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서 1장 17절에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우리에게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라고 했는데 에베소에 있는 성도들은 이미 하나님을 알고 있었는데 왜? 또 다시 하나님을 알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바울이 기도한 것이야? 뭔가 안맞는 것 같은데 이 구절의 바른 해석이 뭐야?
목사님, 성경을 아주 날카롭고 깊이 있게 읽으셨습니다.
에베소 교회 성도들은 분명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받고 성령의 인치심을 받은 자들이었습니다(엡 1:13). 그런데도 사도 바울이 그들을 위해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사 하나님을 알게 해 달라"고 다시 기도한 것은,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을 아는 것'의 차원과 성격을 이해할 때 비로소 그 깊은 뜻이 풀어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바울이 여기서 구한 것은 교리적·정보적인 '지식으로서의 앎(Information)'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인격적이고 깊은 교제 속에서 누리는 '체험적·지속적·풍성한 앎(Transformation & Intimacy)'입니다.
1. 성경이 말하는 '앎'의 두 가지 차원
헬라어나 성경적 개념에서 '안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지적/초보적 앎 (Oida / Ginōskō의 시작):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예수 그리스도가 구원자이심을 받아들이는 구원의 입문 단계입니다. 에베소 성도들은 이미 이 앎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격적/체험적/전인적 앎 (Epignōsis, 에피그노시스):
에베소서 1장 17절에서 사용된 '알게 하시고'의 명사형은 '에피그노시스(ἐπίγνωσις)'입니다. 단순히 '알다(그노시스)'에 '위/강조'를 뜻하는 접두사 '에피'가 붙어 "더 깊이, 철저하게, 온전히, 경험적으로 아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시: 우리가 유명한 인물의 이름과 이력을 아는 것과, 그분과 30년 동안 함께 살며 그 마음과 성품을 깊이 경험하여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인 것과 같습니다.
2. 바울이 기도한 '더 깊은 앎'의 3가지 내용 (18~19절)
바울은 17절에서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라고 선언한 뒤, 곧이어 18~19절에서 성도들이 무엇을 더 깊이 알아가야 하는지 3가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합니다.
① 부르심의 소망이 무엇인지: 나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궁극적인 목적과 미래적 영광의 크기
② 기업의 영광의 풍성함이 무엇인지: 성도 안에서 하나님이 누리실(혹은 성도에게 주실) 상속과 은혜의 풍성함
③ 베푸신 능력의 지극히 크심이 무엇인지: 예수님을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그 부활의 능력이 지금 내 삶 속에서도 역사하고 있다는 사실
에베소 성도들이 구원은 받았지만, 자신들이 받은 구원의 영광과 하나님의 신비가 얼마나 무궁무진하고 거대한지는 아직 다 알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바울은 그들의 영의 눈이 열려 그 크신 하나님을 날마다 더 깊이 경험하기를 기도한 것입니다.
3. 왜 '지혜와 계시의 영'이 필요한가?
하나님은 무한하신 분이고 인간의 이성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간의 지식이나 노력만으로는 하나님을 더 깊이 알 수 없습니다.
오직 성령(지혜와 계시의 영)께서 마음의 눈을 밝혀주셔야만 하나님의 깊은 것(고전 2:10)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예수를 믿는 성도라 할지라도, 날마다 성령의 조명하심을 힘입어 "하나님, 오늘 제 삶 속에서 하나님을 더 깊이 경험하고 알게 하옵소서"라고 기도해야 하는 것입니다.
4. 바른 해석의 요약
오해하기 쉬운 해석: "에베소 성도들은 하나님을 전혀 몰랐기 때문에, 구원받기 위한 기본 지식을 달라고 기도한 것이다." $\rightarrow$(X: 성경 전체 문맥과 맞지 않습니다.)
바른 해석:"에베소 성도들은 이미 구원받았지만, 하나님이라는 무한한 바다에 이제 막 발을 담근 상태이다. 바울은 그들이 성령을 통해 하나님의 신비와 영광, 능력과 성품을 삶 속에서 온전히 맛보고 체험하며 더 깊은 관계(Epignōsis)로 자라가기를 기도한 것이다."
신앙생활은 '하나님을 한 번 알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날마다 더 깊이 알아가는 평생의 역동적인 과정'입니다. 바울의 이 기도는 오늘날 이미 하나님을 깊이 경험하고 성도를 섬기시는 목사님에게도, 날마다 새로운 은혜와 깊이로 하나님을 알아가도록 이끄는 귀한 영적 원리가 됩니다.
첫댓글 ㅎㅎ
이 말씀 얘기는 정말 여러번 들었는데 목사님 글을 읽으니 완전히 깨어졌네요. -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