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일본인을 싫어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한국인이 일본인을 싫어하는 이유는 너무 많고 넘쳐 일일이 다 열거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일본인은 한국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주 최악입니다. 오늘(2019.12.30)자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조사를 보면 일본 국민들이 ‘한국·미국·중국·러시아’ 등 이웃 네 개 나라 가운데 러시아와 더불어 한국을 가장 친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에 대한 친밀도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참고로 일본은 싫어한다는 표현보다는 좋아하지 않는다 또는 친하게 여기지 않는다라는 단어를 즐겨 쓰는 편입니다. 마이니치 신문은 아사히 신문과 함께 일본내에서 몇안되는 중도주의를 표방하는 정론지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마이니치 신문의 조사결과가 그렇다면 다른 우익매체의 조사결과는 보나마나한 이야기입니다. 일본과의 친밀도는 미국이 가장 높고 그 다음 중국 그리고 러시아 한국 순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사와다 가츠미 마이니치신문 외신부장은 현재 일본내 반한 기류가 ‘최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1999~2004년 서울 특파원으로 근무한 뒤 일본으로 돌아올 때만 해도 일본내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상당했다. 하지만 2010~2015년 서울 체류 후 다시 일본에 왔을 땐 안 좋은 쪽으로 완전히 달라졌다” 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10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런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지난 2010년도로 되돌아 가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 다시말해 미국과 중국의 체제가 공고화됩니다. 2010년엔 일본이 중국에 세계 2위 경제국(국내총생산 기준) 자리를 내주고 맙니다. 일본인들의 심적 타격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였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자존심이라는 소니가 한국의 삼성에게 덜미가 잡히고 맙니다.
2000년대말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되면서 삼성전자 영향력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이에반해 세계적 명성을 자랑했던 일본 IT(정보기술) 기업들은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2010년에 일본안에서 삼성이 소니를 능가한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일본인들의 입장에서는 생각하기도 싫은 쓰디쓴 소문이었겠죠. 그때부터 급격하게 한국을 싫어하는 이른바 혐한정서가 번지기 시작합니다. 방심하던 일본인들이 뒷통수를 야무지게 얻어 맞는 그런 형국이 돼 버렸습니다.
그러다면 2010년 이전에 일본인들이 한국을 좋아했을까요. 위에서 마이니치 신문 부장이 호감도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호감도라는 뜻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일본말은 속뜻을 잘 헤아려야할 때가 많습니다. 호감이라는 것은 좋아한다기 보다 싫어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아주 싫어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36년동안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로 삼았지요. 그리고 2차대전때 패망했지만 한국전쟁으로 더 부강하게 됐지요. 자신들은 세계 최강 가운데 한나라로 우뚝 선 반면 세계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인을 일본인이 사람 취급을 했겠습니까. 그저 불쌍한 민족이로고...그렇게 생각했겠죠. 그 당시 한국과 일본의 격차는 50년이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습니다. 이말은 한국이 도저히 일본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리고 당시 한국인들 일본제품이라면 사족을 못썼습니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일본에 갔다오는 사람들의 손에는 일본 조지루쉬사의 코끼리 밥통이 으레 들려져 있었지요. 일본인들 빈정대면서도 자기들 물건을 많이 사가는 한국인이 아주 싫지는 않았겠죠. 야만인, 미개인 거지나라 한국인들이 불쌍하게도 보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본인들 한국 기술자들에게 뭔가 가르쳐 주기도 했습니다. 한때 한국 기술자들 일본에 연수를 많이 다녀 왔습니다. 우리가 학교 다닐때 반에서 일등이 반에서 꼴찌하는 아이에게 일종의 선심 베풀듯 그렇게요. 꼴찌에게 뭘 가르쳐줘도 그 아이가 자기의 위치를 넘볼 가능성은 제로였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런 선심 베풀기가 일어나는 것이지요. 필기 공책도 빌려주고 시험에 나올만한 것도 일부 가르쳐주고... 그런데 반 골찌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오더니 어느새 자신과 비등한 위치에 올라섰고 수학만은 자신이 전교 최고였는데 아니 이 친구가 수학에서 자신을 이겼다 그러면 여러분은 어떻겠습니까. 눈이 뒤집히지요. 그 친구 미워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정말 미워 죽겠지요. 필기 공책을 안보여주는 것은 물론 사사건건 트집잡고 험담하고 그러지 않겠습니까. 저 아이 쪽집게 과외받아 그렇다 아니면 선생님 구어삶아서 시험문제 미리 알았다 등등.
바로 일본인들이 2010년부터 느낀 감정이 이런 것이겠지요. 그런데다 자신들은 벌써 끝났다고 생각한 위안부문제나 배상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국제법대로 하자고 주장하니 뒷통수 맞은 것도 분한데 뺨까지 얻어 맞게 생겼으니 그 분노가 상당했을 것이라고 조금은 짐작이 가는 부분입니다. 그런 상황속에서 올해(2019년) 6월말에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아베는 세계의 20개국 정상을 도쿄에 모아놓고 폼을 멋들어지게 잡으려고 계획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은 주최자인 아베 자신이 아니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인 것처럼 비쳐지니 죽을 맛이지요. G20 정상회담이 끝난뒤 한국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데 이것이 더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는 것이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날 한국을 방문했으며 급기야 판문점에서 전혀 예상밖의 북미정상회담까지 하니 일본 G20의 성과는 그냥 땅에 묻히고 맙니다. 세계 언론들의 관심사는 판문점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이어서 남북미 삼국 정상들의 만남이 세계적인 톱뉴스가 되고 말았습니다. 일본의 아베는 분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가 발표됩니다. 언젠가는 빼들 칼이였지만 너무 분한 나머지 앞뒤 가릴 형편이 못됐을 것입니다. 아베 이 양반 아주 영악한 사람입니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 어떤 것이라도 이용하고 도출해 낼 그런 위인입니다. 일국민들이 한국에대해 느낀 혐한 정서를 교묘히 이용해 이런 경제보복이라는 경제 전쟁을 일으킨 것입니다.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한 식민지 시절을 이렇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정말 미개한 나라에 철도 놓아주고 다리 놓아주고 도로 깔아주고 이것 저것 다 해줬더니 뭐 지금와서 배상금을 달라...일본이 아니면 아직도 북한정도의 경제수준을 넘지 못할 거지 나라가 고맙다고는 못할 망정 뒷통수를 쳐 이런 감정이라고 합니다. 제가 아는 모 방송사 주한 일본 특파원에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한국에 있는 친일파들도 똑같은 주장을 펴고 있기도 합니다.
일본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만큼 일본은 우리에게 참으로 특이한 나라입니다. 너무 오래전부터 격한 감정이 응어리져 있습니다. 일본은 일본대로 한때 상대가 절대 되지 않았던 열등국 한국에 대한 감정이 이제 미움으로 바뀌어 일본내 혐한 감정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상황이 50년전에만 있었어도 전쟁 여러번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일본이 무력으로 한국을 칠 수는 없지요. 당연히 미국이 있고 중국 그리고 러시아 게다가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일본을 쪼려보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남북관계가 심상치 않지만 그래도 일본이 감히 한국에 무력으로 주먹을 날릴 형편은 못된다는 것이지요.
전세계에서 국경을 마주보고 있는 나라들 가운데 관계가 좋은 나라는 없습니다.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망정 숱한 전쟁을 겪었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 영토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나마 아이러니하게도 핵무기라는 것이 있어 각국간에 전쟁을 자제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한일 관계도 마찬가집니다. 한일이어서 더 사이가 안좋은 것이 아니고 숙명적으로 한일은 천적이 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런 천적관계이기 때문에 서로 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여러분야에서 상당한 발전을 가져 온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일본에 더 이상 질 수는 없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일본을 정말 따라 잡을 것 같기도 합니다. 국민들이 똘똘 뭉친다는 대전제하에서 말입니다.
2019년 12월 30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