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좋아하는 게시판에서 논란이 있었던 걸 퍼왔습니다.
그냥 한 번 읽어보세요(좀 길어요 ^^)
의사와 약사가 보건인으로서 국민건강을 위해
서로 긴밀히 협력하는 세상을 바랍니다.
<글 하나 >
남친이 약사입니다.
그래서 그 쪽 생리를 조금은 압니다.
남친이 어느 날 그러더군요...
너무 화가 나서 견딜수가 없다고...
어느 잘생긴 꼬마가 눈썹 옆에 작은 상처가 났는데 처방전을 들고 왔더래요.
요즘 약사라는게 기계적으로 빨리 지어야만 하는 추세라서 별 생각없이 처방전에 약을 지어줬대요. 근데 그 후에도 그 꼬마는 그 작은 상처로 계속 약국에 오더래요.
시간이 지날 수록 상태는 계속 악화되는 것 같구....그래서 꼬마를 오라고 해서 상처를 자세히 봤는데 문제가 아주 심각해졌더래요...
꼬마 모친께 어떻게 된거냐고 꼬치 꼬치 물어보니까 윗에 가정의학과 의사선생님이 글쎄 돈 좀 더 벌겠다고 그 조그만 상처에 국소마취제를 놓고 꿰맸다는 거예요.
그 때 들은 이야긴데 국소마취제가 왠만하면 쓰지 않는게 좋대요...워낙 부작용이 많은 성분이 들어 있어서...
그래서 손가락 크기만큼 째져도 국소마취안하고 꿰매는 경우도 많다고...
그래서 오빠가 빨리 다른 병원으로 가봐야겠다고 그 의사안되겠다고...나아도 얼굴에 흉지면 큰일이니까 빨리 다른 병원으로 가보셔야겠다고 했대요.
그런데 그 모친과 부친이 오빠한테 화를 내면서 그럴 수는 없다고...대뜸 화를 내더래요...
의사선생님을 뭘로 보냐구 당신처럼 4년제 나온 사람들이 뭘아냐구...
그래서 오빠는 그런 일을 좀 많이 당하는 편이라 다시 한번 차근차근 조언을 드렸대요.
다른 병원에 가보시라고...
그런데 그 말을 하고 난 후 약국 윗층에 가정의학과 병원 난리 났습니다.
약국장은 아무리 혈기에 불의를 참지 못한다해도...그런 말은 하는게 아니라고 윗층에 가정의학과 우리약국 밥줄인데 그런 소리 하면 나는 어쩌냐고....가정의학과에서는 다시는 밑에 약국에 환자 처방 안내겠다고 난리났었대요....
오빠는 정말 이런 의,약업계의 분위기가 너무 힘들다고 회의를 느낀다고 술을 연거푸 먹더라구요.
언젠가 자기도 이렇게 될 것같다고...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는 악한 사람들만이 잘 살고 부자되는 것 같다고...
순진한 사람들은 울거 먹히기만 하고...
휴우~ 또 마음이 복잡해지네요...
<글 둘>
전 답글님께.. 한말씀 드리려구요..
그냥 지나가다 노파심에 몇줄 적습니다..
환자를 진심으로 생각하실줄 알고.. 의협심 강한.. 남친분께서..
아이의 상처를 보고.. 그 부모님께 조언을 하신 모양이네요..
그런데 의사와 약사의 관계는 참 묘합니다.
그게.. 서로 공생공존하고 협조해야 하는 관계입니다만..
즉.. 생각해 보면 어떤 직업군보다도 더욱 더
서로 긴밀한 협조를 해야하는 관계가 아니겠습니까?
다른것도 아니고 사람 목숨을 두고 일하는 사이니까요..
그런데도 서로의 권한에 대해서 참 민감하더군요..
크게 보면 '의약분업' 사태에서부터
작게는 님 남친께서 겪으신 일련의 사건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한편 생각해보면 그것도 이해가 됩니다.
의사든 약사든 사람의 목숨을 놓고 필요한 직능을
열심히 공부해서 이 자리에까지 온거니까요..
자신의 직업과 판단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이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흔들려서.. 이성적으로 처신하기 어려울겁니다.
목숨이 오가는 일에는, 이성적으로 처신해야지요.
그러니 스스로의 권한, 결정에 대한 책임소재에 참 민감할 수밖에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보기엔 님의 남친께서 아주 조금은 경솔하셨습니다.
물론 좋은 뜻에 말씀해주신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만,
의사의 진료결과에 대해 약사가 '과잉진료같다, 병원을 바꿔라' 라든가,
'국소마취는 부작용이 더 많다' 라고 조언할수는 없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그건 의사의 전적인 결정권에 따른 일이거든요..
다쳤다는 그 아이가 두세 바늘 꿰매는 데에도 너무나 아파하고 힘들어해서
할수없이 국소마취가 꼭 필요했을수도 있으며,
또는 그 아이의 피부상태가 켈로이드조직이거나, 알러지성 피부라서,
쉽게 상처가 아물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혹은 아이에게 특정 약물에 반응하는 알러지가 있어서,
그 약물을 피해서 대체약물을 사용하다 보면 정상 상태보다는,
상처의 회복이 더디거나 겉으로 보기에 더 늦어지게 보이는 수도 있습니다.
조금의 의혹이나 과잉진료의 문제가 있어 보였다 해도
또한 그것을 진료권을 가진 의사가 아닌 조제권을 가진 약사가,
환자 앞에서 직설적으로 말해서는 절대로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의혹은 일단 보류해 두거나,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지나가듯 말할수야 있겠지만
그런 식의 '환자에 대한 입조심' 은 의약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윤리의식인 거죠.
환자는 가장 나약한 상태고, 쉽게 흔들리며, 작은 이야기에도 민감하니까요.
환자를 마음 편하게 평온한 상태에서 병을 낫게 해주는게
의약업 종사자들의 소명이 아니겠어요.
마치 이런 거죠.
조제권을 가진 약사에게, 의사가 처방전을 내리면서
마치 자신의 종 부리듯(즉 처방전 쓸테니 약이나 집어서 내줘!) 그렇게
지시를 내리거나, 혹은 약사 고유의 조제권에 티격태격.. 감시하듯
그렇게 부려서는 절대로 안되죠.
약사는 처방전에 따른 올바른 약의 조제와,
그 약의 복약지도를 환자에게 이행할 권리이자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잔말말고 약이나 처방대로 담아줘' 라는 식의
의사들의 오만은 지탄받아 마땅한 거죠. 처방전이 내려가면
그 다음부터 의사의 할일은 끝난거죠. 투약지도와 관찰 등은
약사의 권리니까요.
그리고 글중에서 본건데
가정의학과 선생님이 '돈좀 더벌겠다고'
국소마취제를 놓고 꿰매신건 아닐겁니다.
봉합수가는 정말 낮습니다.
일반외과의 상처중 봉합수가는 사실 몇백원에서 시작합니다.
요즘 외과의사가 없는거 아시죠? 외과 전공하는 의학도가 없습니다.
봉합, 수술등의 외과처치 수가가 너무나도 낮기 때문입니다.
돈되는 피부과, 정신과, 성형외과 등으로 많이들 간답니다.
실제로 의사가 찢어진 상처 봉합하면, (글에 나온 국소마취 여부와 상관없이)
의사의 봉합 수가보다 이후 소염제등을 처방해서 나가는
약사의 조제수가가 더욱 높을겁니다.
실제로 두세 바늘 봉합한 거면, 의사는.. 수가로 천이백원쯤 받습니다.
돈 좀 더벌겠다고 그런일을 한것은 아니지요.
감정이 격하셨던건 알지만 상황에 맞춰 진료한 의사는 정말 이런말 들으면
힘이 쭈욱 빠질겁니다..
그리고 가정의학과 선생님들은 물론 외과공부도 하신분이며
(가정의학과라는 과목 자체가 '응급의학(초 처치 first aid)' 의 영역입니다)
많은 일반외과 의사들이 의원개업을 하면서
'외과' 라고 써붙이면 장사가 덜 되니까(일반적인 환자들, 소위 '감기환자' 가 안오지요)
'가정의학과' 라고 써붙이고 기본적인 치료도 하고있는게 현실입니다.
이건 의료계의 오래된 인력불균형에 따른 거니까, 할말은 없네요..
아뭏든 드리고 싶은 말씀은 '돈좀 더벌자고' 라는건 결코 아니었을 거란 거죠..
물론 생각해 보면, '환자를 끊겠다' 는둥 '니가 의사냐 뭘 아냐' 라는
몰상식한 환자부모측과 의사측의 반응도 참 비난받을만한 거였네요.
그러나 그 모든 문제의 시작은 약사분(님의 남친이시죠)께서
'진료권' 이라는 것을 침범했다는데 있습니다.
좋은 뜻으로 하신 일이지만 올바른 일은 아니었던 것 같애요.
그리고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랄까요.
문전약국와 의원과의 관계는 참으로 오묘한 관계입니다.
참 좋게 지내야할 사이지요.
여기서부터는 비즈니스의 문제이지만..
서로 공생공존해야지만, 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거니까요.
그런 와중에, 님의 남친께서 하신 일이, 솔직히 '이쪽 세계' 의 생리로 보면
같은 약국의 윗분들 보시기에는 참 경솔했다 싶었을 겁니다.
사실 의원에서 처방전 받으면, 그것을 뭐 지방에서 약을 짓든
문전약국에서 짓든, 아니면 집옆에서 짓든 상관은 없습니다.
환자의 편의에 따른거죠.
하지만 보통은 문전약국과의 관계를 통해,
약국에서 보유중인 약들위주로 처방을 내리게 됩니다.
특히나 가정의학과 같은 경우는 소위 말하는 '동네장사' 이기때문에
더더욱 문전약국과의 관계가 중요하지요.
이 부분은.. 비즈니스적인 부분이라, 제가 더 자세히는 알기 어렵구요..
힘드시지요.. 곁에서 지켜보시는 분도 속이 타실겁니다.
정말 일부 좋지못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어느 직업군에나 있는것 같습니다.
그런 나쁜 의약계 종사자들때문에, 원글님의 어머님처럼 고생하시는 분도 있고,
생각해 보면 의사, 약사, 환자 모두가 너무나 조심성이 없는것 같애요.
조심하고 서로 신뢰하는 관계들도 물론 있겠지만 말예요..
하지만 지금 우리부터라도, 서로가 서로를 믿고,
'왜 이렇게 했어요?' 라고 도끼눈을 뜨고 잘못을 골라내려 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먼저 생각을 하고 일한다면 정말 좋아질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실수와 오해를 통해 세상사를 배워가는 거겠죠.
한번쯤 남의 입장에 서 보기도 하는 걸테구요.
님의 남친분께서 이번 일로 너무 상심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다른 많은 것도 느끼실수 있었길 바라고,
제 글이 남친분의 상한 마음에 조금의 오해나마 풀어드릴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길게 글 남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