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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통증 목양체질은 왼쪽이 약하다는 글을 읽은 다음부터 왼쪽 무릎 왼쪽 어깨에 통증이 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잊어버린 시간 빼고는 시름이 자주 한쪽으로 오곤 했습니다 무의식으로 부른 이름이 오래 마음 안에 있었다는 증거는 그 이름 부른 뒤 마음 한 편이 아련해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무의식의 왼쪽을 깨운 뒤부터 내가 어머니의 한 쪽 옆구리를 아프게 째고 태어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좁은 바위틈에서 자란 나무처럼 내 생각의 통로도 해굽성이 강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왼쪽 가슴이 더 발달하는 것을 보고 늘 한 쪽 가슴으로 그리움을 쌓았던 탓이라 여겼습니다 마흔 넘어서야 오른쪽 옆구리가 넌지시 왼쪽 통증을 껴안아 주었습니다
석류 심하게 부풀은 머리뼈 속의 종양 내가 아프지 않다고 지금 내 길이 아니다고 형의 종양이 어디가랴 나는 형의 유전자를 따라 해시계처럼 돌며 그늘을 만들며 살았다 형의 둘레에 나도 아우도 갇혀있다 왜 부모는 우리의 피를 나무의 물관으로 연결시켰을까 가지 하나가 병들면 그 옆의 가지도 시든다 7시간의 수술로 아물 수 있다면 나도 형도 싱싱한 가지가 될 것이다 파르르 떨며 수술실로 들어가는 형의 눈을 나는 바로 보지 못했다 나도 내 젖은 눈을 누구에게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흰 붕대로 감은 흔들면 금방 쏟아질 것 같은 붉은 알갱이들 홀몸의 어머니 늦봄 석류가 열렸다는 것을 아직 모르시고 계신다 문정영 : 97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낯선 금요일’ 시산맥동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