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어 지원했던 수필창작반 첫수업을 마치고 나니 무엇인지 모를 기대감에 가슴이 쿵덕쿵덕 뛰었다. 주어진 글제가 '봄이 오는 소리'인데 어떻게할지 고민하다 서점을 생각했다. 그래, 서점이다.
월요일 오후의 시내 모습을 느긋하게 즐기며 중앙로역 부근 교보문고에 갔다. 서점은 젊은이들과 책내음으로 가득차 있었다. 대부분의 서적을 인터넷쇼핑으로 해결해 왔기에 오래간만에 서점에 온 것 같다. 책을 고르고 읽는 젊은이들의 눈, 옷과 스타일에서 봄은 이미 오고 있었다.
어떤 책을 살까? 그래, 수필집이지. 김상현의 수필집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를 샀다.
또 무엇이 있을까? 그래, 북미여행을 위해 여행관련 영어책을 사야지.
마지막으로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선거 투표를 현명하게 하기위한 정치관련 책을 샀다.
수필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수필집을 사러 서점에 갔다가 책부자가 되어 돌아왔다.
퇴임 후 일주일에 이 삼일정도의 여유을 갖기 위해 우리 가족의 추억이 묻어 있는 경주의 처갓집을 퇴임전에 구입했다. 장모님은 혼자 거동하시기 힘들어 울산에 있는 큰처남집에 계시기 때문에 집이 비어있는 상태이다.
화요일에 아내와 함께 내려가 집안팎을 정리하고 청소했다. 한사람의 인생은 살아있는 박물관 하나와 같다고들 한다. 장모님의 물건을 하나 하나 정리하며 눈시울을 붉히는 아내의 모습에 내 눈과 코도 찡해졌다.
앞마당에 쌓여있던 흙과 잔디를 고르고 정리하니 흙더미 아래에 수줍게 숨어있던 연록색의 이름 모를 새싹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삽을 내려놓고 손으로 조심 조심 주변을 다듬었다. 기다리면 무슨 꽃인지 알 수 있겠지.
입실장에서 미얀마부사, 왕자두와 진영당감 각 한그루를 사서 양지바른 곳에 심었다. 올해 과일이 열릴거라는 말을 믿고 비싼값에 샀으니 기다리면 알겠지.
언양 오일장 구경을 하면서 유명하다던 소머리국밥을 먹었다. 오일장에 따라가면 잔치국수나 국밥을 사주시던 어머니 생각이 났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가 좋아하는 백일홍, 금송과 천리향을 사서 심었다. 다음주에는 눈이 돋아 있겠지. 기다림이 더해진다.
모든 것이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다 이루어진 것 같다. 겨울동안 생각만하고 웅크리고 있다가 봄바람과 함께 움직이니 봄은 이명처럼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2024.3.23.토. 김주희
첫댓글 주희 회장님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주 잘 시작했습니다. 처갓집을 구입하셨군요. 가족들과 오랜 추억이 있을 겁니다. 나무도 심고 꽂도 심고 천천히 가꾸어 보세요. 제가 멘토를 해 드리겠습니다. 꾸준히 글을 읽고 쓰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회장님 고운 마음이 읽혀지네요 사모님이 살아오신 추억들이 고스라니 담겨있는 집을 함께 가꾸는 사랑꾼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훌륭한 작가의 발톱이 언뜻 보이네요 좋은 작품 잘 읽었습니다 건필합시다
이제 급한 일 마치고 들어와 좋은 글 마주했습니다. 글제를 받고 첫 글귀 찾아내기가 참으로 어렵단 생각이 늘 있습니다 열심히 다듬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선생님 오늘 결석하시어 서운했습니다. 급한 일이 별일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글은 쉽게 생각하면서 쓰시면 됩니다.
우선은 신변에 있는 일을 쓰세요. 그러면 점점 범위기 넓어집니다.
봄이오는 소리가 별건가요. 과일나무를 심는 삽과 괭이 소리가 곧 봄이오는 소리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