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비에 트뤽 지음
이 책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최북단 라플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러시아 4개 지역에 걸쳐있는 곳으로 겨울이면 해가 뜨지 않는 날이 40일간 계속되고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지역이다. 이곳에서 조상대대로 순록을 치며 살아가는 소수민족 사미인들이 있다.
디즈니 <겨울왕국>의 배경이 바로 라플란드라고 하고 또한 안데르센도 라플란드를 여행해 <눈의 여왕>을 썼다고 한다.
작가 올리비에 트뤽은 스웨덴에 30년간 정착한 프랑스 <르몽드>지의 북유럽 통신원이다. <라플란드의 밤>은 그의 데뷔소설로 이 작풍으로 추리 문학상을 23개나 받았다. 저자는 사미족에 깊은 매력을 느끼며 취재하고 소설로 탄생시키며 그들의 문화와 삶을 재조명하였다.
이 책은 도난당한 사미족의 북을 찾는 과정에서 소수민족으로 사미족이 전통과 터전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들의 역사를 담고 있다. 순록경찰 클레메트와 니나의 설원에서 펼쳐지는 추적과정은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17세기 라플란드의 한 사미족 노인이 쫓기고 있다. 쫓기며 품에 안은 소중한 물건을 호숫가 바위에 숨기고 결국 잡혀 화형에 처해진다. 노인은 죽으면서 사미족의 전통음악 요이크를 처절하게 부른다. 이때 호숫가에 한소년이 이 모습을 보고 노인의 노래소리를 듣는다. 본능적으로 이 노래의 의미를 알고 대를 이어 전하고자 한다.
몇백년 후 라플란드의 태양이 뜨지 않는 겨울, 1월10일 월요일 극야 오전9시30분
이날은 일년 중 가장 놀라운 날이다. 인류의 모든 희망을 품은 날이기도 하다. 내일이면 태양이 다시 떠오른다. 40일 전부터 비다 고원에 사는 남자와 여자들은 생명의 근원을 박탈당한 채 영혼을 다독이며 살아남았다. 경찰이고 이성적인, 아니 경찰이기 때문에 이성적인 클레메트에게 이 자연현상은 원죄의 상징처럼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왜 인간에게 이런 고통을 준단 말인가? 기어 다니는 벌레처럼 땅바닥에 그림자 하나 없는 40일. p29
태양이 돌아온 첫날, 사미 마을 박물관에서 북이 사라졌다. 어느 프랑스 노인이 기증한 사미족의 북은 소수민족을 주제로 다룬 UN회의에서 공개할 예정이었다. 이후 하루도 안돼 귀가 잘린 채 순록치기 마티스가 죽었다.
순록경찰 클레메트와 니나는 북 도난 사건과 순록치기 피살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순록경찰외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미족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 순록을 치고 있는 아슬락이 등장한다.
"아슬락을 보면 아마 알게 될거야. 입 벙긋 안하고 가만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강한 인상을 받으니까, 마티스는 특히 더 그랬지, 마티스의 아버지가 샤먼이었다는 건 아나? 클레메트가 말 인 헸아? 옛날 사람이지. 비밀에 싸인 이상한 사람이지만 모두의 존경을 받았어. 지금이야 죽은 지 몇 년 됐지만 말일세. 마티스는 그 세계에서 자랐는데 재능도 능력도 없었어. 아무것도 샤먼의 아들로서 그건 성공할 수 없다는 소리야, 당연히 사람들의 존경도 받을 수 없고 그가 폭음을 하게 된 것도 그게 큰 이유일 거야. 이게 바로 내가 말하고자 했던 거네." p107
요한 헬리크는 마티스와 아슬락을 묘사하고 있다.
단서를 쫓던 니나는 북을 기증한 프랑스 노인 앙리 몽을 만나러 파리로 가게된다. 그리고 그에게서 2차세계대전 직전인 1939년 학자들과 현지인들로 구성된 라플란드 탐사대가 있었고 당시 소수민족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했음을 알았다. 라플란드 탐험대는 사미족 가이드 니일스가 있었는데 그는 자기 부족에게 닥칠 위기를 느끼며 북을 프랑스 노인에게 맡겼다.
프랑스 노인 앙리 몽은 옛일을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라플란드가 광물이 풍부한 매력적인 지대라는 건 알고 있어요? 그 당시에도 이미 수많은 광산들이 있었어요. 특히 키루나의 철광산이 유명했는데 독일인들이 이곳에서 엄청난 양을 파가서 나치를 위한 무기제조에 사용했죠. 당시에 거대한 금맥이 있다는 소문들이 파다했어요. 전설처럼 얘기하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사실 우리는 그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어요. 사미인들은 물질적인 부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니일스는 북을 내게 맡기면서 이 북이 금맥과 관계되어 있다고 알려줬어요. 그러면서 이 금맥에는 저주가 걸려 있다고. 그들 민족에게 수많은 불행을 가져다준다고 했죠. 그런 이유때문에라도 북을 라플란드의 먼 곳에 안전하게 두어야 한다고도 했고요. 금맥의 진실이 부적절한 자의 손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p258
노인 앙리 몽은 70년 후 사미족 가이드와의 약속대로 북을 반환한다. 그 북이 도난당한 것이다.
라플란드는 멀리서 보면 오로라등 아름답고 신비하게 보이지만 그곳에는 숨은 광물질로 여러 나라의 이권다툼과 욕망을 좇는 사람들의 추악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라플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사미족의 종교와 문화를 배척하고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차별했던 나라들. 이에 맞서 자기 문화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몇백년 동안 투쟁한 사미인들의 모습이 있다.
그들은 사미 사회의 주변부에서 별 볼일 없는 순록치기로 살았다, 성공할 가능성도 없고 언제라도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다. 지금은 그들 같은 사람들에게 혹독한 시대였다. p428
시대는 변했지만 환경은 변함이 없다, 혹독한 환경과 변해가는 시대에 사미인으로 순록치기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스칸디나비아 왕국들은 가죽 거래 때문에 라플란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점차 풍부한 천연자원에 눈길을 돌리게 됐지, 나무와 물과 광물에 말이야."
"알고 있어요. .... 사미인은 희생자이고 태어날 때부터 부여된 권리가 박탈당했다고요. 북미인디언처럼 말이죠."
"...넌 식민지화 과정에서 벌어진 수많은 비극적인 일들을 모르는 것 같아. 십칠 세기에 식민지화가 시작됐을 때 라플란드에는 도로가 전혀 없었어, 알려지지 않은 땅이 있지, 무역은 넓에 강을 따라 이루어졌어. 전쟁 비용을 지불하고 무기를 만들기 위해 광석을 찾기 시작한 스웨덴 왕국은 라플란드 개발을 위해 탐사대를 꾸리고 지도체작자들을 보냈어, 그리고 작은 광산들이 개발됐지. 그 옛날에 모든 것과 뚝 떨어진 세상 끝에서 일한다고 생각해봐, 광산 채굴은 아주 끔찍한 작업이었을 거야. 상상만 해도 오싹해."
"그래서 스웨덴 사람들은 사미인들을 강제로 징용했어. 사미인들은 강까지 광물을 운반하기 위해 순록을 이용했고 그게 바로 이 북이 들려주는 얘기야. 노역을 거절한 사미인들은 두들겨 맞고 감옥에 갇혔어. 이 찬란한 북유럽 왕국들의 부가 어디에서 왔겠어? 물론 그 일은 지속되지 않았지. 작은 광산들은 하나씩 차례차례 폐광이 됐고 말이야, 많은 사미인들이 갱도에서 목숨을 잃었어, 반면에 북유럽 농부들은 왕의 축복을 받으며 이땅을 거져 사들였고 왕실에서는 라플란드 사람들을 길들일 수 있게 되어 무척 기뻐했지, 그래도 그때까지는 작은 규모로 이루어졌어, 그로부터 이백 년이 지난 후에 스웨덴인들은 군대를 몰고 돌아왔지, 철도를 놓으려고 말이아."
"노르웨이와 핀란드도 비슷했나요?"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당시에는 모든 게 뒤섞여 있었거든, 라플란드에 국경이 생긴 건 훨씬 후의 일이야. 모두가 사미인들을 실컷 부려서 자기 주머니만 채우려고 했어, 이 북은 그 광산들 중 하나를 얘기하는 걸 거야. 하지만 평범한 광산은 아닌 것 같아, 죽은 자들, 주민이 하나도없는 텅 빈 마을, 저주에 대한 이 이야기를 들으니 이와 비슷한 사건을 말하는 노래가 생각나거든, 너도 알다시피, 요이크는 수백 년 동안 우리의 역사를 후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어. 이 관들은 정말 끔찍하구나, 까마귀와 죽은 자와 이 마을도, 클레메트, 이 북은 몰살된 사미마을에 대해 말하고 있어. 난 언제나 전설이 진실이 아니길 바랐단다, 하지만 이 북을 보고 있자니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어, 군인들만이 원인은 아니야, 환영을 나타내는 이 상징이 우연히 광산 입구에 그려진 것도 아니고, 그건 살인자를 뜻해. 알 수 없는 괴질이 퍼져서 마을 주민이 전멸한 거지, 클레메트, 네가 그걸 밝혀내야 해. 만일 이 광맥이 다시 드러난다면 그게 또다시 사람들을 죽일거야."p516
라플란드에서 북이 도난당한 1월10일부터 사건이 해결된 1월28일까지의 추리극으로 한편의 영화를 본 것 같았다. 도난과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지만 내용은 소수민족 사미인들의 문화와 역사를 담고 있다.
<북미 최후의 석기인 이쉬>라는 책이 기억난다. 문명이 발달됐지만 문명을 역행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소수민족들. 그들을 연구하는 인류학자들이 있음에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남아있고 그래서 역사를 사랑하는 이유이다.
아스락과 클레메트의 풀지 못했던 감정... 사건의 모든 진실이 마지막 부분에 나온다.
" 난 울었어. 내 생애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아이였을 때, 난 울지 않았어. 아일라와 아이 때문에 운적도 없어. 마티스는 인간들이 살해한거야...."
아슬락은 마티스의 귀를 잘라 표시를 하고 사람들에게 댐건설로 인한 마을주민들의 피해와 라캬날에게 불행한 일을 겪은 아일라의 일을 알리고자 했다. 결국 아슬락은 라캬날의 손목을 자르며 복수를 한다.
클레메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아슬락을 보았다. 감정이 복받쳐 올었다.
"무서워할 이유가 없어." 아슬락이 말했다.
"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라!" 클레메트가 소리쳤다.
"난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네가 뭘 아는데? 클레메트가 울부 짖었다. 눈물이 쿡쿡 찌르며 눈가에 차올랐다.
"그땐 일곱살이었어!"
"하지만 같이 갔어야했어, 클레메트 약속했잖아."
클레메트는 더이상 감정을 참을 수가 앖었다.
아슬락은 산의 심판을 받기 위해 극야 속으로 사라졌다.
17세기부터 시작된 식민지 정복에서 사미족은 많은 억압을 받았고 정체성을 부정당하며 샤머니즘을 신봉하던 민간신앙조차 버려야 했다, 지금은 그들의 의회와 학교도 있고 자신들의 언어를 사용하며 자치권을 보호받고 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오랜 투쟁과 저항의 세월이 있었다. 유엔은 사미족을 지구상에서 보호해야 할 소수민족으로 지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생존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역자후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