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랑(金永郞)시인과 작품
* 본명은 윤식(允植).(1903~1950)
전남 강진 출생. 부유한 지주의 가정에서 한학을 배우면서 자람
* 3ㆍ1운동 때는 강진에서 의거하려다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6개월간 옥고를 치름.
* 1920년 일본 아오야마 학원에 입학하여 중학부와 영문과를 거치는 동안
C.G.로세티, J.키츠 등 의 시를 탐독하여 서정의 세계를 넓힘
* 본격적인 작품활동의 시작
- 1930년 박용철ㆍ정지용 등과 함께
『시문학(詩文學)』에
<동백 잎에 빛나는 마음>, <언덕에 바로 누워>,
<쓸쓸한 뫼 앞에>, <제야(除夜)> 등의 시 발표
* 1935년 첫 시집인 『영랑시집』을 간행함 - 순수 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
* 일제 강점기 말에는 창씨개명과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저항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함
* 대표작품-<내 마음 아실 이>, <가늘한 내음>,
<모란이 피기까지는>, <독을 차고>, <춘향>
* 대표시집-『영랑시집』(1935)과 『영랑시선』(1949)
1. 식민지적 현실과 자기애적 상상력
(1) 시문학파
- 1930년에 창간된 『시문학(詩文學)』을 중심으로 활동한 순수문학을 지향했던 시인들
- 정지용, 박용철, 김영랑, 이하윤, 정인보, 변영로, 신석정, 김현구 등
- 카프의 정치적인 경향시에 반대하고 사상성을 내세우지 않은 순수시를 창작
- 시는 산문과는 다른 언어예술임을 강조하여 언어를 아름답게 다듬는데 힘씀
(2) 김영랑 시의 특징 : 자기애적 상상력
- 지나치게 화자 지향적인 시어의 사용
- 철저하게 주관화된 정서
- 식민지적 현실의 배제
- 자기분열의 고통이나 자아탐구 없음
(3) 김영랑 시의 두 가지 특징
➀ 초기 시 (1930년대)
- 순수시, 유미주의적인 시가 주류를 이룸
- ‘나’, ‘마음’과 같은 시어나 ‘슬픔’, ‘눈물’ 등과 같은 시어를 주로 사용
- 현실적인 삶으로부터의 도피, 혹은 소외
- 배제의 원리에 의해 지배되는 시
- 단형시가 대부분
➁ 후기 시 (1940년 전후)
- 민족이 처한 식민지적 현실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 인생에 대한 회의와 죽음의식을 보여준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의 초점에는 항상 ‘자아’가 놓여있다.
- 행이 다소 길어지며 산문화되는 경향이 있다.
2. 순수, 유미주의적인 시
시 <돌담에 속색이는 햇발가치>
* ㄹ, ㅁ 등 쾌미음(快美音)과 리듬의 반복을 통한 언어적인 미를 추구하고 있다.
* 시어뿐만 아니라 형상화된 세계도 아름답고 부드러운 것으로 가득찬 세계이다.
‘돌담에 속색이는 햇발’,
‘풀아래 우슴짓는 샘물’,
‘새악시’, ‘실비단 하늘’ 등
* 여기에 형상화되는 세계는 식민지라는 당대의 현실과는 전혀 무관하다.
* 여기서 자아는 타자와의 교류를 통해서 자아의 존재방식이나 가치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 아의 내면 정서에만 집중한다.
* 이러한 자아의 존재방식을 <유아론적 고립주의>라고 한다.
(1) 유아론적 고립주의
- 유아론 : 자아의 관심이 오직 자아의 내면에만 머무는 것
- 자아 바깥의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현실이나 그 현실에서 살아가는 자아의 고통과 같은
실제적 인 것들을 배제한 결과로 나타남
- 고립주의적 자아상, 자기 폐쇄적 인간형
- 실제의 자아가 경험하는 고통과는 무관하게 감미로운 감상의 정서만을 형상화함
시 <끗업는 강물이 흐르네>
* ‘강물’ : 끝없이 흐르는 것으로 형상화되어 지속의 의미를 지닌다.
* 강하고 격렬한 물줄기가 아니라 부드러우면서도 가늘고 지속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 “내 마음의 어뒨듯 한편에” 흐르는 강물이다.
- 가슴이나 눈, 핏줄에 흐를 정도로 그것은 작은 흐름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지속성을 지닌다.
* 이는 영랑의 시의 중요한 특징인 <지속의 미학>을 보여준다.
(2) 지속의 미학
- 영랑의 시에는 지속의 미학이 나타난다.
: 식민지적 현실에 부딪혀 변화되거나 발전하는 자아가 아니다.
이는 현실이나 고통을 철저히 배제하는 방법을 통해 얻은 것이다.
- ‘자기애적 상상력’이 지배한 결과이다.
- 현실에 때 묻지 않은 심미화된 자아이다.
- 역동적 변화 대신 조용한 지속을 갈망하는 여성적 자아상이다.
- 신비주의적 경향을 지니면서 유미주의적 인생태도로 연결된다.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 여기에는 두 가지 시간구조가 함께 결합되어 있다.
* 하나는 “지속”이고 다른 하나는 “순간”이다.
* “모란” 이미지는 이 둘을 다함께 함축한다.
* 자아의 현재 상태
- 모란이 지고서 다음해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다.
모란이 떨어진 후의 ‘서름’에 잠겨있는 상태
* 왜 “찬란한 슬픔의 봄”인가?
- 자아의 존재방식을 이해하는 중요한 물음
“지속”과 “순간”을 이해해야 대답이 가능하다.
※ 지속
- 모란이 진 후부터 다음해 모란이 피기까지 기다리는 시간
- ‘슬픔’과 ‘삶의 무의미’가 지배하는 시간
- 자아의 현재를 지배하는 시간
※ 순간
- 모란이 화려하게 피어나는 그 순간
- ‘보람’과 ‘도취’가 지배하는 시간
- 자아가 지향하는 미래의 어느 한 순간적 지점
- 자아가 소유하지 못한 시간
- 초월적인 영원의 시간
→ 문제는 이 찬란한 순간 <모란이 핀 시간>이 <순간>이며,
슬픔과 삶의 무의미가 지배 하는 시간이 <지속>이라는 점이다. ⇛ “찬란한 슬픔의 봄”
* 김영랑은 <순간>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3) 영랑 시에서 <순간지향>의 의미
- 이 <순간>은 모든 욕망이 달성된 초월적 순간, 영원의 세계다.
- 즉 신비주의적 영원성의 세계이다.
- 여기에 경험적 현실성이나 자아탐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 그래서 이는 ‘탐미적 순간’에 대한 지향이 된다.
- 시와 삶을 엄격히 구분하는 영랑의 시의식이 드러난다.
- 시문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인 박용철이 주장하는 시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이다.
: “특이한 체험이 절정에 달한 순간”
시는 “언어 최고의 기능을 발휘시키는 길”
(4) 김영랑의 순수, 유미의 시
- 현실의 고통과는 무관한 시이다.
- 이러한 <순수>는 일제에 대한 순수이기도 하다.
- 영랑이 우리말의 재래적 가치를 탐구하고 향토적 서정을 개발한 데서 확인
- 내적 변화 혹은 성장이 수반되지 않는 단순한 자기동일성을 지닌다.
- “상실감”이 강하게 나타나 있다.
3. 현실 인식과 지킴의 시학
(1) 후기시의 특징
➀ 지킴의 시학이 중심을 이룬다.
➁ 자기동일성의 비극이 나타난다.
➂ 고착적 자아의 폐쇄성이 나타난다.
* 빼앗긴 것에 대한 인식과 가진 것을 지키려는 고통이 후기 시의 공식이다.
* 시인 나름의 현실 인식이 드러난다.
* “내마음”과 “내혼”을 지키고자 한다.
시 <독을 차고>
* ‘독’ : 세계와 대결하고자 하는 자아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
*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에서 가진 것을 빼앗고자 하는 제국주의
일본의 수탈과 억압적 현 실에 대한 인식이 나타난다.
* 자아의 자세
- ‘산채 짐승의 밥이 되어 내맡긴 신세’이다.
- 저항적이거나 주체적이지 않다.
- 허무의식에 빠져있다.
- 그 속에서도 최후의 목표를 향해 선선히 나아가겠다고 다짐한다.
- 자아의 목표 : ‘자신의 혼’을 지키는 것
* 자신의 것을 빼앗는 현실에 대응하여 자신의 ‘혼’을 지키고자 하는 자기방어 의식
* 순수ㆍ유미의 자아는 여기서 절대적 자기방어의 고립적 양상으로 나타난다.
* ‘독’은 식민지 현실에 대한 대결의 무기이자 자기 자신을 지키는 갑옷
* 자아의 주된 관심사는 자신을 억압하는 대상에 대한 저항이 아니라,
“미금날 내 외로운 혼을 건지”는 것, 즉 자기 자신을 향해있다.
* 이는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자기동일성>이라는 말이다.
* 독은 여기서 현실도피나 타협의 어떠한 유혹도, 삶의 허무성까지도 극복하는 자기방어의 수단 이 된다.
* 이는 비공유적 자아의 극단적 형태이다. (세계는 결코 자아를 소유하지 못함)
(2) 시 <춘향>에 나타난 자아의 모습
- 춘향의 탈을 쓴 자아가 형상화된다.
- ‘오! 일편단심’의 반복구는 자아의 의지를 드러내주는 것이다.
- 옥중 춘향의 죽음은 비관주의적 운명의식을 드러내준다.
- 변학도로 대표되는 타자에게서뿐만 아니라 그렇게 사랑한 이도령에게서까지 소외되는 절대적
고립성을 표출하고 있다.
* 이러한 자아의 모습 속에는 갈등이나 변화를 용인하는 자아탐구와 같은 요소가 끼어들 틈 이 없다.
* 이것이 <자기동일성의 비극>을 불러온다.
* 미래(구원)가 없는 비극적 자기동일성이다.
시 <한줌 흙>에 나타난 고착적 자아
* 세계와 격리된 자아, 세계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자아
* 삶의 흥미를 잃어버리고 의욕도 상실한 자아
* 노래도 잃고 배도 불리지 못하는 자아의 현실이 지배한다.
* 삶은 이제 생활이 아니라 고통이 될 뿐이다.
* 닫힌 미래, 피곤하고 권태로운 현실 속에서 자아는 오직 ‘죽음’만 기다린다.
* 이는 소극적 운명의식과 결부된 자기애적 상상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 세계와 교류하지 못하고 자기 속에 매몰된 자아
- 변화를 만들지 못하고 고착된 자아의 한계
4. 김영랑 시세계의 특징
➀ 우리말이 가진 미적요소 특히 음악적인 아름다움을 발전시켰다.
➁ 자아가 대면하는 현실로서의 일제하 삶의 세계를 시에서 배제했다.
➂ 초기에는 순수ㆍ유미주의적인 시세계를 보여준다.
➃ 후기에는 지킴의 시학이 근간이 되고 있다.
➄ 그의 시에는 활기찬 자아탐구나 적극적인 자아회의를 통한 변화나 발전이 없다.
➅ 소극적인 운명의식과 결부된 자기애적 상상력의 중심이 되어 있다.
➆ 억압적 시대상황에 대항하여 자아의 순수성을 지키려는 유아론적 자아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