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훈련 67
어린이들은 또한 상상의 가치를 우리들에게 가르쳐 준다. 묵상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기도하는 일에 있어서도 상상은 힘있는 도구이다. 우리는 상상으로 기도하는 것을 수준 이하의 것으로 여겨 꺼려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는 그와 같은 망설임이 없다.
아빌라의 테레사도 역시 그와 같은 망설임을 가지지 않았다. 테레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것이 나의 기도의 방법이었다. 나는 나의 이해력으로 생각할 수 없으므로, 내 속에서 그리스도를 그려 보려고 하였다. ……나는 이러한 단순한 일들을 많이 하였다. 나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나의 영혼이 많은 것을 얻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나는 기도가 무엇인지를 모르고도 기도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성 조엔(Saint Joan)에서 아크의 조엔은 그녀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음성을 들었다고 주장하였다. 이때 회의주의자들은 그녀에게 그 음성은 그녀의 상상에서부터 온 것이라고 말하였다. 조엔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이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상상이 하나님께서 나에게
68 영적 훈련과 성장
말씀하시는 방법입니다.”
상상은 종종 믿음의 문을 연다. 만약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깨어진 가정이 회복되거나, 병든 사람이 낫는 것을 보여 주신다면 실제로 그렇게 된다고 믿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린이들은 이와 같은 일을 즉각적으로 이해하고 상상으로 기도하는 일에 잘 응한다.
한번은 내가 몹시 아픈 여자 아기를 위해 기도하려고 한 가정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그 아기의 오빠가 방 안에 있었는데, 그는 네 살이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동생을 위해 기도하는데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였다. 아이는 아주 기뻐하였다. 나도 역시 기뻐하였다. 어린이들의 기도가 특별한 효력을 나타내는 일이 흔히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내 옆 의자에 올라 앉았다. 이때 나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우리 재미있는 일을 생각해 볼까? 잘 들어봐. 예수님은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지 않니? 그러니까 예수님이 바로 저 건너편 의자에 앉아 계신다고 생각하는 거야 예수님은 우리가 예수님을 바라보기를 기다리고 계셔. 우리가 예수님을 볼 때 줄리가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보다 예수님의 사랑은 참 놀랍구나 하고 생각하는 거야. 예수님께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셔서 우리들에게로 오실 거야. 그러면 우리 둘이서 손을 줄리 몸에다 얹어 놓는 거야. 우리가 그렇게 할 때 예수님께서는 손을 우리들 손 위에 얹으실 거야. 예수님으로부터 빛이 나와서 너의 동생 줄리에게 흘러 들어가고 줄리는 낫게 돼. 그리스도의 빛이 나쁜 병균과 싸워서 마침내 병균이 모두 물러나 버린다고 생각하렴. 이제 되었지!”
그 어린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함께 어린이같이 기도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본 그대로 될 것에 대하여 주님께 감사드렸다. 나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또는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어쨌든 그 다음날 아침에 줄
기도의 훈련 69
리가 완전히 나았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하고자 한다. 우리는 사실이 아닌 어떤 것을 상상 속으로 불러내는 것이 아니다. 또 하나님을 조종하여 무슨 말을 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와 정반대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할 일을 말씀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노위지의 줄리아나가 한 말처럼 하나님은 우리가 간구하는 근거이시다. 우리는 전적으로 그분을 의지한다. 우리의 기도는 하나님이 먼저 우리 마음에 넣어 주신 것을 반영하는 행동일 뿐이다. 우리를 위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는”(롬 8:26) 성령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면 생각도 모습도 말도 모두 헛것이다.
(리처드 포스터 『영적 훈련과 성장』 서울: 생명의말씀사, 1995. pp. 6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