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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5. 20/금)
산책/조식
습관대로 일찍 일어나 주위를 둘러봅니다.
해안가에 있는 용 바위를 친견하기 위해섭니다.
힘겹게 계단을 오르니 황금빛 용조형물이 시선을 압도합니다.
사철 언제든지 찾는 이들을 고요함과 넉넉함으로 반기는 한려수도(閑麗水道) -.
멋집니다.
아침식사는 할배들이 준비한 간단식입니다.
후루룩후루룩~~!
서로 이마를 맞대고 내는 소리들이 재미있습니다.
다 추억입니다. ㅎ
낭도(여산마을)
출발합니다.
오늘 섬 탐방은 여수시에 속하는 ‘사도’입니다.
여객선은 여수와 백야도에서 출발하지만, 우린 ‘낭도’에서 승선키로 합니다.
2020년 5월 Eleven bridge 중 5개다리(조화, 둔병, 낭도, 적금, 팔영)가 개통되면서 여수와 고흥을 잇는 77번 국도가 이제는 바다를 가로지릅니다.
팔영, 적금대교를 건너 낭도로 들어가 여산(麗山)마을 널따란 주차장에서 몸을 풉니다.
섬 모양이 여우를 닮았다하여 ‘낭도(狼島)’했다는데, 여우 ‘호(狐)’자가 아닌 이리 ‘낭(狼)자를 쓰는 게 특이합니다.
오작교 같은 다리가 놓이고 별 같은 섬들이 연결되자, 전국에서 찾아 온 탐방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죠.
마을과 산이 수려하여, 고을 ‘여(麗)’자와 뫼 ‘산(山)’자를 써서 '여산(麗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1991년도에 국가어항으로 지정되어 방파제와 물양장(物楊場), 호안(護岸) 등을 새롭게 단장했으나 배도 별로 없는 조용한 포구는 정적만 감돕니다.
사방이 탁 트인 '낭산정(狼山亭)'에 올라가 마을을 둘러보다가 마을 안까지 훑습니다.
형형색색 지붕을 이고 있는 마을풍경이 여타 섬들에 비해 조금은 여유로운데요, 학교와 교회도 보입니다.
여산마을 유래비석(표석)과 낭도등산안내도에 눈길이 멈춥니다.
내무부 도서지에 따르면 1973년도 낭도인구는 295가구 1897명, 초등학교 448명, 중학교 139명일 정도로 많았답니다.
아마도 1960년대는 더 많은 인구가 살았을 것입니다.
낭도트레킹 맛보기
배시간이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잠시 낭도트레킹 구간을 맛보기로 합니다.
낭만의 섬, 낭도둘레길 -.
연도교가 놓인 4개의 섬 중 가장 큰 낭도는 20km에 달하는 해안선에 공룡발자국과 주상절리를 탐방할 수 있는 둘레 길도 갖췄습니다.
골목마다 ‘낭만낭도’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관광 섬으로 거듭나려는 노력들이 엿보이는데요, 최근 공공미술프로젝트인 ‘섬섬 여수-낭도 갱번 미술’길도 조성했다죠.
집집마다 담장색도 변했는데요, 미술작품과 낭도주민들의 추억사진이 벽면을 장식했습니다.
낭도해수욕장에서 신선대까지 휙~ 한 바퀴 돌았습니다.
섬 최고봉인 상산(279m)을 탐하지 못해 무척 아쉽습니다.
숙제로 남긴 채 아쉬움의 발길을 돌립니다.
길가에 있는 포차가 낭도 ‘젖샘막걸리’로 유혹합니다.
바쁜 중에도 파전에 몇 사발 쭈욱~ 들이켰습니다. ㅋ
어딘가 낭만적인 분위기가 섬 자락마다 펼쳐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낭만의 주체는 풍경이 아니라 그것을 즐기는 이들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사도
인근 섬들을 한 바퀴 도는 카페리(3호)가 스르르 뱃머리를 돌려 사도로 출발합니다.
맑은 하늘과 코발트빛으로 펼쳐진 바다는 우리차지입니다.
낭도를 떠난 지 10여분 만에 신비의 섬 ’사도(沙島)‘에 발을 디딥니다.
커다란 공룡 2마리가 성큼 다가서며 객들을 맞이합니다.
한 조각가의 열정으로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가 다시 환생했습니다.
아주 작고 아담한 섬인데요, 이런 곳에 거대한 공룡이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2013년 4월에 찾았으니 벌써 9년이 흘렸는데요, 산악회를 몰고 백야도에서 들어와 공룡과 대면했을 때의 감동이 되살아납니다.
모래섬 사도는 전남 여수시 화정면의 낭도 동쪽에 있는 섬입니다.
최고봉이 50m 미만인 나지막한 섬으로 섬 사이에 모래가 쌓이는 육계사주(陸繫砂洲) 퇴적지형입니다.
본섬을 비롯하여 중도, 증도, 장사도, 나끝, 연목, 추도 등 7개 섬이 몰려있습니다.
정월대보름 등 연 5회에 걸쳐 2~3일 동안 바닷물이 갈라지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아름다운 백사장을 비롯해 기암괴석들이 공룡흔적과 어울려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2시간이면 섬 전체를 둘러 볼 수 있습니다.
민박집과 식당도 있는데, 지금은 하는지 모르겠네요.
본섬(모래섬)
신비의 사도탐방은 본섬인 ‘모래’섬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섬들이 연결되어있는데요, 공룡이 노닐던 곳 따라 걷습니다.
사도엔 천연기념물 434호로 지정될 정도로 3,000개가 넘는 공룡발자국화석과 다양한 퇴적구조들이 잘 남아있습니다.
30명도 안 되는 주민들이 미역을 따고, 마늘과 고구마를 심으며 살아간다죠.
번잡한 일상에서의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을 때 꿈꾸던 바로 그런 곳입니다.
주변풍광과 잘 어우러져 더욱 정겨운 돌담길을 휘돕니다.
침입자를 막기 위한 경계용이 아니라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쌓았답니다.
50cm 안팎의 크고 작은 돌들을 맞물려 촘촘히 잘도 쌓았네요.
금방이라도 바다와 어우러진 돌담사이로 새색시가 싱그러운 웃음을 머금고 얼굴을 내밀 듯하지만, 척박한 도서지방에서 민초들의 억척스런 생활상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애잔합니다.
이제는 모두 떠나 무너진 집들이 덩그러니 돌담 안에 갇혀있습니다.
섬사람들의 억척스런 생활상만 쓸쓸하게 맴돕니다.
중도
길은 예쁜 사도다리를 통해 ‘간데’섬(‘공룡’섬)이라고도 불리는 ‘중도(中島)’로 건너갑니다.
‘시루’섬과 ‘진대’섬 간데(가운데)에 자리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뒤돌아 본 사도해변이 참 아름답습니다.
와~ 장구 목을 닮은 양면해수욕장이 펼쳐집니다.
바다와 접한 양쪽에서 파도가 밀려오는 형태의 해수욕장으로 이국적인 느낌마저 듭니다.
양쪽을 넘나들며 신기함에 감탄합니다.
해변은 작은 자갈과 모래 그리고 조개들로 이루어져있는데요, 모래사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곱게 잘 다져진 조개 밭에 가깝습니다.
바다와 바위에 해초들이 뒤엉켜 해변이 녹색입니다.
옛날 어릴 적에 뛰놀던 고향 대천해수욕장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증도
양면해수욕장을 지나면 기암들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시루 섬 ’증도‘입니다.
갖가지 전설이 숨어있는 기암들이 도열해있습니다.
비바람이 만들어낸 풍화작용으로 탄생한 ’거북바위‘는 볼수록 신기합니다.
바위언덕을 오르니 멀리 우람한 장군모습을 닮은 ‘얼굴바위’가 반깁니다.
거북바위와 얼굴바위는 사도 수호신으로 용궁 가는 길목에 있는데, 악귀범접(惡鬼犯接)에 대비해 용왕이 용궁장군과 거북을 보냈답니다.
바람과 시간이 만들어낸 신비로운 자연의 조각품에 감탄합니다.
맑은 물이 솟아나는 ‘젖샘바위’도 있는데요, 옛날 사도 여인네들이 출산 후 젖이 부족할 때 지성을 드렸던 곳으로 낭도 젖샘막걸리의 근원지랍니다.
높이 20m 되는 거대한 동굴바위에 앉아 죽엽청주 마시며 흐드러진 노랫가락에 젖었던 지난날 추억이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풍류를 즐기던 그때 그 사람들은 어디서 어떻게 지낼까요?
용이 승천하면서 지나간 자리인 ‘용미암(龍尾岩)’은 여전히 신비스럽습니다.
마치 지질박물관인양 거대한 공룡발자국도 보입니다.
세기를 초월한 공룡과의 만남을 축하라도 하듯 햇살이 망망한 쪽빛바다에 반짝입니다.
시원스레 불어오는 바람에 등을 대고 눈부신 5월의 바다풍경에 취합니다.
건너편 고흥우주발사대를 바라보며 시름을 쏘아 올립니다.
(장사도/추도)
‘진대’섬 ‘장사도(長蛇島)’는 사도에서 가장 기다란 섬인데요, 실제로 뱀이 많답니다.
‘진’은 사투리로 길다는 뜻입니다.
뱀이 많다기에 이번에도 ‘진대’섬은 포기하고 발길을 되돌립니다. ㅎ
언덕에 오르니 사도마을이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지나온 사도교도 그림이고, 본도해수욕장은 더욱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멀리 떠나와 거듭 깨닫는 것은 인간의 유한성과 자연의 무한성입니다.
음력 4-5월경 보름썰물 때 사도와 추도 사이엔 연장 780m, 폭 15m의 바닷길이 열립니다.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리는 신비의 바닷길을 통한 ‘추도(鰍島)’탐방은 이번에도 물때관계로 실행하지 못해 무척 안타깝습니다.
하긴 숙제로 남겨둬야 또 옵니다.
예전에 웬 노인네가 나타나 바위에서 색소폰 연주를 하던 생각이 떠오릅니다.
사도를 출발하여 다시 낭도로 돌아갑니다.
천천히 그리고 샅샅이 훑어보며 시간여행을 권하지만, 오늘도 뭍사람들은 바쁩니다.
“추도여~, 담엔 꼭 만나자~!”
백년식당
다시 낭도로 나와 찾은 ‘100년 도가’식당입니다.
3대에 걸쳐 100년이 넘게 운영하고 있다는 낭도주조장과 함께 있습니다.
특별한 메뉴(서대무침, 도토리묵, 손 두부. 해초비빔밥 등)에 담백한 막걸리가 합쳐져 출출한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풍부하게 넣은 누룩에서 발효된 구수한 술 향내가 코끝을 파고듭니다.
낭도의 자랑이라니 ‘젖샘막걸리’부터 주인에게 청해 꿀떡꿀떡 들이킵니다.
목젖을 타고 내려가는 짜릿한 막걸리 맛에 순간 기분이 Up됩니다.
사도의 젖샘심층수로 빚었다는데, 2019년 제1회 섬의 날 행사 때 국무총리 만찬주로 선정될 만큼 유명하다네요.
철분이 포함된 심층수에다가 우리 밀을 발효시켜 노란색을 띱니다.
흔들지 않고 청주처럼 맑게 마시던 여인네들이 가라앉은 남은 탁주까지 껄떡댑니다.
‘서대’회와 먹지 않으면 무효라기에 격식을 갖춥니다. ㅎ
작은 섬에 100년 역사를 가진 막걸리양조장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운데요, 파도를 헤치며 시간을 거스른 마음들이 해풍에 젖습니다.
싸목싸목 걷는 낭만의 낭도트레킹을 제대한 함 하기 위해 언제 다시 한 번 찾아야할 것 같습니다.
금탑사 비자나무숲
비자나무숲을 포기하고 낭도에서 주춤거렸으면 했지만, Leader가 끄는 대로 움직입니다.
1972년에 천연기념물(239호)로 지정되었다는 ’금탑사 비자자무 숲‘입니다.
신라 선덕여왕 6년(637년) 천등산자락에 세운 금탑사(金塔寺) 주변의 인공림입니다.
예상대로 텅 빈 절간입니다.
비자나무는 우리나라 남쪽지방 사찰주변에 많은데, 풍치조성과 약용목적으로 심어진 것으로 추측합니다.
잎은 두껍고 작으며 끝이 뾰족한데요, 봄에 꽃이 피어 다음해 가을에 열매가 익습니다.
나무모양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많이 이용되며, 열매는 약재와 기름을 짜는데 쓰입니다.
비자나무는 사찰에서부터 시작하여 뒤편까지 금탑사 주변 약 13ha에 이르는 광활한 면적에 약 3,300여주의 비자나무가 군생하고 있답니다.
시원스레 불어오는 산바람과 사람의 영혼을 맑게 해주는 피톤치드에 흠뻑 취합니다.
등산객조차도 뜸하니 호젓해서 좋습니다.
금탑사 비자나무는 줄기는 완전한 수직으로 올곧은 게 보기 좋습니다.
나무를 심을 때 최대한 가까이 붙여 심는 밀식을 하면 서로 경쟁하여 줄기를 곧추세우고 자란답니다.
숲의 언저리에는 동백나무가 많은데, 꽃이 피면 볼만 하겠네요.
2016년 16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경력도 자랑하는 곳입니다.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기에 비자나무 향 가득 마십니다.
오랜 세월 묵묵히 자리를 지켜낸 경이로움에 절로 엄숙함이 느껴집니다.
거금휴게소
이번에도 코로나로 인해 ’소록도‘를 그냥 스치는 게 무척 아쉽습니다.
꼭 방문하여 흙 한줌,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를 가슴에 담으려 했는데...
’한하운‘시인과 오스트리아 수녀들의 흔적을 더듬는 것은 또다시 다음을 기약합니다.아쉬움에 거금대교를 건너 '거금휴게소'에 가마를 세웁니다.
소소한 볼거리들도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게 사람을 형상화한 커다란 은빛조형물(20m)입니다.
손에 꿈을 들고 있어 '꿈을 품다'란 문패(^^)까지 걸어줬습니다.
'절이'해전 승전기념탑도 있는데요, 조선시대엔 거금을 '절이'라 불렀답니다.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조형물 뒤로 금빛을 발하는 웅장한 거금대교가 참 멋진데요, 소록도와 거금도간 2,028m를 이어주는 금빛대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사람과 자전거, 그리고 자동차를 구분한 복층교량입니다.
내친김에 휴게소 옥상까지 오르니, 거금대교와 어우러진 고흥바다의 푸른 물결이 시원하게 가슴속으로 파고듭니다.
저 멀리 해무에 가려진 섬들이 전설 속 이어도(離於島)처럼 보일 듯 말듯 몽환적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에메랄드빛 고흥바다를 가르는 배 한척이 낭만을 그려냅니다.
신양선착장
녹동에서 소록대교와 거금대교를 거쳐 도착한 ’신양선착장‘입니다.
추억의 섬, 연홍도(連洪島)로 들어갑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데도 배를 타지 않으면 들어갈 수가 없는 가까운 섬입니다.
햇빛을 받아 빛나는 윤슬을 헤치고 선착장으로 다가온 통통배에 몸을 싣습니다.
6톤 정도의 자그마한 배가 600m 거리를 하루 7차례 오갑니다.
승선표도 없이 배에 올라 선장에게 5,000원을 건네야하는데요, 3,000원은 구경 값이랍니다.
섬으로 다가가자 잘 어우러진 강렬한 색들의 지붕들이 이국적 풍경을 자아냅니다.
2년 만에 다시 왔는데, 마을을 찾는 관광객 중 40% 정도는 다시 찾는다죠.
’연홍‘은 섬 전체를 예술작품으로 리모델링하여 최근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곳입니다.
흥청대던 구리제련소의 사양화와 더불어 기후변화로 김 양식이 더 이상 돈이 되지 않자 점점 황폐화되어가던 섬이었습니다.
한때 1,000여명이 넘던 사람들이 슬슬 빠져나가면서 아이들도 줄어 연홍분교마저 1993년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예술인들의 손을 거치면서, 바다에 떠있는 커다란 Canvas로 변했습니다.
침체됐던 섬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시작한 건 2015년 관광지개발을 위한 전남의 '가고 싶은 섬' 브랜드사업에 선정되고 부터라는데요, 섬 전체가 아기자기한 '지붕 없는 미술관'으로 변신한 것입니다.
지붕 없는 미술관에서의 소소한 행복을 즐길 준비완료~! ㅎ
연홍도
엉덩이(^^) 한번 들썩일 겨를도 없이 도착한 '연홍도'선착장입니다.
금당도(완도)와 거금도(고흥) 사이에 있는 '연홍도'는 행정구역상 고흥군 금산면에 속합니다.
도착하니 우선 소라껍데기와 아이들이 자전거 타고 바람개비를 돌리는 조형물들이 반갑게 다가옵니다.
1970년대 후반 지주식 김 양식으로 한창 인기를 끌었을 당시 135호가 거주할 정도로 북적였던 섬이었으나 30년 이상 쇠락만 계속하다가 최근에서야 고흥 대표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50가구 70여명이 살고 있는 조그만 섬인데요, 하나의 작품처럼 바다 위에 떠있습니다.
벽에도, 거리에도, 건물 안에도 작품(그림, 조각, 조형물, 화분 등)들이 가득합니다.
마중 나온 체험휴양마을 ’최완숙‘사무장이 몰고 온 차에 짐을 맡기고 사부작사부작 숙소를 찾아갑니다.
골목마다 눈에 익습니다.
우리가 하룻밤 묵을 마을공동체에서 운영하는 ’큐브펜션(Cube pension)‘입니다.
언덕 위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발코니에서 일출도 조망할 수 있다죠.
최소한의 것만 갖춘 Capsule형인데요, 2018년도부터 운영했답니다.
소파는 당연히 없고요, 단순하고 간편한 구조입니다.
Deck에 야외용 탁자와 의자가 있으나 식사하기에 충분한 여건은 아닙니다.
저렴하고(?) 전망이 뛰어나 입소문이 났으나, 단체여행객은 좀 불편한 편입니다.
그러나 모두들 추억으로 여깁니다.
만찬(부녀회장)
섬 in 섬에서 갖는 추억의 만찬시간입니다.
이번 섬에서의 식사는 특별히 부녀회장께서 제공(^^)키로 했답니다.
어민들이 직접 잡은 쏨뱅이로 조리한 매운탕을 유자향주와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라는데, 이번에도 귀하디귀하다는 쏨뱅이 탕을 맛보지 못해 한(恨)이 될 것 같습니다. ㅎ
고흥은 '남도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먹거리로도 소문난 고장입니다.
장어, 피굴, 낙지팥죽 등 싱싱하고 영양만점인 먹거리들이 풍성합니다.
하지만 섬 in 섬인데다가 코로나까지 설쳐대니 제약요소가 많다고 하네요.
대신 고흥 앞바다에서 잡히는 쫄깃쫄깃한 장어는 내일 먹어줘야 합니다.
밥상 빈약함을 만회하려는 듯 부녀회장께서 직접 담근 술을 내놓으며 너스레를 떱니다. ㅋ
실없이 던지는 농담사이사이로 섬 아낙의 한(恨)이 배어나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씹을 거리도 많습니다.
자그마한 섬에서 오랜만에 만나 옛날이야기에 시간가는 줄을 모릅니다.
산책
소화도 식힐 겸, 섬을 한 바퀴 돕니다.
한번 왔다갔다고 노인네들을 몰고 다닙니다. ㅎ
연홍도의 진짜 매력은 골목에 있는데요, 예술인들이 버려진 어구들을 소재로 만든 작품들이 삭막한 좁은 골목을 더없이 특별한 공간으로 채웠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작품들이 이어집니다.
프로레슬링선수 ’김일‘과 고흥출신 축구선수 '박지성' 모습도 여전하네요. ㅎ
낮은 담벼락에 앙증맞게 그려진 벽화마다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담벼락에 기대선 마을사람들(사진)과 반가운 재회시간도 갖습니다. ㅎ
그야말로 섬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사진첩입니다.
갖가지 벽화와 함께 옛 뱃사공의 손때가 묻은 어구들과 자연석들을 이용하여 만든 정크아트(Junk art)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서둘지 않고, 그냥 발 가는 대로 걷다가 마음 머무는 데서 쉬는 그런 길을 걷습니다.
섬 둘레를 쉬엄쉬엄 걸을 수 있는 산책길은 3개가 있습니다.
연홍도의 밤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웃고 싶으면 웃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 -.
늙음이 아니면 어찌 누릴 수 있으리.
일하기 싫으면 놀고, 머물기 싫으면 떠나고, 바람처럼 살 수 있는 이 행복 -.
늙음이 아니면 어찌 맛보리.
회한(悔恨)의 벼랑 끝에서 돌려 달라 악다구니를 쓴다하여 되돌아 올 청춘도 아니다.
계절로 치면 낙엽 지는 늦가을이고, 하루로 치면 해 기우는 황혼쯤에 있다.
예서 무얼 바라고, 예서 무얼 더 취하겠는가?
황혼 길에 울긋불긋 예쁜 자태를 뽐내는 봄꽃 보러 배낭하나 둘러메고 떠난 우리 -.
친구들과 소주도 한잔하며, 맛 집 찾아 식도락도 즐기자.
아~ 늙으니까, 참 좋다] (펌)
거리두기 -.
코로나로 인해 귀가 닳도록 들은 이야기인데요, 섬들은 망망대해에서 저만큼씩 거리를 두고도 잘들 살아냈습니다.
2년여 접촉이 두려웠던 삶으로 인해 인간관계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독을 숙명으로 여겼던 섬이 그리워진지도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섬은 어쩜 이 시대의 선각자인지도 모릅니다.
고독한 먼 섬으로의 피신여행(?)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입니다.
밤이 드르렁 드르렁 익어갑니다. ㅎ
다음 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