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 민들레>
2023.05.10
누가 '시찰단 파견'을 정상회담 의제에 올렸을까?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원칙’을 보면 ① 과학적으로 ② 한국이 참여하는 가운데 ③ 국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술팀이 객관적으로 안전성을 검증하여 ‘투기’한다는 것이다. 각국의 기부금액을 보아도 IAEA는 미국과 일본이 끌어가는 국제조직이다. 기시다와 바이든은 한국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3국 동맹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런데 사용 후 핵원료에 관해 일본은 재처리를 허가 받았지만 한국에는 압박과 제재만 돌아온다.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를 받아들이는 것이 한미일 동맹관계에 유리하다고 보는지 한국 정부는 일본이 요구하는 오염수 배출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하는 것 같다. 표면적으로 내걸고 있는 요구 조건들은 합리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먼저, 중대사고에 따른 생태환경 영향평가 기준이 없다. IAEA는 중대사고가 발생된 원전 주변지역에 대한 생태환경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론과 기준, 지침이 없다. 도쿄전력도 막대한 방사능 배출에도 지금까지 생태환경 영향평가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방사선 영향은 지발효과가 있다. 일정 수준 이하의 환경 방사선 노출에 따른 영향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서서히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정상운전 수준의 배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IAEA와 일본은 심각한 방사능이 배출된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에 국제사회가 동의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생태환경 영향평가 기준과 절차를 먼저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평가한 결과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현재 IAEA가 수행하는 잣대 없는 검증작업은 따라서 과학적이지 않으므로 동의할 수 없다.
두 번째, 얼마나 배출됐는지, 배출된 방사능 총량이 없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상당한 방사능이 바다와 육지로 쏟아졌으며, 사고 이후에도 꾸준히 방사능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지만 얼마가 어떻게 바다로 흘러 들어갔는지 공개된 자료가 없다. 후쿠시마 원전 지하에는 콘크리트 바닥을 녹이며 침투한 핵물질들에 의해 오염된 지하수가 바다로 대책 없이 계속 들어가고 있다. 이는 현재 저장된 오염수 투기보다 환경에 더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검토 대상도 아니다. 핵용융물이 침투하여 발생한 지하 오염은 세계 원전 역사상 초유의 일임에도 무대책으로 버려져 있다. 이 사태의 심각성을 시민사회에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있다.
세 번째, 생태계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고시 배출된, 그리고 사고 전후에 지금까지 공중으로, 육상으로, 지하로, 바다로 들어간 방사능 핵종과 총량에 대한 종합적인 생태학적 환경영향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오염수 등 추가 배출에 따른 생태학적 영향 여부를 평가하여 배출 타당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배출된, 그리고 배출할 총량의 방사능이 인근, 원근 해역 생태계와 먹이사슬에 장, 단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고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심층적이고 투명한 평가가 필요하다. 이웃 국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지금까지 수행한 자료가 절대 부족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장단기 평가계획부터 당장 마련해야 한다.
네 번째, 객관성이 없다. IAEA는 핵의 평화적 이용을 기치로 내걸고 설립한 국제 핵사찰기구로서 원전을 운영하는 국가들의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원자력 진흥기구이다. 언제부터 IAEA가 핵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안전을 감시하는 조직으로 바뀌었는지 의문이다. 국제조직이지만 각 국가에 대한 주권침해 문제로 안전감시 기능에는 한계가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전·현직 사무총장이 오염수 바다 투기를 기정사실화 했고,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국제관례에도 부합한다고 이미 여러 차례 발언했다. 이는 미일 중심의 정치 편향적 발언일 뿐이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볼 수 없는 발언들이다. IAEA가 환경영향평가에 객관적이라고 믿을 수 없다. IAEA는 본연의 핵사찰 임무에 충실하고 이와는 별도로 공해상 오염수 배출에 따른 전 세계적인 영향을 고려하여 한중일러, 태평양 연안도서국들이 공동 참여하는 민관 핵안전협의체 창설을 제안한다. 민간 과학자 연대를 먼저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섯째, 나쁜 선례를 남긴다. 오염수는 일단 방류를 시작하면 30년이 아니라 50년이 될지, 100년이 될지, 언제까지 배출할지 알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자국 이익을 위해 공해상에 투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다른 나라에까지 영향을 끼쳐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뿐 아니라 윤리적으로도 합당하지 않다. 지구적으로 환경에 위해를 끼치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 일이다. 원전사고가 발생하면 경제성을 이유로 공해상에 폐기물을 버려도 된다는 최초 사례가 될 것이다. 자국 이익만을 위해 모든 국가가 환경을 훼손한다면 국제사회는 사회적 책임과 평화를 강조하는 문명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이러한 나쁜 선례로 인하여 국제사회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핵폐기물을 바다에 버릴지 모른다. 따라서 안전을 확인하고 문제를 극복하려는 국제사회의 합리적인 노력과 상호협력이 절실하다.
이번 5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후쿠시마 오염수 과학자 시찰단 파견이 합의되었다. 오염수 배출 처리 과정이 과학적이지도 않고 객관적이지도 않게 진행되는 상황인데 이틀간의 시찰로 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일본의 투기 명분만 만들어 줄 뿐이다. 이제 일본의 역사적인 오염수 투기는 한국시찰단에 의한 동의 과정만 남았다. 한국은 경제적인 이유로 공해상에 대규모 핵오염수 투기 선례를 남기는데 최초로 동의하는 불명예스런 인접국 사례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오염수 투기 명분만 주고 국익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무의미한 시찰단을 한국 정부 어느 실무자가 한일 정상회담 의제에 집어넣었는지 한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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