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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럴드 에델만의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 (범양사)
제1부 문제
1장 마음
- 데카르트에게 마음은 특수한 실체였지 공간에 위치하거나 물질과 같이 연장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이원론의 교설은 우리들(많은 철학자들과 일부 신학자들)에게 만연되어 있다.
마음을 갖는다는 것, 안다는 것, 의식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누구나 한번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겠지만, 최근까지 과학자들은 그것을 과학의 문제로서 다루려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신경과학의 대두 때문이다.
-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배열됨으로써 물질을 이루듯이, 마음은 그것들이 다른 방식으로 배열됨으로써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마음이 물질, 특히 마음을 이루는 물질들의 특수한 구성에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발견하고 싶어한다. 사람들이 마음 자체를 하나의 특이한 사물, 혹은 특별한 형태의 물질로 본 것은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마음은 통상적인 물질과는 대단히 다르게 보였으므로, 그것이 비지향적 물질의 상호 작용에서 생겨났으리라고 오직 내성에 의해서만 결론짓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제임스(William James)가 지적했듯이, 마음은 하나의 과정이지 재료가 아니다. 현대과학은 물질로부터 특별한 과정들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마음은 물질의 특별한 배열에 따른, 특별한 종류의 과정이라는 것이 내가 이 책에서 취할 근본 입장이다.
다윈 이래 생물학자들은 특별한 종류의 생물학적 구조에 대해서 거의 자동적으로, 어떤 진화적 과정이 그것을 생겨나게 했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뇌와 마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또한, 마음의 기초를 이루는 뇌구조가 진화의 역사에서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2장 마음을 자연 속으로 되돌려 놓기
- 데카르트는 사고의 방법을 모색하는 중에 그의 실체이원론을 표명한다. 이 견해에 의하면, 세계는 연장실체와 사유실체로 구성되어 있다. 갈릴레이식의 조작은 연장실체, 즉 부피를 갖는 것들의 집합에 작용한다. 그러나 사유실체, 즉 생각하는 것들의 집합은 시공간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원론은 오늘날까지 여러 형태로 지속되어 왔다. 예를 들어, 외견상 일원론이지만 행태주의는 과학적 대상으로서의 마음을 부정하는 방식의 이원론일 뿐이며, 따라서 한쪽 끝이 보류되어진 채 있는 셈이다. 행태주의자들은 행동을 조사하고 지향성을 무시함으로써 딜레마를 해결했다. 그들은 마음을 자연에 되돌려 놓으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마음이 정당하게 과학적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부정할 뿐이다.
자신들이 유물론자이지 실체이원론자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비행태주의적 심리학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성이원론자다. 마음과 뇌가 하나의 물질로부터 생겨났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들은 심리학적 특성들이 그것들만의 고유한 술어로 다루어져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 술어들은 심리학적 특성을 일으킨 물리적 대상에 사용되는 술어들과는 필연적으로 다르다. 속성이원론자의 좋은 예가 말년의 프로이트다.
인지과학 분야의 전문가들은 행태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진지하고도 광범위한 시도를 해 왔다. 인지과학은 심리학, 컴퓨터 과학, 인공지능, 신경생물학과 언어학, 철학을 이용하는 종합과학이다. 그들은 정신적인 표상 개념에, 또 통칭해서 기능주의적 입장이라 불리는 가설 체계에 의존해 왔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사람들은 기호적인 정신적 표상으로 만들어진 지식에 따라 행동한다. 인지는 이들 기호의 조작으로 이루어진다. 심리학적 현상은 기능적인 과정의 술어로 기술된다. 그 과정의 효험은 일련의 명료한 규칙에 따라, 추상적이고 잘 정의된 방식으로, 항목들을 기호로 해석해 내는 가능성에 달려 있다. 그런 일련의 규칙이 구문론이라 알려진 것을 이룬다.
구문론적 규칙이 작동되는 방식이 곧 계산(computation)이다. (여기서 계산은 확정된 절차에 따른 기호 조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계산은 크게 신경계의 구조와 발달 양식으로부터 독립된 것으로 가정한다. 마치 어떤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다른 구조를 갖는 다른 컴퓨터에서도 작동되고 따라서 그로부터 ‘독립된’ 것이듯이. 여기 관련된 생각은, 뇌(마음)가 컴퓨터와 같은 것이며 세계는 컴퓨터 테이프 조각 같다는 믿음, 또 수신된 신호가 논리적 사고에 의해 해독될 수 있게끔 세계가 그렇게 구조지워져 있다는 믿음이다.
이와 같이 잘 정의된 기능적 과정은 의미론적 표상을 구성한다고 말해지는데, 그것은 곧 표상의 기호들이 세계 내의 무엇을 나타내는지가 명백히 규정된다는 뜻이다.
인지주의라는 이 관점은 크게 유행했고, 그에 의해 아주 흥미롭고 가치 있는 심리학적 작업들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일련의 주목할 만한 견해들이 인지주의에 부수되어 있다. 하나는, 구문론을 위한 규칙을 포함하고 또 보편문법을 구성하는 언어습득 장치를 인간이 갖고 태어났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실재에 대한 명료한 서술이 과학에 의해 주어질 수 있다는 생각, 즉 객관주의다. 이것들은 구문론적 과정과 규칙, 그리고 사물, 사건들 사이의 관계들, 즉 의미론적 표상을 구성하는 관계들을 정당화하도록 해준다. 또 다른 하나는, 뇌가 전통적인 범주, 즉 개별적으로는 필요조건이며 공동으로는 충분조건인 것들의 집합에 의해 정의되는 범주에 따라서, ‘실재적인’ 세계에 있는 대상들을 질서지운다는 생각이다.
이 주장은 참으로 대단했고 범세계적인 파급력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인지주의자의 과업이 검토되지 않은 가정들에 의존한다는 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기묘한 결함 중의 하나는, 인지주의가 설명하고자 하는 메커니즘의 기초를 일는 생물학적 기반에 대해 그것이 단지 지엽적인 언급만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또한 상당한 과학적 일탈로서 그 학자들이 중요한 점을 놓치고 있다.
그들은 마음에 대한 기술이 ‘자유롭게’ 진행 될 수 없다는 것 - 즉 뇌에 대한 상세한 생물학적 기술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그들은 뇌가 일종의 컴퓨터라는 견해를 손상시키는 거대한 증거들을 경시하고 있다. 그들은 동물과 인간에게 있어서 대상과 사건이 분류되는 방식이 논리나 계산을 전혀 닮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무시한다. 나는 인지주의자들의 과업이 기초하고 있는 전체 구조가 비정합적이며, 사실에 의해 입증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3장 마음을 이루는 물질
- 뇌가 일종의 컴퓨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난해한 수수께끼 ;
뇌의 특정한 부위에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지도의 경계에 주된 변동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각기 다른 개체에서의 지도들은 특유한 듯이 보인다. 더욱 충격적이게도, 성숙한 동물에게 있어 지도의 변이성은 유효한 신호 입력에 의존한다.
대상으로 이루어진 세계는 분류되지 않은 장소다. 어떤 동물이 처한 환경 내의 거시적 경계가 그 동물에 의해 대상으로 구획될 수 있는 방법의 수가 무한한 것은 아니지만 대단히 많다. 동물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계의 지정은 상대적이지 절대적이지 않으며, 그 동물의 적응상의 혹은 의도된 욕구에 따라 다르다.
- 컴퓨터나 물질 입자, 원자, 사유실체, 유령 등에는 없으나 뇌에만 특유한 것은 그것이 진화적인 형태라는 사실이다. 뇌의 화학적, 전기적인 역학은 전기회사의 활동을 닮기보다는, 정글 속에서의 소리와 빛의 패턴, 또 움직임과 생장 패턴을 더 닮았다.
- 마음의 기초를 이루고 있는 놀라운 물질이 그 어떤 것과도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동안, 우리는 경박한 쇼비니즘에 대해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런 입장은 뇌를 구성하고 있는 오직 그 생화학 물질들만이 그런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것이 어느 정도 사실일 수도 있지만, 정신적 과정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것들의 실제적 구성이 아니라 바로 이런 물질들의 역동적 배열 그 자체이며, 바로 그 점이 본질적이다. 계속 문제되는 것은 역동적 형태다.
제2부 기원
4장 심리학을 생물학적 기반 위에 올려놓기
- 사물의 기원을 무시하는 것은 항상 위험하다. 그것이 정신적 사건을 설명하려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확히 이것이 심리학과 심리철학의 역사에서 나타난 바다.
- 정신적인 것의 토대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은 진화의 역사 속에 언제 나타났는가? 손쉬운 대답은 동물이 신경계를 갖게 되었을 때 정신적인 것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정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단순히 신경세포를 갖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것이 나타기 위한 최소 조건은 특정한 종류의 형태임을 증명하는 것이 내 목표다.
- 생물학을 무시함으로써 발생한 철학자들의 오류(데카르트, 로크, 버클리, 흄 등 p61-62)
- 실험에 기초를 두고 있는 심리학 지식과, 신경학이나 진화에 대한 이해가 철학에서의 극단적인 실수를 막는 데 유용할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한다.
- 많은 정교한 일련의 행동들이 행태주의적 기법들을 사용해 분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최소 부분만을 겨우 알게 되었음이 분명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의 접근들은 베르트하이머와 쾰러, 코프카 등에 의해 발견된 게슈탈트 현상을 포함하지는 않았다. 게슈탈트 양식들은 주체에 의해서, 행태주의가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식별되었다. 의식은 그렇게 간단하게 떠나 버릴 수 없었다. 또한 기억에 대한 억압의 영향과 의식적 행동에 대한 무의식의 영향을 강조했던 프로이트의 관찰도 행태주의자들의 설명에 결함이 있음을 지적했다.
5장 형태와 마음 : 다윈 프로그램의 완성
- 다윈의 <인간의 유래>와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에는
진화는 경쟁의 결과, 그리고 주변 환경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데, 경쟁과 주변 환경의 변화 이 둘 모두가 개체군의 변이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변이는 생명이 있는 모든 개체군에서 존재하는데, 바로 그 변이로 인해 적응도에 차이가 생긴다. 자연선택은 개체들에 차등생식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변이는 그 개체들이나 후손들에게 주변 환경 변화에 적응해 나감에 있어, 혹은 동종이나 이종 개체들과 경쟁에서 통계상의 이점을 제공한다. 차등번식과 유전은 적응도를 증가시키는 특성이 보존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이런 결과로 생긴 개체군에서 결정적으로 달라진 점이라면 그 같은 특성을 낳은 유전자의 빈도를 꼽을 수 있다. 진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유전자의 빈도 변화에 의해 기록된다. 그러나 진화가 일어나는 방법은 표현형에서의 자연선택이다. 선택이 일어나는 주요 수준은 각 개체와 그 개체의 행동이다. 우리는 유전자들이 분류되고 발현되는 방식과 유전자들이 표현형에서의 변화를 유도하는 방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법칙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 작업은 지금까지 일부분만이 완성되었을 만큼 만만찮은 일이다)
- 다윈의 접근 방식에는 인간 마음의 진화론적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두어야만 하는 것들에 대한 이해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이것을 바로 다윈의 프로그램이라 부르고자 한다. 우리는 행동의 기초가 되는 형태가 진화의 역사에서 어떻게 생겨났으며, 그리고 행동 그 자체가 자연선택을 어떻게 변경시키는가 하는 것 등을 이해해야만 한다. 나는 이를 다윈 프로그램이라 명명했다.
6장 위상생물학: 배로부터의 교훈
- ‘위상생물학’은 모양을 이루기 위해 이뤄지는 세포 간의 교류 중 다수가 장소 의존적이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다. 한 세포가 특정한 곳에서 다른 세포들에 둘러싸이게 될 경우에 한해서 세포 간 교류가 일어난다.
- 유전자는 어떤 형태규제분자, 혹은 동렬 물질을 발현 시킬 것인지를 지배함으로써 이 과정 전체를 간접적으로 통제한다. 그러나 세포들의 실제 미시적인 운명은 후성적인 사건들(특정 세포의 특정한 장소에서의 움직임과 소멸은 철저히 통계상의 문제일 뿐이며, 세포의 실제 위치는 유전자 내부의 암호에 의해 미리 지정될 수 없다)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사건은 배 내부의 세포 각각이 갖는 고유한 발생사에 따라 달라진다.
- 신경계 속의 특정 부위에서 세포의 연관 관계가 복잡하고 다양하다는 사실은 뇌가 컴퓨터처럼 작동한다는 생각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장소 의존적인 활동이라는 역동적 속성은 필연적으로 다양성을 낳는다. 개별 동물 수준에서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것이 정신을 만들어 내는 형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일 것이다.
7장 다시 생각해 볼 문제들
- 의식 그 자체나 의식적인 경험이 지향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말해항시 어떤 대상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의식의 메커니즘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으며, 또 의식이란 것이 어떤 외형적인 물체로 연구 가능한 대상도 아니었다. 기껏해야 내성하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근거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런 상태에서 나온 첫 반응은 과학이 다룰 수 없는 주체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과학의 대상은 관찰 가능한 대상에 한하는데, 이때의 관찰은 지향성이 없는 대상에 대한 성공적인 과학적 탐구의 형태에 의해 정의되는 방식으로 실시된다는 것이었다. 지향성을 무시하지 않고서, 또 위와 같은 행태주의에 대비되게, ‘과학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전혀 새로운 입장이 후일 인지과학 분야에서 탄생했다. 인지주의적 입장은 구문론을 강조하면서 논리적이고 형식적인 분석으로부터 파생된 관념들을 받아들였다. 이런 관점에서는, 마음은 마치 컴퓨터처럼 법칙에 의해 구성되고 정신적 표상에 의해 작동한다. 이런 법칙들을 고전적으로 분류 가능한 활동이나 대상으로 구도화함으로써 의미, 혹은 의미론이 생겨난다. 행태주의와 달리 이런 관점은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을 주의 깊게 살펴보게 하지만, 마음을 마치 하나의 형식 체계인 듯이 기술했다. 이는 뇌의 세부 구조와는 무관하게 이뤄졌다. 이런 방식의 기술을 세계에 의미론적을 투사하는 것이 객관주의적인 것인데, 사물과 사건들이 이 과정을 통해 고전적 범주로써 명맥하게 기술되기 때문이다.
뇌와 정신이 디지털 컴퓨터처럼 작동한다는 주장은 반박 받지 않을 수 없다. 뇌의 메커니즘과 뇌의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내려진, 정신적 표상에 대한 주장은 그 어떤 것이라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동물과 인간이 어떻게 세상을 범주화하며 어떻게 어린이들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지를 면밀히 조사해보면, 의미에 대한 적절한 설명도 없이 이뤄진 구문론적 분석으로는 언어가 적절히 설명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세상을 객관주의자의 시각으로 분석하면 아무리 애를 써도 완전하게 세상을 볼 수가 없으며 최악의 경우엔 명백한 오류를 범하게 된다.
객관주의자들이 전체적인 구도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지향성이라는 요소를 추가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 뇌구조나 뇌의 기능, 발생, 진화 등과 관련시키지 않고서도 정신적인 문제들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견해는 지성적인 관점에서 볼 때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우리는 뇌의 발생이 대단히 역동적이며 또한 통계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발생학적인 분석에 의하면, 유전자가 뇌의 복잡 다단한 해부학적 구조를 통제하는 방식은 후성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뤄진다. 즉 특정한 발생적 사건들은 다른 것들이 일어나기 전에 일어나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떤 접합분자들은 세포가 집단을 이루는 것과 세포의 이동을 통제하지만 미리 규정된, 혹은 미리 배열된 유형에 의해 하나 하나 통제를 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세포의 이동과 소멸은 어느 정도 확률적이어서 개별 세포의 수준에서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이같은 통계적인 과정들을 통해 뇌 하나 하나에는 컴퓨터와는 달리 개별성이 부여된다.
제3부 제안
8장 재인에 대한 학문들
- 다른 과학 분야에는 있지도 않고 또 필요하지도 않은 특징적 사고방식이 생물학에 있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이해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다윈에 의해 확립된 개체군 사고(population thinking)다. 한 개체군에서의 개체 변이는 다양성의 원천이 되는데, 이 다양성으로 인해 자연선택이 다양한 종류의 기관들을 만들게 된다. 이는 위에서 아래로 창조되어 내려온 형태가 있다는 플라톤식의 본질주의와 전적으로 대조된다. 개체군 사고에 의하면 진화는 무한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점진적 선택과정을 통해 아래에서 위로 생명체들의 종류를 만든다.
- ‘재인’이라는 표현을 나는, 한 물리적 영역의 요소들을 그 영역과는 다소 무관한 다른 영역의 요소들에 나타나는 색다른 점에 계속적으로 적응하며 맞추는 것, 그러니까 적합시킨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 맞추기는 선택하는 지령 없이 이루어진다.
진화에서 생명체는 환경 내의 활동들에 그런 대로 잘 적응해 나간다. 주변 환경의 변화가 예측되지 않는 경우조차도 적응이 일어난다. 대체로 가장 적합한 생명체의 변이체에 대한 선택에 의해서 적응과정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변이체를 가장 적합하게 만드는 데에는 환경에서 새로운 것에 대한 선행적인 분명한 정보(‘지령’)가 필요하지는 않다. 선택적인 환경의 변화는 대체로 생명체의 개체군에서의 변이와 무관하다. 요약하면 환경과 생명체 사이에는 개체군을 변화시켜 적응을 증가시키는 식의 분명한 정보 교환은 이뤄지지 않는다. 진화는 지령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택에 의해서 진행된다. 진화에는 궁극적 원인이나 목적이 존재하지 않으며, 전체 과정을 이끄는 목표가 없으며, 그것들에 대한 반응들은 개별 경우마다 사후에 생겨난다.
더 놀라운 것은 장기간에 걸쳐 개체군에 대한 선택에 의해 진행되는 진화를 통해 개체 내부의 선택계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신체 안에서 생명 주기 동안 작용하는 그러한 선택계들을 체성 선택계(somatic selective systems)라 부른다. 따라서 진화적 선택계는 체성 선택계를 선택하는 것이다.
척추동물에서만 발견되는 면역계에 대해 설명해 보겠다. 신경계 내에서의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면역의 기본 사항들을 이해하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면역계야말로 선택론자들의 원칙에 근거한 체성 재인계(somatic recognition system)의 예를 이해하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다. 진화와 선택적 면역이 각기 다른 개체군과 다른 시간 척도에 영향을 미치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에 대한 증거는 충분하다. 이것은 뇌 역시 체성선택계로서 작용하며, 따라서 신경생물학 역시 일종의 재인에 관한 학문 분야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 적절히 자극된 면역계는 탄소 고리의 기울기가 약간씩 다른 수많은 탄소 원소들로 구성된 두 개의 거대한 이질 단백질분자들 사이의 차이를 판별한다.
한 개체에 자기 것과 전혀 다른 이질 단백질을 투여하면, 림프구라고 일컬어지는 특수한 세포들이 반응해서 항체라는 분자들을 생산해 낸다. 외부의 분자, 즉 항원의 특수하고 특징적인 부분들에 적응함으로써 이 항체분자들은 결합한다. 두 번째 이후로는 그 항체들이 항원에 더 효과적으로 결합된다. 더 놀라운 것은 유기화학자들에 의해서 합성되는 새로운 분자들에 대해서도 그런 구체적인 재인 활동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새로운 분자들이란 지구의 역사에서나, 예전에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는 분자를 의미한다.
어떻게 한 개체의 신체가 그렇게 특수한 방식으로 새 분자들을 구별할 수 있을까?
( 각 면역세포는 상이한 가변부를 가진 하체를 만들어 낸다. 또 각 가변부는 다른 모양을 지닌 결합부를 지닌다. 이종 분자나 항원이 몸에 들어오면, 면역계에서 우연히 그 모양이 맞아떨어진 세포들 위에 생긴 항체들에 의해 항원이 결박된다. 이 일련의 세포들은 분할해서 클론(같은 종류의 항체를 갖는, 같은 종류의 더 많은 세포들)을 만든다. 항원이 출연한 다음 번엔 이 동일한 항체의 더 많은 복제물이 그것을 파괴시키기 위해 있게 된다)
버넷(Sir Frank McFarlane Burnet)경에 의해 창안된 클론 선택설이다.
개체의 신체는 이종 분자와 마주치기 전에 이미 결합 부위에서 서로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항체분자를 아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한 이종 분자(바이러스나 세균)가 신체에 들어오면, 표피에 서로 다른 항체를 가지고 있는 세포들의 개체군과 만나게 된다. 이종 분자는 항체를 함유하고 있는 레퍼토리 내부의 세포들과 결합하는데, 그 결합 부위는 새로 들어온 이종 분자에 다소 보완적이기 마련이다. 항원의 한 부분이 항체와 충분히 딱 들어맞게 결합하면, 세포(림프구)를 자극해 그 세포로 하여금 항체가 반복적으로 분열토록 한다.
- 인식할 필요가 있는 모양에 대한 정보가, 인식분자나 항체가 형성될 바로 그때 인식계로 전달될 필요는 없다. 대신, 재인계는 항체분자의 다양한 개체군을 먼저 생성한 후 부합하거나 어울리는 것을 사후에 선택한다.
- 물리적 체계는 선택에 의해 상호 작용함으로써 유전 원칙에 따라 개체군에 반응을 주도록 되어 있는 다양한 변이체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 제대로 된 물리하근 재인계를 다루지 않는다. 왜냐하면 재인계는 본질적이며 역사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의 모든 법칙들은 재인계에 적용된다.
- 나는 신경생물학이 재인을 다루는 학문이라고 확신한다. 면역계와 신경계의 유사성은 원칙에 있어서만 발견될 뿐,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선택적 관점에서 뇌기능을 생각해 봄으로써 (우리가 소형인간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에), 나는 뇌가 선택적 재인계라는 주장을 옹호해왔다. 다양성은 선택계 이전에 이미 존재하며, 특수성은 사후의 선택 결과로 생기는 까닭에 우리는 더 이상 머릿속의 정보 처리 장치가 끝없이 퇴행하는 문제에 직면하지 않아도 되었던 것이다. 이 주장을 적절히 옹호하기 위해 나는 선택 원칙을 좇는 뇌기능성을 서술하겠다, 진화와 발생이 어떻게 뇌의 체성선택계를 만들어 내는지를 보여주는 게 관건이다 그것에 대한 설명을 마친 후 나는 제시된 선택 메커니즘들로 심리적 기능, 즉 지각이나 기억, 심지어는 의식 등을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자 한다.
- 소형인간의 무한 퇴행. 지령 혹은 정보처리라는 개념은 그것을 해독할 무엇 혹은 누군가를 요구한다. 그러나 그 다음엔 그로부터 결과된 메시지를 읽기 위해 비슷한 존재가 필요하게 되며, 이런 퇴행은 무한히 계속된다.
9장 신경 다윈주의
- 재인을 일종의 적응적 맞추기(adaptive matching)로 생각하면, 그것이 왜 진화와 면역에 적용되는지가 명확해진다. 개체군 사고는 이 두 경우 모두에 이해의 수단을 제공해 준다. 개체군 사고를 뇌의 작용에 적용하는 것, 즉 신경 다윈주의(neural Darwinism)는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가?
뇌과학과 행동에 관한 연구는 동물이 그 주변 환경에 적응력있게 맞춰지는 데 관심을 갖는다. 뇌과학을 재인에 관한 학문으로 간주한다고 할 때, 그 말에는 이미 재인이 지령적인 과정이 아니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진화나 면역의 과정에서도 그렇듯이 그 어떤 직접적인 정보 이동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재인은 선택적이다.
뇌는 컴퓨터가 아니다. 만약 그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동물이 어떻게 그러한 세계에서 일어나는 예견 못할 새로운 상황에 자기의 반응을 적응력 있게 맞춰 내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발생학적 연구들은 신경망의 가장 미세한 분지에서의 특별한 해부학적 다양성이 발생학적 과정의 피할 수 없는 결과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 정도의 다양성은 지령을 따르는 컴퓨터 체계가 감당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야말로 선택계에선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이미 존재하는 다양한 레퍼토리상에서 사후에 맞추기가 일어나는 선택계는 그런 특별한 창조를 할 필요가 없어서 소형인간을 설정하지 않아도 되고 따라서 그런 퇴행도 일어나지 않는다.
- 뇌기능이 선택적 과정에 따라 확립된다고 가정한다면, 우리의 뇌의 구조적, 기능적 변이성과 뇌가 어떻게 범주화를 이행하는지에 대한 설명의 필요를 조화시켜야 한다. 그 이론은 심리적 과정이 생리적 과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하는 데 염두를 둬야 한다.
- 이런 문제들을 설명하기 위해 내가 제안한 이론이 바로 뉴런 집단 선택설(theory of neuronal group selection, TNGS)이다. 이 이론에서 심리학과 생리학을 이어주는 특성들이 설명될 것이다.
TNGS의 3자기 교리.
첫 번째 교리인 발생 선택(developmental selection)에 의하면 발생 초기의 역동적 과정을 통해 특정 종 고유의 신경해부학적 구조가 형성된다. 이 해부학적 구조는 가장 미세한 단계와 분지의 단계에서 반드시 의무적으로 다양한 변이를 갖는다. 그 원인은 다양한데, CAMs와 SAMs의 역동적인 규제 때문이며, 발생과정 중의 세포 운동과 세포 돌기 환대, 세포 소멸 등의 확률적인 변동 때문이기도 하다.
두 번째 교리인 경험 선택(experimental selection)은, 해부학적 양식에 대한 수정이 포함되지 않는 또 다른 선택 메커니즘을 제공해 준다. 행위 중 해부학적 구조의 시냅스 연결은 특수한 생화학적 과정에 의해 선택적으로 강화되거나 약화된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다. 이런 메커니즘은 해부학적 네트워크로부터, 강화된 시냅스를 가진 다양한 기능 회로를 효과적으로 개척한다.
세 번째 교리는 앞의 두 가지 교리에서 설명한 선택 활동이 심리학과 생리학을 어떻게 연결시키는지와 관계가 있다. 이 교리는 뇌의 지도들이 재입력(reentry)이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아마도 이것이 이 이론의 모든 제안들 중에 가장 중요한데, 왜냐 하면 그것이 바로 진화과정 중 생기는 뇌의 여러 부위들이 어떻게 서로 조화를 이루며 새로운 기능을 낳게 되는지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TNGS의 기본 전제는 행위의 기본이 재입력에 의해 일어나는 뉴런 집단간의 상호 연결의 복잡한 양식에 대한 선택적 조정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재입력이 생리학과 심리학을 연결시켜 주는 아주 중요한 단초이다.
이런 TNGS 이론을 염두에 두고서, 이제는 범주화를 실행하는 능력이 어떻게 신경계 내에서 체현되는지를 살펴보자. 지각 범주화의 경우를 예로 삼을 예정인데, 지각 범주화란 적응성 있는 목적을 위해 많은 사물이나 사건들 중 특정한 사물이나 사건을 선택적으로 구별해 내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지각 범주화는 고전적 범주화(classical categorization : 인간의 인지구조 외적인 것으로, 객관화된 개념. 가능세계를 바탕으로 절대적 진리값이 있다고 봄. 절대 범주)에 의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속성들을 선언적으로 표본 추출함으로써 이뤄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 재입력이라는 이 속성으로 인해 내가 회귀적 종합(recursive synthesis)이라고 부르던 것이 가능해진다.
- TNGS에서 생리학을 심리학에 연결시키려 할 때 가장 근본이 되는 기능으로 여기는 지각 범주화는 재입력으로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재입력식으로 연결된 다양한 지도의 출력들을 동물의 감각-운동 행위에 짝지음으로써 가능하다. 이는 전면적 지도화라고 불리는 고차원적 구조를 통해 획득한다. 전면적 지도화는 뇌에서 지도화되지 않은 부분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재입력 국소적 지도(reentrant local maps)를 포함하는 역동적 구조다.
그 같은 전면적 지도화로 역동적 고리가 만들어지는데, 이 고리는 동물의 동작이나 자세를 몇 가지 감각 신호의 독립적인 표본 추출과 지속적으로 짝지어 준다. 그러면 전면적 지도화의 국소적 지도 내에서 일어나는 뉴런 집단선택은 특수한 범주적 반응을 낳는다.
그런 행위에 관해서는 어떤 것이 적절하며 또한 지각 범주화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범주화는 항상 가치라는 내부적 기준과 관련해 일어나며, 이 같은 관련이 적절함을 정의해 준다는 사실을 TNGS는 제안하고 있다. 그러한 가치 기준은 특수한 범주화를 결정하지는 않지만 특수 범주화가 일어나는 영역을 규제해 준다. TNGS에 의하면 특정 종의 동물들의 가치계에 대한 기반들은 진화론적 선택에 의해 미리 설정된다. 그 기반들은 심장 박동, 호흡, 군 반응, 먹이에 대한 반응, 호르몬의 작용, 자율 반응 등의 신체 기능에 대한 규제와 관계있는 뇌의 영역에서 나타난다. 진화론적으로 선택된 그러한 삶을 유지시키는 생리 체계의 필수 요건들을 적절히 만족시키는 행동을 통해 범주화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가치; 생존에 유리하고 적합한 것)
- 진화에서 다양한 생물들의 적응 차이는 생식과정의 차이를 낳고, 이 차이는 개체군에서 유전자의 빈도에 변화를 일으킨다. 뉴런 집단선택에서는 연관성과 시냅스 구조, 그리고 1차적 레퍼토리내의 뉴런들의 행태 차이가 주변 환경으로부터 나오는 상호 연관된 다양한 양식의 신호들과 마주치면, 그 반응이 집단으로 일어날 가능성에서 차이를 낳는다. 이는 시냅스 강화 유형의 변화를 의미한다. 어떤 경우에는 차등생식이지만 다른 경우에는 차등증폭일 수도 있다.
- 인식에 관한 학문들(진화와 면역, 뇌과학)의 원칙들은 공유되어야 하지만, 그 메커니즘들은 명백히 서로 달라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학문들에 있어 놀라운 점은 진화 과정 중의 자연선택이 완전히 서로 다른 두 개의 인식 가능한 체성선택계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사실을 인정한다면 뉴런 집단선택들로 이뤄진 작은 고리 하나가 같은 종의 다른 개체들 내에 다양한 표현형적 행위를 만들어 내게 된다. 이같은 다양한 행위는 진화라는 거대한 고리 내에서 계속 진행되는 자연선택에 토대를 제공한다. 두 선택계, 즉 체성선택계와 진화적 선택계는 상호 작용한다.
10장 기억의 개념: 의식으로 가는 다리 놓기
- 뇌가 어떻게 세계를 범주화하는지를 고려하기 위해 TNGS가 구성된 것이다. 그 이론의 기본 이념들, 즉 발생 선택, 경험 선택, 그리고 재입력 등이 심리적 기능이 발현하는 데 근본적인 토대로 간주된다. 그렇지만 이것은 심리 기능이 발현하는 데 새로운 형태적 배열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새로운 기능을 가진 진화를 확고히 하기 위해 부수적인 주요 원칙들이 더 필요치 않다는 사실을 TNGS가 가정하고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나는 여기서 전면적 지도화 내에서 활동하는 체성선택이 진화과정 중 예전의 지도화 방식과 함께, 특수화된 기억이나 개념적 능력같은 새로운 기능을 획득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 고차원적 뇌기능의 근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는 지각 범주화와 기억, 그리고 학습이다. (개별적으로 다뤄지지만 사실 그것들은 같은 정신 작용을 하는, 분리될 수 없는 요소들이란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지각 범주화는 일반적으로 기억에 필수적인 요소인데, 여기서의 기억은 결국엔 앞서 일어난 범주화에 대한 기억을 의미한다.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들이 예상할 수 없게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한 동물이 이에 적응할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서, 행위에 영향을 주는 학습이 필수적이다. 이렇듯 범주화와 기억, 학습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학습은 범주화와 기억에 좌우된다.
그러나 지각 범주화와 기억이 학습에 필수적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여기에 추가되어야 할 것은 범주화를 수행하는 부분과는 다른 뇌 부분들에 의해 중재되는 가치계의 연결이다. 적응에서 충분조건은, 진화론적으로 확립된 가치들을 반영하는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욕구, 식욕을 증진시키려는 욕구, 그리고 완료행동의 욕구 등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전면적 지도화를 소위 쾌락중추와 대뇌 변연계(limbic system)의 활동에 연결시킴으로써 주어진다. 예컨대 시상하부(hypothalamus)나 중뇌에 있는 다양한 핵 등과 같이 가치가 부여된 뇌구조들은 동물행동학적 요구에 따라 진화했으며, 그 구조들의 회로 중 어떤 것들은 종 특유의 속성을 나타낸다.
어떤 종에서든 학습은 전면적 지도화와 앞에서 언급한 가치 중추를 이어 주는 신경 작용에서 기인한다. 학습은 기대되는 상황에서 적응 가치를 가지고 있는 행위들에 범주화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부 조정장치처럼 생리적 시스템들은 세트 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기대라는 용어는 단순히, 쾌락 시스템의 각 부분을 구성하는 생리적 구조들의 세트 포인트가 아직 충족되지 않은 그런 상황을 의미할 따름이다. 학습은 세트 포인트를 충족시키는 전면적 지도화에서의 시냅스 변화를 행위가 유도할 때 비로소 성취된다.
- 기억: 기억은 형태를 막론하고 실행을 반복하는 능력이라는 사실에 동의하기로 하자.
TNGS는 기억을, 앞서 확립된 범주화 능력의 특수한 강화라고 제안한다. 이런 유형의 기억은 전면적 지도화 내부의 시냅스 개체군에서 일어나는 지속적인 역동적 변화, 즉 맨 첫 번째 장소에서 범주화가 일어나도록 해 주는 변화로부터 하나의 개체군 속성으로 나타난다.
지각 범주들은 불변의 것이 아니며 동물의 현재 행동에 의해 수정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억은 지속적인 재범주화 과정에서 비롯된다.
연상, 부정확성, 그리고 일반화 등의 특성들은 모두 기억의 초기 기반 중 하나인 지각 범주화가 본질적으로 개연적이라는 사실로부터 이끌어내진다.
선택과 재입력을 초월한 어떤 새로운 원칙도 새로운 기억 작용들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 개념: 광범위한 범주적 능력을 체현하기 위해서는 기억에 덧붙여, 재범주화와 같은 또 다른 진화적 발생이 필요하다. 나는 이것을 개념을 갖는 능력이라고 이름지었다. ‘개념’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언어와 관련되어 사용되며 진실과 허위를 이야기하는 맥락에서 사용된다. 그러나 나는 언어적 원초성을 획득하기 앞서 진화과정에 나타난 능력을 가리켜 개념이라는 용어로 사용했다.
개념을 가질 수 있는 동물은 삼루이나 행동을 식별하고, 이 식별을 전제로 다소 일반적인 방식으로 행위를 규제한다. 이런 인식은 반드시 관계적이어야 한다. 즉 이런 인식은 범주화 과정을 촉발시키는 자극이 없을지라도 하나의 지각 범주화를, 명백하게는 관련이 없는 다른 범주화를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말speech의 요소들과는 달리 개념은 전통적이거나 자의적이지 않으며, 발생하기 위해 언어 공동체와 연결될 필요도 없고, 순차적 표상에 의존하지 않는다. 개념적 능력은 말에 훨씬 앞서 진화과정을 통해 발생한다. 그 능력은 지각과 기억에 의존함에도 불구하고 이 두 기능 모두에 기여하는 요소들로부터 뇌에 의해 만들어진다.
개념을 형성할 때 뇌는 지각의 경우에서처럼 단순히 외부적 자극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의 활동에 의해 지도를 형성한다. 그 이론에 의하면 개념 형성을 책임지는 뇌 영역에는 서로 다른 유형의 전면적 지도화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뇌 활동들을 범주화하고, 구별하고, 그리고 재결합시키는 구조가 포함된다. 이런 활동들을 수행해 내는 구조들은 뇌의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피질 등에서 발견될 것 같다. 그 구조들은 지도의 유형에 대한 지도화를 보여야 한다.
뇌가 스스로의 활동(특히 지각 범주화)을 범주화하는, 개념이라는 용어에 의해 우리는 일반화된 범주와 이미지들이 어떻게 체현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 기억을 재범주화라 말하고, 개념을 스스로의 활동을 범주화하는 뇌의 산물이라고 이야기함으로써 의식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한다는 우리의 목표에 이르는 데 반드시 있어야할 교량적 요소들이 제공되었다. TNGS의 기본 이념 위에 지각 범주화와 기억, 학습이라는 근본적 3요소를 세워 놓으면, 이 요소들은 곧 개념적 능력의 출현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어떤 새로운 가정도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다만 재입력 연결성의 유형들을 변형시키는 피질 형태의 진화론적 변화에 대한 가정들만 있었을 따름임을 주목해야 한다.
11장 의식: 기억된 현재
- 마음에 있어 진정으로 독특하고 진기한 점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consciousness)이라고 답할 것이다.
의식을 생각할 때 가장 주춤하게 되는 게 바로 의식이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의식이란 깜빡이는 것이며, 그 양식과 대상에 있어 복합적이고 동시적이고, 피할 수 없는 우리 자신의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과정이며 기록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제임스의 표현대로 의식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그것을 정의해 보라고 요구하지 않는 한 우리가 그 의미를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다.
- 내가 의식의 제임스적 특성이라 부르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것은 개인적이다. 그것은 변화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것은 그 자체와 무관한 대상을 다룬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에 있어 선택적이다. 즉 그것은 다루고 있는 대상들의 측면을 모두 망라하지는 않는다.
의식은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는 의지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의식은 단순한 경험의 복제가 아니며 그렇다고 다양한 행위에 소용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종류의 학습과 개념적 과정, 그리고 심지어는 어떤 행태의 추론들은 의식 없이도 진행된다.
- 나는 1차적 의식(primary consciousness)과 고차원적 의식(higher-order consciousness)이라는 구분을 만들었는데, 이 구분은 아주 근본적인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1차적 의식은 세계의 사물들을 정신적으로 자각하는 상태, 즉 현재의 심상을 갖는 상태다. 그렇지만 그것은 과거와 미래를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를 수반하지 않는다. 그것은 비언어적이며 비의미론적인 동물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바로 그런 것이다. 반면 고차원적 의식에는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감정에 대해 사고하는 주체에 의한 재인(자각)이 포함된다. 그것은 개인적인 모델을, 그리고 현재는 물론 과거와 미래의 모델을 체현한다. 또한 직접적인 자각, 즉 감각기관, 다시 말해 감각 수용체가 관계되지 않는 정신적 사건들에 대해 직접적인, 즉 비추론적이고 즉각적인 자각을 나타낸다. 그것은 1차적 의식과 함께 우리가 인간으로서 가지고 있는 그 어떤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 나는 의식에 관한 내 이론의 토대가 되고 있는 세 가지 가설을 설명하겠다. 물리학적 가설, 진화론적 가설, 감각질 가설이다. (p170-171)
- 물리학적 가설은, 의식이 물리학의 법칙들에 위반되지 않으며 영혼이나 유령 따위는 축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화론적 가설은, 의식은 종의 진화과정 중 어떤 시점에서 표현형적 특성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의식의 획득은 그 의식을 가진 개체에 직접적으로 진화적 적응도를 부여하거나 높여 주는 다른 속성에 대해 어떤 기초를 제공한다는 함축이 가설에 들어 있다.
감각질은 자각에 수반되는 개인적 혹은 주관적 경험이나 감정, 감각의 집합으로 이뤄져 있다. 감각질은 현상적 상태인데, 인간으로서 ‘우리에게 대상이 어떻게 보이는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감각질은 전반적 통일성을 가지고 있는 정신적 장면 중 식별 가능한 부분들을 일컫는다.
감각질은 오로지 한 개인에 의해서만 직접적으로 경험된다면 우리의 방법론적 난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우리는 물리학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현상적 심리학을 구성할 수 없다. 한 개인에 의해 직접 감각질로 경험되는 것은 관찰자로서의 다른 개인과 충분히 공유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관찰자들이 적절한 실험적 통제를 손쉽게 가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적 이론일 수가 없다.
그러나 의식을 연구함에 있어서 우리는 감각질을 무시할 수 없다. 딜레마는 현상적 경험이 1인치 문제라는 사실이며, 언뜻 보면 이로 인해 그것에 대한 완전히 객관적인, 혹은 인과적인 설명을 하는 일이 가로막히는 듯하다.
의식에 관한 이론의 기초로서, 감각질이 우리들에게 존재하듯 다른 인간들에게도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을, 의식 연구를 위한 최상의 표준적 담지자(canonical referent)로 여길 수 있다. 인간에 대한 주관적 보고들이나, 행동, 뇌구조나 기능 등이 모두 상호 연관될 수 있다는 사실을 통해 이것의 정당함이 입증된다. 감각질이 인간 내에 존재한다는 가정에 근거해서 이론을 세우고 나면, 우리는 이러한 연관에 기초한 감각질의 속성들을 새롭게 볼 수 있게 된다. 의식을 과학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은 바로 개별적으로 감각질을 경험하는 동안 그것들을 기록하고 상호 연관시키는 우리 스스로의 능력이다.
- 1차적 의식:
의식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두 종류의 신경계 조직이 있다. 이 시스템들은 둘 다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조직은 상당히 다르다. 첫 번째 시스템은 뇌간(brain stem), 그리고 더불어 대뇌 변연계(쾌락계)인데 이것은 식욕, 성욕, 완료 행동과 진화된 방어적 행동 유형과 관계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일종의 가치계로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신체 기관, 호르몬계 그리고 자율신경계 등에 광범위하게 연결된다. 이 모든 시스템들이 어우러져서 수면이나 성과 관계된 신체 주기는 말할 것도 없고, 심박률과 호흡률, 발한, 소화기능 및 그와 유사한 작용을 통제한다. 우리는 놀랠 것도 없이, 이런 변연-뇌간 시스템의 회로들이 고리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고, 상대적으로 느리게 반응하며(초 단위에서 월 단위까지 걸쳐 있는 시간에), 상세한 지도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변연-뇌간 시스템의 회로들은 진화의 과정 동안 외부 세계로부터의 수많은 예기치 않은 신호들에 맞추는 게 아니라 신체에 맞춰 선택된다. 이 시스템들은 신체 기능들을 돌보기 위해 일찍이 진화했다. 그것들은 내부의 시스템이다.
두 번째 중요한 신경계 조직은 시상피질계(thalamocortic system)라 부른다.(중추 뇌구조인 시상은 감각 신호와 다른 뇌 신호들을 피질에 연결시켜 주는 많은 신경 핵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상 피질계는 동시에 작용하는 시상과 피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시스템은 감각 수용판으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고, 수의근에 신호를 보내는 식으로 진화했다. 그 시스템의 시냅스 연결은 평생 동안 계속되는 변화를 겪음에도 불구하고 그 시스템은 반응이 매우 빠르다(100분의 1초 단위에서부터 초 단위까지). 대뇌피질은 한조의 지도 내에 배열되어 있으며, 시상을 통해 외부 세계로부터 입력을 받아들인다. 대뇌피질은 대규모의 재입력 연결로 이어져 층을 이루고 있는 국고 구조들처럼 고리를 포함하지 않는다. 대뇌피질은 시각, 촉각, 미각, 후각, 청각, 관절 감각(사지의 위치를 느끼는 것) 등의 당양한 감각 양식들을 통해 세계로부터 밀도 있고 빠른 일련의 신호들을 동시에 받아들이기에 적합한 구조다. 점점 복잡해지는 운동 행위와, 세계의 사건들에 대한 범주화를 허용하기 위해 이 대뇌피질은 변연-뇌간 체계보다 훨씬 늦게 진화됐다. 공간은 물론 시간을 다루기 위해, 소뇌와 기저핵, 해마 등의 피질 부속 기관들은 실제 운동과 기억 양쪽의 연속을 다루는 피질과 더불어 진화했다.
변연-뇌간 시스템과 시상피질계, 이 두 시스템은 진화관정 중 서로 연결됐다. 후에 진화한 피질계는 점점 복잡해지는 주변 환경에 적합한 학습 행위에 도움이 됐다. 이 행위는 초기 변연-뇌간 시스템에 의해 조정되는 생리적 욕구와 가치에 도움이 되도록 선택되었음이 분명하기에 그 두 시스템은 그것들의 활동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식으로 연결되어야만 했다. 물론 그런 조화는 학습에 있어 결정적인 부분이다. 피질이 세계의 범주화와 관계가 있고, 변연-뇌간 시스템이 가치와 관련이 있다면 학습은 가치라는 배경 위해서 범주화가 가치를 만족시키는 행위에 적응적 변화를 낳게 하는 수단으로서 간주될 수도 있다.
- 피질계를 가지고 있는 어떤 종에서는 인과적인 연관이 없는 세계의 각 부분들에 대한 범주화 작업이 상호 연관될 수 있고, 또 하나의 장면으로 묶일 수 있다. 이 장면의 의미는 친숙하거나 낯선 사건들이 시공간적으로 배열된 일련의 범주화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능력으로부터 주어지는 장점이란, 동물의 과거의 학습에는 중요했을 지도 모르는 사건들이 외부 세계에서는 인과적으로 연관되어 있지 않을지라도 새로운 사건에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개별 동물들의 가치계에 대한 요구라는 관점에서 이런 연관성이 확립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1차적 의식의 출현을 이끄는 것은 바로 이런 장면을 창조해 내는 능력의 진화론적 발생이다. 분명히 그 출현이 존속되기 위해서는 증가된 적응도라는 결과를 낳았어야만 했을 것이다.
모델에 의하면 1차적 의식의 출현은 3가지 기능의 진화에 달려있다. 첫 번째 것은, 개념 기능이 나타날 때 그것들이 학습을 수행하는 기존의 능력을 확장시키면서 변연계에 강하게 연결되어지는 식의, 피질계의 발생이다. 두 번째 것은, 이러한 연결에 근거한 새로운 종류의 기억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각 범주화 시스템과는 달리 이런 개념적 기억계는 지각 범주화를 수행하는 상이한 뇌 시스템에서의 반응들을 범주화할 수 있으며, 그것도 변연-뇌간 가치계의 요구에 따라 그렇게 할 수 있다.
세 번째 유형은 중대한 진화론적 발생으로서 1차적 의식의 출현에 충분한 수단을 제공해 준다. 이것은 진화과정 중 신경해부학의 새로운 구성 요소로 나타난 특수한 재입력 회로다. 이 회로는 가치-범주 기억과 실제 시간에서의 지각 범주화와 관련이 있는 한창 진행 중인 포괄적 지도화 사이에 지속적인 재입력을 허용한다. 각각의 양식에서 새로운 재입력 회로가 나타남으로써 이러한 지각 신호들이 그 기억에 영구적으로 공헌하기 이전에 동시 발생적인 지각에 대한 개념 범주화가 일어날 수 있다. 특수한 유형의 기억과 지각 범주화간의 상호 작용이 1차적 의식을 발생시킨다.
나는 장면이라는 용어를 대체로 동시 발생적인 세계의 사건들에 관한 반응들이 한 조의 재입력과정에 의해 연결된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뇌는 개념적인 ‘자기 범주화’ 과정을 수행한다. 과거의 지각 범주를 가치계로부터의 신호와 짝지음으로써 자기 범주가 만들어지는데, 이 과정은 개념 기능이 가능한 피질계에 의해 수행된다. 그러면 이러한 가치-범주 시스템은 재입력 연결을 통해 세계의 사건과 신호들에 대해 지각 범주화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뇌 영역과 상호 작용한다. 일련의 지속적인 지각 범주화에 대한 개념적 기억에 의해 상호 연관되는 것으로부터 지각 경험이 생겨난다. 1차적 의식은 일종의 ‘기억된 현재’다.
1차적 의식은 개체의 현재 입력을 그 행동과 과거의 보상에 연결시켜 주는 방법을 제공해 준다. 그것은 상호 연관적인 장면을 제시함으로써 복합적인 학습 임무들이 배열되는 동안 주의를 유도하는 적응 방법을 제공해 준다. 그것은 또한 효과적 방법으로 실수를 교정해 준다. 1차적 의식을 갖고 있는 동물이 그것을 가지지 않은 동물보다 더 많은 단서들에 대한 학습 능력을 더 빠르게 일반화하는 능력을 가진 듯하다. 다시 말하면 의식은 유효하며 진화적 적응도를 높여 줄 것 같다. (1차적 의식: 가치-범주 기억을 현재의 지각 범주화에 연결하는 재입력 고리)@@
1차적 의식은 고차원적 의식의 진화에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현재라고 부르는 일정 시간량 주변에 작은 기억 간격으로 제한된다. 1차적 의식에는 명백한 주장, 즉 개인적 자기라는 개념이 결여되어 있으며, 현재나 미래를 어떤 상호 연관된 장면의 한 부분으로 모형을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12장 언어와 고차원적 의식
- 어떻게 하면 이 기억된 현재(1차적 의식)의 독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확실치는 않지만 이렇게 답변할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기호 기억의 진화에 의해서, 그리고 사회적 커뮤니케이션과 사회적 전달에 의해서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장 발달된 형식으로 보면, 이것은 언어 능력에 대한 진화적 획득을 의미한다.
- 고차원적 인식은 반드시 1차적 의식에 도움을 주는 구조가 계속 작동될 것을 요건으로 한다. 뿐만 아니라 고차원적 의식에는 사회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 개성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과거와 미래의 술어로 세계를 모형화할 수 있는 능력, 직접적으로 자각할 수 있는 능력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기호 기억 없이는 이런 능력들은 발생하지 못한다.
기호 기억의 진화론적 출현을 통해 이런 능력들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었는지를 추적해 보기 위해서는, 말이 어떻게 진화했고 또 획득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진정한 언어의 출현에는 성도와 말을 만들고 이해하기 위한 뇌 중추들의 진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의 중심이 되는 논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과연 개념이 말보다 먼저 형성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 작업을 수행해 나가면서 나는 아마도 자기-비자기간의 상호 작용 모형이 진정한 말보다 먼저 생겼다고 결론짓게 될 것이다.
- 말: 후성설
언어가 진화를 시작하기 전에 뇌에는 개념을 만들고 작동케 하는 능력에서, 의미에 필요한 기반이 이미 갖춰져 있었다고 나는 주장한다.
의미론적 수단이나 기준에 의해 결코 정의되거나 혹은 유래되지 않는 개념적 범주들을 유아들이 이미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는 분명한 진화론적, 해부학적, 생리학적 논증들을 확대된 TNGS안에서 제공한다.
진정한 말의 획득이 개념적 능력을 놀랍게 증가시키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개념 중추들에 특수한 기호 기억이 연결되어 추가됨으로써 수많은 새로운 개념들을 만들어 내고, 세련시키며, 연결하고, 창조하며, 기억하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언어중추가 개념들을 ‘함유하고’ 있다거나 개념들이 언어(말)에서 ‘생겨나는’게 아니다. 의미는 가치-범주 기억이 개념 영역과 말 영역이 결합된 황동과 상호 작용함으로써 생겨난다.
구문론은 의미론으로부터 형성되기 때문에, 엄격한 문장의 순서가 없는 문장 단편들에서부터도 국소적인 문법적 관계가 구축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법은 뇌구조 중 아주 확정적인 부분들이 행하는 지속적인 활동에 반드시 상응하게 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아마도 1차적 의식을 낳는 활동일 것이다. 정말로 만약 이 이론이 옳다면, 언어는 1차적 의식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 고차원적 의식:
어떻게 사람은 자신이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게’ 되었을까? 이런 능력을 획득하기 위해 기억 시스템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거나 그 거꾸로인 진정한 자기의 개념적 표상에 반드시 연결되어야 한다. 과거의 모형뿐만 아니라 개성에 대한 개념적 모형이 반드시 형성되어야 한다. 이것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즉각적 현재에 대해 각 개체가 맺는 관계를 수정시키는 많은 단계의 발생학적 학습들이 필요하다.
뇌의 레퍼토리들은 반응들을 늦출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레퍼토리들은 1차적 의식의 과정 자체를 범주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사회적인 전이나 학습과정 중에 비교와 보상의 방법으로 주로 기호적 수단을 통해 획득된다.
의식의 적응 이점(adaptive advantage). 1차적 의식은 복잡한 환경에서 생기는 다양한 평행 신호들 중, 양식의 특징을 내적 기준에 의해 결정하는 능력을 제공한다.
고차원적 의식은 생물학적 개체성이라는 그림에 사회적으로 구축된 개성을 추가한다. 의식적 사고를 즉각적 현재의 규제와 방대하게 늘어난 사회적 의사소통으로부터 자유롭게 함으로써, 미래의 상태와 계획된 행위를 예견 할 수 있다. 그 능력으로 인해 세계를 모형화하고, 분명한 비교를 만들며, 결과를 평가하는 능력이 생겨났다. 그런 비교를 통해 계획을 재편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13장 주의와 무의식
- 주의는 단순히 조심성이나 빈틈없음의 문제가 아니며, 그것이 행위에 직향적인 요소들을 제공해 주고 환경에 대한 동물의 민감함을 조정해 준다.
선택적 주의에 대한 많은 이론들은 입력 신호를 이르건 늦건 간에 ‘여과한다’는 관념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주의와 관련된 뇌 메커니즘은 본래 한 동물로 하여금 일련의 적절한 행동들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진화론적 압력으로부터 비롯된다는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나는 의견을 같이한다. 배가 고프거나 위협을 당하고 있는 동물은 많은 가능한 것들 중 하나의 대상이나 행동을 선택해야 한다. 다른 것들을 배제시키기 위해 수행되어야 하는 행동 양식 하나를 재빨리 결정하는 능력은 상당한 선태적 이점을 가져다 줌이 분명하다.
- 무의식:
프로이트의 억압에 대한 주장은 여기 제시된 의식의 모형들과 조화를 이룬다. 확대된 TNGS는 기억 형성에서의 가치 의존적인 시스템들을 포함한다. 자기와 비자기의 구분은 영원히 의식과는 동떨어진 기억 시스템의 참여를 요구한다. 억압, 즉 회상에 대한 선택적 무능력은 강력하게 가치가 부하된 재범주화에 종속될 수 있다.
무의식에 의해 자극된 행동들의 존재가 있다면, 의식 있는 내성에 의해 도출되는 결론은 심각한 실수에 빠지기 쉽다.
14장 층과 고리: 요약
- 뇌는 자연선택과 체성선택 등의 두 가지 선택의 과정을 겪는다.
- 결과는 고리와 층들이 가득 찬 오묘하고 다층적인 것들이다.
- 괴델에 의해 제시된 수학의 불완전성에 대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그런 영역(수학, 논리학)들의 불완전을 설명해 줄 수 있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마음에서 양식이 형성되는 데에는 의식이 반드시 필요한 고차원적 자력작용이 늘 요구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논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합성된 양식(논리와 가치의 상호작용?)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며,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사고는 항상 그 영역 내에서 구문적인, 또는 기계적인 관계들을 넘어서게 된다.
- 다양성과 퇴화를 확고하게 해 주는 원칙들에 의해 뇌가 형성된다. 컴퓨터와는 달리 뇌에는 반복적인 기억이 없다. 뇌는 역사적이며 가치에 의해 자극된다. 또한 뇌는 구문적으로 형성된 프로그램이라는 수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적 판단 기준과 다양한 규모로 작용하는 규제에 의해 범주들을 형성한다. 뇌와 상호 작용하는 세계는 고전적 범주들로 명백히 구성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우리의 표현형과 이런 물체들의 물리적 속성이 갖는 상호작용적인 특성 때문에, 어떤 ‘자연적 물체’들은 이 범주들을 따르는 듯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 범주화 메커니즘은 우리의 육체와 개인적인 역사가 반드시 포함되는 전면적 지도화를 통해 작용한다. 그러므로 지각이 반드시 진실된 것은 아니다. 행위를 함에 있어 우리는 가치의 역동적 변화의 영향 아래 재범주적 기억에 의해 구동된다. 믿음과 개념은 오직 열려진 환경을 언급함으로써만 개별화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기술이 미리 지정될 수는 없다.
- 왜 마음의 가반으로서 공리적이고 구문론적인 체계들이 갖는 명백한 우아함을 거부했을까? 공리 체계들은 특별히 그것들이 물리학과 함께 고려될 경우엔, 곧잘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적절한 단서를 제공해 줄 듯이 보이곤 했다. 그러나 그런 체계들은 사회적 구조물로서, 사고의 기반이 아니라 사고의 결과물이다.
19세기 수학적 논리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위상하적 양식이나 본질주의적 방식으로 생각되는 하는 공리 체계는 마음에 대한 좋은 모형이 아니다. 왜냐하면 마음은 그런 체계들을 창조하고 구동시키기 위해, 그것들보다 앞서 존재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의식은 그것들의 형성에 필수적이며, 그것들이 때때로 고무하는 플라톤주의에 대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의식이 위상학적 수단이 아니라 진화론적 수단에 의해 생겨난다는 것이 실제 사실들에 의해 입증되고 있다.
- 의식의 진화는 특정한 온도에 의존한다는 사실에 대해 언급해 두는 게 유용할 것이다. 섭씨 10만 도에서는 그 어떤 의식도 있을 수 없다. 의식은 일정한 시간, 장소, 그리고 화학적 작용이 일어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낮은 온도에서 나타난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곧 범심론을 마음에 관한 이론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제4부 조화
15장 학설들의 무덤: 철학과 그 주장들
- 마음에 대해 과학적 입장을 취할 경우 얼마나 많은 학설이 탈락되는지를 살펴보자.
1) 실재 세계가 존재한다 - 그 세계는 물리학의 법칙들에 의해 기술되며, 그 법칙들은 어느 곳에서나 적용된다.
2) 우리는 태고의 기원에서 진화해 왔다. 마음은 새로운 진화론적 형태에 기초해 생겨났다.
3) 마음을 자연 속에 되돌려 놓는 것이 가능하다. 생물학에 기반한 마음에 대한 과학이 가능하다.
- 이런 가설들과 논증들을 받아들인다면, 즉각적으로 무덤으로 가게 될 학설들이 생겨난다. 이원론, 범심론, 부대현상론, 관념론, 표상주의, 경험론, 본질주의는 모두 생물학 자체와는 물론, 심리학과 신경과학에서 나온 증거와도 불일치한다. 앞에 열거한 학설들에 맞춰 그거들에게 아마도 치명적일 문장은 이렇게 언급될 수 있다.
1) 사유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2) 입자들은 의식 있는 것이 아니다.
3) 의식은 진화적으로 유효하다.
4) 세계는 마음에서 독립해 존재하고 존속되며, 마음이 나타나기 이존에 이미 존재했다.
5) 뇌는 선태계이며 튜링 기계가 아니다.
6) 감각 자료는 마음의 토대가 아니다.
7) 세계는 고전적 범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8) 유형학은 생물학에 의해 붕괴된다.
16장 기억과 개인의 영혼: 어리석은 환원론에 맞서서
17장 고차원적 산물: 사고, 판단, 정서
- 사고는 의식적인 배경이 없이는 추구 할 수 없다. 그러나 의식에 대한 생물학적 이론은 사고에 대한 필요조건은 되어도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사고는 세계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지각적 삶과 개념적 삶의 평행적인 수준과 경로로부터 엮어진 하나의 기예다. 이 기예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사물들에 대한 경험 이상의 것이 요구된다. 그것은 사회적인, 감정적인, 언어적인 상호작용을 필요로 한다. 사고, 개념, 믿음은 외부 세계의 사건들을 언급해야만, 그리고 다른 사람들, 특히 언어적 경험을 지닌 사람들과의 사회적인 상호 작용을 언급해야만 개별화될 수 있다.
이것의 의미하는 바는 신경과학의 자료만을 아무리 많이 모아도 사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정신과학과 자연과학 사이에 방법론적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심리학은 더 이상 생물학으로부터 자신이 자율적임을 선언할 수는 없고 언제나 생물학의 발견을 따라야만 한다.
18장 마음의 병: 재통합된 자기
- 모든 정신병적 장애는,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의사소통의 어려움까지 거슬러올라갈 수 있는 것조차도, 물리적인 원인들을 가지고 있다. 의식적인 상태와 무의식적인 상태를 통제하는 뇌의 다층적인 재입력 시스템을 감안하면, 질병의 상이한 원인들이 반응 패턴에서 중복되거나 유사한 정신착란을 낳는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신질환을 ‘현실 테스트’의 장애로 생각하기보다는 범주화, 기억, 재입력, 통합의 장애로 생각하는 것이 때로는 더 유용하다.
- 의식적인 환자의 개체성은 그 사람에게 특유한 시냅스 효력이 갖는 매우 복잡한 패턴으로부터 생긴 것이다. 따라서 언어적인 수단과 정서적 수단으로 환자와 의사소통 하는 일은 오직 약품만을 사용한 치료에 의해서 배제되지는 않을 것이다. 약물과 심리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에 여전히 필요할 것 같다.
19장 의식 있는 인공물을 구성할 수 있는가?
20장 대칭과 기억: 마음의 궁극적인 기원에 대하여
<생물학 없는 마음: 비판적 후기>
- 생각하는 기계의 능력에 대해서 엄청나게 어리석은 주장들이 제시되었다. 그 어리석음은 대부분 생각과 논리 사이의 유비에서 생긴다. 컴퓨터가 논리적인 작동을 한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문제가 되는 사실은 컴퓨터에서 수행되는 논리만으로는 생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 뇌의 동작은 ‘기능적인’ 과정의 결과라고, 다시 말해서 알고리듬으로 쓰이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기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이런 견해는 기능주의(튜링 기능주의)라고 한다. 기능주의는 소프트웨어가 컴퓨터 하드웨어의 동작을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뇌의 기능적인 조직’을 가지고 심리학을 제대로 기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뇌의 진화, 성장, 구조를 분석해 본 결과 뇌가 튜링 기계라는 사실이 믿기 힘들게 되었다. 뇌는 수많은 조직의 단계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하는 엄청나게 많은 뉴런을 갖는다. 뇌는 변화 가능성이 높다.
- 명제적 태도(propositional attitude: "나는 지금 비가 오고 있다고 믿는다", "그는 한국의 수도가 부산이라고 생각한다" 등과 같이 어떤 명제에 대해서 어떤 일정한 심리 상태를 지니면서 지니게 되는 태도)는 계산 모형으로 기술할 수 없다는 것이 그(퍼트남)의 주장의 핵심이다. 우리는 환경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개념과 믿음을 개별화할 수 없다. 뇌와 신경계는 세계 그리고 사회적 상호 작용의 상태들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환경적이기도 하고 동시에 사회적이기도 한 그런 상태들은 미결정적이며 고정적이지 못하다.
- 신경계의 반응 패턴들은 컴퓨터와 달리 각 시스템의 개별 역사에 의존한다. 왜냐하면 적절한 반응 패턴을 고르는 유일한 방법은 세계와의 상호 작용이기 때문이다. 인지계에서 보이는 대규모의 변화 때문에, 표상은 물리적인 실현과 독립적으로 의미를 갖는다는 기능주의 기본적인 전제는 부정된다. 따라서 기능주의 체계의 자랑스런 특징인 물리적인 실현의 독립성은 인지 수행의 중요한 단계가 이루어지려면 포기되어야만 한다.
[출처] <신경과학과 마음의 세계> 발췌입니다.|작성자 jstory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