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더러운 꼴 안 보고 깔끔하게 죽고 싶어”© Copyright@국민일보
최근 의료인류학자 송병기와 호스피스 의사 김호성이 함께 집필한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라는 책이 출간됐다. 송병기 박사는 해외와 국내의 노인 요양원에서 인류학적 현장 조사를 하며 노인들의 생애 말 삶과 죽음의 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김호성 선생은 암치료 일선에 서 있는 핵의학 전문의에서 호스피스 의사로 진로를 바꿔 현재 경기도 용인의 호스피스 전문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호스피스 학회에서 처음 만났다는 둘은 한국 사회의 표류하는 죽음의 문화를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해 왔고, 최근에는 그간의 생각과 연구들을 정리한 책까지 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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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웰다잉, 좋은 죽음, 존엄한 죽음 등의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실제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탐구하는 인류학의 특성상 이 책은 ‘더러운 꼴 안 보고 깔끔한 죽음’이라는 날것의 언어를 들고나온다.
책은 우리 생의 끝자락이 깔끔하지 못하고 궁색해지는 이유로 첫째 돌봄 대책의 부재로 생애 말 필연적으로 요양시설, 병원을 전전하게 된다는 것, 둘째 시설을 피하고 집에서 죽음을 준비하고 싶어도 이야기할 상대(제도)가 없다는 것, 셋째 마지막까지 치료에 대한 이야기만 넘쳐날 뿐 ‘잘 죽는 것’에 대한 대화와 상상력이 닫혀있다는 것을 꼽는다.
이 모든 문제의 배경으로 생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우’하기 어려운 한국 사회의 불평등한 생애 말 돌봄 현실을 지적한다. 이 불평등은 단지 경제적 수준의 차이만이 아니라 일상 공간의 불평등까지 포괄한다.
대다수가 사는 현대의 도시 공간은 죽음과 거리 먼 사람들을 위한 공간만을 중시했을 뿐, 죽음에 다가서는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궁색하지 않게 살 수 있는 공간과 제도는 철저히 외면해 왔다. 삶과 죽음의 더불어 살아감을 외면한 결과는 부메랑이 되어 우리 삶의 마무리에 대한 총체적 결핍을 만들었고 현실은 죽음에 관한 모든 것을 시설로 격리하기 급급하다. 그 대가로 우리의 죽음까지 가는 길은 ‘더러운 꼴’을 피할 수 없고 이 정해진 결말이 공포스러워 절규처럼 안락사를 외치게 된 것은 아닐까.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