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 민들레] 후쿠시마 오염수와 아무 상관없는 IAEA 보고서
2023.06.01.
해양투기 근거로 사용되는 것 거부해야
https://youtu.be/RidIq44bCkg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두고 ‘과학적으로 투명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란 말이 요즘처럼 많이 나온 적이 있었나 싶다. 시찰단 21명이 일주일을 다녀와서 보고서 비슷한 것을 냈지만 안전성 여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 오염수에 대한 안전성 여부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전문가에 의해 어떻게 확인되는가에 달려있다. 여기에서 검증이란 용어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지난 7일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인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있는 조치가 이루어지기 바란다”고 한일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한국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면서 ”일본 총리로서 일본 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검증’과 ‘이해증진’으로 갈라진 한일 간 동상이몽
한일 양국 정상회담 내용에서 양국 간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검증이란 용어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사하여 증명한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 발언은 안전하다는 사실만 언급하고 있다. 이후 일본 주무장관인 경제산업성 니시무라 야스토시는 9일 각료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 중 시찰단 방문목적에 대한 답변에서 ”한국 쪽의 이해를 돕기 위한 대응으로, 처리수(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나 확인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은 검증하겠다고 했지만, 일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시찰단으로 봤다. 여기서 과학이라 단어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한국이 일본의 오염수 투기에 대해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자는 의도였다면, 일본이 말하는 ‘이해를 돕는 수준’의 시찰단을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우리가 검증 없는 일본 자료를, 그것도 요구에 마지못해 제출하는 자료를 100% 믿어야 한다면 판단오류의 시작이 될 것이다. 1박 2일의 시찰단 일정이 5박 6일로 늘어나고 파견인력도 한국 측 요구로 21인으로 늘어났지만 안전성 여부를 제대로 따졌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다핵종제거시설(ALPS)로 처리한 133만 톤의 저장 오염수 2/3가 기준치를 초과해 있다는 사실은 일찍이 일본 측 보고서에서 드러난 바 있다. 이 조사에서 사용된 ALPS의 성능 자체가 미심쩍은 것과는 별도로 저장 오염수의 2/3가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것도 사업자인 도쿄전력 주장이지 객관적으로 검증된 자료가 아니다. 더 많은 오염수, 어쩌면 모든 오염수가 기준치를 초과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고장이 발생한 기록내용과 초기부터 현재까지 ALPS를 거쳐 각 탱크에 저장하는 방식과 이 과정에서 설비 운영상 문제가 발생한 내용에 대해 충분한 조치가 이루어졌는지 성능검증 측면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설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자료는 일본이 자체 개발과정에서 확보한 지적소유권 자료를 일부 공개해야 하므로 접근이 어려울 수 있다. 핵종을 측정하는 샘플의 대표성과 저장 오염수 핵종 분석자료는 ALPS 처리 중 방사능 제거량을 확인하는데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1000개가 넘는 각 저장탱크의 64개 관리핵종 분포자료는 없다. 이처럼 검증작업은 현재 약점이 되는 ALPS 설비의 취약점이 통째로 드러나는 일이므로 자료공개가 어려워 객관적 검증은 불가능할 것이다. ALPS는 차라리 성능 불량으로 단정하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방사능 총량의 환경영향 평가에 손 놓은 IAEA
도쿄전력이 고심하는 오염수 처리가 무의미할 정도로, 핵 사고에 따른 상당 수준 방사능이 지금도 비에 씻겨 강으로, 지하수로 바다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현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지하수 문제는 원자로 핵연료 용융물(코륨, Corium)이 콘크리트 바닥을 뚫고 얼마나 지하로 내려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최근 국회 세미나에 참석한 아룬 마히야니 박사는 텔루륨 127이 발견된 사실을 언급하며 핵연료 용융물에서 핵분열이 진행되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사고가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이 코륨 덩어리가 지하수와 계속 접하여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매일 바다로 흘러가지만 이로 인한 방사능 평가 발표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지금까지 얼마의 방사능이 바다로 흘러 들어갔는지 확인하여 검증한 자료도 없으므로 후쿠시마 앞바다는 지금도 위험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배출된 방사능 총량을 바탕으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종합적인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도 없다. 이미 막대한 방사능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137만 톤 오염수 배출 적정성만 따지기보다 환경생태계 영향을 심도있게 평가해야 과학적인 접근이지만 현재 IAEA 검토 업무 범위에 이러한 내용은 없다.
한국 정부와 원자력계는 일본에 상당한 신뢰를 주고 있지만 막상 도쿄전력과 일본이 제시하는 기록은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료가 대부분이다. 현재 진행하는 IAEA T/F의 검토업무는 IAEA가 정상 가동 중인 원전에 적용하도록 한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검토, 기술지원하는 것이지 환경영향을 확인하는 검증작업이 아니다. 막상 중요한 환경이라는 달을 보지 않고 배출이라는 손가락 끝만 보여주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작성된 IAEA 보고서는 사고로, 지하수로, 그리고 비가 오면 씻겨서 이후 강으로, 바다로, 지금도 배출되는 방사능 총량에 따른 환경영향에 아무런 책임도 관련도 없다. 후쿠시마 핵 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바다는 여전히 위험한 상태이다. 단순 오염수 배출을 지원하는 용역기관인 IAEA가 제출한 검토보고서는 배출을 위한 장비와 계통의 신뢰를 조금은 올릴 수는 있겠지만 환경관점에서 보면 배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가 없는 무의미한 보고서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를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의 근거로 사용되는 것은 마땅히 거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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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