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대책위원장, 추진위원장
- 희망은 행동을 결정짓는다

남명숙
한국여성포럼 대표
행정학박사, 전 해운대구의원
1997년 늦가을에 초등학교 1학년 큰 딸, 유치원생 작은 딸과 우리가족은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해운대 신시가지로 이사를 왔다. 꿈의 도시라고 홍보를 하며 부산이 떠들썩하던 시기에 입주민들은 희망에 찬 모습들이었다. 당시 집들이 준비로 가까운 리베라백화점은 대성황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 짐들을 들고 탈 버스도, 학생들의 등·하굣길의 노선버스도, 출퇴근길의 대중교통도 없는 상황에 불편이 시작되었다. 우리 아파트는 도서관 예정지 바로 앞이어서 두산동국아파트로 입주를 하였는데 그 도서관은 방치되다가 문화회관(2007)과 함께 2010년에야 건립되었다.
초기 입주민들의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나 부녀회, 청년회,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각 단체의 의욕적인 활동으로 많은 발전을 이뤄왔다고 생각한다. 이때 나의 타이틀은 두산동국아파트 단지와 엘지아파트 사이 차량교행 대책위원장, 115번 버스노선 신시가지연장 촉구활동, 양운초등학교 학군배정 대책위원장, 달맞이 고층아파트건립반대 대책위원장, 해운대 소각장 다이옥신문제 대책위원장, 음식물쓰레기 소각장 대책위원장, 한마음체육센터건립 문제 대책위원장, 해운대 신시가지 도서관건립 추진위원장, 좌동 분동문제 대책위원장 등 어떤 때에는 그 자리에는 내가 없어도 나의 이름은 대책위원장이었다. 그리고 여성문화인권센터 창립 준비위원장, 해운대문화원건립 추진위원장, 해운대종합병원 유치위원장도 남명숙이었다. 그때부터 20년 가까이 조용한 날 없이 해운대 신시가지는 나의 발로 누비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채워진 날들이었다. 그때 나를 지배해 온 생각은 ‘옳은 일에 힘쓰자’였다.
해운대 신시가지는 정부가 주택난 해결을 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관점에서 도시기능 증진과 미관향상 등의 목적으로 조성되었다. 그러나 획일적인 건물형태와 옥외공간, 고층·고밀아파트 단지의 나열은 기존아파트단지와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뛰어난 교육 환경과 주거 여건으로 수요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해운대 신시가지는 주거시설은 물론 편의시설과 교통여건 등 도시 전반에서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과거 명성을 점차 잃는 모습이다. 이제 해운대 신시가지는 도시문제와 현대사회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으며 사회·문화적 차원에서의 도시재생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에 놓여 있다. 포장이 잘 되었다고 내용물에 문제가 없겠는가?
살기 좋은 도시의 조건은 문화가 살아있는 도시이다. 다양한 문화행사를 주최하여 주민들의 공동체의식을 형성하는 문화적 도시를 말한다. 자원을 합리적으로 활용하여 환경오염을 줄이는 환경·생태적 도시가 되어야하며, 경제적 측면에서 자립성을 갖추는 일 하기 좋은 도시, 도시 안의 시설물을 주민들이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어울려 사는 도시를 들 수 있는데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지역주민, 지방자치단체,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실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는 신시가지를 미래지향적인 도시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주도적이고 깨어 있는 의식과 참여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 우리 딸들이 성장하여 시집갈 때가 되었다. 이제 우리들의 노후와 딸들의 삶터를 아름답게 물려줄 수 있도록 우리 삶터를 돌봐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도시도 사람처럼 출생·조성기, 번영기, 쇠퇴기를 맞이하게 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우리들의 경험을 중심에 두고 삶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고 사회문제를 나누며 우리의 삶이 건강하도록 힘을 모으자고 말하고 싶다.
나는 매일 비닐봉지 등 쓰레기를 치우면서 마음이 불편하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 앞에는 항상 문제가 놓여있지만, 문제가 나에게는 희망이 된다. 왜냐하면 그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나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