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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두막 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나무지기
300평 고추농사 1천만원 수입 두번 수확으로 투자비 모두 빼 | |||
[신기술 농업 FTA 파도를 넘는다]-청원군 미원면 유원희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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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익 기자 edaeik@hvnews.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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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농업이 위기라는 것은 이젠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쌀 수입 개방은 오래전 시작됐고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서 보듯 농산물 수입 개방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는 보조금을 줘 가며 벼의 경작 면적을 줄이고 과수원의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 또 대규모 전업농 육성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몇뙈기 안되는 논·밭에서 농사짓고 살아가는 영세농업인들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과연 영세농업인들에게 희망이 없는 것일까. 한빛일보는 창간5주년 특집기획으로 어려운 환경속에서 새로운 기술과 농법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는 농업인들을 찾아 조명한다. 이들의 사례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농업인들에게 희망의 횃불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
청원군 내 다른 마을의 농업인들과 관련 공무원들, 외국인들까지 찾는 유씨의 고추밭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특별하게 고추를 키운다는 소문을 듣고 고추대를 베기 전인 지난달 10일 유씨의 고추밭을 찾았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비닐하우스였으며 특징은 지붕이 낮고 사방이 개폐식이라는 것 뿐. 그러나 막상 하우스 안을 둘러보니 이건 평범한 고추밭이 아니었다.
웬만한 성인들 키보다 큰 고추목들이 300평 하우스를 빼곡히 채워 정글을 이루고 있었다. 분명 노지에서 재배하는 고추보다 3배는 커 보였다. 기자의 놀란 표정에 유씨는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이 리틀하우스를 처음 시작한 괴산지역에 가면 키도 더 크고 수확량도 훨씬 많다”고 말하며 미소를 머금었다. 유씨가 올해 새로 도입한 농법은 ‘리틀하우스 재배법’.
4월초 청원군농업기술센터로부터 시설비 870만원중 자부담 261만원을 제외한 609만원을 지원받아 시작했다. 이 리틀하우스 재배법은 고추가 주 생산작목인 괴산군 지역에서는 몇 년 전부터 보급된 평범한 재배 방법이라는 것이 유씨의 말이다. 그러나 청원군 지역에는 올해 처음 보급되면서 유씨를 비롯한 10가구가 시작했으나 그중 4가구만이 시설을 갖추고 첫 수확을 거뒀다.
유씨는 올해 하우스 300평에서 약 1t의 고추를 수확, 1천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지난해보다 무려 3배나 증가한 것이다. 두 번째 수확 후 시설비에 들어간 자부담은 회수됐다. 유씨는 “지원금이 늦어 4월 하순부터 공사를 시작했다”며 “보름만 빨랐어도 고추 시세가 좋았을 때 더 많이 팔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 했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 실정에 가장 절실한 ‘새로운 농법이 농민들에게 고소득을 안겨주는’ 장면이다. 외국도 아닌 인근 농촌 지역에서 몇 년 전에 보급된 농법이 이곳에서는 이제야 시작된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유씨는 “괴산에서 이런 식으로 고추 농사를 짓는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시설비도 만만치 않고 뭔가 처음 시작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유광준 청원 부군수가 괴산부군수로 있을 때 미원면 농민들을 초청, 견학을 주선하는 등 강력히 권유해 믿고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 부군수는 “미원면 지역은 석회암 지대로 토양과 기후가 고추 농사에 적합하고 친환경 농업이 가능한 지역”이라며 “괴산 부군수 시절 고추 재배농가들이 이 농법으로 높은 소득을 얻는 것을 보고 고향 사람들에게 소개 시켜줬다”고 밝혔다. 농업 신기술 보급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쳐 주는 대목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유씨의 농사법을 지켜보던 인근 마을 농민들이 하나, 둘씩 새로운 농법 도입을 희망하고 있다. 처음에 긴가민가 하던 농민들도 유씨의 성공적인 고추재배에서 희망을 엿본 것이다. 유씨는 “윗 마을에 사는 몇 농가가 내년에 하우스 5동을 건립할 예정”이라며 “젊은 사람들이라 작은 트랙터도 갖추고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씨는 내년에 지금 짓고 있는 담배 농사 대신 고추 리틀하우스 시설을 늘리고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 농법으로 고추를 키울 생각이다. 물론 정부보조금은 아예 바라지도 않는다. 자신이 배우고 시작한 새로운 농법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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