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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토론문] -이원영 교수의 원전 헌법소원 청구서 초안에 대한 검토의견 -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토론문
- 이원영 교수의 원전 헌법소원 청구서 초안에 대한 검토의견 -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들어가며
○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후 독일의 경우 원전을 모두 폐기하는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였고, 그 정책에는 최근 러·우전쟁으로 인하여 러시아산 가스공급이 중단되자 에너지 위기에 봉착한 독일이 다시 원전을 재가동해야 하는 것 아닌지 하는 논란이 제기되었으나 대체로 신재생에너지(태양열, 풍력, 지열 등) 확보율이 그 어느 나라보다 높은 독일에서는 탈핵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임.
○ 우리 나라 역시 문재인 정부 때 일부 원전을 폐기하기로 하여 나름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그 정책을 시행하였으나, 일부 원전의 경우는 원전 건설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시점에 새로이 들어선 정부가 이를 폐기하기로 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바람에 사실상 원전 건설업자나 주변 토지소유자 등 관련 당사자들에 대한 소위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과 재산권침해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었음.
○ 독일의 경우도 탈핵정책으로 원전을 폐기하기로 하였지만 그 과정에서 원전업자에 대한 재산권침해 문제가 제기되고 헌법소원심판 청구까지 이루어진 바 있었으며 일부 인용(재산권 침해 및 위헌 확인) 판결이 선고된 바도 있었음.
○ 원전의 특성상 오늘 폐기하기로 결정하면 이 원전은 30년 후에나 모두 완전히 정지된다고 함. 그러므로 원전의 경우 건설은 물론 폐기 역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접근을 해야 하는 속성이 있는 에너지 설비라고 할 수 있음.
뿐만 아니라, 발제자도 잘 지적하였듯이 체르노빌과 최근에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잘 보여 주고 있듯이 원전은 한 지역 뿐 아니라, 한 나라와 이웃 국가에게까지 엄청난 규모의 재앙을 불러일으킬 잠재적 위험(Risiko)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핵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현 세대는 물론 장래 세대에 대해서까지 방사능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물론, 생명과 건강에 대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할 것임.
○ 그러므로 기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이러한 원전의 위험과 같이 장기적 위험에 대처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우리는 일컬어서 소위 “사전배려의 의무”라고 할 수 있음. 다시 말해서 당장 닥치는 구체적 위험(Gefahr)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장차 어떠한 사고나 재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장기적이며 잠재적 위험(Risiko)에 대하여 국가는 미리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 소위 사전배려의 원리임.
○ 다만 이와 같이 장기적이고 잠재적인 위험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 신재생에너지의 수급이 충분치 않은 동안 탄소(CO2) 등 온실가스의 배출이 가장 적고 나름대로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되고 있는 에너지가 바로 원전인데,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사례로 인하여 이와 같은 에너지를 폐기하고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펼 것인지 여부는 사실상 전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할 것임.
왜냐하면 위에서 지적하였듯이 원전과 같이 한번 건설하면 그 폐기가 30년 이상 소요되는 에너지시설을 상당한 잠재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폐기하고 태양광이나 풍력 혹은 지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선택할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많은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으며, 또한 당시의 과학기술의 발달 수준에 비추어 과학적 예측가능성 역시 한결 같이 동일한 결론에 이를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임.
○ 이와 같이 국민들간의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될 수 있고, 또한 과학적 예측이 일의적이지 않은 여러 복잡한 사실관계가 뒤 얽혀 있는 영역에서는 민주적으로 정당화된 입법자가 의회 입법절차와 공개적인 토론을 거쳐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대의 민주주의의 원리라 할 것이며,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을 할 수 없는 이러한 복잡한 사실관계에 대한 입법자적 결정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원칙적으로 입법형성의 자유를 넓게 부여할 뿐만 아니라, 입법자가 시간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여유와 기간도 넉넉하게 부여하는 것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물론이고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례 입장이라 할 수 있음.
○ 물론 이렇게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가 넓게 인정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 형성의 자유가 다시 제한될 수 있는데, 가령 국민의 생명이나 건강 혹은 재산권이 중대하게 제한될 수 있는 경우와 같이 기본권 제한이 중대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경우에는 그 만큼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가 축소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함. 그리고 헌법이 구체적으로 입법자에게 입법의무를 부과한 경우에는 그 만큼 형성의 자유의 영역이 축소된다고 봐야 할 것임.
○ 본 토론자는 이렇게 헌법적 관점에서 일단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고 이 문제를 풀어나감에 있어서 무엇을 주의해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 원론적 입장을 우선 밝히고, 다음으로 제기한 토론의 쟁점에 대해서도 입장을 개진해 보기로 함.
2. 본론
(1) 기본권도그마틱의 측면
○ 최근 유럽에서는 아일랜드 대법원로부터 시작해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우리 헌법재판소가 기후 헌법소원에 대하여 인용을 하고 있음. 독일의 경우 기후보호법 제4조 제6항이 연방정부로 하여금 ”2025년에“ ”2030년 이후의 기간동안“ 매해 저감해야 할 배출총량을 법규명령으로 정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하면서 해당 기후보호법 규정이 소위 “제한유사적 사전효과”를 야기한다고 하는 논리로써 기본권침해를 인정하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으나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의 위반은 확인하지 않았음.
○ 이에 비하여 우리 헌법재판소는 독일과는 달리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입법자가 온실가스감축 계획을 규정하지 않거나 시행령에도 위임하고 있지 않은 것이 결국 기본권보호의무에 위반된다고 하는 보호의무 위반을 확인한 것임.
○ 겉으로 보기에는 둘 다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려서 비슷해 보이기는 해도 일단 독일과 우리 헌재 결정은 기본권 도그마틱의 관점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여 주고 있음. 즉 전통적으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기본권보호의무의 위반은 웬만해서 잘 확인하지 않음. 왜냐하면 기본권보호의무의 경우 소위 과소(보호)금지의 원칙(Untermaßverbot)이 적용되어 입법자가 제3자나 혹은 자연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 등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을 기준으로 위헌심사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위헌확인이 될 가능성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임.
그에 비하여 만일 국가의 공권력이 국민의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제한했을 쁜만 아니라 그 제한이 과잉하게 이루어진 것인지를 다루는 기본권의 제한 영역에서는 심사기준이 소위 과잉금지원칙(Übermaßverbot)이라 할 수 있음. 이 방어권적 영역에서는 국가가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서 그 제한의 정도가 과도한지 아닌지 필요한 최소한의 기준을 지켰는지 아닌지를 상당히 상세히 심사하게 됨.
그러므로 결국 어느 심사기준을 택할 것인지는 영역에 따라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고 할 수 있고, 그 위헌여부의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음.
○ 독일 연방헌재의 경우 본 토론자가 보기에는 무리하게 기본권보호의무 내지 환경보호의무를 확인하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논리를 전개하려다 보니, 사실상 매우 부자연스러운 개념인 “제한(침해)유사적 사전효과”를 사용하고 나서 결국 위헌을 확인하는 결과가 되었음. 그러나 본질상 기후보호와 관련해서는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 내지 환경보호의무 위반을 확인하는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봄.
우리 헌법재판소는 기본권보호의무 위반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갔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부자연스러운 논리와 달리, 소위 과소(보호)금지원칙 위반을 확인한 거의 유일한 선례(공직선거법상 확성기소음기준 사건)를 인용하고서 내린 역시 흔치 않은 헌법불합치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음.
○ 우리 원전 헌법소원으로 돌아 와서 생각해 본다면 기본권도그마틱과 관련해서 일단 공권력의 행사가 문제인지 아니면 불행사가 문제인지를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과연 공권력의 행사를 문제삼을 경우에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과잉하게 침해하였음을 주장하며 그 구제를 청구할 것인지, 아니면 원전사업자 등에 의한 국민 기본권의 침해가능성에 대해서 국가가 유효하고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소위 기본권보호의무 불이행을 문제 삼을 것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음.
사안에 따라서는 어떠한 공권력의 행사(기본권보호의무의 이행, 입법의무나 보호의무의 이행)가 불완전·불충분하게 된 경우에는 소위 통설과 판례가 부진정입법부작위로 다루고 있는데, 이 경우에 과연 공권력의 행사에 대하여 다투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불행사에 대하여 다투어야 할 것인지가 도대체 불확실하고 애매한 경우가 상당히 존재하기도 함. 이러할 경우에는 전략적으로는 소위 주위적으로는 공권력의 행사를 그리고 보충적, 예비적으로는 불행사를 심판대상으로 삼는 양동 작전을 취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됨.
(2) 환경법상의 원리나 헌법적 가치들이 서로 충돌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 사전배려의 원리에 따라 장기적, 잠재적 위험에 국가가 대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하는 것은 헌법적 차원에서 얼마든지 인정될 수 있음.
○ 그러나 가령 기후위기와 2050년까지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파리 기후협약 원리에 따라서 화석연료를 쓰지 못하게 하고 급격하게 탄소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가령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충해야 할 것임. 그러한 설비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일텐데 이들은 또 다시 자연 경관 등 다른 환경적 가치들이나 재산권과 충돌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됨.
○ 러·우전쟁 이후 에너지 위기가 도래하자 탈핵정책에서 급격하게 원전 재가동 정책을 검토한 독일의 경우와 같이, 어떠한 정책은 한번 세워지면 그것이 지고지순의 헌법적 원리로서 그 어떠한 다른 원리들과의 충돌이 일어날 경우에도 항상 우선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헌법적 판단의 대전제라고 할 수 있음.
○ 러·우전쟁이나 중동전쟁 그 밖의 다른 에너지 수급의 위기요인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현재까지 가장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는 원전이나 소형모듈을 동원하여 화석연료를 사용한 화력발전을 지양하면서도 국내 에너지 수급의 안정을 기하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국가가 취해야 할 기본권 보호의무나 환경보호의무의 일환이 될 수도 있음.
○ 더구나 최근 데이터 센터의 가동 등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시대에 필요한 전기공급을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입법자가 결정해야 할 것이지만 입법자가 법률로 어느 정도 원칙을 정한 후, 급변하는 사회적 변화에 즉응할 수 있도록 행정부에 입법을 위임하였다고 한다면 그것이 반드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헌법위반여부의 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소위 의회유보(의회입법)의 원칙과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이라 할 것임.
○ 위헌여부의 기준은 결국 특히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되는 본질적인 사항인가 여부이며 만일 본질적이고도 중요한 입법사항에 해당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형식적 입법자인 국회가 정하지 않으면 안 됨. 그것이 바로 헌법 제40조의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하는 규정에 근거하고 법치국가원리에서도 도출되는 의회유보의 원칙임.
○ 그리고 헌법 제75조와 헌법 제95조의 포괄위임입법금지의 원칙에 따라서 본질적이지 않은 내용의 경우에 입법자는 행정부로 입법을 위임할 수 있는데, 그 경우에도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서 위임하라고 하는 것이 바로 헌법 제75조의 명령이라 할 것임. 그러므로 본질적인 사항은 위임금지, 본질적이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 입법위임을 할 경우에도 포괄적으로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해서 위임할 것! 이것이 우리 헌법 제40조와 헌법 제75조, 제95조 및 법치국가원리를 체계적으로 이해한 결론이라 할 것임.
○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포괄위임금지원칙 위반여부의 구체적 기준은 국민이면 누구나 무엇이 위임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므로 이것은 일종의 위임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원칙이라 할 것임.
(3) 구체적 토론의 쟁점 제기에 대하여
ⅰ) 행정계획의 공권력의 행사성
○ 우선 행정 계획 역시 공권력의 행사가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헌재 판례임.
○ 다만 구체적인 헌법소원에서 어떤 경우에는 각하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공권력 행사성이 인정되기도 하였음. 가령 1994년 서울대학교 입시요강 사건이나 1999년 지방공무원시험시행계획 사건 등이 공권력 행사성을 인정받은 사례라 할 수 있음. 다만 어떠한 계획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법령(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의 내용을 다시 한번 반복하거나 공지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고 그것이 새로이 국민의 권리·의무 관계에 변동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공권력의 행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헌재 판례라고 대체로 말할 수 있음.
위에서 발제자는 국민이 결정할 수 있는 과정이 누락되었다고 하면서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의 전체 과정을 문제 삼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공권력(즉 법률인지 아니면 기본계획인지)이나 아니면 공권력의 불행사, 즉 부작위(입법부작위, 행정부작위)인지를 분명하게 가려야 할 것임.
○ 만일 입법부작위나 행정부작위를 문제삼을 경우 필요한 적법요건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됨. 즉 입법부작위의 경우에는 헌법으로부터 유래하는 작위(입법)의무나 보호의무이며, 행정부작위의 경우에는 헌법이나 법률로부터 유래하는 작위의무나 보호의무라고 할 수 있음. 많은 경우 이 단계에서 각하되는 경우가 보통이라 할 것인데, 물론 그것은 문제이며 특히 진정부작위와 부진정부작위의 구분이 애매하다는 점 때문에 더욱 문제라 할 수 있음.
ⅱ) 통치행위론과 입법재량
우선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를 위한 대통령 긴급재정경제명령 사건에서 이미 헌재가 판시하였듯이 아무리 통치권자의 고도의 정치적 결정에 해당되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다면 위헌여부의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헌재의 판례이며 최근 윤석열 탄핵결정에서도 이러한 입장은 다시 반복되었음(오로지 예외적으로 이라크 제2차 파병 헌법소원(자이툰 부대) 사건의 경우를 들 수 있는데, 이는 돌출 결정에 해당된다고 보임.)
그리고 입법재량은 결국 입법형성의 자유의 문제인데, 이는 적법요건의 문제가 아니라 본안 판단에 들어가서 헌재가 기각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됨. 이미 언급하였듯이 원전의 유지냐 폐기냐와 같은 장기적이고 복잡한 사실관계에 관한 문제, 나아가 입법자의 예측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입법자의 형성의 자유와 시간적 적용의 자유가 그 만큼 넓게 인정될 수 있음. 이 경우 기각(합헌)결정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많음.
ⅲ) 공론화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작위에 대해서 다툰다면?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만일 일정한 경우에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거치지 않은 행정부작위를 다툴 수도 있을 것임.
그러나 이미 언급했듯이 이 경우 헌법이나 법률에 그러한 절차를 거칠 작위의무가 있어야 하고, 또한 상당한 기간 동안 그러한 작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어야 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함.
그렇다면 헌법이나 법률상 공론화절차를 거칠 작위의무가 있다고 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 후 이것이 인정 안된다면 작위의무가 인정 안 되어 공권력의 불행사성이 부인됨으로써 각하될 가능성이 농후함.
ⅳ) 국민투표 회부의무?
헌법 제72조는 외교, 국방, 통일 등 국가의 중요 정책에 대하여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 규정이 분명히 말해 주고 있듯이 이는 대통령의 재량이라 할 수 있으므로, 어떠한 사항이 국가적으로 중대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국민투표에 붙일 것인지 여부는 대통령의 재량이라 할 것임. 과거 수도이전위헌결정에서 김영일 재판관의 별개의견은 수도이전과 같은 중요한 사항은 대통령의 재량이 기속재량이 되어(결국 재량이 영으로 수축된다는 취지) 반드시 국민투표에 붙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논리를 폈으나 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임.
마찬가지로 국민 중의 일부는 원전정책은 너무나 중요하여 반드시 국민이 직접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논리를 주장할 수는 있겠으나 우리 헌법 제72조의 규정이나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라고 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별반 설득력이 없다고 보임.
ⅴ) 시민의회의 문제
시민의회는 일부 시민운동가나 이론가들에 의하여 주장되고 있는 개인적 견해에 불과하며 이것을 인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 단게에서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곤란함.
ⅵ) 미래세대 청구인 적격
청구인적격이라 함은 누구든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려면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에 의하여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직접 침해되었음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미래 세대 역시 원전으로부터 생명권과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청구적격을 인정하는 데는 미래세대라 해서 달리 볼 수는 없음(기후헌법소원에서도 태아와 아기들도 그 청구인적격을 인정받았음.). 다만 기본계획이나 아니면 전기사업법 정도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본권을 현재 침해하고 있는지를 따져 본다면 이 청구적격의 요건을 넘는 것이 간단치는 않아 보임.
ⅶ) 현행 국민투표법의 흠결?
헌재가 재외국민들의 경우 국내에 거소신고를 한 재외국민들에게도 국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국민투표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2025년 12월 31일로 입법개정 시한을 주었었음. 국회는 이 기한이 지나도록 국민투표법을 개정하지 않아 여전히 장기간 위헌적 상태에 있었는데, 2026. 3. 6. 국민투표법 개정으로 재외국민들도 국민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으므로 현재 이와 관련한 특별한 하자는 없음.
ⅷ) 증거와 심리
발제자는 위험의 규모에 관한 전문적 증거가 심리과정에서 실질적으로 검토되지 않는다면, 절차적 권리의 확인만으로 충분한가를 묻고 있음.
이 질문은 특히 과학적 판단을 요하는 전문적 성격의 사건들의 경우 헌법재판과정에서 공개변론을 통하거나 혹은 서면으로라도 전문가들의 참고인 진술이나 감정을 청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인데 이와 관련된 것이라고 봄,
이와 같이 일정한 위험에 대한 과학적 판단이 중요한 경우 재판관들은 그 분야에 가장 정통한 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할 필요가 있음. 다만 과학적 판단의 결과 대다수의 입장이 같은 경우에는 상관 없지만, 경우에 따라 상반된 입장들이 대립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할 수 있음. 그러한 경우에는 학계 정통 학설 다수의 의견을 일단 존중하면서 비전문가인 재판관들이 나름 최대한 이해를 하여 최종적인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임.
아마 기후소송도 그러하였지만 원전소송의 경우 역시 그러한 절차들을 거쳐야 하지 않을까 함.
3. 맺음말
○ 발제자께서는 헌법 전문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전의 위험과 관련하여 매우 헌법적으로도 전문가에 가까운 논문을 발표하셨고, 10년 정도가 지난 이 시점에 다시금 이 문제를 제기해 주셔서, 필자 역시 과거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에 이루어진 한독일 학술대회에서 재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국가의 의무에 대해서 발표한 바 있고 그 후에도 국민의 생명권 보호의무나 기본권보호의무, 환경보호의무 등에 관하여 연구를 해 왔던 바, 다시 한번 이 문제를 짚어 볼 수 있는 기회와 계기를 주셔서 감사함.
○ 10여년 전과 비교했을 때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쟁점이 몇 가지 더 생겼다고 여겨지는데 그것이 바로 기후위기와 AI의 급격한 발전이라고 할 것임.
-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방법으로서 국가는 신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원전의 재가동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코너에 몰렸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임.
- 또한 AI 산업의 급격한 발달로 인하여 국가경쟁력이 뒤쳐지지 않으려면 엄청난 양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데이터 센터의 건설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신재생에너지 건설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고 하는 정책적 판단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봄.
○ 이러한 여러 관점에서 바라볼 때 국민들은 어느 한 관점을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고서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 무한 투쟁에 나설 수도 있는데, 민주주의에서는 여과되지 않은 국민적 견해들간의 충돌을 대의민주제의 방식으로 국회에서 걸러내어 법률과 행정입법 그리고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합의를 이루면서 국가가 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봄.
○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발제자가 작성한 헌법소원청구서 초안에는 앞으로 상당히 보완할 사항들이 많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그러한 관점들에 대한 대응 논리를 개발하면서 헌법소원을 추진하면 좋을 것임.
이상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출처; (원) 헌법소원 검토 세미나 2026-08-25(전태일기념관) 자료
국토미래연구소 Café >헌법소원 검토 세미나 2026-08-25
https://m.cafe.daum.net/earthland/DsfD/6?svc=cafe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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