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반대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지방변호사회도 4일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는 변호사단체로서 고문사건의 진실을 밝힐 책임을 방기하고 사건의 은폐에 도움을 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 | ▲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정문에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쓴다’는 현판 |
서울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이날 성명을 통해 “양승태 대법원장은 신영철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검사장 출신인 박상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신임 대법관으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했다”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1987년 억울하게 죽어간 박종철에 대한 고문치사 사건의 은폐와 조작에 관여한 주역으로, 대법관이 될 자격이 없다”고 반대했다. 서울변호사회에 따르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은 이렇다. 1987년 1월 13일 서울대 언어학과 학생 박종철이 불법 체포돼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돼 조사관들로부터 가혹한 폭행, 전기고문, 물고문을 당한 끝에 1987년 1월 14일 509호 조사실에서 사망한 것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다. 그런데 당시 검찰은 사건을 축소ㆍ은폐하기에만 급급해 이 사건에 가담한 최소한의 책임자만을 기소했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고문경찰관 3명 더 있다”는 폭로 이후에야 가담자를 추가 기소하는 등 외압에 굴복해 헌법과 법률에 부여된 수사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는 게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설명이다. 2009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관계기관대책회의 은폐ㆍ조작 의혹’에 대한 결정문에서 “검찰은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직무를 유기해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다가 국민에게 은폐사실이 폭로된 이후에야 추가 공범을 포함 치안본부 관계자 등 은폐에 가담한 책임자를 최소한만 기소해 결과적으로 관계기관대책회의의 부당한 개입을 방조하고 은폐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국가는 (중략)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헌법과 법률로 부여된 수사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못한 점에 대하여 유족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 검찰이 헌법에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었음에도 권력층의 압력에 굴복하여 진실 왜곡을 바로 잡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  | | ▲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
서울변호사회는 “이와 같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는 검찰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로 인해 그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데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 와중에 검찰은 자신의 책임을 방기해 관계기관대책회의의 뜻에 따라 사건을 축소했다”며 “그리고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서울지검 검사로 재직하면서 1차, 2차 검찰 수사에 모두 참여한 바 있다. 즉, 직무를 유기하고 사건을 축소한 데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라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수호하고 양심을 대변하는 최후의 기관이고, 특히 대법원은 최고의 사법기관으로서 어떤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사회 구성원을 보호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그러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고문을 당한 끝에 억울하게 죽어간 한 대학생의 가해자와, 그 가해자를 숨기려는 시도를 알면서도 스스로의 책임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스스로의 부끄러운 행동을 제대로 사과한 적도 없다”며 “대법관의 자질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우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는 변호사단체로서 고문사건의 진실을 밝힐 책임을 방기하고 사건의 은폐에 도움을 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을 반대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