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늦 가을에,
혹독한 겨울을 어찌 지낼려고,
한 잎도 남겨두지 않고 옷을 다 벗어 버린 나무들아,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을 잘도 견뎌내 줘서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다.
나는 따뜻하고 두꺼운 옷도 입었고 뜨끈뜨끈한 방에서 잠도 잤단 말이다.
너희들에게 참 부끄럽고 약하디 약한 인간으로서 자연 앞에 너무나 초라한 우리들이었다.
초아는 오늘 너히들을 만나러 갔다.
초아의 사랑스런 별들과 함께 ~
민솔, 귀은, 주현, 승현
이들은 장차 초아가 거인이 되었을 때 만인이 우러러볼 초아의 대 선배요 공로자가 될 사람들이다.
우리 일행을 실은 산뜻한 버스는 마치 우리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춤을 추며 달려 백양사 주차장에 사뿐히 내려줬다. 백양사 경내를 둘러보고 약사암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우리들의 마음, 생각, 느낌, 정신이 뿅 날아가 버릴 지경이었다.
하늘은 청아하게 맑죠,
나뭇가지에서는 여리디 여린 새싹들이 뾰로롱 움터오르는 모습을 보고 너무나 사랑스러워 가슴이 아리고, 아리고, 또 아프고 반가웠다.
살아있었구나!
너 정말 이겨냈구나!
장하다.
대단하다.
축하한다.
그 순간 휙 날아가는 새 한마리가 그들도 축하한다고 박수를 치는 듯이 지지배배 노래를 부르고 지나갔다.
코끝에 와닿는 싱그러운 봄향기가 너무도 부드럽고 포근하고 달콤하였다.
등에서는 끈적끈적 흐르는 땀이 이미 옷을 적셨고
숨은 턱에 차고 다리는 휘청거리는데
용감한 귀은이는 천사라도 되는 듯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날아가면서 "빨리들 오세요"를 연발하였다.
약사암에서 내려다 본 백양사의 아름다운 전경,
엷은 구름을 날개삼아 멀리서 정겹게 밀려오는 산들이 마치 <나는 봄의 정령사다> 하는 것처럼 눈을 포근하게 해주었다.
호기심 많고 용기 백배한 주현이는 전혀 피곤하지도 않은 듯
기어이 영천굴에도 꼭 가보겠다고 위험한 비탈길을 거침없이 걸어가 멋진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장하다, 귀은이,
용감하다, 주현이,
오늘 하이킹의 주인공은 단연코 너히 두 사람이다.
영천굴까지 갔다왔으니 나는 감히 너히들을 우러러 봐야겠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차창에 흘러내리는 빗방울을 보며
우리들의 하이킹을 위하여 기다려 주느라 애섰다, 고마워,
오늘의 이 봄비가 내리고 나면 온 산천의 나뭇가지들과 땅 속의 풀들이 기지개를 켜며 촉촉히 목을 적시고 힘차게 솟아 오르겠구나. 고마운 봄비로구나.
초아의 봄맞이 하이킹,
참 멋있고 즐겁고 아주 기분 좋았어요.
수고해 주신 한진혁대장님, 변하진대장님, 윤가혜대장님, 변승희 대장님, 감사합니다.
잘 생긴 초아,
멋쟁이 초아,
사랑해요 초아님,
곧 또 만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