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일요일.
이번에도 2주만에 갔는데 왠지 오래간만에 가는 느낌이었어요.
세연이가 여름방학 중이라서 캠프도 가고 장구도 배우고 매일 바빠서 그런듯합니다.
여름방학의 마지막 날입니다. 개미활동 첫 날이 7월 24일, 방학식 다음날. 개미활동 3번째 날은 개학식 전날입니다.
요즘 초등학교는 여름방학을 3주간만 하고 겨울방학이 2달이에요. 봄방학없이 1,2월 내내 방학이랍니다. 개미활동 3번하니 여름방학이 다 가버렸어요.
9707버스 환승이 곧장 되어서 평소보다 일찍 도착했어요. 컨테이너 사무실에 이름표가 여러개네요. 드디어, 다른 봉사자분들과 같이 할 수 있구나!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숲의 향연에서 뵈었던 박채연님과 처음뵙는 설예원, 김가연, 신승은, 김진경님이셨어요.
20대 여성이 5명이나 한뜻으로 모이다니 그 자체로 감동이었죠. 이미 김성란박사님과 잘 알고 친하게 지내시는 것 같았어요. 김성란 박사님이 말 놓고 편하게 대하시는 것을 보니 너무 부러웠답니다^^
8월 23일은 노고시모 14주년입니다. 한강조합은 8월 25일에 6주년이고요.
두 단체 모두 제가 좋아하는 분들이라 서로를 축하하는 동영상을 부탁드렸어요. 8월 23일에 한강조합 6주년기념 후원의밤 행사를 하는데 축하동영상을 모으고 있거든요. 다들 흔쾌히 같이 찍어주셨어요!
저는 노고시모를 축하하는 편지를 쓰고 세연이는 뒷면에 다람쥐와 도토리를 그려와서 박사님께 전해드리고 출발했습니다.
(세연이가 엄청 정성스럽게 그린 다람쥐그림 사진 첨부할게요^^)
확실히 오늘은 2주전 보다는 덜 더웠습니다. 나무자람터에 강덕희 활동가님 흐른님 계셨는데 흐른님 실물은 오늘 처음봤어요. 숲의향연 때는 몸이 안좋으셨는지 마스크를 하도 꽁꽁하고 계셔서 오늘이 초면입니다. 선한 인상에 정말 만지는 것마다 작품이 되는 분이셨어요. 강덕희 활동가님께 한강조합 6주년 축하 멘트를 부탁드리고 있는 사이에 흐른님이 어디론가 사라지셔서 동영상 안찍으려고 어디 숨으신건가 했더니 손에다 엄청 예쁜 꽃다발을 들고 나타나셨습니다. 금불초, 털부처꽃, 흰꽃여뀌 등이 어우러진 묶음인데 꾸지나무 속껍질로 매어내셨대요. 꽃의 높낮이와 흐름이 눈앞에 펼쳐진 음악입니다. 꽃꽂이를 아무리 배운다해도 타고난 예술가는 절대로 못따라가겠죠? 여린 들꽃과 들풀이 이런 꽃다발이 될 수 있다니 정말 감격적이었어요. 온실에서 길러서 실어나른 꽃다발이 아닌 그자리에서 손으로 지은 꽃다발이라니..
서로 둘러앉아 일단 소개를 했어요. 하나같이 예쁘고 똑똑한 빛나는 보석이셨어요. 2명은 취업하시고 1명은 연애에 돌입하시는 등 축하할 일도 많은 날이었습니다. 세연이는 한강조합 홍보대사 소개 멘트를 했고, 저는 숲의 향연이 계기가 되어 왔다는 이야기를 해드렸어요.
시작은 시드뱅크였습니다. 삽질로 흙떠서 황마마대에 넣고 가래열매 넣고 3~4회 반복 후 묶기. 이 과정에서도 삽질 요령, 마대 묶는 요령 등 직접 배워야 제대로 알 수 있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이번에는 씨드뱅크를 사면에 내리지 않고 자람터 주변 빈곳에 나란히 놓았습니다. 사면을 오르내리지 않기는 오늘이 처음이라 편했지요. 곧 9월에 나무심을 때는 어차피 인정사정 없을테지만 말입니다. 집씨통 털어서 10개 남짓 묘상에 심고 물주고, 털어말린 집씨통 골판지상자에 넣고, 묘상 흙 갈아엎기를 하니 일은 끝났습니다. 여러 명이서 같이 일해서 그런가 수월한 느낌이었어요. 역시 일손은 많을 수록 좋은가봅니다.
컨테이너에 와보니 뭔가 잔뜩 싸놓으셨더라구요. 직접 키운 가지, 감자, 오이고추와 어느 분이 가져다주신 무절임(밥도둑반찬용!) 세연이가 좋아하는 호두과자, 게다가 흐른님이 2021년에 병입하신 엉겅퀴청까지.. 엉겅퀴가 귀한 약재라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진짜 이렇게 정성을 들여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저와 세연이의 몫으로 2병이나 받았는데 1병은 아껴서 먹고(컨디션 안좋을 때나 감기 초기에 먹어야겠습니다. 당장은 뜯을 용기가 없어요..) 1병은 정말 필요할 때 다른 이를 위해 소중히 쓰이도록 보관해두겠습니다.
오늘도 집에 와서 정리하고 씻고 나니 8시가 되어 집 근처 상가의 까페로 갑니다. 오늘 세연이가 택한 빙수는 스누피의 초코빙수입니다. 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운 달콤한 빙수인데 아이는 이게 엄청 궁금했나봅니다. 팥빙수는 저번에 먹어봤으니 이번에는 초코빙수를 택했습니다. 눈꽃빙수에 초코시럽에 초코케익에 초코링과 오레오 쿠키에 따로 더 뿌리라고 초코시럽을 또 줍니다.
세연이 힘든 일을 하고 같이 먹는 빙수가 좋은가봐요. 평소에는 빙수 안사줘도 되고 사주지 말라고 합니다. 빙수 자체가 좋은 거면 평소에도 자주 사달라고 할 법도 한데 말입니다. 굳이 노을공원 갔다와서 엄마랑 씻고 먹겠답니다. 스스로 뿌듯하고 자신에게 상을 주는 기분인가봐요. 평소에는 외식도 배달도 하지 않는데, 빙수만큼은 저희에게 행복한 외식인 셈입니다^^
2024년 여름방학, 저에게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나 더 알게 되어서 매우 의미있었습니다.
9월에 가면 나무 심을 수 있겠지요? 9월 초에도 계속 더워서 나무가 힘들면 못심으려나요? 나무 심는 개미가 꼭 되고 싶은데..그래도 매미 기세가 덜해지고 밤에는 풀벌레가 우는 걸 보니, 가을이 오겠구나 희망을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