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교외의 고급 주택가. 자동차가 입구에 들어서자 사설 경비원이 막아섰다. 신분과 용건을 일일히 확인한 후에야 비켜났다.
밀리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Rich Dad Poor Dad)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56) 집 뒷마당은 녹색 잔디가 펼쳐진 골프장과 맞닿아 있었다. 수영장 딸린 침실 4개짜리 저택 차고에는 포르셰, 페라리, 벤츠 등 최고급차 6대가 방문객을 맞았다. 이 집 식구는 기요사키 부부 둘 뿐. ‘부자 아빠’ 기요사키는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차를 바꿔 탄다”고 했다.
하와이 출신 일본계 미국인인 기요사키는 80여개국에서 1300만부가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총 6권) 시리즈로 전 세계에서 창업 열풍을 불러일으킨 투자 교육 전문가. 국내에서만 200만부가 팔렸고, 미국서 600만부가 나갔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중화문화권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장악했고,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기요사키는 “내 책이 개혁·개방의 길에 들어선 중국과 동유럽에서 자본주의 교과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아버지는 하와이주 교육감으로 성공한 일본계 미국인이었다. 하지만 평생 금전적으로 쪼들렸고, 자식들에겐 지불해야 할 청구서를 남긴 ‘가난한 아빠’였다. 기요사키에겐 어린 시절 또다른 ‘부자 아빠’가 있었다. 친구 아버지이자 사업가였던 ‘부자 아빠’로부터 그는 부자가 되는 법을 배웠다. ‘부자 아빠’의 핵심 메시지는 직업의 노예가 되지 말고 자기 사업을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4년간 제록스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세일즈 기법을 배운 기요사키는 1977년 마침내 ‘부자 아빠’의 교훈을 실천한다. 나일론 지갑을 만드는 첫 회사를 차린 것. 수백만달러의 돈을 벌었지만, 1985년 회사가 망하는 바람에 홈리스(노숙자)로 전락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부동산 투자로 떼돈을 벌어 “미국의 상위 1% 안에 들어간다”고 공언할 정도의 부자가 됐다. 지금도 부동산 투자회사와 투자 교육 회사를 운영중이다.
투자 전문가로서 기요사키의 명성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작년말 뉴욕 맨하탄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강연에는 5200명의 인파가 몰렸다. 뉴욕 데일리뉴스는 “2001년 2850명을 불러모은 도널드 트럼프(부동산 재벌)의 기록이 깨졌다”고 전했다. 작년 10월 그의 6번째 책 ‘부자아빠의 예언’(Rich Dad’s Prophecy)이 출간되자, CNN과 NBC 등이 앞다퉈 인터뷰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됐다.
-‘부자 아빠…’로 얼마나 벌었나.
“수백만 달러라고 해두자. 책은 계속 팔리고 있다.”
―부자가 되는 비결은 뭔가.
“월급 모아서 부자가 되는 사람은 없다. 은행에 저축해봤자, 이자가 몇%나 되는가. 금융지식이 중요하다. 내 재산은 부동산 투자로 모았다.”
―부동산 투자는 위험 부담이 많지 않는가. 일본인들이 1980년대 미국에서 부동산을 대거 사들였다가 1990년대 이후 경기 후퇴때문에 되팔지 않았나.
“나에겐 좋은 일이다. 돈을 벌 수있는 기회니까. 가격이 폭락했을 때가 투자의 적기다. 위험을 각오하지 않고 부자가 될 순없다. 피닉스의 부동산 가격도1990년대초 가격이 폭락했다가 중반 이후 폭등했다.”
―한국에는 최근 대도시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 중산층이 사는 서울 강남의 아파트 1채가 6억원을 호가한다.
“나라면 그런 곳에는 투자하지 않겠다. 하지만 다른 지역을 찾아보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것이다.”
―부동산 투자는 사실상 투기 아닌가. 특히 서민과 중산층이 사는 아파트에 투자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은가.
“뭐가 문제인가. 가격이 올라가면 공급이 자연히 늘게 되고, 그러면 다시 가격이 내려가게 된다. 시장에 맡기면 된다.”
―당신 책에 따르면, 샐러리맨은 정부와 기업에 이용당하는 바보다. 생애 대부분을 세금을 내기 위해서 혹은 고용주를 위해 일한다는 얘기인데, 샐러리맨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월급 모아서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유롭게 살고 싶으면, 창업해서 성공하라. 물론 위험부담은 크다.”
―돈버는 법을 담은 당신 책은 중국과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특히 인기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나도 잘 모르겠다. 타이밍을 잘 잡은 것 같기도 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멀리하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가난한 것에 대한 핑계일 뿐이다. 돈을 죄악시하는 경향은 유교 문화권에도 있지만, 기독교 문화권도 마찬가지다. 가난하게 살고 싶으면 계속 핑계를 대면 된다.”
―1977년 첫 창업으로 한국에서 나일론 지갑을 만들어 미국에서 팔아 수백만 달러를 벌었다고 했다. 그 회사는 어떻게 됐는가.
“1981년에 망했다. 한국인 파트너가 같은 물건을 미국 시장에 내다 팔면서 경쟁자가 됐다.난 그 때 30대 초반에 불과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회사를 여러 번 세웠다가 망했는데, 다시 일어서기가 힘들지 않았는가. “실패하지 않고 어떻게 배울 수있는가. 실패하지 않는 사람은 배울 기회가 없다. 실패는 누구나 할 수있다.”
―당신 사전엔 포기란 단어는 없는 것같다.
“나도 다른 사람과 똑같다. 도중에 관두는 일도 있다. 하지만 그냥 주저앉으면 낙오자가 된다.”
―한창 일할 때인 마흔 일곱(1994년)에 은퇴했다가 2년후에 복귀했는데 이유는.
“인생의 절반을 지나면서 좀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래서 은퇴했는데, 너무 지루해서 돌아왔다.”
―일 이외에 취미는 없나.
“투자가 내 유일한 취미다.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일도 즐겁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탁자에 마침 존 네스비트의 ‘메가트렌즈’, 리처드 프리드만의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 조지 소로스의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가 놓여있었다.
―이런 책들 다 읽었는가.
“물론이다.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는 정말 좋은 책이다. 난 사실 대학 교수들은 믿지 않는다. 학교에서만 생활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세상에 대해 알 수있는가. 학교에선 절대로 부가 되는 법을 배울 수없다.”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쓰는가.
“사실 별로 쓸 곳이 없다. 근사한 집도 있고, 차도 6대니까. 환경과 어린이, 동물보호단체에 매년 수십만 달러씩 기부한다.”
―하루 일과는 어떤가.
“1년의 절반은 미국내 다른 도시나 외국으로 강연을 다닌다. 매일같이 미팅이 이어지는게 즐겁다.”
기요사키는 자기 책에서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보다, 내가 얼마나 부자인지에만 관심을 갖는다”고 적은 바있다. 잠깐 망설이다 물었다. “당신은 얼마나 부자인가” “괜찮은 정도다(I am OK). 사실 내 재산은 나도 정확히 모른다. 투자한 돈이 매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돈 쓸 시간도 별로 없다. 진짜 부자는 내 아내다. 부자처럼 돈을 많이 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