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②참선에 대하여
석공 선사는 본래 사냥꾼인데 노루를 좇아 마조의 암자 앞을 지나다가 묻되 「나의 사슴 지나가는 것을 보셨습니까?」 하자 이에 마조가 뭇 되 「그대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저는 사냥꾼이 올시다.」 「그대 활을 쏠 줄 아는가?」 「예 압니다.」 「화살 하나로 몇 마리나 잡는가?」 「화살 하나로 한 마리씩 잡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활을 쏠 줄 모르는구나.」 「화상께서는 화살 하나로 몇 마리나 잡습니까?」
「나는 화살 하나로 한 무리를 쏜다.」 「피차에 서로 생명을 가졌거늘 어찌하여 잔인하게 한 무리씩이나 잡습니까?」 「그렇다면 그대는 어찌하여 자기를 쏘지 않는가?」 「저에게 자기를 쏘라 하시지만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이에 마조가 다시 말하되 「이 사람의 여러 겁에 쌓인 무명이 오늘에야 활짝 벗어지는구나.」 하니 석공이 활을 꺾어 버리고 시자가 되었다.
고정간선사는 처음에 강 건너서 덕산을 보고 멀리서 합장하면서 「안녕하십니까?」 하였더니 덕산이 부채로 부르는 시늉을 하매 선사가 갑자기 깨닫고 피해 달아난 것과 구지화상이 천룡의 한 손가락 세우는데 크게 깨달은 것 등이 이것이다. 그러므로 조사 문하에 쉬운 것을 주로 하고 어려움은 말하지 아니하니 왜 그러냐 하면, 어느 곳이든지 버드나무에 말을 맬 수 있으며 집집마다 문 앞의 큰길은 모두 장안으로 통해져 있다. 그 누가 분(分)이 없으며 그 누가 능히 하지 못하리오.
산 너머 연기를 보면 불이 난 줄 알고 담장 너머 뿔을 보면 소가 있는 줄 아나니 참으로 이른바 하지 않아서이지 능히 하지 못할 바는 아니로다. 부처와 중생이 한 이치로 고루 평등하고 범부와 성현이 둘이 아니건마는 다만 믿지 않는 것만이 유감이니 믿는 마음만 발하면 본래 생긴 천진 불성을 누구에게 양도하며 무슨 마음으로 물러 서리요.
그래서 화엄경에 이르기를 「믿음이 능히 여래 땅에 이르며 믿음이 능히 지혜의 공덕을 자라게 한다」 하셨다. 그런즉 신심을 내는 자가 곧 여래의 해명을 이룰 분이다. 오호라! 성현께서 태어나신지 오래되어 게으른 사람이 많고 부지런한 이는 적어서 자기의 일을 전부 망각하고 쓸데없는 탐ㆍ진ㆍ아만과 허망한 명상과 유위를 집착하여 마음을 돌이킬 줄을 알지 못하고 일생을 헛되이 보내서 어느덧 머리가 백발이 되었도다.
천당으로 갈지 지옥으로 갈지 앞길이 망망하니 누구를 탓하리오. 참선 못 한 내 탓이다.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니 쓸쓸하기 짝이 없고, 슬픔 바람 이는 곳에 바람 소리만 서늘하다. 황량한 풀밭에 부질없이 돌비석만 서 있고 녹양중에 공연이 종이 돈만 걸렸도다. 죽을 때를 당하여서는 이와 같은 비참한 경계를 면하지 못하나니 어찌 가석하지 아니하랴. 뜻있는 장부는 들어 보소. 옷 안에 밝은 구슬을 어째서 못 찾고 유리걸식 즐겨하며 집안의 보물 창고는 왜 버리고 비렁뱅이 거지는 못 면하나. 옷 가운데 밝은 구슬을 속히 찾고 집안의 보물창고를 얻었다면 사대 색신이 헛된 줄을 관하시고 육진의 인연 그림자가 실 됨이 없는 줄로 각오하시오. 불조의 성실한 말을 초하여 베껴서 말하라면 바닷물로 먹을 갈아써도 다 하지 못하오나 진실한 공부를 얻으려면 많은 말이 필요 없으니, 그러므로 나옹조사가 이르신 말씀인즉 백천 가지 방편과 억만 가지 설화가 이곳에는 쓸데없다 하셨습니다.
한 선화자가 곁에 있다가 미소하여 이르기를 「위의 갈등이 모두 잘 아시는 말이거늘 첫머리에 달려들어 선을 알지 못한다는 말은 그 뜻이 어디에 있습니까?」 내가 말하기를 「너는 어찌 듣지 못했는가. 부처는 무식이라 하고 달마는 불식이라 하고
육조는 불회불법이라 하셨느니라.」 「어찌하여 불식 불회이닛고?」 「불식 불식이요 불회 불회니라.」 「저가 실로 어둡고 우둔하여 낙처를 모르오니 자세히 일러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불회의 회처가 곧 불식처요 식의 불식처가 곧 이회의 불회처니라.」 「그러면 회와 불회, 식과 불식이 둘이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그대가 무엇 때문에 스스로 엎치락 뒤치락 하는가?」 「어느 곳이 저의 엎치락뒤치락하는 곳입니까?」 「회와 식을 들으면 회와 식의 해석을 하려하고 불회와 불식을 들으면 불회와 불식으로 해석하려 하니 이것이 곧 말을 따라 해석하려는 것이라 어찌 엎치락 뒤치락이 아니겠는가?」 「그러면 말을 따라 해석하려 들지 않는다면 도에 계합 하나이까?」
「그만두어라. 말하지 마라. 나의 법이 오묘해서 생각하기 어려우니라.」 「그 생각하기 어려운 오묘함을 통하여 주소서.」 「푸른 바다가 마르는 것을 볼지언정 마침내 그대에게 통해 줄 수는 없느니라.」 선화자가 망연하여 물러가거늘 내가 「사리야」 하고 부르니 선화자가 돌아보거늘, 내가 이르기를 「이 무엇인고!」하니 선화자가 말을 하려 하거늘 할! 일할 하니라.
『193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