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반쪽♡금쪽이>
심바이야기
• 이름 : 심바 (2살)
• 종족 : 러시안 블루
• 의미 : 영화 <라이온 킹>의 주인공 심바처럼 ‘강하게’ 자라라.
• 특징 : 조용하고 순하며 인간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지극, 교감 능력이 뛰어남
#워커홀릭_ 능력자의 반전
일이면 일! 공부면 공부! 뭐든 완벽하게 해내는 능력자.
세상 불공평하게도 너무 이쁜 데다가 인간성마저 좋은 워커 홀릭.
동물에 관심 없고 심지어 싫어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인간.
바로 엄마였어요.
제가 이 우주의 빛을 본 지 77일째 되는 어느 날,
이 능력자의 인생그림 속으로 들어가 차가운 블루톤을 따스한 핑크톤으로 바꿔놓게 된답니다.
#전생이 있다면_ 우리는
육아와 직장일, 대학원 공부로 바쁜 와중에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겹쳐 엄마의 마음이 황무지가 되어가던 어느 날, 우린 만났어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었는데 엄마는 저를 만나고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얼굴엔 미소가 자주 떠오르고, 목소리에 윤기가 나고, 무겁던 발걸음이 사뿐사뿐~~
기억할 수 없는, 우주의 시간 속 어디에선가 한 번쯤 만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생이 있다면 저는 엄마를 짝사랑하다 고백도 못한 남자친구이거나, 엄마의 엄마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요.
왜냐구요?
집에선 엄마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영락없는 ‘멍냥이(멍멍이를 닮은 고양이 ㅎㅎ)’거든요.
잠시라도 엄마를 못 보면 입안에 가시가 나려고 해요.
가정과 일터의 구분을 철저했던 엄마였는데 제가 외로울까봐 6개월 동안 매일 저를 품에 안고 출근했어요. 감동…. 엄마와 눈을 고요하게 마주보는 순간… 울컥.
인간에게서 받은 많은 상처들이 보여요. 위로를 보내요..
#내 삶의 시간을 줄여서라도_ 너에게
평소와 다름없이 나를 부르는 다정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요.
그런데 몸이 움직이질 않아요.
숨 쉴 힘이 없고 온몸에서 털이 뭉텅뭉텅 빠지기 시작해요.
2살 아기고양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병명은 ‘고양이 복막염’. 치사율 100%.
다른 인간들은 엄마에게 저를 포기하라고 이야기했어요.
병원 앞길에서 엄마는 모든 걸 잃은 사람처럼 펑펑 울고 있었어요.
저를 살리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국으로 치료법을 찾아 헤맸어요.
5년간 기다렸던 연수도 기꺼이 포기했어요.
‘제 삶의 시간을 줄여도 좋으니 저 녀석을 살려주세요.’
엄마의 간절한 기도가 통했는지 ‘대체치료법’을 찾게 되었어요.
70일 동안, 매일 아침 9시, 정해진 시간에 ‘주사’를 맞아야 했어요.
통원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엄마는 주사 놓는 법을 배웠어요.
첫날 주사를 놓은 엄마의 손이 떨리고, 눈물이 떨어지는 걸 봤어요.
‘살고 싶다. 나를 위해, 엄마를 위해.’
끝날 것 같지 않던 독한 주사와 약물치료 100일이 지나고 비로소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나올 수 있었어요.
#인생 2회차_ 소소한 행복
요즘은 정말 인생 2회차를 사는 기분이에요.
별거 아닌 작은 일에도 행복을 느껴요.
세면대에 앉아 엄마가 아침 양치질하는 것을 바라볼 때!
미소지으며 나를 안아줄 때!
엄마와 나, 서로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며 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 좌동로 88번지 김○○님의 반려가족 심바의 마음을 전해드렸습니다.
/ 수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