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진 앞니와 담배 한 모금, 그리고 입에 가져오는 트럼펫. 이윽고 들려오는 선율
그가 찌푸린 이마의 주름살, 눈빛, 맥 빠진 쉰 목소리마저 재즈가 된다.
에단호크가 만들어낸 이 모든 분위기는 영화의 전체 무드이자 동력이다.
먼저 그의 연기에 박수를, 그 덕분에 쳇 베이커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더랬다. "제인은 왜 그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남녀의 연애관점에서 그는 나쁜 남자다. 그의 인생은 음악 뿐이며 그의 곁에 그녀가 항상 머무르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예술의 관점에서 그는 음악 앞에 무릎 꿇은 자이다. 음악을 할 수만 있다면 영혼까지 팔고 자신을 파괴할 수도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스스로를 추스리며 약을 끊고, 트럼펫을 다시 잡아 연습하기 시작하고, 그녀를 향한 사랑에 책임감을 가지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음악을 향한 열정과 사랑, 그 순수한 고집이 가슴을 울린다. 아프고 짠하면서 응원하게 되더라. 그녀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천사의 혀로 노래하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시끄러운 심벌즈인 거야. 텅빈 채로 올라가지 말란 소리야."
하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거스를 수 없는 운명처럼 비극으로 귀결된다.
Birdland에서 그의 연주를 듣다 눈물을 흘리며 목걸이를 푸는 제인의 모습이 참 슬펐다. (예술가를 사랑하는 건 역시 힘든 일이다.)
그와중에 그의 음악은... 끝내주게 아름답고 슬프다. (음악이 이 시대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란 소리가 괜히 나온게 아닌가...)
연주가 끝난 후 관객들은 박수를 치고 제인은 떠난 상황에서 "born to be blue"를 외치기 전 마지막 그의 허탈한 웃음이 참...
Born to be blue의 삶을 선택한 그의 인생은 비극인 동시에 영화처럼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