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마운틴(Blue Mou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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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기암절벽과 푸른 원시림이 만든 신비
오랜 기다림 끝에 한 달간의 호주·뉴질랜드 자유여행이 시작되었다.
30년을 몸담은 직장을 퇴직 하고나니 부담없이 장기간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마침 시드니에서 직장생활 하던 아들이 그곳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하기에 앞서 함께 두 나라를 여행하기로 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잠시 오클랜드 아들 집에 와 있던 선배 부부가 호주여행에 합류하게 되어
다섯 명이 시드니에서부터 멜버른, 태즈메이니아를 잇는 호주여행을 시작한 것이다.
오늘은 호주여행 3일째, 시드니에서 승용차로 편도 1시간 거리에 있는 블루마운틴을 향한다.
블루마운틴은 시드니 패키지 관광코스에는 반드시 포함될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이다.
블루마운틴은 미국의 그랜드캐넌처럼 위쪽은 넓은 고원지대를 이루고, 수백 미터 아래로 협곡이 형성돼 있다.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은 광활하지만, 탐방은 대부분 웬트워스폭포(Wentworth Falls)와
세자매봉(Three Sisters)이 있는 에코 포인트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블루마운틴 트레킹도 웬트워스 폭포와 세자매봉을 거쳐 가는 코스로 짜여있다.
-Wentworth Falls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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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반대편에서 온 우리도 이 두 지역의 핵심 경관을 중심으로 걷기로 하였다.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블루마운틴 웬트워스폭포 주차장이지만 많아야 30~40대 주차할 수 있을 정도로
조그맣게 만들어져 있어 평일인데도 주차하기가 만만치 않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아무리 유명한 관광지라고 할지라도
자연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주차장을 만들거나 상가를 조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오던 길을 되돌아 나와 폭포에서 약간 벗어난 지역에 주차를 해놓고서 폭포 입구로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폭포로 내려가는 도로변 전망대에 올라서니 잔뜩 낀 안개가 서서히 걷히기 시작한다.
울창한 유칼립투스 나무가 푸르고, 웬트워스폭포 상단부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 옆 붉은색 기암절벽은 안개에 반쯤 덮여있어 신비감을 자아낸다.
블루마운틴에는 코알라의 먹이로 잘 알려진 유칼립투스 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유칼립투스는 수액에 알코올 성분을 다량 포함하고 있는데, 알코올 성분이 증발하면서 빛과 반응해
대기 중 푸른(Blue) 빛깔을 만들어낸다. 블루마운틴(Blue Mountain)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Wentworth Falls Track’ 라 쓰인 이정표를 따라 폭포로 향한다. 산길은 산자락에서 봉우리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은 고원을 이룬 산위에서 아래쪽 계곡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다.
폭포로 통하는 길로 들어서자 유칼립투스 숲이 울창하고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갖가지 야생화들도 신선함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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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Fletchers Lookout’(전망대)에 닿는다.
아슬아슬한 절벽 위에 있는 전망대에 서니 붉은 색 기암절벽이 협곡을 사이에 두고 아찔하게 솟아 있다.
협곡 양쪽에 장엄하게 솟아있는 바위들은 말 그대로 깎아지른 듯 수직에 가깝다.
기암절벽만 해도 장관인데, 바위의 색깔이 보기 드물게 붉은 색이어서 신비롭기까지 하다.
황토색을 이룬 바위는 층층이 쌓아놓은 것처럼 층을 이루고 있다.
건너편 층암절벽 중턱을 돌아가는 길은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하다.
절벽에 가까스로 나 있는 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인간의 모습이 왜소하게 느껴진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으스대는 인간도 거대한 바위틈에 끼어 있으니 땅위에서 기어가는 개미처럼 하찮은 존재로 보인다.
인간 역시 다른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속의 한 개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양쪽으로 절벽을 이룬 바위 사이 협곡에 하얀 비단결이 휘날리듯 웬트워스폭포가 폭포수를 품어낸다.
붉은 바위와 하얀 물보라를 제외하고는 블루마운틴이라는 이름값에 부응하려는 듯 짙푸른 숲이 드넓게 펼쳐진다.
전망대 주변에서 6~70대쯤 되어 보이는 10여 분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한국말을 사용하고 있어 말을 걸었다.
“한국에서 오셨어요?”
“우리는 시드니에 살고 있는 교민이어요.”
“1주일에 하루 시드니 근교 여행을 같이 하고 있어요.”
이분들은 시드니에서 기차를 타고 웬트워스폴스역에서 내려 역에서 웬트워스폭포까지 걸어왔다가 다시 기차역으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시드니에는 한국교민만 12만 명이란다. 한국인이 주로 거주하는 마을도 있고, 한국마트, 한국식당, 한국교회 등도 있어
외국생활의 불편함을 덜어주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호주에서는 교민들이 아니더라도 가는 곳마다 한국인 관광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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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으로 내려서니 웬트워스폭포 위에서 작은 2단 폭포가 먼저 우리를 맞이한다.
작은 폭포 주변에는 마누카 꽃이 많이 피어있다.
마누카 나무는 뉴질랜드에 자생하고 있으나 호주에도 많이 자라고 있다.
꿀벌이 마누카 꽃을 채집하여 만들어진 마누카꿀은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꿀이다.
이 작은 폭포를 지난 물줄기는 높은 절벽을 만나 웬트워스폭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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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를 건너 전망대에서 보았던 절벽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서 웬트워스폭포로 내려선다.
깎아지른 절벽에 어떻게 길이 있을까 싶지만 층암을 이루면서 층과 층 사이 안쪽으로 굴곡진 부분이 생겨 길이 되었다.
위로 보아도 아찔하고, 아래로 보면 공포감이 생기는 절벽 길에는 바깥쪽에 펜스를 설치하여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절벽 길에서 폭포 건너편을 보아도 이쪽과 비슷한 모양의 붉은 바위절벽이 병풍을 두른 듯 펼쳐진다.
이러한 절벽에도 바위틈에서 작은 나무들이 자라면서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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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절벽 중간부분을 돌아 가파르게 내려서자 웬트워스폭포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폭포는 제이미슨 크리크(Jamison Creek) 절벽 위에서 시작되어 187m 높이의 크고 작은 계단형 3단 폭포로
워터스 밸리(Waters Valley)까지 이어진다. 폭포수는 부챗살처럼 넓게 흩어지면서 부드럽게 떨어진 후
높이와 규모를 줄이면서 두 번째, 세 번째 폭포가 된다. 주변의 기암절벽은 거칠고 위압적인데, 폭포는 의외로 부드럽고 포근하다.
폭포는 어렵사리 절벽사이를 뚫고 내려온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씻어주고 맑고 신선한 기운을 채워준다.
폭포 아래에 서 있는 사람들은 피부색도, 살고 있는 나라도 다르지만 이 거대한 자연의 품안에서 순수한 영혼이 된다.
블루마운틴을 유럽인으로 처음 탐험한 사람들은 그레고리 블랙스랜드(Gregory Blaxland),
윌리엄 웬트워스(William Wentworth), 윌리엄 로슨(William Lawson)이다.
이들은 1813년 거대한 블루마운틴을 횡단해 광활한 목축지를 개척함으로써 주목을 받았다.
특히 윌리엄 웬트워스는 19세기에 자치정부 수립에 필생의 노력을 기울여 1855년의 뉴사우스웨일스 헌법으로 결실을 보았다.
1853년에는 호주에서 최초로 연방정부를 제안했으며 1861년 상원의장에 취임했다.
또한 초등의무교육제를 확립하고 1850년 시드니에 호주 최초의 대학교를 설립하는 데에도 기여한 인물이다.
웬트워스폭포는 이분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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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을 따라 이어지는 ‘National Pass Track’을 따라 걸으려했으나 출입이 통제되어 오던 길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덕분에 아찔한 절벽 길을 걸으며 천하절경을 다시 한 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이정표에는 폭포까지 왕복 1시간이라고 기록돼 있으나 아름다운 경관을 충분히 감상하고 걷다보니
2시간 가까이 걸려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로 올라설 수 있었다.
-세자매바위(Three Sisters 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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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트워스폭포 트레킹을 마친 우리는 블루마운틴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에코 포인트(Echo Point)로 향한다. 세자매봉을 비롯한 블루마운틴의 광활한 산맥을
가장 넓게 바라볼 수 있는 에코 포인트에 도착하니 명성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에코 포인트에 들어서자 세자매봉(Three Sisters)이 우리의 시선을 압도한다.
세자매봉은 블루마운틴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힌다. 세자매봉은 수천만 년에 걸친 풍화작용으로
새 개의 바위 봉우리 형태가 된 사암으로 제미슨 밸리 절벽 사이에서 높이 솟아 있다.
이렇게 오묘하고 아름다운 봉우리에 전설이 없을 수 없다.
아주 오랜 옛날 푸른 숲이 울창한 작은 마을에 예쁜 세 자매가 살고 있었다. 이들의 미모를 탐낸 마왕은
세 자매를 모두 아내로 삼고자 했다. 마왕이 마을로 쳐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세 자매는 두려움에 떨며 산으로 피신했다.
주술사였던 세 자매의 아버지는 딸들을 바위로 만들어 일단 마왕의 손길을 피하기로 결정하고,
딸들을 산기슭의 봉우리로 둔갑시킨다. 이들이 돌로 변했다는 소식을 들은 마왕은 분노해 세 자매의 아버지를 죽인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주술을 풀지 못한 세 자매는 결국 영원히 바위로 남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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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포인트의 매력은 세자매봉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야를 조금만 넓히면 여기저기 산줄기에서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지고, 바다처럼 잔잔한 산비탈은 푸르게 빛이 난다.
멀리서 잔잔하게 다가오는 산등성이들은 지평선을 이룬다.
이처럼 블루마운틴은 남성다운 기암절벽과 잔잔하고 푸른 숲의 여성다운 부드러움이 공존한다.
더군다나 블루마운틴은 전체면적 21만㏊ 중 70%가 아직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원시 자연 그대로라고 하니,
짙푸른 초록빛 안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모를 일이다.
블루마운틴은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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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 포인트에서는 여러 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지만 우리는 세자매봉까지만 다녀오기로 했다.
‘Three Sisters Walk’라 쓰인 이정표에는 세자매봉까지 왕복 20분 걸린다고 쓰여 있다.
에코 포인트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세자매봉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다.
세자매봉 중 첫 번째 봉우리 중간에는 10여 명 정도의 사람이 들어설 수 있는 움푹 파인 공간이 있어,
에코 포인트 쪽 암봉과 다리로 연결해 놓았다. 이 다리를 허니문 브릿지(Honeymoon Bridge)라 부른다.
서로 마주보며 그리워했지만 만날 수 없었던 두 바위봉우리는 이 다리가 놓임으로써 부부가 되었다.
허니문 브릿지라는 이름으로 하여금 이런 상상을 가능케 한다.
부부가 된 두 바위봉우리는 서로 마주보며 웃음꽃을 피운다. 그 사이로 블루마운틴 능선들이 잔잔하고 평화롭게 펼쳐진다.
조금 전에 올랐던 에코 포인트에서 이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까마득해 보인다.
깊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깊고, 상상을 초월한 오묘함이 저 많은 사람들을 원시적인 자연의 세계로 인도를 한다.
(2019. 1. 3)
*여행쪽지
-블루마운틴은 시드니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면 대부분 찾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거대한 산군을 이루고 있는 블루마운틴 탐방은 세자매봉을 볼 수 있는 에코 포인트와 웬트워스폭포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두 지역 모두 몇 개의 트레킹 코스가 있어 시간과 체력에 따라 선택해서 걸을 수 있다. 20~30분에서 5시간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다.
-자동차로 시드니에서 웬트워스폭포 주차장까지는 60km 정도로 1시간 걸린다. 열차로는 시드니 센트럴역에서 웬트워스폴스역까지 1시간 50분, 에코포인트 입구 카툼바역까지 2시간 걸린다.
-에코 포인트로 들어가는 입구에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과 카페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