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벚꽃길
한인석
분교 이전 설에 어수선한 바람이 한차례 뒹굴고 간 자리, 살금살금 들불처럼 번져오는 봄 물결이 벚나무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곧게 뻗은 길을 사열하는 나무들 사이로 재잘거리는 발걸음이 몰려온다. 꽃잔치를 위해 와락 딸려오는 봄, 저마다 갖가지 소문을 달고 오는 신발들, 팔도에서 날아든 이야기가 연분홍 꽃에 매달려 있다. 벚꽃은 이렇게 활기가 넘쳐나는데 원룸촌에 허리 굽은 목련은 다크서클 낀 눈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다. 썰물처럼 밀려가는 봄을 직감한 듯 어쩌다 찾아오는 나비 한 마리 반기지 못하고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만 바라보고 있다. 왁자지껄한 꽃잔치에 그저 가슴만 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