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승찬대사
승찬은 지독한 나병을 앓고 있었다. 그는 전국 방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좋다는 약은 다 먹고 여러 가지의 비방도 써 보았지만 병은 낫지를 않았다.
그의 병은 전생에 그가 저지른 죄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전생에 그가 지은 죄만 없앨 수 있다면 문둥병은 깨끗이 나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아무도 자신의 죄를 없애줄 수가 없지만 부처님 법을 이어받은 대도인만은 도력으로써 자신의 죄를 없애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부처님 의발을 전해 받았다는 혜가대사에 대한 소문을 듣고 묻고 물어서 먼 길을 걸어 찾아왔다. 대사를 뵙자 그는 넙적 절을 올리고 머리를 조아리면서 간절하게 소원을 말했다.
"제가 지독한 문둥병을 앓고 있습니다. 대사시여! 저의 죄를 사하여 주십시오. "
지독히 심한 문둥병으로 얼굴과 손과 온 몸에 진물이 줄줄 흐르는 그를 대사는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의 죄를 가져오너라. 그러면 내가 너의 죄를 없애주겠다."
대 도인이 자기 죄를 없애주겠다니 승찬은 매우 기뻐하며 죄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죄를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죄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자 크게 낙담하여 말했다.
"아무리 죄를 찾아도 죄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이에 2조가 말했다.
"그대의 죄의 참회는 이제 끝났느니라."
승찬은 대사의 한 마디에 문득 깨달았다. 죄가 안에도 밖에도 없음을 밝게 깨닫고 일어나서 큰절을 올렸다.
대사는 그가 법기임을 간파하고 머리를 깎아 주며 이름을 승찬이라 지어주고 가사와 법을 전하니 3조가 되었다.
팔십이 넘은 몸으로 법을 설하던 어느 날, 열네 살 밖에 안된 도신이라는 어린 사미가 승찬대사를 찾아와서 넙죽 엎드려 절을 올리고 나서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의 마음입니까? "
대사는 법을 묻는 어린 사미를 기특하게 생각하면서 지극한 눈빛으로 물었다.
"너의 마음은 지금 어떠한가?"
"저는 지금 무심합니다."
"네가 무심하다면 부처에게 무슨 마음이 있겠느냐?"
"스님, 제에게 해탈의 법을 일러주십시오."
대사가 물었다.
"너를 누가 속박하였느냐?"
"아무도 속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도 속박하는 것이 없다면 이미 해탈인데 또 무슨 해탈을 구하느냐?"
이 말에 어린 도신은 크게 깨달았다. 3조 승찬은 인연이 익었음에 도신에게 가사와 법을 전하는 게송을 내렸다.
꽃은 땅을 인연하여 피며
땅에 의지해 꽃이 피지만
씨를 뿌리지 않는다면
꽃은 피어날 수가 없네.
이렇듯이 인연이 깊으면 14세 어린이라도 큰 도를 깨우치는 것이다.
승찬대사는 수양제 대업 2년에 입적했는데 당나라 현종이 감지선사라는 시호를 내렸으며 탑호를 각적이라 했다.
다음은 대사가 지은 유명한 신심명(信心銘)이다.
至道無難 唯嫌揀擇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직 간택함을 꺼릴 뿐)
但莫憎愛 洞然明白 (다만 미워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통연히 명백하리라.)
毫釐有差 天地懸隔 (털끝만치라도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 만큼 어긋나니)
欲得現前 莫存順逆 (도가 앞에 나타나길 바라거든 따름과 거슬림을 말라.)
違順相爭 是爲心病 (거슬림과 따름이 서로 다툼은 마음의 병이 되니)
不識玄旨 徒勞念靜 (현묘한 뜻은 알지 못하고 공연히 생각만 고요히 하나)
圓同太虛 無欠無餘 (둥글기가 큰 허공과 같아서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거늘)
良由取捨 所以不如 (취하고 버림으로 말미암아 그 까닭에 한결같지 못하도다.)
莫逐有緣 勿住空忍 (세간의 인연도 따르지 말고 출세간의 법에도 머물지 말며)
一種平懷 泯然自盡 (한 가지를 바로 지니면 헛됨은 저절로 사라지리라.)
止動歸止 止更彌動 (움직임 그쳐 그침으로 돌아가면 그침이 다시 움직임 되니)
唯滯兩邊 寧知一種 (오직 양변에 머물러 있으면 어찌 한가지임을 알 건가.)
一種 不通 兩處失功 (한 가지에 통하지 못하면 양쪽 다 공덕을 잃으리니)
遺有沒有 從空背空 (있음을 버리면 있음에 빠지고 공함을 따르면 공함을 등진다.)
多言多慮 轉不相應 (말이 많고 생각이 많으면 더욱 더 상응치 못하고)
絶言絶慮 無處不通 (말이 끊어지고 생각이 끊어지면 통하지 않는 곳 없다.)
歸根得旨 隨照失宗 (근본으로 돌아가면 뜻을 얻고 대상을 따르면 종취를 잃나니)
須臾返照 勝脚前空 (잠깐 사이에 돌이켜 비춰보면 앞의 공함보다 뛰어남이라)
前空轉變 皆由妄見 (앞의 공함이 변함은 다 망견 때문이니)
不用求眞 唯須息見 (참됨을 구하려 하지말고 오직 망녕된 견해만 쉬어라.)
二見不住 愼莫追尋 (두 견해에 머물지 말고 삼가 쫓아가 찾지 말 것이니)
有是非 紛然失心 (잠깐이라도 시비를 일으키면 어지로이 본 마음을 잃는다.)
二由一有 一亦莫守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음이니 하나마저 지키지 말라)
一心不生 萬法無咎 (한 마음 나지 않으면 만 법에 허물 없고)
無咎無法 不生不心 (허물이 없으면 법도 없고 생이 없으면 마음도 없다.)
能隨境滅 境逐能沈 (주관을 따라 객관이 소멸하고 객관을 따라 주관이 잠기며)
境由能境 能由境能 (객관은 주관으로 비롯하고 주관은 객관으로 비롯하는데)
欲知兩段 元是一空 (양단을 알고자 한다면 원래 하나의 空이니라.)
一空同兩 齊含萬象 (하나의 공은 양단과 같아서 삼라만상을 다 포함하여)
不見精추 寧有偏黨 (세밀하고 거칠음을 보지 못하니 어찌 치우침이 있겠는가.)
大道體寬 無易無難 (대도는 본체가 넓어서 쉬움도 없고 어려움도 없거늘)
小見狐疑 轉急轉遲 (작은 견해 여우같은 의심을 내면 서둘수록 더디다.)
執之失度 必入邪路 (집착하면 법도를 잃음이라 반드시 삿된 길로 들어가고)
放之自然 體無去住 (놓으면 자연으로 되어 본체는 가고 머무름 없다.)
任性合道 逍遙絶惱 (자성에 맡기면 도에 합하여 고요하여 번뇌가 끊기고)
繫念乖眞 昏沈不好 (생각에 매이면 참됨에 어긋나서 혼란하여 나쁘다.)
不好勞神 何用疎親 (나쁘면 마음이 괴롭히거늘 어찌 멀고 친함을 쓸 건가.)
欲趣一乘 勿惡六塵 (일승으로 나아가고자 하거든 육진을 미워하지 말지니)
六塵不惡 還同正覺 (육진을 미워하지 않으면 도리어 정각(正覺)과 동일하다.)
智者無爲 愚人自縛 (지혜로운 이는 조작 않는데 어리석은 자 스스로 얽매이니)
法無異法 妄自愛着 (법은 다른 법이 없거늘 망령되이 스스로 애착하여)
將心用心 豈非大錯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쓰니 어찌 크게 그릇됨 아니랴.)
迷生寂亂 悟無好惡 (미혹하면 고요와 혼란이 생기고 깨치면 좋고 나쁨이 없다.)
一切二邊 良由斟酌 (모든 상대적인 두 견해는 재고 따지는 때문이니)
夢幻空華 何勞把捉 (꿈속의 허깨비와 헛꽃을 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得失是非 一時放却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일시에 놓아 버려라.)
眼若不睡 諸夢自除 (눈에 만약 잠이 없으면 모든 꿈 저절로 없어지듯)
心若不異 萬法一如 (마음이 다르지 않으면 만법이 한결 같느니라.)
一如體玄 兀爾忘緣 (한결 같음은 본체가 현묘하여 모든 인연을 벗어나)
萬法齊觀 歸復自然 (만법이 현전함에 본래의 자연으로 돌아가리라.)
泯其所以 不可方比 (모든 까닭이 다 없어져 견주어 비교할 수 없고)
止動無動 動止無止 (멈추며 움직이나 움직임 없고 움직이며 멈추나 멈춤이 없네)
兩旣不成 一何有爾 (양변을 이루지 못하는데 하나인들 있으랴)
究竟窮極 不存軌則 (궁극의 경지에는 범칙이 존재하지 않고)
契心平等 所作俱息 (마음이 평등하여 주체와 대상이 함께 쉬니)
狐疑淨盡 正信調直 (여우같은 의심 깨끗이 끝나 바른 믿음이 선다.)
一切不留 無可記憶 (일체가 머물지 아니하여 기억할 아무 것 없으며)
虛明自照 不勞心力 (허허로이 밝아 스스로 비추니 애써 마음 쓸 일 아니다.)
非思量處 識情難測 (생각으로 헤아릴 곳 아니며 의식으론 측량키 어려우니)
眞如法界 無他無自 (진여의 법계에는 남도 없고 나도 없다.)
要急相應 唯言不二 (급히 상응코자 하거든 둘 아님을 말할 뿐)
不二皆同 無不包容 (둘 아님은 모두가 같아서 포용하지 않음이 없으니)
十方智者 皆入此宗 (시방의 지혜로운 이들은 모두 이 종취로 들어온다.)
宗非促廷 一念萬年 (종취란 짧고 긴 것이 아니며 한 생각이 만년이요)
無在不在 十方目前 (존재도 비존재도 아닌 시방이 눈앞이로다.)
極小同大 忘絶境界 (아주 작은 것이 큰 것과 같아서 경계를 알 수 없고)
極大同小 不見邊表 (아주 큰 것이 작은 것과 같아서 끝을 볼 수 없으며)
有卽是無 無卽是有 (있는 것이 곧 없음이요 없는 것이 곧 있음이니)
若不如此 不心須守 (만약 이 같지 않다면 반드시 지켜서는 안 된다.)
一卽一切 一切卽一 (하나가 곧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이니)
但能如是 何慮不畢 (다만 이렇게만 된다면 깨닫지 못할까 왜 걱정하랴.)
信心不二 不二信心 (믿는 마음이 둘이 아니며 둘 아님을 믿는 마음이면)
言語道斷 非去來今 (언어의 길이 끊어지고 과거·미래·현재가 아니다.)
이 글을 읽고 성철선사가 출가를 결심했다는 짧은 글이지만 법의 실상을 분명하고 여실히 드러낸 역사에 길이 남을 명저로 손꼽힌다.
누구나 이 글의 뜻을 바르게 안다면 생노병사를 초월한다. 그러나 뜻을 모르겠다면 다만 모르는 그 마음일 뿐! 평화로이 숲 속을 걸어라. 그것이 깨끗하고 밝은 신심명인 것이다.
첫댓글 夢幻空華 何勞把捉 (꿈속의 허깨비와 헛꽃을 어찌 애써 잡으려 하는가.) 得失是非 一時放却 (얻고 잃음과 옳고 그름을 일시에 놓아 버려라.) 그 어떤말도 필요가 없는.그러나 제 마음에는 울림이 있는 글입니다.캬~하~만 나옵니다.절로~ 보고 또 보아야 할...
마음에 울림이 계속 이어져서 지혜가 충만하길 요,, *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