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정맥 첫 출발! 대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로 순조롭게 느껴지던 참여 신청이 50명 선을 고비로 더 진전이 없어 고민하던 중, 윤대장님과 상의하여 당초 예약한 40인승을 먼 길에 불편하다는 45인승으로 바꾸고 승용차도 가져 갈 요량이었는데, 출발 당일 대원 두 분이 사정에 의한 불참을 통보, 48명이다. 그래도 부족한 자리, 부대장님만 승낙한다면 부족한 자리를 참고 갈 수 있겠다 싶으면서도 혹여 하는 마음으로 승용차가 필요하다면, 지하철로 귀가할 수 있도록 집사람에게 당부하고 함께 시청으로 향한다. 밤새 운전하고 가는 것이 힘들지, 지하철 타고 오는 것은 어떠냐며 흔쾌히 따라 나서는 집사람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을지로1가 쯤 도착했을 때 함께 산행하기로 한 배상미氏가 참석이 어렵다는 연락이 온다. 불참하게 되어 미안하다던 사람이 사정을 듣고는 오히려 잘 된 일이 되었다며 생색이다.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지금은 절을 해야 옳은 일 같다고 답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시청에 도착하니 대장님은 벌써 와 기다리고 계신다. 조금 후 도착한 민속떡집의 떡을 받아 경비실에 맡겨 놓고, 집사람을 보내고는 이른 시간을 핑계로 술집을 찾는다. 맨 정신으론 잠을 청할 수 없음을 첨가하여...
그런데 지난 연말 산행답사 때, 광양까지 내려 간 김에 마산으로 차를 몰아 친구(마산시청 근무) 집에 간 적이 있었는데, 답사한 그 곳으로 산행을 가려는 지금에 이 친구는 서울역에 도착했단다. 얼굴이나 보겠다며 시청으로 오겠다기에 합석하여 함께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출발 시간이다. 서운함과 미안함을 뒤로 하고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돌아 와 대원들과 반가운 인사와 함께 인원 점검을 끝내고, 늦은 대원들을 태워 출발하니 23시 10분.
‘만남의 광장’의 이명열님과 ‘궁내동 톨게이트’에서 이상학님을 만나니, 총 인원은 47명이다. 윤대장님은 안내석에 앉고, 나만 자리가 없다. 앞 쪽에 앉으면 보는 대원들이 안쓰러워 할 것 같아, 맨 뒤 통로에 가지고 온 간이의자를 세우고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가끔 좌우로 흔드는 움직임과 뒤 쪽으로 몰리는 히터의 열기를 이기기 어려워 잠을 청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이런 저런 생각의 늪에 빠져 든다.
지난 백두대간 완주! 결코 집사람이 없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2002년 3월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할 당시, 시청산악회와 건안본부산악회를 거의 빠지지 않고 다니던 나로서는 백두대간까지 하는 것은 주중에는 술과 친하여 늦은 귀가에,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에만 가는 꼴이 되어 나만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염치없어 포기를 해야만 했는데, 2002년 10월 김호섭 시청산악회 부회장님(당시 총무)의 권유에 따라나선 동남아 최고봉 말레이시아 키나바루 해외원정에서 산행과 여행에 대하여 더 한층 높은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해외여행은 물론 백두대간에 대한 욕심도 새롭게 가지게 되었는데, 다행히 2003년 3월부터 보충팀을 운영할 것이라는 백두대간 드림팀의 계획이 꼭 나를 위한 것만 같아, 2003년 1월 추풍령부터 시작된 구간 종주에 무조건 따라 나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2개의 산악회와 백두대간과 보충을 모두 하게 됨으로서, 매 주 한 번의 빠짐도 없어야 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사정이 있어 빠지게 되면, 그 보충이 더욱 어려워짐은 당연한 일! 맞지 않는 시간을 메우기 위해 두 구간을 한 번에 종주하는 이른 바 마의 종주를 2회나 하게 되었는데, 그 때 집사람의 도움은 과히 절대적이라 아니할 수 없겠다. 매 주 가는 산행을 묵묵히 받아 준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나 혼자 만의 종주 때 차량으로 이동을 도와 무사히 백두대간을 종주하기에 이른 것이다.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 애정 표현은 하는 것 자체를 어색하게만 생각하는 족속. 좋은 감정은 속으로만 담고, 기분 나빴던 일과 바깥에서 짜증난 일로 집에서 화만 잘 내는 그런 사내. 정말 내가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인간이다. 그런 사람을 남편이라고, 애들 아빠라고 챙기는데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나 역시 목석은 아닌 것을.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는 것이며, 그 것 또한 집사람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좋은 점을 더 많이 볼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사십대 중반을 넘기니 이제 나도 철이란 것이 드는 모양이다. 이런 감정을 드러내 놓을 수 있는 걸 보면. 그래서 그랬다. 애들 핑계로 항상 혼자만 가던 해외 산행 길에 동참하자고. 금년 8월의 실그로드 2차 원정에 조기술 과장님 내외분이랑 함께...
제목과는 동 떨어진 이야기인가? 그냥 내 마음을 정리해 보면서 집사람에 대한 마음을 솔직히 표현해 보고자 한 것이다. 그 것도 대원 여러분 앞에서. 그러고 보면 함께하는 대원 여러분이 저에게는 더 없는 감동이다. 함께 하는 그 자체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며 즐겁고 행복하다. 저보다 나이 어린 사람보다 대부분 윗사람인데 한결같이 도와주고자 하심에 더 기어오르기만 하는 난 역시 막내라는 생각이 든다. 혼자 가만히 자신을 돌아볼 때면 어김없이 어리광을 부렸던 것 같다. 그래도 나름대로 무게를 가지고 근엄함을 애써 표현하며 살고 있다고 자부하며, 그리고 여러 모임의 총무를 맡아 보면서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유독 구정맥 종주대에선 항상 그런 모습이었던 것 같다. 저 역시 산이 좋아 산을 찾지만 산 좋아하는 분들 모두 마음이 넓다고 생각한 탓일까? 정작 본인은 그렇지 못하면서. 그 것보다 그런 대원 여러분의 따스한 마음을 느낀 탓이리라. 어찌되었던 매사에 더 잘해야지 하면서도 그런 자신을 어찌할 줄 모른다. 언제 총무 자리를 물러날지 알 수는 없지만, 총무를 맡고 안 하고를 떠나 매사에 최선을 다하며, 대원들과 함께 구정맥을 종주하는 그 날까지 이 마음 영원하기를...
첫댓글 총무님 화이팅!!! 집사람 화이팅!!!! 저두 올 여름 고비만 잘 넘기면 완주 할수 있겠는데... 올 여름 비는 주말에 내리지 마세요 특히 금토일은 더더욱...ㅋㅋㅋ
꿈 같은 이야기네요!!! 그래요, 아내의 도움이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요. 하여튼 고생 바가지로 하셨네요. 지나간 백두대간도 그렇지만 앞으로 남은 여정이 더 긴 것 같음다. 총무님 핫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