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명 :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지은이 : 조용헌 지음
출판사 : 푸른역사
부가정보 : 2002-01-14 발간 / ISBN: 8987787400
정가 : 15,000 원
도서소개
[책소개]
우리 나라에 명문가가 있는가. 명문가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 책은 전국의 명문가를 직접 돌며 그의 육성을 채록한 명문가 이야기다. 각 명문가의 역사와 자녀 교육법, 치부법과 더불어 명문가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풍수 비기까지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존경받는 상류문화 형성에 기여하기 위한 시도이다. 저자는 이제 한국도 부도덕한 졸부의 시대가 가고 제대로 된 상류층이 나와야 할 때라고 진단한다. 그렇다면 어떤 문화가 진정한 상류문화인가. 또 명문가를 선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조용헌 교수는 이를 15곳의 가문 이야기를 통해 그것이 지조, 전통, 도리, 노블레스 오블리제, 덕, 지혜와 같은 것이라고 밝힌다.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노블레스 오블리제로 표현되는 도덕적 의무의 실천이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가진 자가 못 가진 자에게 뭔가 베풀어야 하는 도덕적 의무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상생의 원리'로 승화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후원했던 메디치 가 못지 않게, 12대 3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만석꾼을 지내면서 적선을 해온 경주의 최 부잣집도 그에 못지 않은 철학과 신념을 가졌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다음으로 명문가들은 고택을 유지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현대화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전통 고택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의 경제력을 갖췄다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역사성을 깊이 의식하고 있는 집안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의식하는 사람과 의식하지 않는 사람의 행동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광주의 고봉 기대승 집안, 안동의 학봉 김성일 종택, 해남의 고산 윤선도 집안이 이런 고택을 유지하고 있다.인물을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명문 고택을 유지하는 집안들 가운데는 과거와 현재에 걸쳐 많은 인물들을 배출한 곳이 많다. 예를 들어, 서울 안국동의 윤보선 집안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이 집안 윤씨들은 한국인명사전에 무려 50명에 가까운 사람이 등재되어 있다.이상의 세 가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조건인데, 저자는 여기에 바람과 물의 원리를 덧붙인다. 즉 한국의 명문 고택들을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풍수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천문, 지리, 인사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동양의 삼재사상과 연결된다.
[저자 소개]
조용헌 - 원광대학교 동양대학원 교수이다. 1961년 전남 순천 출생으로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불교 전공으로 불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논문은「능엄경 수행법의 한국적 수용」이다. 지난 15년 동안 한중일 삼국의 60여 개 사찰과 암자를 현장 답사하고, 재야에서 활동하는 많은 기인, 달사들과 교류했다. 이 교류를 통해 면면히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천문·지리·인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재 동양사상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이 세 분야를 제도권 양지로 옮겨와 학문적 시민권을 얻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목차]
지조 있는 인간을 보고 싶다! - 경북 영양의 시인 조지훈 종택 조선 선비의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무엇인가 - 경주 최 부잣집 전통은 든든한 뒷심이다 - 전남 광주 기세훈 고택 때를 기다린다 - 경남 거창 동계고택 덕을 쌓아야 인물 낸다 - 서울 안국동 윤보선 고택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한다 - 죽산 박씨의 남원 몽심재 돈이 아닌 지혜를 물려주라 - 대구의 남평 문씨 세거지 내 뜻에 맞게 산다 - 전남 해남의 윤선도 고택 정신의 귀족을 지향한다 - 충남 아산 외암마을의 에안 이씨 종가 우물을 파려거든 하나만 파라 - 전남 진도의 양천 허씨 운림산방 도리를 굽혀 살지 말라 - 안동의 의성 김씨 내앞종택 가슴에 우주를 품는다 - 충남 예산의 추사 김정희 고택 사람 보는 눈이 다르다 - 전북 익산의 표옹 송영구 고택 자존심이 곧 목숨이거늘 - 경북 안동의 학봉종택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 강릉 선교장
[서평]
명문가 집안이란...... [2002.01.19 / 경향신문 / 김택근 기자]
한국의 명문가는 어떤 집안이고 어디 있으며 누가 살고 있나. 전국을 뒤져 15곳을 찾아냈다. 지은이는 전통 고택을 현재까지 유지해야 명문가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고택을 유지하려면 첫째 도리를 알고 사회적 기여도가 높아야 하며 둘째 높은 도덕성을 지녀 ... 서평 더 보기 한국의 명문가는 어떤 집안이고 어디 있으며 누가 살고 있나. 전국을 뒤져 15곳을 찾아냈다. 지은이는 전통 고택을 현재까지 유지해야 명문가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고택을 유지하려면 첫째 도리를 알고 사회적 기여도가 높아야 하며 둘째 높은 도덕성을 지녀야 하고 셋째 끊임없이 걸출한 인물을 배출해야 한다. 명문가 비결은 한마디로 ‘노블레스 오블리제’. 가진 자의 베풂과 솔선수범이 명가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얘기다. 영양에 있는 시인 조지훈 종택 및 경주 최부잣집과 더불어 해남의 고산 윤선도 예산의 추사 김정희 고택 등을 대표적 명문가로 꼽았다. 서평 닫기
전통의 名門家 뭐가 다른가 [2002.01.18 / 대한매일신문 / 신연숙 기자]
IMF 환난 이후 부 富 의 양극화가 가속화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상류사회’가 형성돼 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나온다.그들만을 위한 상품 그들만을 위한 장소 그들만을위한 모임….그러나 따지고 보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상류사회는 있었다. 단지 그 상류사회가 얼마나 ... 서평 더 보기 IMF 환난 이후 부 富 의 양극화가 가속화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상류사회’가 형성돼 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나온다.그들만을 위한 상품 그들만을 위한 장소 그들만을위한 모임….그러나 따지고 보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상류사회는 있었다. 단지 그 상류사회가 얼마나 존경받는상류문화를 갖고 있었느냐에 따라 사회의 안정과 사회구성원 전체의 삶의 질이 달라졌을 뿐이다.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소문난 명문가 15곳을 찾아다니며 진정한 상류사회의 조건 ‘명문가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추적해 낸다. 저자 조용헌 41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15년동안 한·중·일 사찰과 암자만 600여곳을 답사하며 재야기인 달사들과 교류해 왔다는 이력에 걸맞게 해박한 풍수비기 지식까지 펼쳐 보이며 각 명문가의 역사와 자녀교육법 치부법 등을 벗겨 나간다.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명문가의 선별기준은 그 집의 선조 또는 집안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느냐’이다.돈이 많다고 벼슬이 높다고 명문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한마디로 진선미 眞善美 에 부합하는 삶을 대대로 이어온 집안이 명문가라는 것이며 저자는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준 자료로 고택 古宅 을 정했다. 고택을 유지하고 있는 명문가 15곳을 답사한 저자는 그 결과로서 명문가의 조건을 이렇게 정리한다.첫째는 역사성.최고 400∼500년 동안 한 집안이 고택을 보존하고 있는 집안은 경제력이나 역사의식이 남다르다고 보아야 한다며 광주의 고봉 기대승 1527∼1572 집안 전남 해남의 고산 윤선도 1587∼1671 집안을 사례로 들고 있다. 둘째는 도덕성.민중의 존경을 받지 않았더라면 동학과 6·25 같은 격변기에 대저택들이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지조론’을 남긴 경북 영양 청록파 시인 조지훈 집안은400년 동안 삼불차 三不借 남에게 돈 글 사람을 빌리지 않음 의 가훈을 지켰고 12대 300년 동안 만석꾼을 지낸 경주 최부자집은 ‘주변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한다’는 철학을 지켰다.저자는 이런 철학을 ‘선비정신’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제’ 특권계층의 솔선수범 로 파악한다. 세째는 인물.설명할 필요도 없는 이 조건에 해당하는 명문가는 한국인명사전에 무려 50명 가까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서울 안국동 윤보선 가문 소치 허련 1808∼1893 이래5대째 화가를 내고 있는 전남 진도의 운림산방 집안 원불교 성직자를 40명이나 배출한 전북 남원 죽산 박씨 가문등이다. 저자는 여기에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기한 풍수조건을 추가하고 고택들의 입지를 꼼꼼히 살핀다. 그렇다면 현대의 상류사회 조건은 저자는 “우리도 이제품위있는 새 상류층을 가질 때가 되었다”면서 이 책이 논의확산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서평 닫기
名家의 얼이 더불어 살라 이르네 [2002.01.19 / 동아일보 / 김기덕 건국대 강사·한국사·영상역사연구소장]
하나의 책이 갖는 진정한 가치는 그 책이 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전국의 명문가 15곳을 직접 찾아 다니며 각 명문가의 역사와 정신 과거와 현재를 조명한 이 책의 가치는 명문가 이야기가 오늘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 될 것이다. 솔직히 뼈대있는 집안이야 ... 서평 더 보기 하나의 책이 갖는 진정한 가치는 그 책이 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전국의 명문가 15곳을 직접 찾아 다니며 각 명문가의 역사와 정신 과거와 현재를 조명한 이 책의 가치는 명문가 이야기가 오늘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 될 것이다. 솔직히 뼈대있는 집안이야기는 기분나쁜 주제이다. 그래 조상 잘 만났구나. 거기에 풍수까지 결부되면 그래 집터 잘 골랐구나. 줄줄이 출세한 사람들의 명단을 보면 그래 잘났구나 그래서 무슨 좋은 일을 했느냐 보통사람들은 명문가 얘기를 들으며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쩝? 한편으로는 귀가 솔깃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존경심이 우러나오지 않는 무관심 더 나아가 경멸의식까지 동반하는 이중적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결코 나만의 심정만은 아닐 것이다. 왜 그러할까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근세 100년은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면서 살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마치 군대 유격훈련 받는 것처럼 혹독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 시대 우리 모두는 상처받았다. 그것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력한 가장에서부터 국가를 경영한다는 사회지도층 모두가 그러했다. 이 시대는 진정 존경받는 어른이 없는 불행한 사회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이제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철학과 도덕성을 갖춘 상류사회가 존재할수록 그 사회는 안정된 사회이고 아울러 사회구성원 전체의 삶의 질이 올라간다.” 이러한 시각에서 저자는 수백년 동안 고택을 유지해온 명문가 집안이 과연 ‘어떻게 살았는가 How to live ’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 결과 명문가 집안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 ‘네가 살아야 나도 사는 상생의 원리’를 실천해 왔음을 찾아냈다. 그것은 유교식으로 표현하면 ‘좋은 일을 많이 한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 積善之家 必有餘慶 ’는 우리의 전통적인 믿음이요 서양식으로 표현하면 로마 천 년을 지탱해 준 철학 ‘노블레스 오블리제 혜택받은 자들의 책임 특권계층의 솔선수범 ’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만석이 넘으면 사회에 환원하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등의 가훈을 바탕으로 12대 400년 동안 계속 만석의 경제력을 유지해 온 경주 최부잣집의 경륜과 철학을 추적하고 아울러 그것이 가능할 수 있게 한 하나의 요소로서 그집 고택의 풍수적 조건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마치 주변 산과 물이 다르듯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전국의 15곳 명문가 이야기를 저자 특유의 쉽고도 맛깔나는 문체로 소화해 내고 있다. 그렇다. 도덕성을 갖춘 상류층의 등장은 정치사회의 안정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까지도 높여줄 것이다. 국가경쟁력은 첨단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류층의 오블레스 노블리제 의식 그것이 참다운 삶과 문화의 질 그리고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될 것이다. 이 책과 비슷한 책들은 예전에도 있었다. ‘종가집’ ‘고택’ ‘명가’ 등을 다룬 것이 그러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은 몇가지 점에서 예전 책들과 완전히 차원을 달리 한다. 먼저 수백년 전통의 ‘고택’이라는 하드웨어에 담겨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동양사상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풀어내고 있다. 동양사상의 주류는 유교와 불교이다. 그러나 전통문화에 배어 있는 옛사람의 정신과 구체적인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불·선이라고 할 때의 선의 전통 그리고 응용학문으로서의 풍수학·관상학·사주학까지 꿰고 있어야 선인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복원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어렵고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천문·지리·인사라는 전통적인 동양의 삼재사상의 이해체계 속에서 용해하여 오늘날의 코드로 자연스럽게 되살려내고 있다. 그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정통으로 대학에서 불교와 유교를 전공했으면서도 일찍부터 재야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기인·달사들과 교류하고 또한 지난 15년간 한·중·일 삼국의 600여개 사찰을 현장 답사해 온 저자의 내공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다양하게 조명한들 어려운 한자말과 생경한 용어들이 남발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전통문화를 조금 깊이 있게 소개할 때마다 부딪치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사건이 얽힌 일화에는 많은 한자 지명과 인명 그리고 한시가 들어가고 다양한 개념들은 형이상학적인 철학용어들이다. 오늘날 전통문화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고 ‘쉽고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의미있게’ 라는 대중서의 방향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어려움을 대충 뭉개거나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서평 닫기
지조와 절제가 살아있는 名家의 뼈대 [2002.01.18 / 문화일보 / 오승훈 기자]
명문가 名門家 라니. 단절 회절 왜곡이 심했던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그 단어를 사용할 여지가 과연 남아 있는가. 그런 의구심을 갖는 독자가 필시 있을 것이다. 명가는 누대에 걸쳐 문벌이 높았던 집안을 이른다. 상류층 가문이다. 권력 재력 학문 등에서 일가를 이룬 선대의 ... 서평 더 보기 명문가 名門家 라니. 단절 회절 왜곡이 심했던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그 단어를 사용할 여지가 과연 남아 있는가. 그런 의구심을 갖는 독자가 필시 있을 것이다. 명가는 누대에 걸쳐 문벌이 높았던 집안을 이른다. 상류층 가문이다. 권력 재력 학문 등에서 일가를 이룬 선대의 업적이 가풍을 통해 전승되면 흔히 그렇게 ‘예우’한다. 그러나 뒤집어보면 계급적이고 몰인격적인 의미도 담겨있다. 신분을 포함한 조상의 ‘모든 것’이 장자상속되던 시대의 가치관 또 개인보다 가문이란 환경적 요인에 의한 평가를 앞세우는 말이다. 그런데도 저자 조용헌 원광대 동양학대학원·한국불교 전공 교수는 “어느 곳이든 상류사회는 존재한다.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면서 한국사회에도 상류사회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제한다. 게다가 “도덕성을 갖춘 상류사회가 존재할수록 전체 사회가 안정되고 삶의 질이 올라간다”고 단정한뒤 “부도덕한 졸부의 시대가 가고 제대로 된 상류문화의 형성에 이 책이 참고가 됐으면 한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그러고는 경북 영양의 시인 조지훈 종택 경주의 최 부잣집 전남 광주의 기세훈 고택 서울 안국동의 윤보선 고택 전남 해남의 윤선도 고택 등 15곳의 명문가를 안내한다. 불교뿐만 아니라 풍수지리 주역에도 관심이 많은 저자는 명가와 주변 환경의 조응 각 집안의 독특한 가풍과 금언 현재 가문을 유지하고 있는 상속인들의 근황을 전하면서 ‘명문가의 조건’을 제시한다. 이런 저자의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명문가의 사회적 역할이 전통 가치를 지키는 보수가 아니라 영역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수구에 치중한 사례가 더 많았다. 또한 저자가 앞세운 명문가의 기준은 400 500년간 유지되는 역사성 신념과 철학 가문의 성가를 올린 인물의 배출 등인데 그것을 배합하면 명문가란 높은 사회적 지위와 그것을 세습하는 가풍을 ‘현명하게’ 유지하는 방법에 몰두한 사람들로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보선 집안 사람들이 한국인명사전에 무려 50명이나 올라있다고 추켜세우거나 명문가를 유지하기 위해 희생된 사람보다는 고택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듯한 대목 등이 그렇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게 저자가 전하려는 것의 전부는 아니다. 명문가는 선대의 유업 중에 지킬 것과 버릴 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했다. 시대와 긴장하면서 인간보편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컨대 조지훈이 ‘지조론’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재물 사람 문장을 빌리지 않는다는 ‘삼불차 三不借 ’의 훈도 덕분이다. 조선시대 12대에 걸쳐 만석꾼이었던 경주 최씨 집안에는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등의 가훈이 있었다. 그런 최씨 집안도 일제 강점기 상해 임시정부로 자금을 보내다 위기를 맞고 전 재산을 대구대학교 영남대학교의 전신 의 설립에 투입하면서 부의 세습에 대한 시대변화를 수용했다. 조선시대 유학자 고봉 기대승 1527 1572 가문의 종손 기세훈 88·전 사법연수원장 씨는 가학 家學 을 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죽을 때 납골당에 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사회 지도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지 Noblesse Oblige 즉 현대판 ‘혜택받은 자들의 책임’이 무엇인지 저자는 고민스런 숙제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서평 닫기
500년 名家의 빛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2002.01.17 / 조선일보 / 김기철 기자]
지조의 선비 조지훈 1920 1968 을 배출한 경북 영양의 한양 조씨 호은 종택 에는 ‘삼불차’란 가훈이 370여년간 전해내려온다. 재물과 사람과 문장 등 세가지만은 다른 곳에서 빌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비와 교양인과 지도자에게 지조가 없다면 인격적으로 창녀와 다를 ... 서평 더 보기 지조의 선비 조지훈 1920 1968 을 배출한 경북 영양의 한양 조씨 호은 종택 에는 ‘삼불차’란 가훈이 370여년간 전해내려온다. 재물과 사람과 문장 등 세가지만은 다른 곳에서 빌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선비와 교양인과 지도자에게 지조가 없다면 인격적으로 창녀와 다를 바 없다”고 질타하며 일제 시대와 독재 치하를 헤쳐온 지사 조지훈을 길러낸 것은 명문가의 엄정한 도덕과 윤리였다. 무엇이 한 가문을 명가로 만드는가. 조용헌 원광대 교수가 조선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 명문가로 꼽혀온 15개 집안을 현장 답사 이에 대한 대답을 담은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를 펴냈다. 돈많고 권력있는 집은 많아도 참다운 명문가의 금도를 찾기는 어려운 현실. 이 책은 15개 집안의 역사와 자녀교육 치부에서 풍수 비기까지 따지면서 이들을 명가이게 만든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제’ 지배층의 솔선수범 는 무엇인가 파헤친다. 12대 만석꾼 9대 진사를 배출한 경주 최부잣집. 요즘 말로 하면 조선 최대 재벌집안인 이 가문에도 400년간 가훈이 전해진다.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흉년기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라. 사방 100리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하라.” 재산이 만석을 넘으면 소작료를 낮춤으로써 부의 혜택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게 하고 남의 불행을 내 재산을 챙기는 기회로 악용하지 말라는 원칙이다. 최부잣집은 과객들에게 숙식?? 제공하는 데만 일년에 1000석을 쓸 정도였다. 하지만 보릿고개 때는 집안 식구들도 쌀밥을 먹지 못하게 했고 수저도 은수저는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하지 말라”는 가르침은 정쟁에 휘말려 ‘멸문지화’를 당하는 일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권력에 대한 통찰력이 돋보인다. 최 부잣집의 만석 재산은 12대에서 끝났다. 해방 직후 영남대에 재산을 다 기부해버린 것. ‘명가’다운 선택이었다. 한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소장한 가문으로 손꼽히는 대구 달성군의 남평 문씨. 문씨 문중이 운영하는 ‘인수문고’에는 약 8500책 2만권 분량의 책이 보관돼있다. 전국의 문인들이 찾아와 책을 열람하고 학문을 논하는 문화공간이다. “규장각과 이왕직 도서관에서도 보지 못하던 책이 상당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 문고는 1910년 나라가 망하던 시기에 설립됐다. 남평 문씨들은 “일제가 세운 신식학교에 자녀들을 보낼 수없다”며 집안에서 직접 가르치기 위해 인수문고의 전신인 ‘만권당’을 설립했다. 땅과 재물이 아니라 지혜를 물려주겠다는 가문의 긍지가 담겨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과 싸우다 전사한 학봉 김성일 1538 1593 후손은 자존심을 목숨처럼 지켜온 가문이다. 학봉의 11대 종손인 김흥락 1827 1899 은 항일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정부에서 훈장을 받은 제자들만 60명을 배출했다. 그의 손자 김용환 1887 1946 은 파락호로 철저히 위장 종택에 내려오던 전 재산인 땅 18만평을 모두 독립군 자금으로 보냈다. 집안 사람들도 그를 노름꾼으로 알았지만 해방 이후 만주 독립군에게 돈을 보낸 사실이 밝혀져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받았다. 이밖에 “때를 기다린다” 경남 거창 동계고택 “덕을 쌓아야 인물 낸다” 서울 안국동 윤보선 고택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한다” 죽산 박씨의 남원 몽심재 “내뜻에 맞게 산다” 전남 해남의 윤선도 고택 “정신의 귀족을 생각한다” 충남 아산 외암마을의 예안 이씨 종가 “우물을 파려거든 하나만 파라” 전남 진도의 양천 허씨 운림산방 “가슴에 우주를 품는다” 충남 예산의 추사 김정희 고택 “사람 보는 눈이 다르다” 전북 익산 표옹 송영구 고택 “인간답게 살아라” 강릉 선교장 … 공직을 빙자해 받은 뇌물로 재산을 불리고 투기로 축재하는 ‘졸부’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요즘이기에 옛 명가의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더욱 그립다. 서평 닫기
명문가에서 이어져온 조선 선비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2002.02.05 / 출판저널 / 강성민 기자]
파행의 근대사를 헤쳐오며 한집 건너 순국자 세집 건너 훼절의 상혼이 새겨진 나라에서 명문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조용헌 교수 42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가 펴낸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의 첫인상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 책이 명문가의 풍수와 건축미 ... 서평 더 보기 파행의 근대사를 헤쳐오며 한집 건너 순국자 세집 건너 훼절의 상혼이 새겨진 나라에서 명문가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조용헌 교수 42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가 펴낸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의 첫인상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 책이 명문가의 풍수와 건축미학을 넘어 그들의 도덕성과 역사의식을 함께 보여주고 잇기 때문이다. 조교수는 지배계급의 특권으로만 명문가를 기억하는 한국인들의 의식에서 불필요한 경원을 그만 거둬달라고 말한다. “그 동안 우리는 칭찬에 너무 인색했어요. 이제는 칭찬도 좀하고 다른 삭람을 인정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장점을 부추겨서 약점을 고치는 방법이 바로 칭찬 아닐까요 ” 그가 전국 명문 고택 15곳을 찾아 발품을 판 이유는 한국에 진정한 상류층이 없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졸부들이 상류층 행세를 하는 지금 이곳이 답답했다. 그래서 역사 저편이긴 하지만 지조 있게 살다간 정신의 귀족을 찾아 나선 것이다. "상류층은 부귀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문제는 ‘귀’ 貴 가 없다는 거죠. 귀는 가진 자의 솔선수범에서 생겨납니다. 가진 자는 베풀고 없는 자는 그를 존경하는 것 이게 안정된 사회이고 제대로 된 사회죠.” 르네상스를 후원한 메디치가 같은 명문가가 우리에게도 있었다. 바로 경주 최부잣집이다. 아흔 아홉칸짜리 민간궁궐을 지어놓고 살았던 이들은 그러나 만석 이상으로 재산을 불리지 않았으며 사방 1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대대로 지켜온 명문가였다. 재물과 사람과 문장을 빌리지 않는다는 ‘삼불차’ 三不借 를 370년간 지켜온 지훈 조동탁의 생가 ‘호은종택’도 꺾이지 않는 품기 品氣 가 대밭처럼 성성한 곳이다. “사주팔자에 역마살이 두 개나 들어있습니다. 심령술사들은 전생에 제가 산에서 살았다고 말하더라구요. 산에 올라 바위 같은 데라도 앉아 있으면 몸에 짜릿한 기운까지 돕니다. ‘마운틴 오르가즘’이라 할까요 제 꿈이 세간에서 한몫 챙겨 산으로 도망가는 거예요.” 이 책에서 눈여겨볼 점은 고택풍수에 대한 조교수의 해박한 풀이다. 배산임수 같은 기본적인 터닦기부터 건물의 배치 문을 내는 방향 마을 안에 우물을 파지 않고 10리 밖에서 물을 끌어다 쓰는 것까지 땅에 대한 조상들의 믿음의 흔적을 명료하게 드러낸다. ‘시골 면장이라도 하려면 논두렁기운이라도 받아야 된다’는 옛말처럼 명문가가 오랜 세월동안 걸출한 인물을 배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오만으로 지령 地靈 을 해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베푸는 부자들의 역사와 고택풍수의 풍부한 전통을 통해 조교수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제’다. 그것은 단순한 베풂이 아니다. 남을 도와 자신을 세우고 자신을 계속 지켜나가면서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열정을 말한다. 서평 닫기
더불어 살아온 명문가 15곳 소개 [2003.08.30 / 한겨레 / 최낙영 이룸 편집주간]
아등바등 저 하나 먹고살기도 바쁜 때에 수백년 동안 고택을 지키며 살아온 집안 이야기라니. 명문가라니. 결국 대대로 기득권을 유지하며 버텨온 집안의 포장된 미담이 아닌지. 는 선입견으로 책을 열면서 고개를 갸웃하게 하지만 읽어가는 동안 계속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 서평 더 보기 아등바등 저 하나 먹고살기도 바쁜 때에 수백년 동안 고택을 지키며 살아온 집안 이야기라니. 명문가라니. 결국 대대로 기득권을 유지하며 버텨온 집안의 포장된 미담이 아닌지. 는 선입견으로 책을 열면서 고개를 갸웃하게 하지만 읽어가는 동안 계속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어떻게’ 살아온 집안이 명문가이며 과연 상류문화란 어떤 것일까. 저자는 명문가로 알려진 15곳을 직접 답사 취재하고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공통점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강압적인 가훈도 형식적으로 베푸는 단순한 도덕적 배려도 아닌 서로 더불어 살기 위한 ‘진선미’가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명문가의 내력 來歷 속에는 바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환경에까지 서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온 내력 耐力 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을 무심히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이 시대의 상류사회 상류문화란 무엇인가. 이 책은 ‘네가 살아야 나도 살 수 있다’는 상생의 원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서평 닫기
명문가 탄생뒤에 풍수와 도덕성이… [2002.01.18 / 한국일보 / 김관명 기자]
2000년 12월 출간돼 화제를 모은 「왕릉풍수와 조선의 역사」가 죽은 자가 묻힌 음택 陰宅ㆍ묘 에 관한 것이라면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는 사람 사는 양택 陽宅ㆍ집 에 관한 책이다. 전자가 조선왕릉 25기의 풍수를 논했다면 후자는 명문가 15곳의 탄생배경을 그 고 ... 서평 더 보기 2000년 12월 출간돼 화제를 모은 「왕릉풍수와 조선의 역사」가 죽은 자가 묻힌 음택 陰宅ㆍ묘 에 관한 것이라면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는 사람 사는 양택 陽宅ㆍ집 에 관한 책이다. 전자가 조선왕릉 25기의 풍수를 논했다면 후자는 명문가 15곳의 탄생배경을 그 고택의 풍수와 가문의 비범한 도덕성에서 찾았다. 책은 우선 양택 풍수로 읽힌다. 고택의 풍수가 그 집안의 내력과 현재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단적인 예가 경북 영양군 일월면의 시인 조지훈 종택이다. 370여 년 된 이 집 앞에는 붓 모양의 문필봉 文筆峰 이 있는데 이 문필봉을 바라보는 집안에서는 학자가 나온다고 한다. 조동일 서울대 교수 조동걸 국민대 명예교수 조동원 전성균관대 부총장 씨 등 한국 인문학의 석학들이 이 집안에서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인 조용헌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풍수에만 머물지 않았다. 한 가문이 명문가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 고택이 100 500년 이상 버텨올 수 있었던 배경을 그 집안의 엄격한 도덕성과 선행에서 찾았다.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 천 년을 지탱케 한 철학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제 특권계층의 도덕성 」를 꼽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소작인 1만 명이 주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커다란 우산을 만들어줬다는 전주 이씨 완풍 종가인 강릉 선교장 항일 독립운동과 관련해 후손 중 11명이 훈장을 받은 경북 안동학봉 종택 퇴계 제자인 학봉 김성일이 세운 고택 등에서 저자는 명문가의 필요조건을 발견한 것이다. 9대 진사와 12대 만석꾼을 배출한 경주 최부잣집 경북 경주시 교동 의 이야기는 그래서 이 책의 백미다. 1년 쌀 소작량 3 000석 중에서 1 000석은 과객 대접에 또 1 000석은 빈민 구제에 쓴 집안이 바로 최부잣집이었다. ‘자처초연 自處超然 대인애연 對人靄然 ’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남에게는 온화하게 대하라 이라는 이 집안의 가훈은 결코 흘려 들을 말이 아니다. 서평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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