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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터 숙제, 학교 숙제 등을 하고 영화를 보고 11시가 넘어서 잠자리 준비를 시작해서 그런지 애들이 일어날 생각을 안한다...
어제 저녁 영화를 볼 때쯤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천둥 번개가 우르릉 쾅쾅...번쩍...우르릉...번개칠 때마다 코드를 다 빼놓곤 하던 집의 습관 때문인지 현준이는 우리가 DVD 영화를 보는 것이 불안한가보다. 엄마, 번개가 우리를 때리면 어떻게 해?
이전 집에서 번개치는데 텔레비젼을 켜놓았다가 번개가 텔레비젼을 때려서 나가는 바람에 거금을 주고 다시 구입한 적이 있었다. 그 기억 때문에 우리는 번개가 치면 항상 모든 전원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애들이 영화 끝나고 잠자리 준비를 할 때도, 잠을 안자고 계속 떠들어서 야단을 칠 때도 바깥에서는 여전히 천둥 번개가 소리를 치고 있었다(속으로는 내심, 애들이 떠들어도 저 천둥번개때문에 옆집에서 못들었을 거라고 위안을 삼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언제 비가 왔었느냐는 듯이 화창하다. 일어날 생각을 안하는 애들을 깨우면서 다른 날과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중학생들은 카멜롯 학교에 3주 짜리 프로그램에 등록이 되어있어서 여전히 카멜롯 학교를 다니게 되지만, 은주와 소혜는 글렌우드 초등학교를 이제 그만 다니고, 은주와 소연이는 YMCA에서 운영하는 클리어워러인가 하는 프로그램을 2주간 하게 되고, 소혜는 혼자 아트 센터에 다니게 된다. 용석이와 현준이는 다른 애들은 다 다른 새로운 학교를 가는데 왜 자기네만 계속해서 에스테스 힐에 다니느냐고 투덜댄다. "야, 용석아. 우리만 계속 같은 학교에 가야한대(동조를 구하는 목소리)" 소혜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소혜만 따로 소혜 어머니가 아트 센터에 등록을 부탁했다는데, 혼자 가는 거라 잘 할 수 있을 지 걱정이 되었다. 아이들 프로그램이 달라지면서 아침에 나가는 절차도 달라졌다. 여전히 중학생들은 더 잠을 자도 되지만, 초등학생들은 학교가 2개에서 3개로 늘어나는 바람에 더 분주해졌다.
그래서 새로운 학교가 어디 있는지 아직 잘 모르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에스테스 힐에 용석이와 현준이를 데려다 주기로 했다. 김태웅 목사는 소혜네 아트센터와 은주 및 소연이의 YMCA센터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주영엄마는 중학생들을 준비시키기로 했다.
용석이와 현준이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이곳 미국은 일방통행이 참 많다. 그래서 가는 길을 안다고 해도 다시 되돌아올 때 동일한 길로 올 수 없을 때가 많다. 에스테스 힐 학교도 들어가는 길과 나오는 길이 따로 있는데, 이전에 데려다줄 때 들어가던 입구 도로에 많은 전기 공사 트럭들이 쫘악 분포하고 길을 막고 있었다. 아예 진입이 금지되어있었다. 으잉? 어쩌냐? 할 수 없이 출구쪽 일방통행 길로 학교에 들어섰다. 학교에 들어가니까 평상시와 달리 에스테스 힐 학교를 상징하는 티를 입은 사람들이 쭈욱 늘어서있다. 무슨 일일까? 애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려 평상시 애들 데려다주고 사인받던 강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강당 건물 앞에 또 많은 이들이 있고 아이들 몇몇이 뛰놀고 있었다. 교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왔다. 지난 밤에 번개를 맞아서 학교내 전기가 모두 나갔단다. 에구... 그래서 에스테스 힐 학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어서 옮겨갈 학교가 결정되면 집으로 전화를 해줄테니 전화번호를 적으란다. 에구...꼭 이래요. 맨날 가방 들고 다니다가 오늘 따라 애들도, 나도 가방이 필요없을 듯 해서 그냥 자동차 열쇠만 들고 나섰는데, 김태웅 목사네 전화번호를 알아야말이지.. 애들한테 물으니까 애들도 아, 내 가방에 있는데... 오늘따라 가방 필요없을 것 같아 그냥 왔는데...
뭐 할 수 없지. "저기요, 지금 동생네 집에 머물고 있는데, 동생네 전화번호를 모르거든요. 어떻게 하지요?" 챙피했다. 어른이 전화번호를 모르다니... 자기네 끼리 뭐라고 이야기를 하더니 흑인 여자 한 명이 다가온다. 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못알아듣겠다. 이놈의 망할 흑인들, 스패니쉬들은 재수없게 걸리면 엄청 심한 사투리에 억양에 못알아들을 때가 있다(절대로 내가 영어 못한다고 생각하고 싶지않은 마음에^*^). "죄송한데요, 못알아듣겠거든요. 좀 다시 말해주시겠어요?" 그러자 흑인 여자가 다른 여자를 돌아보면서 "이 여자, 영어 못해요?"한다. 으악! 자존심에 금이 가는 소리. 알고보니 application이라는 말을 내가 못알아들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등록할 때 제출한 서류에 집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느냐고 묻는 것인데, 그 흑인여자의 발음이 내게는 희안하게 들려서 못알아들은 것이었다. 에구...망신...
"아, 예! 등록 서류에 집 전화번호가 적혀있어요"
"그러면, 우리들이 어떤 학교로 가게 될지 확정이 되면 집으로 전화를 드릴께요"
"그런데, 오늘만 다른 학교에서 하게 되는 건가요? 아니면 계속..."
"아, 오늘만 그래요. 내일부터는 정상적으로 될 거예요"
사인을 하고 애들을 인계하고 돌아서 주차장으로 나왔다. 입구쪽 도로는 전기 공사 차량들이 막고서 한참 작업 중이었다. 찜찜하다. 가끔 애들이 한국에 전화할 때 전화가 잘 안되기도 하고, 또 한국에서 전화했던 부모님이 왜 집에서 전화를 안받느냐고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이상하다고 한 적도 있고... 또 어떤 학교를 가게될지. 아무래도 급작스러운 일이라서 프로그램도 제대로 진행이 안될텐데. 두고 가도 되는 것일까? 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오면서도 걱정이...
그런데 내 바로 앞에 도착해서 아이를 내려놓던 한 미국인이 아이를 도로 태우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 미국인도 이 상황에서 아이를 맡기지 않고 그냥 가네? 내가 걱정하던 게 맞는가보다. 이상 상황이구나... 안되겠다. 차를 다시 주차장에 박고 되돌아갔다.
"저기요, 제가 마음이 바뀌어서 다시 아이들을 데려가고 내일 데려올께요"
"네, 그러세요"
"내일은 다시 여기 오면 되는거지요?"
"그럼요"
그 사이에 용석이와 현준이는 나누어준 스낵과 우유를 먹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웅성거리며 기다리고 있는 몇 몇 아이들도 있었다. 용석이와 현준이를 다시 데리고 가려고 왔다고 하니까 현준이는 신이 나서 좋아 죽으려고 한다. 용석이도 말은 안하는데 좋아하는 얼굴이다.
다시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또 한 대의 차가 애를 다시 데리고 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 내가 잘 선택한 거야...
집으로 들어왔다.
"어? 얘네 왜 학교 안가고 다시 와요?"
현준이 왈,
"학교가 번개 맞아서 전기가 나갔다~(놀리는 목소리)"
중학생 아이들이 중얼거린다.
"카멜롯은 번개 안맞나?"
중학생 아이들이 우거지상을 하고 학교로 향하고, 용석이와 현준이 그리고 주영이 세 명을 테이블에 앉히고 공부를 시작!!
현준이는 구몬 국어를, 주영이는 기탄 수학 E단계를, 용석이는 [The Hidden Stairs and the Magic Carpet] 스콜라스틱 책을 해석하는 공부를 시켰다. 세 명 모두 어느 정도 지나니까 온 몸을 비튼다....
힘들지?
네!!!!(이구동성)
그럼 잠깐 해리스 티터에 갔다올까?
네!!!!(이구동성)
한창 방청소 중인 주영엄마만 빼고 주영이, 예영이, 용석이, 현준이를 데리고 해리스 티터로 향했다. 자, 애들이 많으면 그렇게 못하는데, 네 명이니까 너네 먹고 싶은 것 하나씩 골라라. 그러면 사줄께.
"이야, 신난다"
주영이와 용석이는 텔레비젼 선전에 나오던 빨대같이 생긴 초코스틱 과자를 찾는다. 우유를 초코스틱 빨대로 빨면 맛이 있다나 ? 예영이는 아이스크림, 현준이는 피자를 선택했다. 피자가 마침 2개를 사면 한 개값에 주길래, 잘 되었다. 이걸로 점심 때울까? 얘들아, 가자!
집에 들어와서 자기가 산 과자를 서로 남을 안주려고 한다. 요놈들, 나눠서 안먹으면 그냥 다 뺏어버린다! 자 서로 나누자.
애들하고 공부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 새로운 학교에서 애들이 적응못하고 있는 것 같은 불길한 예감!
소혜였다. 주영엄마가 받았는데, 혼자 아트센터에 가니까 견디기 힘든가보다. 주영엄마가 묻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하는 지 못알아듣겠다고? 그럼 전화는 어떻게 했니?"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고? 그럼 적응할 수 있겠네. 네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엄마가 아트센터에 등록했잖니? 너 그림 그리는 것 좋아하면 잘 할 수 있을거야"
조금 시간이 흐른다. "네시에 데리러 오라고?"
"네시 이후에 하는 추가 프로그램에 엄마가 돈을 더 냈는데 그냥 너를 데리고 오면 어떻게 하니? 그럼 오늘은 일단 네시에 데리고 올테니까 엄마와 전화해보고 상의한 다음에 결정하자"
전화를 끊는 소리가 난다. 에휴...
1분 정도 지나니까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주영엄마가 전화번호 확인을 하더니 다시 소혜전화라고 이야기를 한다. 내가 받았다. "소혜야, 다른 소리 하지말자. 오늘 첫날이고 아직 친구없고 그래서 그러니까 견디어봐. 할 수 있어. 그리고 전화해서 상황을 벗어나려하지말고 노력해보자" ".......네......"
다시 전화가 안온다. 잘 견디고 있는가보다. 여자애들은 아무리 영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동료의식을 느낄 수 있는 친구가 없으면 힘든가보다. 에구...그래도 끝나고 집으로 들어오는 얼굴이 어둡지 않고 밝다. 웃고 있는 소혜 모습을 보니 잘 견딜 것 같아 위로가 된다.
네시 반이 지나면서 중학생 애들이 들이닥쳤다. 배고파....이번 주에는 튜터 시간이 배로 늘어나서 프리드만 튜터하는 애들(영은이, 정인이, 정은이, 예람이)이 5시 반에 출발해야한다. 6시부터 9시까지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급하게 저녁먹고 애들이 나가야한다. 힘들겠구나... 초등학생들은 그나마 집에서 튜터를 받으니까 6시부터 8시까지 튜터하는 아이들이 꿍얼꿍얼거린다. 들어보니 새로운 학교에서 스낵타임이 있는데, 애들이 스낵을 먹는데 자기네들은 먹을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자를 사러 쇼핑을 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아이고 쇼핑광들... 그래서 프리드만네 튜터하는 애들 데리고 갈 때 7시부터 9시까지 집에서 튜터하는 애들은 시간이 있으니까 중간에 마트에 들려서 스낵을 사기로 하고 못가는 애들은 대신 사다주기로 했다. 중학생 애들이 차에 타고 가면서 이야기를 한다. 우리도 스낵타임이 있는데.... 우리도 나중에 올 때 쇼핑하면 안되나?
좋아, 그러면 너네 9시에 끝나면 웬디네 집에 가기 전에 잠깐 스낵을 사도록 하자. "네!!!"
뒤에서 갑자기 소혜가 나를 부른다.
"선생님!"
"왜?"
"저, 6시부터 튜터예요"
"뭐? 그럼 너 이 차 왜 탔어?"
"아, 저도 몰랐어요. 이모가 아무 말도 안해서"
"아니, 애들이 13명이나 되는데, 지난 번에 튜터 시간 이야기를 했으니까 네가 알아서 챙겨야지. 쇼핑 생각만 하고 같이 차를 타면 어떻게 해? 프리드만네 집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아무리 빨리 와도 6시 반인데 30분을 놓치는 거잖아? 그러면 너네 어머니가 내신 돈 2만원을 그냥 버리는거야."
"........."
"안되겠다. 프리드만네 집에서 쇼핑센터 들려서 5분만에 필요한 것을 사고 바로 집으로 가자"
"네..."
집에 도착했다. "소혜야. 튜터 선생님을 보면 바로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하지?"
(애들이 동시에 소리친다) "Sorry!"
"그래, 늦어서 죄송하다고 I'm sorry, I'm late이라고 꼭 말해라"
"네"
6시 반에 주영엄마가 웬디네 튜터하는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출발했다. 이야, 이거 장난이 아니네. 애들도 힘들겠다. 웬디네 아이들은 7시부터 10시까지 튜터를 한다. 디즈니월드 갈 생각으로 튜터를 당겨서 하게되었는데, 안가게 되었다고 다시 튜터들에게 원위치하자고 말하면 신뢰를 잃을 것 같다. 할 수 없지...
밤에 10시 반이 지나면서 모든 튜터 과정이 다 끝나고 이제 한숨 돌리게 되었다. 쇼핑센터에 갔다가 애들이 많이 배고파하는 것 같아서 과자 중에 짜지않은 감자칩(original)과 프레첼을 테이블에 풀어놓았다. 애들이 과자를 들고 일층 침대방으로 가려고 한다. 안된다. 얘들아, 그렇지않아도 너네가 이것 저것 막 더럽혀놓았는데, 과자를 또 들고 내려가려고 해? 그냥 여기서 다 먹고 내려가. 말을 하는 그 사이에 영은이가 과자를 한 접시 들고 몰래 일층으로 사라진다. 은선아, 내가 영은이 한 대 쥐어박아도 될까? 응? 초등학생 방이 애들 하교하고 나면 얼마 안가서 쓰레기통이 되거든. 초딩들 한대씩만 때려주면 안될까?
현준이는 여기 와서 하도 찡찡거려서(4학년이나 된 것이), 벌써 플라스틱 야구 방망이로 몇 대 맞았는데... 내가 영은이 플라스틱 야구 방망이로 한 대만 때리마.
오늘 조용히 시키는 당번은 은서이다.
"은서야, 오늘은 네가 조용히 시키자"
"네"
여전히 시끄럽다.
"현준아, 내려가서 조금 후에도 시끄러우면 야단맞는다고 말해줄래?"
잠을 청하던 현준이가 일층으로 내려갔다.
조금 후에 올라온 현준이가 말한다.
"아우, 옷 갈아입는데 내가 들어가려했다고 혼났어요"
으음...미처 생각을 못했구만...
약 10분이 지났다. 조용해졌다. 은서가 애들을 잘 잡던가(?) 아니면 애들이 이제 마음을 고쳐먹었나? 더 안바랄테니 오늘같이 조그마한 사건들만 터졌으면...
아, 정은어머님. 죄송한 말씀을 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제가 프리드만네 집에서 애들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에 태울 때 정은이가 운전석 쪽 문에 왼손을 대고 차를 타고 있었던가봐요. 제가 글쎄 모르고 차에 타서 문을 닫아버린거예요. 정은이 왼손이 문에 끼였답니다. 엄청 아플텐데, 저 같으면 아파서 소리를 질렀을텐데, "선생님, 제 손이 문에 끼었어요"하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아파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집에 와서 손을 보니 약지 손가락이 파랗게...에구... 제대로 보살피지 못하고... 죄송하기 그지 없습니다.
첫댓글 현준이, 주영이, 용석이 에구 모두 모두 훌륭한 작품들이야 먹고 공부하고 잘하네...
그래. 거기서는 네가 엄마니까 엄마노릇해야지 뭐. 녀석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도 또 눈치없이 행동하다니... 야단치고 혼낼일 있으면 따끔하게 해. 버릇좀 고칠수 있게. 좋게좋게 말로하니까 요놈이 별 생각이 없나보네. 나도 전화해서 당부더 해야겠다. 앞으로도 오늘같이 조용한 일상이 되길 바래본다. 모두모두 화이팅!
귀엽고 또 재치도 있어. 그런데 너무 영민해서 탈인 것 같아. 어디까지 허용이 되는지를 귀신같이 맞추는 것 같아. 절대 한계를 안넘은 것처럼 보이면서 넘는 능력. 너한테서 나온 것 같아. 네 우수한 머리를 닮은 듯^^ 영은이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행동한 것 같아. 뭐 아이들의 특성이지만 애들때문에 민감했던 내 탓도 있는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