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작은책방은 2014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일 년 동안의 일기를 포토북으로 만들어 담아 왔습니다.
사진첩에 모든 걸 담을 수는 없지만, 간략하게 정리된 한 권의 일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해 그 시절, 책방지기 부부가 어떤 마음으로 책방을 지켜왔는지를 알 수 있어요.
지난 십 년 동안 책방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요? 포토북의 맨 앞장과 뒷장만 올려 봅니다.
책방에 오시면 열 권의 책을 모두 펼쳐보고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간직한 그 해의 추억을 책방에 와서 되새겨보는 추억과 재방문의 해로 올해를 기념해보려 합니다.
2014년...책방을 처음 열었던 때.
지금과는 사뭇 다른 책방의 모습이 눈길을 끄네요. 이 사진은 아마 잡지 취재 중에 포즈를 취하고 찍은 것 같아요. 지금은 정겨운 이 피노키오 오두막이 사라져 버리고 한때의 추억으로, 사진으로만 남게 되었네요.
책방은 호기롭게 문을 열었지만 같은 해 4월, 세월호의 아픔이 있었고 겨울에는 내내 촛불과 함께했던 암울했던 시국이었어요.
2015년은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던 해였습니다. 그해 여름 "작은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가 출간되었고 하반기 내내 신문과 방송에 열심히 출연했었네요. 북스테이 신청이 너무 많아...아마추어 숙박업자가 쩔쩔 매던 기억이 납니다.
2014-2015년이 책방을 열고 기초를 다지는 해였다면
2016-2018년까지 3년 동안은 책방의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어요. 역대급 방문객 수를 기록했고 매출도 점점 올라가고, 전국에서 책 쫌 읽는다는 독자분들이 한번쯤 방문하는 책방으로 명성을 떨쳤네요.
2017년에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서점의 시대"라는 특별 코너에 초청을 받아 참여했고, 마침 그 기간 중에 KBS 1TV에서 한 달 동안 촬영했던 "사람과 사람"이라는 50분짜리 다큐가 방송되어 방송을 본 일반인들의 방문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2018년부터는 괴산군 관내 초중고등학교에서 어린이 청소년들의 단체방문이 확대되었습니다. 도교육청과 협업하여 "마을학교" 사업에 함께하게 되었고 책방 나들이를 나온 학생들에게 북쇼를 통해 다양한 책을 소개해주고, 돌아갈 때는 책을 한 권씩 사가지고 가는 단체방문의 형태와 내용이 확정되었죠.
일 년 내내 작가 강연과 체험활동, 공연 등 지역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게 되었습니다.
창업 5주년이 된 2019년에도 작가와 만남은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지역서점 문화활동 지원사업" 등 각종 지원사업에 선정돼 그림책 작가들과 지역주민이 밀착된 워크숍 활동을 했고 명망 높은 작가들과 북토크를 이어갔어요. 섭외하기 어려운 한국문학 대표 작가님들이 숲속작은책방은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다며 적극적으로 와주셔서 많은 책방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지요.
2019년 말,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늘어나고 책방이 포화상태라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되어 책방지기 부부는 칠성면에 살림집을 따로 구했습니다. 드디어 안방까지 손님들께 내어주게 되었고 집 전체가 책방으로 확대 개편되었어요. 부부의 살림이 나간 안방은 그림책방으로 곱게 새단장되었고요....그렇게 호기롭게 2020년을 맞이했는데......
코로나19라는 전대 미문의 팬데믹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2020-2021년. 두 해 동안은 모두에게 참 가혹한 시절이었지요.
2021년은, 코로나 2년차를 맞아 조금은 시국이 안정되었지만....동네책방의 어려움과 몰락은 가속화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조용히...이 기간을 느릿느릿...삶의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며 살아갔습니다.
팬데믹이 제게 준 선물이라면, <작은책방, 우리 책 좀 팝니다> 이후 6년만에 새로 책을 내게 되었다는 건데요. 2020년 겨울부터 사람들이 찾지않는 고요한 숲속에서 지난 책방의 날들을 정리하는 책을 쓰기 시작해 2021년 8월에 발간했습니다.
<숲속책방 천일야화>의 탄생입니다.
2022년은 코로나 3년차를 맞아 아직 마스크는 완전히 벗지 못했지만, 일상이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2년 동안 억눌려있던 사람들의 욕구가 터져 나오면서 동네책방들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조금 늘었고 삶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 듯 보였지요. 저희도 일상을 많이 회복했던 한 해입니다. 그래도 잘 살아남았음에 서로 감사하며, 작은 희망을 꿈꾸기도 했던 해.
지역에서 출판문화사업에 매진하는 동료들과 "괴산책문화네트워크"를 만들어 괴산로컬잡지 "툭"을 만들고 괴산에서 처음으로 책문화축제도 열었습니다. 열렬히 활동했고 열렬한 호응과 응원에 힘입어 즐거운 지역살이를 경험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의 일상은 다시 가혹하게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숲속작은책방은 2022년 한 해 동안 괴산책문화네트워크 일을 하면서 너무 달렸고, 이 한 해는 잠시 쉬어가자 마음 먹었지요. 한 개의 지원사업도 받지 않았고 행사와 이벤트 없는 책 자체에 집중한 보통의 일상만으로 한 번 책방을 이끌어가보자 생각했어요. 그러나 코로나의 여파도 있고, 안팎으로 나빠진 경제와 정치적 상황 등이 겹쳐져서 정말로 책방에는 고요와 평화가 찾아왔어요.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줄었고 어쩌면 점점 잊혀져 가는 건가....하는 서글픔이 있었던 해.
고요한 책방과는 별개로 괴산에 책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했고 괴산로컬잡지 "툭" 2호를 열심히 만들고 팔았습니다. 우리들의 책방보다는 "로컬"과 "네트워크"에 좀 더 집중했던 해였습니다.
이렇게 책방의 10년이 훌쩍 흘러갔습니다.
한 집에서 이렇게 오래 살아보기도 처음입니다.
밝고 하얗던 얼굴에는 기미와 검버섯이 생겨났고, 흰머리는 돌이킬 수가 없네요.
오로지 책공간을 만들고, 책을 읽고, 제발 책 좀 읽자고 외치고, 책을 팔면서 보내온.....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책과 함께한 시간으로 점철되었던 책방지기 부부의 10년입니다.
2024년 한 해는 이렇게 살아온 우리들의 10년을 잘 기록하고, 마무리하고, 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새로운 꿈을 꾸는 해로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뭔가 붓을 들어 커다란 마침표를 하나 찍는 듯한 기분입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 새로운 10년~20년 행복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