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렌지카운티 브에나팍의 한 한식당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 이만수 코치와 이순철 전 LG 감독이 만났다. 기자 3명도 동석했다. 둘은 오랜만의 해후였다. 지난 2001년 한국프로야구 올스타게임에서 만난 뒤 5년 만의 만남이었다.
이 전감독은 선배인 이 코치에게 "한국에 안 들어 오시느냐"며 너무 오랫동안 국내 프로야구와 떨어진 점을 걱정스럽게 물었다. 이 코치는 "감독은 선택되는 사람이 하는 것인데…"라며 말문을 연 뒤 "감독 잘렸지만 절대 창피한게 아니다. 나도 잘려서 미국에 왔다. 앞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며 후배를 격려했다.
이 전 감독은 현재 LA에서 야구연수차 와 있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지켜보고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애리조나 교육리그에도 참가해 시야를 넓힐 예정이다.
이 코치와 이 전 감독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점심식사를 마친 뒤 장소를 스타벅스 커피숍으로 옮겼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야구 얘기로 꽃을 피웠다.
이 코치는 지난 8년 동안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겪은 갖가지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대화 도중에 한가지 공통점이 나오면서 얘기는 열기를 뿜기 시작했다. 한국과 메이저리그의 타격이론 차이였다.
이 전 감독은 "짧은 시간이지만 메이저리그를 보면서 국내에서 아마추어나 프로 지도자들이 강조하는 다운스윙이 얼마나 잘 못된 것인지 눈으로 확인했다"며 야구하는 아들의 경험까지 덧붙였다.
이 코치는 "한국에서는 타자가 투수 볼을 던지는 릴리리포인트 때 대응하라고 한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서는 글러브에서 볼을 뺄 때 대응한다. 원바운드볼이나 하늘 높이 날아오는 볼에 어처구니 없이 스윙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 95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때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또 이 전 감독의 다소 퍼올리는 스윙에 공감하면서 "국내에서 골프스윙이라고 하는데 다운스윙으로는 크게 변하는 구질을 칠 수가 없다. 인사이드 아웃스윙이 돼야 한다"며 천편일률적의 다운스윙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코치는 "현 요미우리 자이언츠 이승엽의 타격이 다운스윙이냐며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스윙과 같다. 잘치기 때문에 아무 말이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 코치와 이 전 감독은 "한국 방송해설자들이 항상 되풀이하는 바깥쪽 볼은 밀어치고, 몸쪽 볼은 당겨치는 타격이 이곳에 오면 잘못된 해설이라는 것을 당장 알 것이다"며 꼬집었다. 시애틀 이치로나 뉴욕 양키스 데릭 지터의 타격은 전형적인 '인사이드 아웃 타격'이라며 스테로오 타입의 해설이나 타격이론이 지양되기를 바랬다.
한국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큰 발전을 했다. 그러나 선진야구를 습득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 지도자의 늦은 정보와 두려움이 겹치는 데다 확신이 서질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 고집과 아집은 발전을 후퇴시키는 최대 걸림돌이라는 것을 이 코치와 이 전감독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LA 스포츠서울USA|문상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