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당시의 유대 사회 여성의 지위
안유섭 목사
아르케 아카데미 원장
Ⅰ. 서 론
신. 구약 시대를 막론하고 전통적 유대 사회에서 여자들의 지위는 남자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만은 틀림없는데 특이한 것은 신약 시대에 접근할 수록 여자들의 지위가 구약 시대보다 더욱 열악해졌다고 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오랜 기간의 핍박과 수난을 겪으면서 경직되고 오해되어진 신앙 보존 의무감으로 말미암아 발생하게 된 지나친 형식주의적 율법존중의식이 그같은 현상을 낳게 하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그러나 신약 시대에 들어와서 예수님께서 여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도록 가르치심에 따라 유대여성의 지위가 전 보다 다소 향상되어져 가는 것을 보게된다. 특히 예수님께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 머물러 있던 여성들을 남자와 다름없이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시고 그들에 대해 특별히 많은 배려를 아끼지 않으심으로 해서 기존의 율법주의적 남성우월관을 깨고 남녀평등의 창조적 기독교 문화를 선포하셨다.
본 소고에서는 먼저 구약 시대의 여성들의 지위를 먼저 살펴보고 나서, 신약 시대의 돌입 직후의 유대 사회의 여성들의 위치와 역할에 대하여 고찰한 다음 마지막으로 그리스도의 사역 속에서 여성들의 지위가 어떻게 달라져가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Ⅱ. 본 론
1. 구약 시대의 여성의 지위
가. 구약 성경의 여성들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여성은 전체를 통틀어서 그 숫자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대 역사와 족보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적지 않은 여성들이 등장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다. 족장 시대에 이미 사라, 리브가, 라헬 등과 같이 자기들의 남편과 거의 동등한 지위의 여성들이 있었음을 볼 수 있으며 출애굽 시대에도 미리암은 여성이면서도 모세, 아론과 같은 반열에서 지도자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사 시대에 와서는 드보라와 같은 여자 사사가 있었으며 왕국 시대에도 북왕국에는 이세벨, 남왕국에는 아달랴같은 섭정 통치자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에스더와 훌다 같은 여인들도 모두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해 낸 훌륭한 여인들이었다. 정치면에서 뿐 아니라 의식면에서도 뛰어난 여성들이 꽤 있는데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은 기지를 발휘하여 모세를 살려내는 일을 하였고 한나와 같이 적극적으로 하나님께 매어 달려서 위대한 아들을 얻어내는 여인도 있었다. 유대 역사에 있어서 어떤 역할이 인정되면 이방인이라도 중요하게 여겨서 그 공적을 기록하였음도 보게 되는데 나중에 예수님 족보에까지 오르게 되는 다말과 룻 그리고 라합이 바로 그런 여성들이다.
나. 구약의 여성관
구약 시대의 유대 여성들의 전반적 위치는 남자의 하위의 예속적인 것이었으나 종과 같은 존재는 아니었고, 다만 남자의 보조자라는 개념이 강하였다. 아무튼 이 시대에는 전반적으로 여성의 지위가 낮게 평가되었기 때문에 인구 조사시에 제외되었으며 또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음으로 해서 일부다처제가 통용되고 부인을 특별한 소유물이라는 개념 정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종교면에서는 여자는 남자와 함께 성회에 출석하고, 함께 제사를 드렸으며, 성전에서 함께 노래하기도 하였다. 잠언서에서도 이상적 아내의 상으로 여인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유대 사상은 때로는 여성들이 그들의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막지 않았고 신앙의 존경할 점이 있을 때는 아낌없이 존경하는 태도를 취하였다.
2. 신약 직전 시대의 유대 사회 여성들의 위치
가. 여성들의 사회적, 문화적 위치
1세기의 어떤 유대인들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여자로 만들지 않은 것에 대하여 깊은 감사를 드렸다고 하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신약 직전 시대는 극단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였던 것 같다. 여자들에 대하여 구약성경 시대보다 더 저등한 존재로 보는 시각이 뚜렸했다. 여자들은 게으르고 어리석으며 허영심이 강하고 이단과 우상숭배에 쉽게 빠지는 불성실하고 가르치기 힘든 존재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유대교는 결혼을 매우 중요시했으면서도 일부다처제와 이혼을 제도적으로는 쉽게 허용하였는데 경제적 이유 등으로 그리 흔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제도의 허용만으로도 여성들의 지위는 현격히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여자의 영역은 전적으로 집안 일에 국한되었다. 그 영역 안에서만은 여자는 아내로서 또한 어머니로서 존경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자들에게는 공식적인 교육의 기회가 부여되지는 않았다. 유대 학교는 소년들만이 들어갈 수 있었고 부유한 가정에서나 여자아이들에게 읽는 법과 쓰는 법 정도를 가르쳤던 것 같다.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가사일을 충실히 하는 것이 미덕이었다. 특이한 것은 가정 밖에서의 여자들의 공적 활동이 매우 제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유한 여자들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많은 여성들이 집안에서의 국한된 생활에 머무르지 않고 자유롭게 대중 속에서의 삶을 전개했다. 여자들이 대중에 노출될 때 얼굴을 가리기 위한 베일과 같은 것도 지방에 따라서는 엄격히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들이 여인들을 자유롭게 대면하는 것은 금하는 풍토였다. 남녀간의 사적인 대화는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예수께서 사마리아 여인과 대화하는 모습에 제자들이 놀라는 것이 무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한편 여자들의 법정 증언은 거의 효력이 없었다. 그것은 창세기에서 사라가 자신이 웃었다는 것을 부인한 사실을 근거로 여자를 천성적인 거짓말장이로 확대 해석했다고 하는 연구도 있다. 외경 수산나도 이러한 풍토 속에서 행해지는 재판에 여성이 애매하게 희생되는 사례가 있음을 말하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나. 종교적 위치
여자의 열등함은 종교적 영역에 까지 확대되었다. 여자들도 물론 율법을 낭독하는 곳에 참석해야 했고 감사 기도를 드릴 수 있었지만 성전과 회당에서 그들은 주로 단순히 듣는데 그치는 것일뿐 배우는 목적은 아니었다. 여자들은 성전 경내에서 여인들의 뜰이라고 하는 허용된 곳까지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은 회당 예배를 드리기 위해 요구되는 열 명의 정족수를 따질 때는 전혀 계산에 들어가지 않았다.
따라서 여자들끼리는 결코 공식 예배를 드릴 수가 없었다. 회당내에서 남녀는 별도의 문을 통해 출입하고 구분되어 앉아야 했다. 랍비들의 탈무드에서도 여성에게 토라를 가르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긴 것 같다. 일반적으로 1 세기경의 유대교는 여성의 지위를 구약 시대보다 현저히 낮아지게 했음이 틀림 없다.
3. 그리스도 사역 속에서의 여성 지위의 변화
가. 여성에 대한 예수님의 새로운 해석
예수님께서는 당시의 여성에 대한 지독한 편견과 열등화 의식을 바꾸어 놓으셨다. 여성은 남자의 예속물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이며 그들의 삶에 당당한 주체적 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할 남자들의 동료이자 친구들이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삶과 권리는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져야 하며 남자들의 욕망에 의해 침해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이혼에 대해서도 여자들이 임의로 이혼당할 수 있는 객체가 아님을 분명히 하신다.
결혼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영원한 협력 관계로서 남편과 아내 둘 다 이 관계를 유지하는데 책임있는 주체들임을 가르쳐 주셨다. 예수님은 인격적 존재로서 여자들의 고유가치를 남자들과 똑같이 귀중하게 여기셨는데 이는 당시의 사상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것이어서 반대자들에게 끝없는 공격 대상이 되곤 했다. 예수님의 사역에는 여자들이 아무 제약없이 함께 할 수 있었으며 자유롭게 예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또 따를 수 있었다.
특히 예수님은 안식일에도 서슴지않고 여자들에게 안수해 주시고 부도덕하다고 낙인찍힌 여인들조차도 가까이 접근하여 은혜를 입을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 예수님은 여자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여자들을 고쳐주시며 그들이 자신을 만지고 자녀들을 데려와 함께 섬기도록 해주셨던 것이다. 여자들은 이제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으며 더 이상 예속되거나 열등한 존재로서 무조건적인 희생만을 강요받아야할 아무 이유가 없게 되었다.
당시 유대인들은 여자란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차적인 중요성만을 갖고있다고 하는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예수님은 이들에게 여자와 남자는 삶의 주체로서 서로 차등이 없는 존재들이며 하나님 앞에 모두 똑같은 죄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시고 여자들 뿐 아니라 종들까지라도 사람이면 누구나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하며 주님을 믿을 때 구원받는다는 진리를 가르치셨다. 예수님에 의해서 형성된 여성의 위치는 한마디로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있는 이성적 존재로서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고 자신의 결정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면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나. 여자들의 역할 변화
예수님의 열두 제자는 모두 남자들이었다.그러나 사도로서의 사명을 받고 예수님을 따른 것은 아니었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사모하여 경청하던 여자들이 그들의 주님을 전하는 복음 전파의 역할을 했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나위없을 것 같다.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마을로 뛰어가 메시야를 만났다고 외쳤던 것은 당시 여자의 증언은 아무 효력이 없던 시대에 일어난 변화였다.
랍비들에게 배울 기회가 전혀 없던 당시에 마리아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가까운데서 들을 수 있었으며, 예수님의 장례를 예표하는 기름을 예수님 머리에 부은 자도 여인이던 것을 보면 그리스도의 사역에서 여자의 역할은 가벼운 것이 아니다. 특히 수난 기사에서 예수님의 처형과 부활 사건의 중요한 증인으로 등장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여자들의 증언이 효력없던 시대임을 비추어 볼 때 기독교는 여자들의 위치를 그렇게 보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Ⅲ. 결 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예수님 당시의 유대 사회에서의 여성들의 지위는 구약 시대보다 현저히 열악해졌다는 것인데 이는 성경의 본래 정신과 다르게 유대인들의 유전에 의해 변질된 것으로써 여성들은 문화적, 제도적 차별과 희생을 요구받으며 그들의 수동적이고 비주체적인 역할에 만족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예수께서는 성차별의 불평등한 제도와 굴절된 종교적 편견을 깨고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여길 뿐 아니라 그들을 사역의 중요한 협조자로 사용하심으로써 여성의 지위와 역할은 급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남녀평등의 기독교의 신앙은 유대 사회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인류의 의식을 변화시키면서 오늘날까지 그 영향을 미쳐 왔다고 하겠다.
< 참고 도서 >
ᄋ 『성경적 여성관』, 메리 에반스
ᄋ『성경 시대의 생활과 풍습』, William L. Coleman
ᄋ『외경이란 무엇인가』, B. 메츠거
ᄋ『Jerusalem in the time of Jesus』, J. Jeremias
ᄋ『Jesus of Nazareth in New Testament Preaching』, G. L. Stan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