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라몬 히메네스
노벨상 만찬 연설
1956년 12월 10일, 수상자가 스톡홀름 스웨덴 아카데미에서 열린 노벨상 만찬에 참석할 수 없었기 때문에 푸에르토리코대학교 총장 하이메 베니테스가 대신 연설문을 낭독하였다.
후안 라몬 히메네스는 여러분께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해 달라고 제게 부탁했습니다.
“저명한 스웨덴 아카데미가 제게 수여하기로 한, 제게는 과분한 이 영예를 감사히 받아들입니다. 슬픔과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저는 푸에르토리코에 머물러야만 하기에 이 엄숙한 행사에 직접 참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푸에르토리코 땅에서 날마다 함께하며 굳건하게 맺어진 우정 속에 담겨 있는 저의 진솔하고 내밀한 감정을 생생하게 증언해 줄 사람으로, 제가 교수진의 한 사람으로 몸담고 있는 푸에르토리코대학교의 하이메 베니테스 총장에게 1956년 노벨상 수여와 관련된 모든 행사에서 저를 직접 대표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후안 라몬 히메네스에 대한 깊은 애정과 그의 작품에 대한 놀라운 이해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 가운데 특별히 한 분을 지목하여 감사드리는 것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는 너무나 지혜롭고 통찰력이 깊은 분이어서, 제가 그분을 통해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를 표한다 해도 여러분께서 기꺼이 받아들여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분은 바로 여러분의 위대한 시인 얄마르 굴베리입니다. 오늘 오후 그가 행한 소개 연설을 우리는 언제까지나 기억할 것입니다. 또한 그가 후안 라몬 히메네스의 시를 번역함으로써 우리 안달루시아 거장의 맑고 순수한 시 세계를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후안 라몬 히메네스는 다음의 말도 전해 달라고 제게 부탁했습니다.
“나의 아내 세노비아야말로 이 상의 진정한 수상자입니다. 그녀가 곁에 있어 주었기에, 그녀가 도와주었기에, 그녀가 영감을 주었기에 지난 40년 동안 나의 작품이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그녀가 없는 나는 황량하고 무력합니다.”
저는 떨리는 후안 라몬 히메네스의 입술을 통해 가슴을 저미는 절망의 말들을 들었습니다. 후안 라몬은 그의 모든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비추어 내는, 그런 시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그의 슬픔이 글로 표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리고 세노비아에 대한 기억이 오늘 여러분께서 이토록 각별한 영예를 베풀어 주신 히스패닉 문학의 위대한 거장, 후안 라몬 히메네스에게 새롭고 영원한 영감의 원천이 되기를 바랍니다.
R. 그라니트의 소개사
연설에 앞서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회원 R. 그라니트는 스페인 시인 후안 라몬 히메네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후안 라몬은 흔히 **‘시인들을 위한 시인’**이라고 불립니다. 그러나 일반 독자 역시 그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그의 풍경이 보여 주는 순수한 시각적 아름다움에 자신을 맡기면 됩니다. 아름다운 안달루시아, 그곳의 새와 꽃, 석류와 오렌지의 아름다움 말입니다.
일단 그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읽고 또 읽다 보면, 우리는 점차 그 세계에 대한 새로운 **‘살아 있는 통찰’**에 눈뜨게 됩니다. 보기 드문 시적 상상력의 깊이와 풍요로움으로 인해 우리의 감각 또한 새롭게 깨어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저는 폴 발레리가 전해 준 화가 드가와 시인 말라르메 사이의 대화를 떠올렸습니다.
소네트를 쓰느라 씨름하던 드가는 그 어려움을 호소하다가 마침내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런데도 내게 생각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
그러자 말라르메는 아주 부드럽게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드가, 시는 생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말로 만드는 것입니다.’
말이라는 것을 영감에 차서 사용한 시인이 있었다면 바로 후안 라몬 히메네스의 시에서 그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진정 ‘시인들을 위한 시인’입니다.
아마도 바로 이것이 스페인어권 전체에서 그가 스승이자 거장으로 여겨지는 이유일 것입니다.
문학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일은 과학 분야의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판단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노벨상 창설자가 자신의 유언에 문학상을 포함시킨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문학상은 다른 상들과 노벨상 시상이라는 행위 자체에 품격을 더해 줍니다. 또한 창조적 상상력이라는 두 세계가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요소를 강조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궁극적으로 문학은 과학자들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더욱 깊은 통찰을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출전: Nobel Lectures, Literature 1901–1967, Horst Frenz 편, Elsevier Publishing Company, Amsterdam, 1969.
저작권 © 노벨재단, 1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