서 노래하는거 쉽지않다. 힘든데도 놓치고 싶지않은 무엇인가 있다. 설명할 수 없지만 뭔가 좋다고 한다. 어떤이는 합창하러 왔더니 메인이 되어있다고 했다.
노래를 불르다보면 생기도 생기고 살아가는 기쁨도 생기고
바람결에 꽃이 살랑살랑거리는 걸 보는듯 설레임이 있다.
귀농을 앞둔 친구는 마을에서 하는 마지막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개인을 위한 프로젝트로 합창을 한다고 한다.
초상집에 문상갔다가 달려오기도 했다. 합창은 나하나만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성미산마을에서 좋은 분들과 노래를 할 수 있다는게 행복하다고...
다 틀린 사람들인데 하모니를 낸다는거, 한사람 한사람 친구가 되었고 내게는 또다른 시작이라고 말한다.
모두를 합창이 주는 행복과 즐거움을 함께 공유한다.
합창은 내게 즐거운 놀이터이다.
정말 이 나이에 만날 수 있는 소중한 인연들로 인해 생활의 활력을 찾는다는 우리 합창단의 왕언니는 목소리가 참 곱다. 이쁜 목소리와 이쁜 마음을 함께 가진 이들을 새로 얻었다.
대학교를 다닐때 동아리로 합창단(GLEE)을 했었다.
노래도 잘 못하는 내가 어떨결에 과친구들과 우르르 손잡고 가서 한꺼번에 가입하고 뭣도 모르는 채로 이름 석자 적고 가입을 하고 그렇게 4년을 동아리에 적들 두었었다.
4년동안 8번정도의 정기 공연이 있었으나 나는 제대로 서본 공연이 한번 정도이다.
아르바이트하느라고 바쁘게 학교생활을 하는 나에게 합창은 호사에 가까웠으며
가곡을 뽕짝처럼 불러대는 나를 음악적으로 좋아해주는 선후배는 많지 않았다.
온실에서 곱게 자라난 화초들과 같은 선후배들은 대부분 교회성가대출신이거나 음대근처를 넘나들 정도로 클래식컬 했었다.
그래서 연주회때면 공연팜플렛을 붙이러다니거나 물을 떠다 나르는 스텝으로 참가하는 게 고작이었다. 공연을 앞두고 연습하는 동기들을 위해 김밥을 싸서 주기도 했었다.
전국 대학생 합창대회에 참가했을때도 나는 들러리에 불과했었다.
이럴 바에야 노래패나 할걸 하는 후회도 있었다.
졸업을 하고도 우리 동아리는 노래를 하고픈 동문들끼리 동문합창단도 꾸려 왕성한 활동을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노래를 하면 공연을 하게 되고 공연을 준비하면서 모두들 실력이 몰라보게 좋아지기도 했다. 그런 추억을 기억에만 곱게 담아두고
합창은 내게 썩 어울리지않는 벨벳드레스처럼 쳐다만 보는 존재로 남아있었다.
마을에서 아줌마들이 합창을 한다했을때도 그냥 쳐다보는 존재로 남아있을거라 생각해서 망설였었다. 그 망설임은 마을의 프로젝트로 합창단이 공연을 준비해야하고 단원을 더 충원해
야하는 시점에서 나를 끌어들였다.
친구의 꼬드김으로 시작한 나는 매주 목요일 저녁시간이면 식구들 밥을 챙기고는 쏜살같이 연습실로 달려가는 신입 멤버가 되어있었다. 학교 때처럼 아웃사이더가 아니라 주류가 되어서 메인이되어서 행복을 즐기기 위해 멋진 하모니를 만들어서 9월 마포합창대회 무대를 꿈꾸며 연습실로 향한다. 행복한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첫댓글 이렇게 글로 우리 후기를 옮겨 주셔서 너무 감사~~
고마워요. 에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