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시인)
보랏빛, 우아한 대담함
강금실은 한 마디로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다.‘외로움’과‘현명함’이라는 두 미덕을 다 갖추어야 하는 게 공직자로서 기본 사항이겠지만, 이에 더해 강금실에게는 담대함과 결단력이 있다. 그래서 결정적인 순간에 침착하고, 합리적으로 사리판단을 할 줄 안다.
열린우리당의 창당정신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각 시스템이 돌아가게 하고, 다수 서민의 편에 서서 행복이 고루 나눠지게 하고, 그러는 한편 사회적 약자의 삶도 보호받는, 그렇게 따뜻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것일 것이다. 그렇게 훌륭한 정신인데 이제 와서 지지자들에게 호응을 얻기는커녕 반감을 사고 있는 건, 그것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 반대의 방향으로 휩쓸려 가는 모양을 보여 왔다.
실제 열린우리당 구성원 하나하나는 올곧고 맑은 정신을 갖춘 자랑할 만한 사람들인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걸까? 애초 옳은 소신을 앞장서서 밀고 나가는, 추진력과 책임감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강금실은 무엇이 대의며 명분인지를 판단할 지성이 있으며, 때를 놓치지 않고 그걸 실천할 저력이 기질적으로 있는 사람이다.
창당정신, 즉 지지자들과의 약속을 힘껏 지켜 일어버린 신뢰와 애정을 되찾는데 강금실은 적임자다. 지금은 빛바랜, 유명무실 유야무야된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생생히 되살려, 다시 시민들의 관심을 모으고 지지자들 돌아오게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강금실만큼 어필할 사람이 없다.
사족을 달자면, 강금실의 이미지 색깔인 보라색은 흔히 알고 있듯이 사치스런 색이기만 한 게 아니다. 아이리시(보랏빛 붓꽃), 도라지꽃, 오랑캐꽃, 제비꽃, 등꽃, 오동나무 꽃, 할미꽃, 매 발톱 꽃 등, 기품 있는 서민처럼 소박한 보랏빛 꽃들을 떠올려보라. 보라색은 단아하고 속이 꽉 찬 색깔이다. 강금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