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건 좀 짧네~ 주말에 또 올릴게 ㅋㅋㅋㅋㅋㅋㅋ
해그리드는 물론이고 나도 그린고트에 있는 동안 10년은 늙은 것 같다. 하아, 다신 여기 올 일 없었으면 좋겠지만 역시 무리겠지. 뭐, 6년 후에 벨라 금고 털 때 조금이라도 이 경험이 도움이 될지도.
“우선 교복을 사는 게 좋겠다.”
교복 좋지요.
“그런데 해리, 리키 콜드런에 잠깐 가서 한잔만 하고 와도 괜찮겠니? 그린고트의 고속 궤도차는 언제 타도 끔찍하단 말야.”
“그러세요.”
…솔직히 저도 한 잔 하고 싶을 지경이지만요. 앞으로 그린고트라면 치를 떨 것 같아.
나는 해그리드와 헤어지고 금방 말킨 부인의 망토가게를 찾아 들어갔다.
“너도 호그와트니?”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호감 가는 인상의 말킨 부인이 미소를 지으며 물어왔다.
“여기 많이 있단다. 실은, 또 다른 아이가 지금 막 입어보고 있지.”
말킨 부인의 말을 듣고 가게 안쪽을 보자 어쩐지 매우 익숙한 분위기의 남자애가 망토를 맞추고 있었다. 어어어? 저 사람은 혹시?
놀란 표정으로 보고 있던 나는 말킨 부인에게 끌려 그 옆으로 가서 망토를 뒤집어썼다.
“안녕 얘야. 호그와트에 처음인가 보구나?”
“네. 처음이에요.”
나는 살짝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아니, 난 드레이코를 기대했는데 망토 가게에서 만난 사람은 퍼시와 위즐리 부인이었다. 아아, 그리고 보니 시간이 2시간쯤 늦춰졌지? 내가 이들을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는 당연히 붉은 머리 덕분이었다.
실제로 본 퍼시는 햇볕을 거의 안 받은 것 같은 엄청 흰 피부에 호리호리한 체구, 뿔테안경을 쓰고 있는 모범생의 전형이었다. 거기다 키도 180cm가 넘는데다 얼굴도 꽤 준수하고…오오, 엄친아다! 희귀생물이다!
“혼자 망토를 사러 오다니 아주 씩씩하구나.”
“감사합니다. 부인.”
“퍼시도 호그와트에 다닌단다. 이번에 학교에 가면 만날지도 모르겠구나.”
“정말요? 사실 전 호그와트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걱정이에요.”
난 신입생답게 호기심에 가득하면서도 걱정 어린 표정을 지으며 위즐리 부인에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잘 알아서 문제지만 말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흑,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을 그 누가 알겠어.
어쨌건 내 말에 위즐리 부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나는 학교 생활이 즐거웠으면 좋겠다고 말을 받았다. …그리고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망토가 거의 다 될 즈음 나와 위즐리 부인은 샌드위치 속을 어떻게 만들어야 맛있다는 둥 아이들 키우는 게 힘들다는(?) 등의 주부들의 수다를 떨고 있더라. 쿨럭.
“어? 해그리드?”
나와 위즐리 부인의 수다가 상당히 지루했는지 퍼시가 창문을 쳐다보고 있다가 놀란 듯 중얼거렸다. 해그리드는 활짝 웃더니 손을 흔들어 인사를-아마 퍼시나 위즐리 부인에게 하는 듯-하고는 나에게 한 손으로 쥐고 있는 두 개의 아이스크림-뽀개질 것처럼 보였다는 건 안비밀-을 가리켰다. 어머, 해그리드. 제가 아이스크림 좋아하는 건 또 어떻게 아시고.
“해그리드랑 아는 사이니?”
“네. 다이애건 앨리에서 물건 사는 것을 도와주고 계세요.”
“부모님은 어디 계시고?”
“…두 분 다 돌아가셨어요.”
아하하, 어색하게 웃어 보인 건 역효과였다. 웃지 말걸. 순식간에 분위기까지 어색하게 만들어버린 나는 민망한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10년 넘게 해리로 살면서 제임스랑 릴리가 죽은 것도, 시리우스가 없는 것도 서럽긴 했지만 이런 반응이 제일 서럽다. 난 불행하지만 불쌍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사람들은 날 불쌍하게 본다는 점이.
“미안하구나, 얘야.”
“괜찮아요. 어, 망토가 거의 다 됐나 봐요.”
“다 됐다, 얘야.”
내가 위즐리 부인의 신경을 망토로 돌리자마자 절묘한 타이밍에 말킨 부인이 퍼시의 망토를 다 맞췄다.
“어머, 그렇구나.”
“그럼 다음에 봬요.”
다행히 더 이상 어색한 상황이 이어질 것 같지는 않았다. 망토 값을 지불하고 내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는 가게를 나선 위즐리 모자는 잠깐 해그리드와 대화하더니 곧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리고 얼마 후, 망토를 다 맞추고 해그리드에게 땅콩이 뿌려진 초콜릿 라즈베리 아이스크림을 받아든 나는 감격했다. 흐윽, 10년만에 아이스크림 처음 먹어보는 것 같아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내가 아이스크림을 보며 감회에 젖는 걸 본 해그리드가 물었다.
“왜 그러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맛있겠네요. 잘 먹겠습니다아.”
흑, 진짜 맛있다. 여기에 치즈가 들어있으면 금상첨화일 텐데! 나는 냠냠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핥아먹으며 해그리드와 함께 즐거운 쇼핑타임을 가졌다…라고 해 봤자 사실 해그리드의 뒤를 졸졸 따라다닌 것뿐이었다. 즐거웠으니 됐지 뭐. 솔직히 내가 해리로 살면서 쇼핑이란 걸 했을 때는 짐꾼으로만 따라다닌 거라 즐거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니 이모님, 이 가늘가늘한 팔을 보고도 절 짐꾼으로 쓰고 싶으셨답니까! 하지만 내가 몇 번 접시나 수박 같은 걸 깨먹은 후로는 이모님은 날 짐꾼으로도 쓰지 않았다는 뒷이야기가 있지. 후후후.
서점에서 책을 사고(난 교과서 이외의 책을 더 구매하려다 호그와트의 도서관을 떠올리곤 관뒀다.), 문구점에서 양피지와 깃펜을 사고(양피지를 종류별로 한아름씩 구매하려다 눈물을 머금고 포기), 냄비 가게와 마법용품점에서 냄비와 저울, 망원경 등등을 산 후 마지막으로 약재상에 들려 약재를 산(유니콘 뿔에 꽂혀서 해그리드에게 질질 끌려나왔다.) 우리는 밖에 나와 다시 한 번 쇼핑 목록을 확인했다.
“이제 지팡이만 남았군. 아참, 아직 생일 선물을 사 주지 않았구나.”
“예? 아니, 괜찮…….”
나는 사양하려다 멈칫했다. 여기서 거절하면 헤드위그는?! 아니 그건 그렇고 두 마리 키워도 되는 건가? 내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이 해그리드는 즐거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건 나도 알아. 말해 줄까, 난 네게 동물을 사 줄 거야. 두꺼비는 아냐. 두꺼비는 이미 오래 전에 유행이 지났거든. 그리고 난 고양이도 좋아하지 않아. 고양이만 보면 난 재채기를 하니까 말야.”
어…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건 말 안 하는 게 좋으려나?
“난 네게 부엉이를 한 마리 사 줄 거야. 애들은 모두 부엉이를 갖고 싶어하지. 굉장히 쓸모 있거든. 우편물을 보낸다거나 모든 점에서 말야.”
“저어…전 이미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내가 곤란한 얼굴로 우물거리자 해그리드는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정말이니? 나는 그 집에서 동물을 사 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웃집 할머니께서 중학교 입학선물로 분양해 주셨거든요.”
“그렇구나…….”
해그리드는 한 발 늦었다고 생각했는지 침울하게 말을 흐렸다. 그런 그를 보던 나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
“부엉이가 싫다거나 한 건 아니에요! 전 동물을 매우! 좋아하거든요.”
“정말이니?”
끄덕끄덕끄덕 동물 좋아를 열성적으로 어필하자 해그리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분은 너무 섬세하셔서 탈이라니까. 엉성한 섬세함이긴 하지만.
“그럼 두 마리 키우면 더 좋겠구나!”
그…그렇죠. 두 마리면 더 좋죠? 뭔가 이상했지만 일단 수긍했다. 그러자 해그리드는 쿨하게 덧붙였다.
“그럼 부엉이를 사러 가자꾸나. 해리.”
에! 그래도 되는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몇십 년을 호그와트 사냥터지기였던 해그리드라면 나보다 더 잘 알겠지 뭐.
결국 나는 이날 해그리드에게 눈처럼 새하얀 헤드위그를 선물로 받게 되었고, 대망의 하이라이트인 퍽스의 깃털이 들어간 서양호랑가시나무 지팡이를 산 후 킹스 크로스의 기차표까지 손에 넣고는 집으로 향했다.
그렇지, 두 마리면 더 좋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댓글 올 동물갑부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쿨한 해그리드 ㅋㅋㅋ
ㅋㅋㅋㅋ
두마맄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