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는 대자연 속에서 혼자 살아가지만 떠나지 못하는 김정환 씨(74살/입산 25년)의 사연이 소개돼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촉촉하게 적셨다.
김정환 씨는 해발 900m의 높은 봉우리로 둘러싸이고, 뱃길이 1시간30분에 달하는 넓은 호수로 가리어진 곳에 살고 있다. 아내가 소원하던 것을 이루기 위해 뗏목으로 일일이 자재를 날라 2년에 걸쳐 집을 짓고, 집 주변 곳곳 아내가 좋아하는 들국화를 심었다. 그러나 그는 지금 혼자다.
김정환 씨는 정말 박복하게 인생을 살았다. 6.25 한국전쟁에서 부모와 고향을 잃은 전쟁고아였다. 아버지는 한국전쟁때 북한으로 끌려 갔다. 어머니마저 한국전쟁 중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전쟁 고아가 된 그는 그냥 여기 저기 다니면 동냥을 하며 자랐다. 이것 저것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험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다 나이 15살에 고향에 큰아버지 부부가 살아 있다는 말에 걸어 걸어서 고향에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고생은 계속됐다.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탓에 누구보다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그는 이른 결혼으로 5남매를 낳았다. 그러나 아내는 젖먹이와 어린 아이들을 남겨두고 병명도 모른 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막내 아이를 팔베개하며 젖을 먹이다 그냥 숨지고 말았다. 아이를 끌어 안은 채로...그는 몇날 며칠을 아이들과 울고 지냈다. 5남매를 혼자 키웠다. 동네 아낙네들에게 사정해 젖동냥을 해가며 아이들을 키운 것이다.
하늘을 원망하며 홀로 어린 5남매를 건사하던 그에게 어느 날 한 사람이 다가왔다. 김씨의 딱한 사정을 잘 아는 이웃들이 나서서 중매를 한 것이다. 들꽃을 좋아하던 심성 고운 여인은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가 돼줬고, 그의 고단함을 덜어줬다. 힘든 생활 속에서도 웃음을 항상 잊지않는 고마운 여인이었다. 아이들도 새엄마를 잘 따랐고 자식들을 다 시집 장가 보냈다.
자기 희생적으로 삶을 사는 부인을 위해 김정환 씨는 남은 인생은 오직 아내를 위해 살리라 결심했다. 아내가 원하던 자리에 집을 짓고, 고기를 잡고 약초와 나물을 뜯으며 둘만의 행복을 채워갔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두 번째 아내마저 유방암으로 허망하게 보내야 했다.
그는 아내가 생전에 좋아하던 자리에 유골을 묻어 주었다. 아내가 떠난 뒤 이곳을 떠날 생각도 했지만 아내와의 추억이 그를 가지 못하도록 잡았다. 아내가 떠난 지 벌써 7년이 지났다.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내의 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한참을 머문 뒤 집으로 돌아간다. 그의 터를 찾은 윤택을 데리고 아내의 자리를 다시 찾았다. 그의 등산용 가방에는 들국화 씨가 가득 들어 있다. 그는 아내의 자리에 들국화씨를 뿌린다. 아내가 특히 좋아했던 들국화... 5월중순이면 싹이 나고 아내의 자리에 들국화가 가득할 것이다. 그러면 아내는 즐거워하겠지...
아내는 강가에서 낚시하는 것을 즐겼다. 처음에는 자연인이 낚시하는 것을 바라보다 조금 배우더니 아주 솜씨가 좋아 제법 큰 고기를 낚기도 했다. 자연인은 강가에 앉아 낚시를 한다. 물고기를 잡는 것을 즐기기 보다 아내 부재의 외로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다.
그는 바라는 것이 너무도 검소하다. 욕심없이 지금 이대로 살다가 편하게 떠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더 바랄 것도 더 욕심낼 것도 없다. 자신에게 그나마 짧은 행복을 선사하고 떠난 아내의 추억이 가득 담긴 이곳에서 잘 있다 아내의 뒤를 따라 가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서 그야말로 무소유 그리고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느껴진다. 들국화 당신을 부르는 소리가 호수가를 맴돈다. 김정환씨의 이야기는 2017년 3월 22일 방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