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평양(平壤) 지도 보기
한국인이 만든 한반도 지도로는 1402(태종2)년 이회가 완성한 <팔도도(八道圖)>, 1463(세조9)년 양성지(梁誠之) 등이 만든 <동국지도(東國地圖)> 등이 있고, 백성들이 쓰기 편리하게 제작된 김정호(金正浩)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경,위도선 좌표가 있는 지도는 1899년 대한제국 때 학무아문(學務衙門)에서 펴낸 <대한전도(大韓全圖)>가 최초이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이 군사적 목적으로 지도 제작 작업을 계속했고, 미(美)군정 때에는 작업을 군(軍)이 담당했으며, 항공사진 촬영은 1946년에 시작되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한반도의 지도는 지명(地名)도 같고 행정구역도 같은 하나의 지도였다.
1945년 9월 6일 한반도 북쪽에서 ‘조선인민공화국’선포가 있고 난 뒤인 1946년 9윌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가 평양부를 평안남도에서 분리하여 특별시로 승격시켰다. 이런 사실을 <조선대백과사전(23)>에선 “평양시는 주체 35년 9월 북조선림시인민위원회 확대위원회 결정에 의하여 특별시로 개편되면서 평안남도에서 갈라져 나와 직할시 (중구,동구,서구,북구)로 되였다.”(51쪽)고 설명하고 있다.
그 후 평양시 행정구역은 계속 바뀌어 지금은 19개 구역(중,평천,보통강,모란봉,서성,선교,동대원,대동강,사동,대성,만경대,형제산,룡성,삼석,승호,력포,락랑,순안,은정구)과 4개 군(강남,중화,상원,강동)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남한에서 만든 평양 지도를 보면, ‘룡성’은 ‘용성’, ’력포’는 ‘력포’, ‘락랑’은 ‘낙랑’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릉라도’는 ‘능라도’, ‘양각도려관’은 ‘양각도여관’ 등도 마찬가지이다. 분명 행정구역명도, 지명도, 여관 이름도 다르다. 그런데 어떻게 같은 평양 지도라고 할 수 있겠는가?
<조선대백과사전(19)>(2000년)은 ‘지도’를 설명하면서 다음의 김일성의 ‘교시’라는 것을 풀어 설명했다. ≪…우리 나라 지도를 잘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우리 나라 지도는 도단위로 된것과 군단위로 된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군이 매우 중요한것만큼 군단위로 된 지도를 만드는것이 필요합니다. 군을 단위로 강하천, 산림, 길과 공장, 광산, 기업소 같은 산업시설과 고적들을 다 똑똑히 표시하여 주어야 합니다.≫(≪김일성저작집≫ 18권,286~287페지)
2000년에 만든 사전에 이런 말을 인용해서 뭐에다 쓸까? 하지만 북한에서 만든 지도를 보다 보면 개인적으로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다. 그것은 강원도를 ‘(남).(북)’으로 명확하게 구분해 놓은 것이다. 아직도 남한에서 만든 지도에는 자강도도 없고 량강도도 없다. 황해북도와 황해남도도 그냥 황해도이다. 남한에서 지도를 만들 때, 북한의 행정구역을 그대로 표시해 주는 문제는 정치적으로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대로 갈 것인가? 평양의 ‘릉라도’를 그냥 ‘릉라도’로 표기한다고 천지가 개벽하는 것은 아니라고 떠들면 국가보안법에 걸리게 되나? 지금 국가보안법은 엄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고 비아냥대는 사람도 적지 않다. 후일 남과 북이 통일되면 이런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그 때가 언제? 남측과 북측의 자기 쪽 생각만 하지 말고 조그마한 것부터 하나가 되게 할 수만 있다면? 남측에서부터 ‘능라도’를 그냥 ‘릉라도’로 표기해 주자! OK?
♥ 첨부사진:1)옛 평양지도. 2)북한에서 만든 평양지도. 3)평양의 행정구역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