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다.
언제부턴가 집사람이 토요일은 다른 약속 잡지 말고 근교에 장만해 놓은 밭에 나무를 심잔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집 식목일이다.
심을 묘목만 구입해 가면 되고, 나무 심을 장비, 나무 심다가 허기지면 먹을 간식이니, 그외 사소한 준비는 다해 놓았단다.
아침부터 바쁘다.
약 20여분 시외길을 달려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다는 시장에 가서 호두나무를 5그루 구입했다.
어쩐일인지 아내가 나무 가격을 깍았다. 조금 쑥스러워 하면서,
전문용어로 디스카운트를 했다.
참 신기했다. 깍는 것은 내 전문인데 말이다.
"시장에서 물건 살때 깍는 맛도 있어야 된다"면서 할인하는 방법을 배워 절약 좀하자라고 핀잔 줄 때도 있었다.
누구집 엄마, 누구 마누라는 깍기도 잘하는데, 하면서,
"그것도 알뜰하게 살림사는 거다." 라며 잔소리를 했는데 오늘은 깍기를 하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깍아봐야 몇천원이지만 깍는 맛도 먹는 맛이든 맛은 다 좋다.
그 기분으로 밭에가서 기분좋게,
"호도나무야 잘 자라라, 잘자라" 하면서 정성을 쏫아 부으며 심었다.
어릴적 뒷산의 호두나무, 복숭아, 감나무가 있어 동네 친구들 부러움을 받으며 호두따고 주워서 까고, 봉숭아 먹던 기억이 새롭다.
나의 할아버지가 심어 손자인 내가 먹었다.
이 호두도, 먼 훗날 내손자 들이 따 먹으며 할아버지 생각하겠지, 라는 흐뭇한 웃음속에 보람찬 식목 행사를 했다.
행사후 시간을 보니 정심때가 훌쩍 넘은 오후 두시가 다 되었다.
빨리 집에가서 밥 먹자고 하니, 아내가 오늘 나온짐(길)에 외식을 하잔다.
"당신 다닌 대학 근처 맛난 한우국밥집 있다고 했잖아" 한다.
출발 하면서 맛집이 있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머리가 비상한 아내 덕분에 한우국밥으로 외식을 하게 되었다.
평소 곧잘 잊어 먹더니 오늘따라 국밥먹자는 얘기는 총알 같이 기억해 낸다.
오면서 그리로 갔다.
벚꽃피는 봄이라 길가 꽃들이 만개를 하여 기분 좋은 벚 꽃 놀이 이기도 한 식목행사였는데, 내가 다닌 대학 교정의 벚꽃길도 장안에 소문난 꽃길이어서
근처에 식당이 있어 온김에 교정를 한바퀴 돌았다 아름다운 모교 가족방문의 날이 되었다.
모처럼 아내와의 주말 나들이가 멋지다.
손자, 손녀를 위해 나무를 심고, 오랜만에 모교 나들이도 하고, 외식도 하고, 흐뭇한 드라이브다.
국밥집에 자리는 만석이다. 겨우 구석진 한자리를 찾아 앉았다.
10분, 20분 기다려도 손님맞이를 하지 않는다. 오면 물도 갖다 주고 주문도 받아야 되는데 그런 과정이 없다.
오지 않는 홀써빙 이모를 어쩔수 없이 불렀다.
"아지매"
" 아지매" 라고 좀 크게 약간의 화난 목소리로, 얼른 달려온 이모께서 미안한 기색으로 주문을 받는다.
"국은 기름끼 없는 걸로" 라고, 그리고 "고기는 많이" 라고하니,
마누라가 걱정스레 한마디다.
"소리질러 놓고, 기름끼 없는걸로 주문 했으니 아마 퐁풍 넣어 기름기 제거할낀데," 라고 하며 웃는다.
화나면 그렇게 한다는, 시중에 회자되는 소리를 이야기 한다.
"그런 식당이 어딧어 다 웃자고 하는 소리지."라며, 갖다준 기름기 없는 국밥을 맛나게 먹었다.
먹고나니 아까 그 서빙이모께서 밝게 웃으며 "맛있게 드셨습니까" 하며
인사를 한다.
고함 질러 주문을 했기에 별나다는 생각에 말없이 빈그릇을 치웠을텐데도 인사를 한다.
밝은 인사에 국밥 한 그릇이 더 당긴다.
그렇게 말한 내가, 그렇게 생각한 내가 부끄러웠다.
역시 맛있는 집이 아지매 인심도 좋고, 손님에게 친절도 하다.
역시 친절이 맛을 더한다. 뒷끝이 좋다.
그리고 며칠후
불금이라 금호강변의 동촌 유원지 어느 식당에 갔다. 거기도 맛집인지라 손님들이 많아 시킨 술에 안주가 너무 늦게 나왔다. 주인장께서 안주와 술이 너무 늦게 나와 미안 하다며, 막걸리 한병 서비스란다.
이 역시 기분좋은 맛난 막걸리 였다.
단골 하겠다고 야단스레 얘기하고, 강변을 본다 강물은 더 푸르고 오늘 따라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뛰어 들고 싶다.
모든게 기분이야.
이 또한 맛보단 친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