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정의
INRAG에 따르면 원전 노후 유형은 크게 물리적 경년열화와 기술적 경년열화로 나뉜다. 기술적 열화는 부품 공급 문제, 기술 인력의 은퇴 등의 문제와 원자로 설계 방식 자체가 오래된 문제로 분류되며, 후자의 경우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문제와 직결된다.
물리적 경년열화란 온도와 응력, 전리 방사선 등의 변화로 인해 가동 기간에 비례해 계통과 부품, 구조 등의 품질이 저하되는 메커니즘이다. 쉽게 말해 시간이 흐를수록 노후화가 심각해진다는 개념이다. 경년열화관리프로그램(AMP)이 있지만, 모니터링을 해도 실제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때도 있다. 특정 배관은 콘크리트 안에 묻혀있어서 육안으로는 볼 수 없다거나 높은 방사능 준위로 일부 기기에는 접근이 어렵다는 점도 한계다.
일반적으로 ‘욕조 곡선(Bathtub curve)’에 따라 열화가 진행된다. 해당 공식은 초기 고장률이 안정화되면서 저하되고 일정한 값을 유지하다가 다시 증가하는 형태다. 초기 고장(Early failure)->무작위 고장(Random failure)->마모 고장(Wear-out failure) 순으로 진행된다. 균열, 쇼트 등 단순한 고장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점 커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균열, 격납벽 두께 얇아짐 등 발견은 가능하지만, 비파괴검사의 한계로 인해 ‘모든’ 구성요소들을 완벽하게 들여다볼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특정 모델을 적용해 분석할 수 없다는 점과 알 수 없는 손상(Unknown damage)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특징이다.1)
2-2. 원자로압력용기(RPV)와 경년열화
원자로압력용기(Reactor Pressure Vessel, RPV)는 노심을 둘러싸고 있는 원통형 구조물이다. 한국 표준형 원전인 OPR1000 모델 기준 용기 높이는 약 15m, 외경 약 4.6m, 두께는 약 21~26cm, 무게는 약 450t이다. 상부 헤드는 분리할 수 있도록 용기 본체와 54개의 고장력 볼트로 체결된다. 용기 몸통에는 냉각재 통로인 2개의 출구 노즐(nozzle)과 4개의 입구 노즐이 있으며, 하부 헤드에는 노내 핵계측을 위한 45개의 노즐, 상부 헤드에는 제어봉 등을 위한 84개의 노즐이 있다. 압력용기는 40~60년의 수명 동안 교체가 불가능하며 발전소 수명을 결정짓는 기기다.2)
압력용기 재료의 주요 요구 특성은 다음과 같다. △내부결함이 없을 것 △기계적 성질과 피로 특성이 양호할 것 △파괴인성이 우수할 것 △중성자 조사취하가 적게 일어날 것 △균질성이 양호할 것 △냉각재에 대한 내식성이 양호할 것 △유도 방사성 물질을 생성하는 원소를 적게 함유할 것 △용접성 및 가공성이 우수할 것 등이다.
압력용기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중성자에 장기간 노출돼 재료의 연성 및 인성이 감소하는 ‘조사취화(Radiation Embrittlement)’다. 원자로 용기의 금속이 핵분열 과정에서 방출되는 중성자의 충돌로 인해 변형되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가압열충격(Pressured Thermal Stress, PTS)’이 발생하는데 원자로 용기 내 높은 압력이 가해진 상태에서 과도한 냉각으로 열충격이 발생하는 현상이다.
운전 연수에 따라 재료의 파괴인성이 현저하게 감소하고, 높은 압력에서 온도가 빠르게 감소할 경우 PTS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냉각재 상실사고(Loss-of-coolant accident, LOCA)와 원자로 용기 내 추가 냉각재 주입, 2차 급수상실사고 등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지난 2012년 벨기에의 한 원자로에서 언더그라운드 클래드 균열(Underclad cracking, UCC)이 발견되면서 유럽에서 압력용기 결함 문제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언더클래드 균열이란 응력이완균열(stress relief cracking)의 일종이며, 압력용기용 강재는 언더클래드 균열에 대한 저항성, 중성자 조사취화 저항성 등이 요구된다.
언더클래드 균열은 용접 후 열처리 중 용접 열영향부(HAZ) 인성이 잔류응력의 풀림에 따른 변형에 적응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종종 내부식용 스테인리스강 클래딩과 연관돼 발생하기 때문에 언더클래드 균열이라고 불린다.3) 당시 벨기에 압력용기 문제는 여태껏 발견되지 않았던 현상이었기 때문에 당시 논란은 더 컸다.
INRAG는 <원자로 압력용기의 노화(Aging of the reactor pressure vessel-Neutron embrittlement and pressure vessel integrity)> 자료를 통해 몇 가지 의문점을 제시했다. 첫 번째 중성자 조사취화 메커니즘은 가동 중 중성자 조사에 의한 재료 품질 저하를 신뢰성 있게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 두 번째 PTS 분석은 현실적 조건이 반영된 규모의 실험에서는 사실로 검증 불가능한 코드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 세 번째 운전주기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견고함은 수많은 가정과 불확실성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점, 네 번째 중성자 조사취화 문제 및 기타 열화 메커니즘의 상호작용에 있어 재료 특성에 관한 불확실성은 발전소의 노화에 따라 커지고 있으므로 정기점검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INRAG은 “안전 분석상 도출되는 내용보다 현실이 심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폐로 원전에서 추출한 압력용기 파괴검사 표본을 통해 조사취화 관련 현재 가정이 타당한지에 대한 유의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각주>
1) https://www.inrag.org/risks-of-lifetime-extension-of-old-nuclear-power-plants-download
<Risks of Life-time Extension of Old Nuclear Power Plants> INRAG 2021.4
2) https://mdportal.kaeri.re.kr/posts/d20150025/
3) https://inis.iaea.org/collection/NCLCollectionStore/_Public/41/070/41070564.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