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천에서 진천방향으로 동면 면소재지를 지나 몇 km 가다 보면 도로표지판 밑에 갑자기 부처님 마을 이라는 간판을 만나게 된다. 부처님 마을이라? 누구나 한 번 쯤은 궁금해 할 만한 마을 이름이다. 부처들만 모여 산다고? 하지만 조금만 더 가 보면 한눈에 폐교임이 분명한 건물 입구에 다시 부처님마을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이쯤 되면 모두 대충 짐작은 할 것이다. "폐지된 덕성 초교를 충남천안 교육청교육장이 보현스님한테 1999. 7. 16 - 2001. 7. 15까지 건물을 임대해 주었다"는 취지의 알림판도 함께 서 있다.
천안시 동면 몽각산 밑에 자리 잡은 부처님 마을은 보현 스님이란 분이 빌려 특수 아동들을 위한 보육기관으로 사용하고 계신 것이다. 스님은 작년(1999년) 11월에 이 부처님 마을을 개원하여 거의 일급 지체 장애아들을 돌보고 계신다고 한다. 건물 입구를 들어서면 오른 쪽으로 난 복도 끝의 교실 한 칸을 개조한 법당도 보인다. 그 옆에는 스님이 손님을 접대하는 응접실이 자그마하지만 스님의 웃음만큼이나 단아하게 만들어져 있다. 입구 왼쪽에는 복도에 문을 달아 내실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겨울이라 넓은 창문을 비닐로 막아 추위를 막고 있다.
스님이 돌보는 아이들은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스님 자신이 아이들의 상태를 일일이 기록하고 체크하여 병원에 가서 약을 타 와야 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몇 번씩 옷을 버려 놓을 때도 있다고 한다. 자학하는 아이는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 놓아야 한다고 한다. 현재 공양주 보살도 곧 떠나야 한다니 새로운 공양주를 모셔야 하는 실정이다. 요즈음 나라 경제가 많이 침체해서 인지 도움을 주시는 분들의 숫자도 차츰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그 속에서도 스님은 웃음을 잃지 않으시려 노력하시고 계신다. 누가 와도 반갑게 웃음으로 대해 주시고, 시주 받은 물건은 당신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는 여유로움도 가지고 계신다. 스님의 바램이 있다면 부처님마을이 좀 더 나은 재정적 기반과 사랑의 손길을 통해 아이들에게 평안한 보금자리로 자리 잡는 것이다.
지난 첫 겨울의 소망 한편... 그리고 올해도 이어지는 아픔과 희망이
천안시 동면 덕성리는 하늘 아래서 가장 편안한 동네랍니다. 그 좋은 곳에서 부처님 마을이 첫 번째 겨울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밤새워 내립니다. 그렇게 속절없이 내린 눈처럼 부처님 마을은 슬픈 사연과 고난이 많습니다.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태어나보니 이미 소아마비 지체 장애자였고, 어는 날 갑자기 온몸을 내 맘대로 움직일 수 없는 신체장애자라는 사실이 수많은 날들 동안 세상 많은 어려움과 씨름을 하고도 결국에는 어쩔수 없이 포기하고 마는 후천성·신체적·정신적 장애인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보금자리입니다. 변변한 피붙이 없이 병들고 늙은 몸을 걷어줄 사람이 없어 힘겹게 살아가는 마지막 쉼터이기도 합니다. 어린 부모의 실수로 태어나 버려진 신생아가 스님이 엄마인 냥 스님의 따뜻한 가슴에 묻혀서 잠들곤 합니다. 이런 이들이 살아가는 부처님 마을엔 보현 스님이 계십니다.
불자님들의 불심과 후원자 분들의 따스한 사랑으로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 안타까운 적이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스님께서 대중 앞에 음성공양을 올려 출연료를 받거나 여성강좌에 초청되어 강연을 하고 강연료를 받아야 추운 겨울 연료비와 아이들 약값과 끼니가 해결되는 실정이고 보니 뜻 있는 분들의 손길이 하루 빨리 닿아서 부처님 마을 식구들의 힘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릴 때에는 자기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서 눈밭에 뒹굴고 놀게 하고 싶지만 뒤탈이 걱정되고 감기라도 들면 병원비가 걱정되어 창가에 서있는 아이들한테 문닫으라고 큰소리를 쳐야 한답니다. 참 가슴 아픈 일이지요. 쌓인 눈이 녹을 때면 오래된 건물이라 방수가 안되어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큰 그릇들을 여기 저기다 갖다 놓아야 합니다. 이제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큰비라도 올라치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부터 걱정입니다. 네일 내일 가리기 전에 이러한 곳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분들께 한 민족 한 핏줄의 따스한 정을 나눌 수 있도록 부처님 마을의 사연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 많은 어려움들을 쉽게 글로 다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작은 정성과 관심으로 ‘우리’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