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언어로서의 슬로건은 간단하고 명확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기억이 오래 남는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효과는 언어학적 분석을 통해서 설명할 수 있다. 시이저의 "veni, vidi, vici"(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간단할 뿐만 아니라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명확하고, 특히 각 단어가 4개의 분절음(segment)으로 되어있으며, 각 단어의 첫 자음과 마지막 모음이 반복되는 효과에 의해서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다. 아이젠하우어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사용한 "I like Ike."라는 슬로건도 각 단어의 모음의 반복뿐만 아니라 "like"와 "Ike"의 마지막 두 철자 발음이 동일하게 반복되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음성상징(sound symbolism)을 이용하여 이러한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어떤 자동차의 이름을 "Vr-o-o-m"이라고 하며, 향수의 이름을 "M-m-m-m"이라고 하는 것은 이러한 소리들이 나타내는 상징을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이 제품을 오래 기억시키려는 의도인 것이다. "Beanz Means Heinz"의 슬로건에서처럼 철자를 고의적으로 틀리게 적어서 소비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키려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 나라에서 이와 같이 광고언어를 언어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학적인 접근은 주로 광고언어의 언어학적 유형과 특징 (장경희, 1992), 문체 (이필영, 1994; 김주현, 1996), 설득적 표현방법 (문현정, 1995), 텍스트 구조 (김정선, 1998) 등과 같이 우리말의 통사구조와 의미구조에 국한되어 왔고 음운구조를 이용한 광고언어의 분석은 거의 시도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 논문의 목적은 첫째, 우리말의 음운구조를 음절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둘째, 이러한 음운론적 지식을 이용하여 광고문을 제작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광고 교육의 이론적 기틀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제 2장은 이 논문의 이론적 배경으로 음절에 대한 정의와 음절의 내부구조를 살펴보며, 제 3장에서는 음운혼성(blending)과 음운삽입(insertion) 실험과, 시적도구(poetic device)와 준말(abbreviation)에서 나타나는 언어외적 증거(external evidence)를 통해서 우리말 음절의 내부구조를 밝히고, 제 4장에서는 우리말의 음절구조에 대한 음운론적 지식이 광고교육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를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며, 제 5장에서는 이 논문의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음운론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주제 중에 하나가 음절(syllable)이다. 자음이나 모음과 같은 분절음이 이어져서 음절을 구성하고, 이러한 음절이 모여서 형태소(morpheme)를 이룬다. 음절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을 이루고 있다. 첫째, 음절은 하나 이상의 분절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는 하나의 분절음이 음절을 이루고 있으며, "가"는 두 개의 분절음이 음절을 구성하고 있으며, "과"는 세 개의 분절음이 음절을 이루고 있다. 둘째, 음절은 일반적으로 세 개의 구성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절에서 자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음절핵(nucleus)으로 주로 모음이 여기에 해당되며, 그 앞에 나오는 것은 음절두음(onset)이라고 하고, 음절핵 뒤에 나오는 요소를 음절말음(coda)라고 한다. 이러한 각각의 위치에 나타날 수 있는 분절음들에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데 이를 음소배열론(phonotactics)라고 한다. 예를 들어, 우리말에서는 8개의 자음만이 음절말 위치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나, 영어에서 음절두음에는 3개의 자음이 연속해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 등이 이러한 제약에 속하는 것이다. 셋째 음절말음에 나오는 분절음의 공명도는 그 다음 음절의 음절두음에 나오는 분절음의 공명도와 비교할 때 적어도 동일하거나 커야한다. 예를 들면, "국물"이라는 단어에서 첫음절의 말음인 "衁"은 다음 음절의 두음인 "ꁁ"보다 공명도가 작으므로 음절 사이의 공명도 위계를 위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조정하기 위하여 동화현상이 일어나서 "궁물"이라고 발음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많은 음운론 학자들은 음절의 내부구조에 대하여 음운론적이며 동시에 심리언어학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러한 음절 내부구조에 관하여는 아래 (1)과 (2)와 같이 두 개의 주장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1) 음절
운모
음절두음 음절핵 음절말음
(2) 음절
본체
음절두음 음절핵 음절말음
(1)은 Pike and Pike(1947), Fudge(1968, 1987), MacKay(1972), Treiman(1983, 1985, 1986, 1988) 등이 주장하는 우분지(right-branching)구조이다. 이러한 구조의 특징은 음절이 음절두음과 운모(rhyme)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시 운모는 음절핵과 음절말음으로 구성되어 있는 구조이다. 이들은 이러한 우분지구조가 언어 보편적(language universal)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MaCarthy(1976), Bach and Wheeler(1981), Vennemann(1984)등은 언어에 따라서 (2)의 구조도 가능할 수 도 있다고 하였으며, Ahn(1987)과 Lee(1992) 등은 다양한 실험과 언어외적 증거를 제시하여 한국어의 음절구조는 (2)와 같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구조는 좌분지(left-branching)구조라고 하며 음절이 본체(body)와 음절말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체는 음절두음과 음절핵으로 구성되어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3. 음절내부구조
제 2장에서는 음절의 특징과 내부구조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제 3장에서는 Lee(1992)를 중심으로 음운혼성과 음운삽입의 간단한 심리언어학적 실험과 시적도구, 그리고 준말 등을 증거로 제시하여 한국어의 음절 내부구조가 좌분지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3.1. 음운 혼성 (Blending)
Fudge(1987)가 제안한 우분지음절구조가 과연 언어 보편적인 것인지 아니면 언어에 따라 다를 수 있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한국어의 음절 구조에 대해 음운혼성 실험을 해 보았다. 음운혼성이란 피실험자들이 주어진 두 단어의 일부를 떼어내어 하나의 단어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Treiman(1983, 1986)은 영어의 음절 내부구조가 음절두음과 운모로 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음절두음과 운모와 같이 음절 내부구조의 단위는 그렇지 않은 단위보다 더 쉽게 혼성된다는 가정을 하였다. 예를 들면, Treiman(1983)에서 피험자들이 CCVCC의 가상 음절을 두 개 제시하여 각 음절의 일부를 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음절을 만들어 내도록 하였다. 그 결과는 첫 음절의 앞 CC와 두 번째 음절의 VCC를 혼합할 것이라는 가정과 일치했다. 이는 영어에서 음절 두음과 운모가 음절의 하위단위이라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어의 음운혼성 실험도 한국어의 음절 내부구조가 본체와 음절말음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첫 음절의 본체와 두 번째 음절의 음절말음이 합하여질 것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실험 1
절차
세 쌍의 CVC 음절을 피험자에게 제공하였다. 피험자들은 매 회마다 3번씩 무의미 단어(nonsense words)의 쌍을 듣고 두 음절의 일부를 각각 취하여 하나의 음절로 만들어 보도록 지시하였다. 새롭게 만드는 음절은 반드시 앞 음절의 일부돠 뒷 음절의 일부가 결합되도록 하였다. 새로운 음절은 피험자가 첫 음절의 두 음소 (음절두음과 음절핵)와 뒷 음절의 세 번째 요소 (음절말음)를 결합하였을 때는 CV/C 혼성으로, 첫 음절의 첫 번째 요소 (음절두음)과 뒷 음절의 두 음소 (음절핵과 음절말음)를 결합했을 때는 C/VC 혼성으로 분류하였다. 여기서의 가설은 피험자가 CV/C 혼성을 C/VC 혼성보다 선호할 것이라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각 피험자에게 구두로 시험하였다. 피험자의 답이 아래 (3)에 제시한 가능한 응답의 범위를 벗어날 경우에는 가능한 답을 할 때까지 피험자에게 규칙을 설명하였고, 실험 전에 어떠한 예비 연습도 시키지 않았다.
자료
이 실험에서 사용된 자료는 세 쌍의 CVC 음절이었다. 모든 가능한 응답은 실제 단어에 대한 선호 현상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 모두 무의미 단어로 선택하였다. 아래 (3)은 주어진 자료와 그에 대한 가능한 응답을 보여주고 있다.
(3) 자료 응답
CV/C C/VC
/kal/ /hЉm//kam//kЉm/
/tok/ /nup//top//tup/
/sin/ /cИŋ//siŋ//sИŋ/
피험자
이 실험의 피험자는 한국어 모국어 화자였다. 나이, 학력, 성별 등의 차이점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피하기 위해 25세에서 33세 사이의 10명의 남학생과 10명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선택하였다.
결과
주어진 자료에 대한 응답을 기초로 한 피험자의 수는 (4)와 같다.
(4)응답피험자 수
CV/C C/VC
3011
215
124
030
합계:471320
(4)는 20명의 피험자 중에서 11명이 CV/C 혼성을 하였고, C/VC 혼성은 한 번도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20명 중에서 5명은 CV/C 혼성을 두 번, C/VC 혼성을 한 번 했다. 20명중에서 4명은 CV/C 혼성을 한 번, C/VC 혼성을 두 번 했다. 하지만 C/VC 혼성만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CV/C 혼성의 응답이 C/VC 혼성의 응답보다 약 4:1 정도나 많이 나타나고 있다. Wilcoxon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p〈.05)를 보였다. 따라서 한국어의 음절 내부구조는 본체/음절말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가설은 받아들여졌다.
3.2. 음운삽입(Insertion)
두 번째 실험은 한국어의 음절 내부구조가 본체/음절말음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아보기 위하여 음운삽입 실험을 하였다. 우리말이 본체/음절말음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주어진 CVC 음절에서 본체인 CV와 음절말음이 C 사이에 지시한 음운을 삽입하리라는 가설을 가지고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2
절차
피험자에게 CVC 음절을 들려주고 "isi"를 주어진 음절 사이에 삽입하여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보도록 지시하였다. 세 쌍의 CVC 음절을 피험자에게 제공하였다. 새롭게 만드는 단어는 반드시 주어진 CVC 음절의 V 앞이나 뒤에 삽입하도록 하였다. 피험자가 V 뒤에 "isi"를 삽입했을 때는 CV/C 삽입으로, V 앞에 삽입했을 때는 C/VC 삽입으로 분류하였다. 여기서의 가설은 피험자가 CV/C 삽입을 C/VC 삽입보다 선호할 것이라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각 피험자에게 구두로 실험하였다. 피험자의 답이 (4)에 제시한 가능한 응답의 범위를 벗어날 경우에는 가능한 답을 할 때까지 피험자에게 규칙을 설명했고, 실험 전에 어떠한 예비 연습도 시키지 않았다.
자료
이 실험에서 사용된 자료는 세 쌍의 CVC음절이었다. 모든 가능한 응답이 실제 단어에 대한 선호현상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 모두 무의미 단어로 선택하였다. 아래 (5)는 주어진 자료와 그에 대한 가능한 응답을 보여주고 있다.
(5) 자료응답
CV/CC/VC
/sap/ /saisip/ /sisiap/
/ton/ /toisin/ /tision/
/mul/ /muisil/ /misiul/
피험자
실험1의 피험자와 동일했다.
결과
주어진 자료에 대한 응답을 기초로 한 피험자의 수는 (6)과 같다.
(6) 응답 피험자수
CV/C C/VC
3 0 14
2 1 5
1 2 1
0 3 0
합계: 53 7 20
(5)는 20명의 피험자 중에서 14명이 CV/C 삽입을 하였고, C/VC 삽입은 한 번도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20명중에서 5명은 CV/C 삽입을 두 번, C/VC 삽입을 한 번 했다. 20명중에서 1명은 CV/C 삽입을 한 번, C/VC 삽입을 두 번 했다. 하지만 C/VC 삽입만을 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CV/C 삽입의 응답이 C/VC 삽입의 응답보다 약 7.5:1정도나 많이 나타나고 있다. Wilcoxon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p<.05)를 보였으며 따라서 한국어의 음절 내부구조는 본체/음절말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가설은 받아들여졌다.
3.3 시적도구 (Poetic Device)
영어의 음절이 음절두음과 운모로 구성되어 있다는 더 많은 증거가 영시의 각운과 두운과 같이 시에서 보여지는 형식상의 패턴에서 발견된다. 시적 각운이란, 모음 (음절핵)과 바로 뒤따라오는 자음 (음절말음)이 다음에 나오는 강세 있는 음절들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시의 형식상 구조이다. 다음 의 시에서 예를 찾아보자.
(6) A Psalm of Life
Tell me not in mournful numbers,
Life is but an empty dream!
For the soul is dead that slumbers,
And things are not what they seem.
Life is real! Life is earnest!
And the grave is not its goal;
Dust thou art, to dust returnest,
Was not spoken of the soul.
Henry Wadsworth Longfellow(1807 1882)
위의 시에서 각운을 이루고 있는 단어들은 각 행의 끝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
dream/seem, earnest/returnest, goal/soul. Fudge(1987)는 이와 같은 시적도구인 각운의 존재는 음절이 음절두음과 운모로 구성되어 있는 증거라고 주장하였다. Ohala(1986)는 각운이라는 시적도구가 존재한다는 것은 그 언어의 모국어 화자의 심리에는 그것에 대응하는 언어학적인 단위 즉, 운모가 존재하는 간접적 증거라고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 더하여, Deutsch(1963)는 단어들의 마지막 음절에서 똑같은 VC(모음과 자음)의 반복을 요구하는 각운은 언어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영어와 달리 한국어의 음절이 본체와 음절말음 두 개의 단위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한국 전래민요에서 예를 들겠다. 경기 지방에서 유명한 다음 민요를 살펴보자. (Kim, 1985)
(7) 동문은 도망가고
서문은 서있고
남문은 남아있고
북문은 부서지고
(7)의 각 행에서, 첫 번째 단어의 음절두음과 음절핵과 이에 따라 나오는 용언부의 음절두 음과 음절핵이 서로 교묘하게 반복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 동문-도망가고, 서문-서있고, 남문-남아있고, 북문-부서지고). 즉, 영어와 달리, 운모가 아니라 본체가 반복되는 하나의 구성 성분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아이들이 놀이하며 부르는 노래에서 또 다른 증거를 찾아볼 수 있다.
(8) 하나하면 할머니가 지팡이 집고서 콩콩콩
둘하면 두부장수 종을 치다 땡땡땡
... (후략) ...
(7)과 마찬가지로 (8)에서 발견되는 규칙성은 각 행에서 시작하는 단어의 본체와 다음에 나오는 단어의 본체가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예: 하나-할머니, 둘-두부장수). 이와 같이 시적도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증거들은 앞의 실험 결과와 마찬가지로 우리말의 음절 내부구조는 영어와 달리 본체와 음절말음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히는 것이다.
3.4. 준말 (Abbreviation)
이 장에서 우리말에 빈번히 나타나는 준말 현상이 우리말 음절구조가 본체와 음절말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또 다른 증거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MacKay(1972)는 한 음절을 줄여서 발음할 때 그 음절의 자연 단위(natural unit)를 깨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manufacturing"과 같은 단어를 줄여서 읽거나 쓸 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은 "manuf"와 같이 음절두음과 운모사이에서 경계를 지어 줄인다. 이는 음절두음/운모의 구분이 영어에서 더 선호되기 때문이다. (9)에 더 많은 예가 나와 있다.
(9) 기본형 준말
a. professor prof.
b. laboratory lab.
c. University Univ.
d. graduate grad.
이와 같이 말을 줄여서 사용할 경우에 우리말에서는 (10)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전체 음절을 삭제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10) 기본형 준말
a. 목욕탕 욕탕
b. 오달지다 오지다
c. 못하지 못지
그러나 빠르게 발음할 때 일어나는 준말현상에서는 앞 음절말음이 생략되고 뒤 음절에서는 본체 부분이 생략되는 강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은 한국어에서 본체와 음절말음이 음절의 중요한 구성 성분을 이룬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Cheon 1980).
(11) 기본형 준말
a. 조금 좀
b 오래간만 오랜만
c. 다름박질 담박질
지금까지의 실험과 언어외적 증거를 종합하면 우리말의 음절 내부구조는 본체/음절말음 구분의 좌분지구조라고 결론 내릴 수 있다.
4. 광고교육의 적용 가능성
제 3장에서 우리말의 음절 내부구조는 영어와 달리 좌분지구조임을 밝혔다. 제 4장에서 는 이러한 이론적 근거가 우리말 광고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가 하는 점을 사례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동일한 구조의 반복은 그 대상에 대한 기억을 증가시켜줄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우리말에서 단어나 음절의 반복이 가져다주는 사례를 들어 그 효과를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또한 운모는 우리말 음절의 구성요소가 아니므로 운모의 반복 보다는 본체의 반복을 이용한 사례와 그 효과를 조사하여 이러한 음운론적 지식이 광고교육에 적용될 수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세계의 모든 언어는 강세박자언어(stress-timed language)와 음절박자언어(syllable-timed language)로 구별할 수 있다. 다음의 예를 살펴보자.
(12) a. Dogs / eat / bones.
b. The dogs / eat / bones.
c. The dogs / will eat / bones.
d. The dogs / will eat / the bones.
e. The dogs / will have eaten / the bones.
(12)에서 "/"는 운율단위로 호흡경계를 나타내며 하나의 운율단위 내에는 하나의 강세가 있다. 비록 (12)는 3개의 음절로 구성된 문장에서 최대 7개의 음절로 구성된 문장이만, 모두 3개의 강세를 가진 3개의 운율단위를 가지고 있는 문장이므로 5개 모든 문장이 동일한 속도로 읽혀진다. 이와 같이 강세에 의해서 문장의 길이 혹은 운율이 결정되는 언어를 강세박자언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말은 음절수에 따라서 문장의 길이가 결정되는 음절박자언어에 속하므로 우리말의 운율은 음절수에 의해서 좌우된다. 따라서 시조에서 운율을 맞추기 위해서 각 장의 음절수를 정했던 것이나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시가에서도 3·4조, 4·3조 혹은 4·4조 등과 같이 음절의 수를 반복하여 운율을 맞추었던 것이다.
(13) a. 사랑을 드립니다. 기쁨을 드립니다. (현대백화점)
b. 제주에는 꽃소식, 용평에서는 눈소식 (용평리조트)
c. 나의 감각, 나의 표현 (에스에스 레자망)
(14) a. 영양가 있는 자존심 듀에나스프레이 자존심 (주식회사 피죤)
b. 소형차로 사서, 중형차로 타는 유일한 차 - 르망 ETi (대우자동차)
위의 (13)과 (14)를 비교하면 우리 전통 운율의 언어형식을 따른 광고문 (13)의 사례들이 그런 형식을 지키지 않은 (14)의 사례보다 읽기에 훨씬 부드럽고 친숙한 기분을 준다. 더욱이 (13)에서 각각 "드립니다" "소식" 그리고 “나의”라는 단어를 반복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강조하여 기억을 높이는 효과를 주고있다.
이와 같이 동일한 단어의 반복 이외에 동일한 음절을 반복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15)a. 왕성한 식욕은 새로운 의욕입니다. (영진약품)
b. 엄마볼, 아기볼, 코코볼 (코코볼)
c. 복이 많은 복지복권 (주택은행)
(15)의 사례들은 우리 고유의 운율에 맞을 뿐만 아니라 각각 "욕" "볼" 그리고 "복"을 반복함으로써 (13)의 사례들과 유사한 효과를 준다. 동시에 단어의 반복이 아닌 이러한 음절의 반복은 소비자들의 흥미를 유도하는 효과음의 역할을 한다.
제 3장에서 우리말의 음절 내부구조는 영어의 우분지 구조와 달리 좌분지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여러 가지 실험과 언어외적 증거를 들어 밝혔다. 여기에서는 운모의 반복을 이용한 영어 광고문과 본체의 반복을 이용한 우리말 광고를 비교하여 보기로 하겠다. Myers(1994)는 영어 광고문에서 운모의 반복기법은 19세기 중반부터 인기를 누려왔으며 1920년대 라디오 방송에서 광고가 시작되었을 때는 이러한 기법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수단이어서 하나의 장르로 취급될 정도였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그 당시에 유행한 Lackawanna Railroad의 광고문으로 운모를 반복한 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Myers 1994, 35).
(16)Says Phoebe Snow
About to go
Upon a trip to Buffalo:
My gown stays white
From morn to night
Upon the Road of Anthracite.
위의 광고문에서 첫 3줄의 마지막 단어들은 각각 "Snow", "go" 그리고 "Buffalo"로 끝을 맺으며 [ow]로 각운을 이루고 있으며 마지막 3줄의 마지막 단어들은 각각 "white", "night" 그리고 "Anthracite"로 끝을 맺으며 [ayt]로 각운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운모의 반복은 현대 광고문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17)a. I like to be like Mike.(Nike)
b. Shop and Drop(Crown Sterling Suites)
c. Florida Sun Fun(Hobbit Travel)
d. Play & Stay(Grand Casino)
e. Dollars for Scholars(University Bookstore)
f. Good Tidings for Savers and Shavers(Braun Shaver)
g.We Got What's Hot!(Musicland)
h. Good As Best And Better Than The Rest (Schtzlein)
예를 들어, (17, b)에서 "Shop"과 "Drop"의 [ap]은 서로 운모의 반복으로 각운을 이루며, (17, h)에서 "Best"의 [est]는 같은 시구의 "Rest"에 의해 반복된다. 이러한 반복은 영어의 슬로건이나 광고문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이러한 사실은 운모가 하나의 단위로서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강한 증거가 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슬로건이나 광고문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앞에서 증명해 보인 본체/음절말음의 반복이다.
(18) a.독자는 동아를 읽고, 동아는 독자를 읽고 (동아일보)
b.감기요? 처음부터 확! (중외제약 화콜)
c. 아인슈타인의 정신, 아이비정신입니다. (이랜드)
d. "방심은 금물" 문고병은 무섭습니다. (주식회사 한농 바리문)
(18, a)에서 "독자"의 "도"와 동아의 "도"가 반복되고, (18, b)에서는 "확"의 "화"와 제품 이름인 "화콜"의 "화"가 반복되고, (18, c)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아이"와 "아이비"의 "아이"가 반복되고, (18, d)에서는 "문고병"과 "무섭습니다"에서 "무"가 반복되는 효과를 주고 있다.
더나가서 단순히 단어나 음절이나 혹은 본체의 반복으로 광고의 효과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말이 지니고 있는 다른 특성들을 이러한 단위들의 반복에 연관을 시켜서 동일한 효과를 줄 수도 있다. 첫째, 우리말에서 반모음 혹은 반자음이라고 일컬어지는 활음은 상당히 불안한 존재이다. 따라서 빠르게 말하는 경우에는 종종 생략해서 잘못 발음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학교"를 "학고"로, "겨울"을 "거울"로 발음하는 경우이다. 또한 우리말 말놀이 현상에서도 활음탈락 현상이 나타난다.
(19) 나는 학교에 간다.
--> 나바느븐 하박교보에베 가반다바
(19)의 말놀이는 먼저 각 음절의 본체만을 발음하고 다음에 "바"와 음절말음을 반복하는 놀이이다. 즉, "학"은 먼저 본체만을 발음하여 "하"가 되고 다음에 "바"와 음절말음을 반복하여 "박"으로 발음하여 결국 "하박"으로 발음하는 것이다. 여기서 "교"를 발음하려면 동일한 과정을 거쳐서 "교뵤"라고 발음하여야 하나 실제로는 "교보"라고 말한다. 이는 "교"의 활음을 생략한 채로 반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말 광고문에서 본체를 반복할 때, 반드시 활음을 포함하여 반복하지 않아도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0)a.바퀴벌레의 최후의 만찬 - 바킬라 (동아제약)
b. 누가바 (bar) (해태식품)
(20, a)에서 "바퀴"의 활음을 생략한 채 반복하여 "바키"와 다음에 나오는 음절말음인 "鱁"을 합하여 제품이름인 "바킬라"를 만들어낸 것이다. (20, b)는 빙과류의 이름들이 "바"로 끝나는 여러 가지 경우들 중에 하나이다. 이것은 원래 "누가봐"라고 하여야 우리말의 어법에 맞지만 활음을 탈락시켜서 영어의 "bar"를 연상하게 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둘째, 우리말 전설저모음인 "애"와 전설중모음인 "에"는 현대 서울말에서는 "에"로 융합되는 경향이 있다 (Hong, 1991). 다시 말하면, "새"와 "세"를 "내"와 "네"를 구별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21)a. 박대리가 쓰는 밧데리 (델코)
b. 인제는 인재 ('97 대통령선거)
(21)에서 비록 모음은 "애"와 "에"가 다르다고 할지라도 음절두음이 동일하므로 본체를 반복하는 동일한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셋째, 어떤 특정한 소리가 화자들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가하는 문제는 많은 언어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Sapir (1929)는 "mal"과 "mil"이라는 두 단어를 만들어서 그 중 하나는 "큰 탁자"를 다른 하나는 "작은 탁자"를 의미한다고 하여 500명의 피험자들에게 각각의 단어가 어느 크기의 탁자를 지칭하는가를 물었다. 이 실험에서 피실험자 중 80% 이상이 "mal"이 큰 탁자를, "mil"이 작은 탁자를 의미한다고 답했다. 이 실험은 모음 [a]와 [i]는 화자들에게 서로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보다 구체적인 음성상징에 관한 실험도 보고되었다. 피험자들에게 망치, 쇠사슬, 나무공 등과 같은 여러 가지 물체들이 만들어내는 소리를 듣게 한 후에 그 소리들이 만들어 내는 의성어를 적으라고 하였다. 이 실험에서도 피실험자들은 거친 소리에 대해서는 [p, t, k]와 같은 파열음을 이용하여 의성어를 만들었으며, 느린 소음에 대해서는 [s, z]와 같은 마찰음으로 시작하는 의성어를 만들어 냈다. 우리말에서도 "아, 오"는 밝고, 작은 의미를 주며, "어, 우"는 어둡고, 커다란 의미를 준다. 따라서 반복되는 단위가 음절두음은 동일하지만 모음에서 이러한 차이가 있더라도 본체를 반복하는 효과와 동시에 소비자에게 또 다른 의미의 차이를 줄 수 있다.
지금가지 단어, 음절 그리고 음절 내부 단위인 본체의 반복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의 잘못된 반복은 소비자들에게 인위적이며 자의적인 냄새를 주기 때문에 조심해서 사용하여야 한다. 다음의 광고문을 살펴보자.
(22)a. IF MEN ARE WISE THEY SOCIALIZE WITH APPLETISE
b.처용이 산업첨병으로 되살아난 도시 - 울산 (크라운 맥주)
Myers(1994, 35)는 (22, a)에서 "wise", "socialize"그리고 "appletise"가 운을 맞추고 있는 듯하지만 이러한 광고문에서 운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각운을 이루는 첫 단어인 "wise"에는 강세가 있지만 나머지 두 단어인 "socialize"와 "appletise"에서 각운을 이루는 음절에 강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모가 반복되는 각운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해당 음절의 강세도 함께 고려해야하는 것이다. (22, b)에서는 "처용"의 "처"와 "산업첨병"의 "첨"를 의도적으로 반복하려는 효과를 노렸지만 전자는 단어의 첫 음절에 나오는 소리이고 후자는 단어의 세 번째 음절에 나오는 소리이므로 본체가 반복되는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못하고 있다.
5. 결론
Wittgenstein은 이 세상의 어떠한 일도 언어와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이다."라고 직접적으로 기술하였다. 즉 언어의 한계를 넓힐수록 자신의 세계를 넓힐 수 있다는 말이다. 김정탁(1990, 9)은 우리 나라 광고가 이론에 기초하지 않고 경험에만 의존하고 있고, 외국광고는 경험뿐만 아니라 이론에 기초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광고교육에 언어학 이론을 접목하면 우리말 광고도 경험과 이론에 기초를 두면서 동시에 광고의 세계를 보다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정하에 이 논문에서는 우리말의 음절 내부구조를 중심으로 논의하였으며 결론적으로 그 구조는 영어와는 상당히 다른 것을 밝혔다. 즉 영어는 음절두음과 운모가 음절 내부구조를 이루고 있지만, 한국어는 본체와 음절말음이 음절 내부구조를 구성하고 있음을 음운혼성, 음운삽입의 실험과, 시적도구와 준말에서 증거를 삼아 살펴보았다. 또한 음절 내부구조의 각 단위들의 반복효과를 여러 가지 광고 사례를 중심으로 다룬 후, 우리말 광고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논의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음운론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보다 다양한 효과를 지닌 광고문을 만들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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