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존재하는 모든 것 중에서 가장 빠른 것이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빛의 속도는 1초에 지구를 7곱 바퀴 반을 돌고, 지구에서 달까지 빛이 도달하는 시간은 1.3초라고 한다. 그러니까 천문학자들이 별들 사이의 거리를 말하기 위해서 말하는 1광년이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이니까 말 그대로 상상이 불가능한 천문학적인 거리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천문학자들은 지금 우리가 하늘에서 보고 있는 별빛들은 아주 과거의 별들의 모습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어떤 것들은 1억년이나 100억년 이상의 거리에서 지구에 도달한 것이니, 논리적으로 어떤 별들은 이미 오래전에 소멸한 것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빛과 동일한 속도와 거의 동일한 원리를 가지고 있는 전파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과학자들은 우주 탄생 당시에 발생한 전파들(우주배경복사)을 수집하여 우주의 나이를 측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지금 지구에서 발생한 전파들이 수 억 년이 지나고 우주의 저편에 닿으면 어쩌면 상당히 진화한 다른 생명체들이 인류의 존재를 알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두 가지 의문이 든다.
첫 번째는 빛과 전파의 존재 조건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빛이건 전파이건 일단 한 번 발생하면 100억년 이상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니, 빛이나 전파는 한 번 발생하면 거의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빛도 전파도 일종의 물리적 존재라고 한다면, 물리적 존재란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에너지원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불이 계속 존재하기 위해서는 석유나 가스가 공급되어야 하고 전등의 불빛도 전기가 가해져야 계속하여 빛을 발산할 수 있다. 그리고 “엔트로피의 법칙”에 의해서 빛이든 전파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소멸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어떻게 수백억년 전 우주 초창기에 발산된 빛이 그 근원인 항성이 소멸하였는데도 아직도 소멸되지 않고 존재하고 있는지 이상하다. 이들은 어디에서 자신들이 계속 존재할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 받는 것일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2차 세계대전 때에 수많은 폭발이 있었고 섬광이 번득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목성이나 토성에 외계인이 있었다면 천문 망원경으로 그 섬광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섬광의 빛들은 아직 소멸되지 않고 우주 어딘가에 날아가고 있다는 것인가? 너무 작은 섬광이어서 소멸하였다면 빛이 어느 정도 밝거나 크면 소멸되지 않고 계속 지속할 수 있는 것인가? 작은 빛이 소멸한다면 큰 빛도 시간이 많이 지나면 당연히 소멸되어야 하지 않을까?
둘째, 만일 한 번 발생한 빛은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손전등을 가지고 강 건너편으로 빛을 쏘면 마치 물줄기가 순간적으로 발산되어 가듯이 (사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겠지만) 긴 줄을 그리며 강 건너편에 닿는다. 하지만 이후 손전등의 버튼을 꺼서 전기를 차단하면 빛은 바로 사라진다. 그런데 이 손전등을 2초 동안 달을 향해 비추고 이후 손전등을 껐다면, 이 빛은 그 속도에 의해 달을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빛을 비춘지 1년 정도가 지나면 달에서는 더 이상 (아무리 성능이 좋은 망원경으로도) 손전등의 빛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이처럼 어떤 별이 폭발하여 없어지고 나면 더 이상 별빛이 없을 것이니, 이미 발생되어 빛의 속도로 날아가는 빛줄기만 어디엔가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 빛줄기가 지구를 지나쳐 버렸다면 그리하여 더 이상 지구에서는 관찰할 수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우주 초창기나 아주 오래전에 존재 하였던 항성 중에서 이미 사라진 것들의 빛 줄기들은 매일 같이 지구를 지나쳐 저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별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구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다. 항성들이 수천조개나 된다는 것을 가정하면 무수히 많은 별빛들이 최소한 하루에도 몇 개씩 지구를 지나쳐서 저 먼 공간으로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논리라면 지구에서는 매일 몇 개 정도의 별빛은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어제나 일주일 전에 혹은 일 년 전에 보이던 별 빛이 사라져 버렸다는 말은 결코 하지 않는다. 도무지 어떻게 된 것일까? 수억년 전에 폭발한 어떤 항성의 빛줄기는 왜 빛의 속도로 지구를 지나쳐 버리지 않고 아직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일까?
이 두가 지 의문에 대해 누군가 설명을 좀 해주었으면 좋겠다!
여분으로 다른 하나의 질문 : 우주 초창기의 별빛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존재한다면, 별들이 계속 소멸하고 탄생하니, 우주에서는 계속 별 빛이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인데, 왜 과학자들은 우주 안에 빛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 것일까?
첫댓글 안녕하세요 교수님, 항상 흥미로운 문제 제기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여러 과학적 개념을 찾아보며 저도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1. 빛과 전파는 왜 그렇게 오래 존재하는가?
빛과 전파는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매질 없이도 진공을 통해 무한히 이동할 수 있는 파동입니다.
즉, 한 번 생성되면 외부에서 특별히 흡수되거나 산란되지 않는 이상 계속 이동하며 소멸하지 않습니다.
빛은 에너지를 계속 소모해서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불빛이나 전등은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하지만, 우주 공간을 가는 빛은 이미 생성된 ’광자(빛입자)’가 운동 에너지를 지닌 채 이동하는 것입니다.
물체를 던지면 굴러가듯, 빛도 한번 “발사되면” 그냥 계속 가는 것이죠. (※ 물론 우주 팽창에 의해 파장이 늘어나 에너지가 줄어드는 현상은 있지만, 이는 ‘소멸’과는 다릅니다.)
엔트로피 법칙과의 충돌 문제는 엔트로피 증가는 고립된 계 안에서 질서가 무질서로 변한다는 것인데,
빛 자체가 열역학적 계(system)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2. “한 번 발생한 빛은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빛은 ‘계속 스스로를 내는’ 게 아니라, 한 번 방출된 광자가 외부에 흡수되지 않는 한 계속 직진하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입니다.
즉, 빛이 계속 존재하려면 에너지가 계속 공급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예: 손전등을 껐다면 더 이상 새로운 빛은 생성되지 않지만,
이미 나간 빛줄기는 그 순간부터 독립된 존재로 우주를 계속 여행하게 됩니다. 마치 총알이 발사된 뒤에 계속 날아가는 것처럼요.
이 빛은 계속 직진하지만, 지구를 지나친 후에는 더 이상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빛이 ‘영원히 머무는 게 아니라’, 한순간 지구를 통과하고 지나가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별이 사라졌다면 언젠가 그 빛도 더 이상 도달하지 않게 됩니다.
다만, 대부분의 별은 수십억 년 동안 지속되기에, 우리가 ‘지금 보는 별빛’이 갑자기 사라질 일은 인간 시간 감각으로는 매우 드문 일이기에 천문학자들이 어제 보이던 별빛이 사라졌다”고 자주 이야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번외. 왜 우주의 빛은 계속 늘어나지 않는가?
별은 계속 태어나고 사라지는데, 왜 우주에서 ‘빛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말을 하지 않을까?
사실 우주는 계속해서 빛을 방출하고 있고, 과학자들도 우주 전체에 퍼져 있는 미약한 ‘빛의 총량’을 연구합니다.
그 중 하나가 우주배경복사(CMB)입니다. 하지만 우주는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빛은 점점 희미해지고, 파장은 길어지고, 새로운 별이 내는 빛도 점점 덜 도달하게 됩니다.
즉, 우주의 ‘빛 에너지 총량’은 늘어나지만, 관측 가능한 빛의 총합은 일정하거나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빛은 한 번 방출되면 외부 방해가 없으면 오랜 시간 우주를 여행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별빛은 과거에 출발한 빛이 지금 도달한 것으로, 별이 사라져도 그 빛은 계속 도달합니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고, 별은 생멸을 반복하므로, 전체 빛은 복잡하게 변화하지만 우리가 “당장 더 밝아지는 우주”를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교수님의 질문 덕분에 천문학과 물리학의 여러 중요한 개념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