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야? 한국인? 외국인이 우리 학교를 왜 와?"
"우리 학교 외국인 입학 가능이었어?"
"야 말 걸어봐."
"울리면 500엔빵?"
들린다 ㅅㅂ
다 들린다고!!
외국인이면 일본어도 못할 줄 아나!!
막귀일 줄 아나!!
전학 온 덕시 첫날 거의 동물원 원숭이임.
아직 교복 준비가 되지 않아 한국에서 입던 교복을 입고 있어서 더 눈에 띔.
애들이 낄낄거리는 소릴 담임도 듣긴 했나봄.
너도 낯선 나라 와서 이게 웬 개고생이냐는 눈빛을 보인 담임이 왠 남자애를 부름.
"미츠야, 여기 전학생 좀 도와줘라~"
"예."
덕시 한번 쳐다보고 새침한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는 앞머리 짧은 남자애.
담임 딴에는 애들이 말하는 뽄새가 딱 괴롭힐 거 같아서 ㅆㅅㅌㅊ 미츠야한테 맡긴거임. 학교에서 문제 일으키지 않는 양아치가 붙어서 가드쳐주는 기 어른한텐 젤 편하니까..
"...ㅎㅎ...안녕..."
"어, 안녕."
하지만 고개를 까딱이는 미츠야 비쥬얼 보자마자 덕시 머리가 아파짐.
스크래치 뭐야?;
걸음걸이 뭐야?;
피어싱 뭐야?;
누가봐도 튀잖아요...
누가봐도 이 구역 일진 짱이잖아요...
"미츠야 네가 책임지고 잘 좀 챙겨라."
"예."
아... 저 선생...
사춘기 짐승들의 동물적인 약육강식을 모르나 봄.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이고, 어려우면 더 오기가 생기는 법임.
"ㅋㅋ미츠야 군 없을 때 콜?"
"받고 있을 때 멕이면 천엔~"
아까 오백엔빵을 한 야들이 다 적어가는 토끼를 찾아낸 독수리마냥 눈 빛내는 거 안 보이냐고요...
덕시 아예 눈새면 모르겠는데 애매하게 눈치는 있어서 애들이 자기 싫어하는 건 알지만 그걸 해결할 만한 넉살이나 귀신같은 임기응변이 없으니 스스로만 두배 괴로운 인생임...
그냥 혼자 있고 싶어요..
다 나가주세요..
"나랑 같이 앉을래?"
미츠야의 제안에 덕시 필사적으로 고개 절레절레 저었음.
괜히 어정쩡하게 들러붙어서 미츠야라는 애한테도 미움 사느니 저쪽한테는 최대한 안 찍히는 게 상책임.
"괜찮아! 너 원래 같이 앉던 친구 있을 거 아냐!"
"아니, 딱히 없는데."
미츠야가 그냥 같이 앉자고 하려는데 마침 수예부에서도 페양이 미츠야 만나러 옴.
덕시 눈엔 미츠야 500메다 밖에서 뒷구르기 하면서 봐도 걍 개 쌉 인싸임.
그래, 안 나대는 게 상책이라니까.
미츠야 끼고 야스다랑 페양이 왁왁대는 큰소리에 딱 기가 질린 덕시 괜찮아봇 돼서 웅웅! 괜찮아용! 난 신경쓰지마세용! 하고 샤샤샥 사라짐.
"1교시 이동수업이라고 담임이 그랬으니까 나 먼저 갈게!"
"미술실 반대편인데..."
덕시가 먼저 괜찮다고 했으니까 미츠야도 굳이 신경 안 쓰려고 함.
뭐 알아서 하겠지 싶기도 한데 계속 거절하니까 좀 짜증도 남.
딱 봐도 안 괜찮아 보이는데 뭐가 다 괜찮대.
꿋꿋하지만 요령 없는 K-한녀, J-장남의 오지랖을 미묘하게 자극함.
"이따 수예부실 와. 교복 안쪽에 이름 자수 놔줄 테니까."
"아냐! 괜찮아!"
"애들이 네 교복 자켓 훔쳐가던데, 명찰은?"
"...알아서 할게. 물어봐줘서 고마워."
"그러면 그러던가."
도와주묜 고맙단 소리나 들어봤지 자꾸 거절하니까 미츠야도 빈정 상해서 고운 소리 안 나감.
자꾸 살수하고 덕시 궁금해하는 애들이 쿡쿡 찌를 때마다 멍청하게 찔리는 게 속터짐.
덕시 딴에는 미츠야가 도와주려는 게 더 민폐임.
슬슬 전학생 버프 사라지고 묻어갈 수 있는데 굳이 가끔 아는척 해서 상황만 안 좋게 만듦.
작은 친절 큰 민폐라고 혹시 알까 싶지만 그래 미츠야 쟤도 좋은 마음으로 저러는거니까 하고 참음.
그렇게 사이가 데면데면한 와중에 망해가기까지 하는 것 같았으나, 집회 끝나고 집에 가는 미츠야 눈에 최악의 하루를 보내고 있는 덕시가 눈에 띔.
당연함; 같은 학교니까 집도 근처겠지.
날도 추운데 맨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팔에 얼굴 묻고 동그랗게 말고 있는 꼬라지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미츠야 자기도 모르게 다가가서 말 검.
"너 뭐하냐?"
"가."
미츠야 기껏 아는척 했더니 살다살다 이런 홀대 처음 받아봄..
너 좀 심한 거 아니냐고 뭐라 한마디 하려는데 덕시가 등지고 있는 집 안에서 남자랑 여자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고 덕시 어깨는 더 움츠러들음.
한국어인 거 같은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어서 자기도 모르게 귀 기울임. 그때 얼굴 빨개져서 고개 든 덕시가 톡 쏘아붙임.
"부부싸움 피해서 나와있는 거 첨보냐? 가라고!"
그래도 학교에서 덕시 도와주려는 애고 (전혀 도움은 안 되지만) 유명한 양키라니까 좀 무섭기도 해서 덕시도 미츠야 마음에 안 드는 거 단 한번도 티낸 적 없었음. 오늘은 쪽팔리고 서러운 와중에 미츠야가 계속 참견하니까 열 확 받음.
"여기 밤새 혼자 있게?"
"응. 그러니까 가."
가라는데 안 감.
또 참견함.
미츠야도 고집부리기 시작하면 졸라 말 안 통함.
"여기 있지 말고 일어나. 추워."
미츠야 가라는데 말 안 듣고 한술 더 뜨기까지 함.
덕시 팔뚝 붙잡고 일으켜 세움.
미츠야가 한국말을 모른다 뿐이지 상황은 뻔함.
엄마만 있어서 자기 집은 저렇게 큰소리 나지 않지만 콩가르 집안을 한두 번 봤겠어.
가족이 싸우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그걸 견디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몸부터 나감.
가족을 소중히 하는 양키 이런 거 못 참지.
하, 어쩐지 주유소에서 뒤통수가 땡기더라니.
왠지 기름을 풀로 채우고 싶더라니.
미츠여 한숨 한 번 쉬고 바이크에 덕시 앉힘.
"조용한 곳이 좋아, 시끄러운 곳이 좋아?"
"그건 갑자기 왜?"
"기분 전환은 해야할 거 아니야. 싸우는 소리 오래 기억하고 있어봤자 좋을 거 없어."
"...조용한 곳."
미츠야 타카시 대단한 자식임.
갈래, 안 갈래 물으면 안 따라간다는 선택지가 있으니까 어디로 갈 거냐고 물어봄;
미츠야 페이스에 그대로 넘어가서 어떨결에 고르고 정신차려보니 바이크 출발함.
"좀 걸릴거야."
임펄스도 콜 안 하고 얌전히 달리니까 바람 소리만 남. 덕시 눈물 찔끔난 거 미츠야 등짝에 묻읆가봐 고개 젖힘.
"위험하니까 등에 기대."
그걸 마츠야가 모르겠어 당연히 알지.
우는 거 안 들키겠다고 용을 쓰는 게 좀 귀엽기까지 하고 슬슬 저 대쪽같은 자존심에 정들려고 함.
"나 땀나고 등 젖어있어. 이해해라."
"하나도 안 젖어 있으면서."
미츠야 말에 넘어가서 살짝 기댔다가 바짝 마르다 못해 바람 냄새 배어있는 등짝만 잔뜩 느낌.
자수이 눈물 묻힌 덕시가 쪽팔려서 웅얼거리니까 미츠야 픽 웃고 말음.
"더 기대라니까."
맘대로 어디 데려가고
등짝 꽉 붙잡게 하고
눈물 찔찔 묻히게 하고
정신 차려보니 결국 다 미츠야 지 맘대로 다 했음.
어라?
분명하 좀 전에 집 앞에 찌질하게 쪼그리고 있었는데?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폭주족이라도니 진짜 폭주해서 도쿄 앞바다임.
양키 행동력에 아직 적응 되지 않아 새카만 바다 앞에서 잠시 멍때림.
"와아... 일본 와서 바다 처음 봐."
"그래?"
뿌듯하라고 한 말 아니었는데...
질주본능 무슨 일이냔 말이었는데...
바다 처음 와본단 말에 미츠야 조금 뿌듯해짐.
자기도 모르게 동생한테 하듯 덕시 머리 쓰다듬음.
"집에선... 자주 그래?"
"...아니야. 원래는 안 그랬어. 그냥 평범했어."
일본에 오고 난 이후로 모부님 자주 싸우는 게 맞긴 함.
한국 살 땐 그냥 가끔 둘이 투닥거리고 엄마가 덕시한테 하소연 하는 평범한 삶이었다면 일본에 와서는 가족들이 다 예민해져서 조지게 싸워댐.
덕시 치부 들킨 기분이라 자존심 상해서 입술 꼭 깨물고 있어도 미츠야는 또 뭐가 궁금한지 난간에 기대 서서 계속 물음.
"일본은 부모님 일 때문에 온 거야?"
"일은 무슨. 맨땅에 헤딩이야."
덕시도 일본으로 가자니까 온 거지, 딱히 엄빠한테 설명 들은 게 없어서 미츠야한테 해줄 이야기가 없음.
"몰라. 한국에 있나 여기에 있나 돈 없는 건 마찬가진데 낯선 곳에서 밑바닥까지 봐야 속들이 시원한가봐. 뭐 어쩌자고 여기까지 왔는지 참."
나도 내가 왜 일본 와서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덕시가 픽 웃었음.
바닷바람 맞으면소 덕시 쳐다보던 미츠야, 그때 덕시가 웃는 거 처음 봄.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자포자기해서 웃는 얼굴.
어른들 결정이나 욕심에 이리저리 휩쓸리는데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상황을 감내하고 꾹꾹 눌러 참다가도 또 조금 울다가 결국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무력하게 웃어버리는 얼굴.
그게 너무 자기 모습이랑 겹쳐서 미츠야 잠시 말을 잃고 눈 앞에 아직도 교복을 입고 있는 이 여자앨 멍하니 바라봄.
미츠야는 싸워서 스트레스 풀 거리도 있고 도만 친구들도 있지 이 앤 정말 불현듯 혼자 같아 보임.
자기가 데려오지 않았으면 그 차가운 길바닥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을까.
묶인 듯 있는 게 마음이 아파서 한참이나 바라봄.
덕시 먼 바다 바라보다 미츠야 시선 느끼고 돌아보자 미츠야랑 눈이 마주치고 웃어줌.
"왜 그렇게 쳐다봐? 나 말고 바다 봐. 미츠야 네가 데려왔잖아. 밤바다 예뻐."
그 순간이었음.
미츠야 1n년 양키 인생,
우정뿐인 인생에 사랑이 찾아옴.
마음에 안 들었다가, 답답했다가, 또 신경이 쓰였다가, 이제는 속사정이 다 이해되니까 동질감이 찾아옴.
덕시가 힘없이 웃는 게 마음 아픈 건 아마 좋아해서가 아닐까.
"다음엔, 크흠, 내 친구들이랑 놀러 갈래?"
미츠야 생전 처음 삑사리까지 냄.
좋은 녀석들이라고, 다음에 친구들 소개해 준다고 할랬는데 덕시 3초 생각해보더니 바로 얼굴 구기고 거절함.
"왜? 거친 애들일까봐?"
"아니 그게 아니라 사람 많은 거 생리적으로 무리..."
여러명이 나 쳐다보는 것도 생리적으로 무리...
이젠 미츠야가 좀 편해져서 덕시도 솔직하게 말해줌.
"학교에서 네가 말 걸 때마다 거절한 것도 사실 그래서야.. 애들이 쳐다보고 더 괴롭힌단 말야."
아, 그렇구나.
내가 싫어서 거절한 건 아니구나 싶어서 미츠야 저도 모르게 풋하고 웃음.
웃으면서도 속으로는 어떤 놈들이 덕시 괴롭혔나 머릿속 한 구석에서 목록 챠르륵 떠놨음. 내일 학교가서 차근히 조질 생각에 조금 신남.
"그럼 지금 나랑만 있는 건 괜찮아?"
"야; 넌 ...뭘 그런 걸 물어보냐;"
덕시 민망해서 굳이 대답 안 하는데 미츠야는 귀까지 빨개진 덕시 반응에 이미 대답 들은 거 같음.
참 이상해.
덕시가 일본에 적응 잘 하도록 친구들 소개 시켜주고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게 맞는데, 소개 안 해줄 거 아닌데.
막상 덕시가 사람 많은 거 싫다고 하니까 안심되고 오히려 좋음.
"미츠야, 시끄러운데 가자고 했으면 친구들한테 데려가려고 했어?"
"아니."
"그럼?"
"비밀."
사실은 그러려고 했던 거 맞음;
근데 덕시한테 말해주기 싫어짐.
둘이 조용한 곳에 있는 게 좋으니까 만약에 도만들 있는데 갔더라면-하는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음.
조용한 곳으로 오길 천만다행임.
미츠야 실시간으로 콩깍지에 눈 돌아가는 중.
좋아하는 마음이 들자마자 소유욕이 제일 먼저 발동함.
동생 둘 있는 장남에, 자기중심적인 친구들 사이에서 그나마 정상인이라 양보나 배려를 하던 게 습관이 되어서 그런가.
내 거.
온전히 내 거여야 하는 상황에는 미츠야 본인도 놀랄만큼 이기적이란 사실을 깨달음.
"여기 좀 더 있다 갈까?"
"응. 그래도 돼?"
"안 될 거 없지."
기분전환만 시켜주고 얼른 다시 데려다 줘야하는데, 그냥 계속 같이 바닷가에 있고 싶어짐.
덕시도 혼자 많이 외로웠던 게 터져서 미츠야 앞에 두고 이 얘기 저 얘기 다 함.
덕시가 틀리게 말해도 굳이 지적하지 않고 응, 응. 하고 잘 들어줌.
방금 맞게 말했냐고 물어보면 뜻만 통하면 되지 무슨 상관이야. 하고 웃으면서 빤히 바라봄.
덕시가 자신없어하면 아마 핫카이가 너보다 더 두서없이 말할 거라며, 파-칭이란 애는 진짜 아무렇게나 말한다며 자신감 북돋아 줌.
그렇기 내내 얘기하다 보니 아침해까지 뜸.
"헐 바로 학교가야겠다."
"그러게."
그 날 이후로 미츠야는 내내 덕시 옆에 앉고, 닥시네 가족 또 싸워대서 잠 못자는 밤이면 같이 밤 새고 학교에서 잠든 덕시 안 들키게 가려주고, 덕시 잠들면 손도 잡고 이마도 매만지고 난리남..
친한 도만들이랑 같이 볼링장 가서도 유난 개 유난이 따로 없음.
그 꼬라지 보고 있던 페양 파-칭의 뇌 상태 중계해주던 버릇 못 고치고 미츠야 대신 나댐.
"덕시, 언제부터 미츠야랑 연애해?"
"오, 맞아 맞아. 나도 궁금했어."
도만 애들이랑 노는데도 덕시 몇 번 끼다보니 이제 미츠야 친구들이 더 난리임.
아이러니하게도 배웠다는 애들은 음침하게 한국인 내려다보는 경우가 많았는데 가방끈 짧은 양아치들은 오히려 편견이 없어서 그런가 덕시랑 안면 트고 좀 친해진지도 오래였음.
"응? 무슨 연애야~ 우린 친구지."
물어본 페양이 더 당황함.
아니; 그게 친구면 페양 세상에 친구 없는데;
페양이랑 파-칭도 그정도로 붙어있진 않음;
"그럼 따로 좋아하는 사람 있어?"
"아니? 꼭 남친 있어야 되나?"
"엥?"
고백각 잡고 있었던 미츠야 이미 싸늘해져서 덕시 입만 쳐다보고 있음.
"다들 심각하게 왜 그래? 사랑 뭐 대단한 거 있겠어? 내가 우리집에서 배운 건 영 아니거든. 연애 했다가는 사연 만들기 모임이나 되겠지."
덕시 실컷 말 해놓고 분위기 싸해진 거 느낌.
당연함.
눈치가 반만 있음.
앗 나 알바갈 시간! 수고링~ 하고 튀어버림.
내가 몰 잘못 말했죠ㅠㅠ??
갑자기 물어보니까 고장하서 단호하게 오리발 내밀긴 했지만 그렇게 째려보실 것 까지야?;
그렇게 덕시 가고 남겨진 미츠야만 얼탱 없어짐.
"...허, 가만히 있었는데 까였네?"
미츠야 인상 팍 쓰고 페양 노려봄.
얼마나 조심조심 애지중지 아껴서 다가가고 있었는데 페양 덕에 다 박살났쥬.
간만에 빡돌음.
"고맙다? 고백도 안 했는데 대답을 벌써 들었네."
"그; 대장; 미안하다..."
"어쩔건데, 미츠야. 포기할거냐?"
"포기는 무슨."
드라켄이 묻는 말에 사실은 내 거라고 말하고 싶은데 포기 못한다고 밖에 말하지 못함.
타케밋치는 어떻게 그렇게 '나의 히나' 같은 소릴 잘도 하는 걸까.
입 안에서 맴도는 '내거'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뱉으면 지금보다 더 집착할 게 뻔한데.
볼링 치던 미츠야 시간 좀 지나니까 미련 없이 겉옷 들고 있어남.
"어디 가냐?"
"알바 끝나는 시간 맞춰서 데리러."
"...가라;"
이제 뭐 드라켄도 안 말림.
그날부터 눈 돌아간 미츠야.
저주 데려가던 밤바다 안 데려감.
자기 방에 가둠.
"오늘 집에 안 들어갈거면 내 방에서 자."
"우리 바다 가면 안돼?"
"바다 보면서 밤 새고 맨날 학교에서 자잖아."
"...지는."
"난 안 자는데."
사실임.
억울함.
미츠야 지는 무슨 철인이야?
졸려죽겠는데 언제 어디서 자는지 깉이 밤새놓고 안 잠.
되게 말 통할 거 같아도 자기 원하는 거 확실하면 행동에 옮겨버림.
고집고 이런 똥고집이 없음.
그냥 미츠야가 존말할 때 들어야 됨.
...분하다.
미츠야가 쓰는 단어나 어투 자체는 별로 상냥하지 않지만 섬세하게 챙겨주고, 사소한 스킨십은 자연스럽고 정신을 차리면 언제나 눈이 마주치곤 해서 덕시도 점차 미츠야한테 스며들음.
그래도 막연히 사귄다고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힘.
양키잖아..
일단 사람 패고 보잖아..
지킬 때만 쓰는 거라곤 하지만 선시비 걸리면 절대 빼지 않잖아.
지금이야 미츠야 바운더리 안이니까 괜찮은거지.
조금이라도 밖으로 나가는 순간 무서울 수도 있는 사람임.
친구로서는 괜찮은데,
남친으로선 걱정됨.
미츠야 동생들을 재우고 나서 미츠야 방으로 옴.
옆으로 누워 있는데 미츠야 어깨가 훨씬 더 큼.
덕시가 반쯤 잠에 들라하면 그 단단한 몸을 바짝 붙이고 팔을 둘러 가두듯 껴안음.
몸이 닿아있는 걸 의식하느라 숨을 쉬기도 어려워져서 쿵쾅대는 가슴만 꾹꾹 누름.
잠결에 껴안은 줄 알았는데, 손가락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가까이에 있는 미츠야가 덕시 목덜미에 얼굴 묻고 한숨을 내쉼.
어깨 뒤와 목에 뜨거운 숨과 입술이 닿아서, 결국 참지 못하고 몸을 빼려고 하면 미츠야는 잘게 웃으면서 엄청나게 낮아진 목소리로 속삭임.
"추워, 감기 걸릴라."
사실은 핑계고 껴안고 있으려고 그러는거지..
반쯤은 잠결인 척 덕시를 더 꽉 안고 귓가에 숨 불어넣음.
등에 닿는 단단한 가슴과 목에 스치듯 닿는 부드러운 입술, 그따마다 느껴지는 숨결과 체온이 좋아서 빠져나오지도 못한 패 끙끙대고만 있으면 미츠야 다시 낮게 웃다가 덕시 배를 살살 쓰다듬음.
"답답하다고 말하면 되지, 뭘 낑낑거리고 있어."
아니 말한다고 놔줄거냐구요ㅠㅠ
진짜 어이없음.
타박을 주는 낮은 목소리와 어린애 재우듯 토닥이는 손길에 덕시 다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굳음.
그렇게 품에 안고, 미츠야 딴엔 이젠 정말 너무 좋아하게 되어버려서 견디기가 버거워질 때 쯤
덕시는 그냥 이대로 넘어가나 친구로 오래 지낼 수 있나 할 때 쯤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잖아. 아직도 이게 친구 같아?"
세상에 이런 친구가 어디 있냐며 넌 친구랑 이렇게 안고 있냐며 덕시의 입을 다물게 만듦.
저 차분한 듯 고집 센 미츠야 말재간에 넘어가면 안된다..
사귀게 되면 남자친구가 되니까 친구를 잃는 거 아니냐, 너를 오랫동안 잃고 싶지 않아 따위의 진부함 50%
친구 이상 연인 이하 50%
어장시도 10%
도합 110%의 개쓰레기 반론을 펼쳐봤자 미츠야한텐 씨알도 안 먹힐 게 뻔함.
두뇌 풀가동 들어간 덕시...
그 순간 허리에 닿는 단단한 무언가.
그래, 이거다.
"...그럼 그냥 처음은 너랑 할까?"
처음은?
그럼 두번째는?
다음엔 딴놈이랑 하겠다는건가?
미츠야 멘붕와서 표정관리 안 됨.
뒤에서 안고 있다가 덕시 눕히면서 바로 위로 올라탐.
늘 쳐져 있던 눈이 불 다 꺼진 방 안에서 안광 흉흉하게 빛남.
"너 그렇게 남자가 착각할 만한 말 하는 거 아니야."
미츠야 미간만 찌푸린 거 같은데 왠지 이마에도 핏줄 뽝 선 느낌도 들어서 더 무서움.
덕시 말 더 들을 생각도 안 하고 바로 목덜미로 입술 내리면서 속삭임.
"아니다. 그냥 착각해버릴까?"
이미 단추 툭툭 풀어짐...
바느질하느라 세상 야무진 손끝 단추도 기가 막히게 잘 풀음.
"이제 속 그만 썩이고 그냥 나 좋아해. 난 이미 너 좋아해."
"아니 잠깐만, 나는."
"네가 사랑 대단한 거 없을 거랬지. 그럼 내 사랑도 별 의미없다치고 편하게 받아. 내 거 그냥 너 다 줄게."
미츠야 논리왕임;
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한 건데 귀신같이 찝어내 파고듦.
어떻게 안 넘어가ㅠ
답 없음.
친구42 끝임.
이미 하체 딱 붙이고 있는데 친구는 무슨 친구;
생각 많아진 덕시 말 없이 미츠야만 빤히 바라보고 또 밀어내지는 않으니까 손 빠른 미츠야 덕시 팔 붙잡아서 자기 목 뒤로 두르고 씨익 웃음.
"처음도 마지막도 나야."
결국은 장남 고집대로 될 거 왜 입덕부정했나 싶음.
미츠야가 핫카이 다그치는 거 볼 때 눈치채야했음.
대화가 된다 뿐이지 말이 통하는 거겠냐고 결국 미츠야 뜻대로 될 때까지 대화해야함ㅠ
미츠야 목 그대로 껴안고 있으니까 팔 풀게해서 깍지 끼더니 다리 어깨에 올리고 위에서 내려다 봄.
허벅지에 살살 문질러지는 걸 느끼면서 침만 꼴깍 삼키니까 뭘 기대하는 거냐면서 웃다가 결국 본인이 더 여유 없어져서 몰아붙임.
소리 안 내려고 입술 꾹 다무니까 쯧 하고 낮게 혀차는 소리 내고 몸 더 바짝 붙이고 하면서 키스로 입 막아줌.
미츠야 디자인 좋아하는 사람 특성상 시각적인 자극 좋아해서 덕시 보면서 하려고 하는데 그럼 본인도 이성 잃고 감당 안 되니까 자기도 자제하려고 키스하고, 눈 감다가도 슬쩍 눈 떠서 시선 훑음.
미츠야는 잠에 들어도 숨막히게 껴안고 놓아주지를 않음.
미츠야의 팔이 몸에 감겨있는 게 답답해서 조금 밀어내려하면 그러지 못하게 만듦.
"살면서 온정히 내 걸 가져본 적이 잘 없어. 그래서, 한번 내 손에 들어오면 놓을 수 없어. 답답해도 받아줘. 그럴 수 있지."
그 가진 게 쥐뿔 없는 놈들 중에 책임감도 없는 인간 한둘 본 거 아님.
그냥 미츠야가 책임감이 뛰어난 편 아닐까 싶어서 말해줘 봐도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고 웃고 맒.
저 머릿속을 어케 알아; 하고 덕시도 그냥 넘어감.
그렇다고 마츠야가 속을 안 썩이냐, 그것도 아님.
대가리 옆에 문신 냅다 박아버리는 패기 어디 안 감.
알바 갔다 온 덕시가 던진 가디건 받아든 미츠야.
부드럽게 웃기만 함.
"왜 그래?"
"미친놈아! 그렇다고 교복도 아니고 사복에까지 니 이름을 박아놔?? 그것도 자수로??"
덕시가 챱챱 때리는 거 맞아주면서도 가디건에 잘 박혀 있는 자기 이름 확인함.
"아야, 아파 아파. 안 보이게 안에 박았잖아."
ㅇㅁㅇ...
진짜 어이가 없어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임.
"안 보이면 없는 게 되냐?? 어??"
"없는 것 같잖아."
"아니 없는 것 같으면 되는 게 아니라 있는 게 이상, 아 잠깐만."
덕시 분명히 가디건만 벗어던졌는데 어느새 블라우스도 없어지는 중.
블라우스에도 미츠야 이름 있음;
환장임.
"그럼 벗으면 내 이름 없겠네."
...하ㅠㅠ
누가 지금 그 얘기 하냐고요?
자연스레 까벗겨져서 미츠야 침대에 안착.
"그럼 벗어도 흔적 있도록 타투할까? 같이."
이렇게 주기적으로 만들어야되는 흔적도 좋은데 안 예 안 없어지는 흔적은 어떻냐며 작업 들어감.
대답할 틈도 안 주고 바로 입 맞추면소 무슨 물음표를 붙이긴 붙여?
키스 한참 하다가 목덜미, 쇄골에 쪽쪽 뽀뽀하고 키스마크 남기면서 덕시 입에 손가락 넣고 여린 살 쓸음.
"아파할 것 같아서 말 안 했는데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계속 여기저기 쪽쪽 뽀뽀하면서 조금 아프게 하는 거 좋아하잖아. 그치. 하고 누워있는 덕시 힘도 좋게 한번에 휙 뒤집음.
머리카락에 키스한 미츠야 아래로 내려가면서 뒷덜미, 어깨, 날개뼈, 척추선 그 아래로 지나갈 때마다 여기다 할까? 응? 여기는? 하고 만지고 키스함.
생각해보니까 이런데를 타투이스트한테 받는 건 질투난다며 타투 배워야겠다는 소리까지 함.
이제 덕시도 도만에 좀 익숙해져서 소스라치게 놀라는 건 없음.
그렇지, 바느질이나 잉크 니들이나 다를 거 없지.
천에다가 자수놓나 피부에 자수놓나 생각해보니 그게 그거임.
"똑같은 모양으로 같은 부위에 할까?"
미츠야 다정한 말투에 그렇지 못한 소유욕...
아니 분명 왜 내 옷에 자수로 이름 박았냐고 따지려고 했는데 다른 거 박히고 얼레벌레 설득당해서 마츠야 하고싶은대로 하다못해 타투까지 박게 되는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