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처음으로 인천에 있는 미혼모 보호 시설에서 마술을 보여 주게 되었다.
4월 말 부턴가 연락이 와서 좀 복잡한 이야기를 하는 통에 내가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미혼모 시설이라서요...마술을 보고 싶은데 혹시 봉사 가능하세요? 혹시 여자 마술사는 없나요?"
뭐가 이리도 요구사항이 많은지...
'네..제가 인천 지역에 사는 분 알아봐 드릴게요...'
'여자 마술사 중에 나이가 있는 분이 있는데 좀 멀어서 차비는 줄 수 있나요?'
사실 이렇게 진행을 하다가 "에이 한 번만 해 주면 되겠지"하고 내가 해 주게 되었다.
원래 남자는 안되는데 내가 교수고 좋은 일 많이하고 유명하고....그러다 신학을 했던 것을 알고는 허락을 해 주게 되었다.
복지관이니까 강당은 있겠지 했는데..
지하에 있는 20명 들어가는 식당에서 했다. 한 4평 저도? 테이블이 모두 6개가 다인 작은 지하 식당.
500명 700명 들어 가는 멋진 공연장에서 하는 비둘기 마술을 방금 점심을 먹은 잔반 냄새 나는 식당에서 했다.
내 앞 식탁 앞에서 왜 마술을 하는지도 모르고 자신에게 실망한 표정으로 있는 어리고 젊은 여성들이 바로 코 앞..그것도 1미터 앞에 있다.
안할까도 했다. 그냥 짜잘한 마술 몇개 보여주자..했지만 그래도 나는 할 수 있다 해보자..하며 공연을 했다.
눈 앞에서 비둘기가 나타나고 꽃이 등장하자 시큰둥한 표정들이 놀라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임신...............
정말 축복받아야 하는 여성의 권리지만..그녀들은 남자들에게 상처를 받은 존재들이다.
대부분은 아이를 낳자마자 친권 포기를 하게 된다고 한다.
제일 어린 아가씨가 18살..
제일 나이 어린 그녀는 지금도 계속 보호 시설에 있다. 1달에 2번을 가지만 갈 때마다 바뀌는 것에 비해서 가장 오래 만나는 아이다.
이름도 모른다. 묻지 않는다. 그들에 대해 어떠한 개인 정보도 원하지 않고 그저 난 그들을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만 오가는 것이 내 의무이기 때문이다.
가장 차가왔던 그녀도 이젠 날 보며 웃는 예비 엄마가 되고 있었다.
가장 어린 그녀는 지난주에 가니 이제 8월에 아기 낳는다고 어쩌면 다음에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아쉬워 하는 표정이었다.
첫날 1시간 마술공연 1시간 마술 배우기를 모두 마치고 두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는데 그들은 표정이 어둡다.
무엇을 보여 줘도 웃는게 없고 웃어도 잠시 아주 잠시 웃다가 다시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가고 만다.
난 뭔가 해주고 싶었다.
'비둘기를 만지게 해 주자!'
난 '수고했습니다'를 외치고 지하 식당에서 나가려는 그녀들에게 비둘기를 보고 가라고 부탁을 했다.
싫다고 하는 이도 있었지만 대부분 아주 귀엽다고 이쁘다고 하면서 보고 만졌다.
근데 내 마술을 본 것보다 더 즐거워 하고 신기해 하고 하얀 비둘기들을 만지면서 뭔가 웃음을 찾은게 보였다.
Healing Magic
마술로 누군가를 치유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말 같게 들린다. 마술이 무슨 치유를 한다는건지.
데이빗 카퍼필드는 마술로 환자들을 긍정적으로 만들고 웃고 몸이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나도 이 사실은 믿고 있었다. 근데 마술 자체보다도 그녀들이 동물을 통해 사랑을 느끼고 비둘기를 만지며 살아있음과 친구처럼 다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자 웃음을 보인 것에 난 조금 당황하게 되었다.
'이 어두운 여자들이...웃었다...비둘기때문에..'
한번만 해 주려고 했던 것이 3개월째 가고 있는 정기 행사가 되었다.
두번째 가니 전에 봤던 미혼모들이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새롭게 온 미혼모들은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왜 마술을 한다는 것인지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항상 그렇다. 전 주에 나를 만난 이는 마술시간을 기대하고 내려 오고 처음 시설로 온 미혼모들은 내게 차가운 시선을 보낸다.
다음 주는 6번째 가는 봉사다. 어쩌면 가장 어린 그녀는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을 가지진 않아야 하므로 아쉬울 것도 없다.
어디선가 건강하게 아이를 낳고 다시 새 인생을 사는 것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리라.
다음주엔 SBS 웃찾사에 단체 관람을 제의했다. 내가 그녀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작은 것중에 하나이니까..
난 그녀들이 웃을 수 있고 기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매월 격주로 가고 있다.
시설 복지사들이 내게 하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는 않지만 그동안 한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재밌다고 하는 말에 더욱 감사를 하고 있다. 내가 가진 재주로 그녀들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말에..
지금은 마술 공연이 아닌 마술 배우기를 하고 있다.
직접 마술을 배우면서 손 감각 발달(소근육발달), 자기계발, 유머훈련, 직업훈련등으로 하고 있는데 그녀들이 원치 않는 임신에 상처를 입고 자괴감을 가지면서도 낙태를 하지 않고 끝까지 생명을 지키는 것에 용기를 칭찬하고 싶다.
나도 남자로써 미안함과 죄스러움을 가지며 책임을 지지 않는 남자들로 인해 가슴아파하는 미혼모들에게 작지만 마술로써 웃음과 희망을 주고 싶다.
다음주 월요일..3시..그녀들은 나를 보고싶어 할까? *^^*
안보고 싶다고 해도 가야지..그게 내 일이니까..ㅎ
한국교육마술협회 회장 / 장안대학교 엔터테인먼트과 교수
함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