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탑(無影塔)의 전설

[長樂山人 이종인]

무영탑(無影塔)의 전설 

무영탑(無影塔)의 노래

                                       시인 신동엽

너를 새기련다

너를 조각하련다 너를 새기련다

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이 하늘 끝나는 날까지

이 하늘 다하는 끝 끝까지

찾아다니며 

너를 새기련다

바위면 바위에 돌이면 돌몸에

미소 짓고 살다 돌아간 네 입술

눈물짓고 살다 돌아간 네 모습

너를 새기련다

나는 조각하련다 너를 새기련다

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정이 닳아서 마치가 되고

마치가 닳아서 손톱이 될지라도

심산유곡 

바위마다 돌마다

네 모습 새기련다

그 옛날 바람 속에서

미소짓던 네 입모습

눈물 머금던 네 눈 모습

그 긴긴 밤

오뇌에 몸부림치던 네 허리

환희에 물결치던 네 모습

산과 들 다니면서 조각하련다

달이 뜨거든

아사달,  아사녀의 노래

아사녀의 노래

달이 뜨거든 제 얼굴 보셔요

꽃이 피거든 제 입술을 느끼셔요

바람 불거든 제 속삭임 들어셔요

냇물 맑거든 제 눈물 만지셔요

높은 산 울창커든 제 앞가슴 생각하셔요.

아사달의 노래

당신은 귀여운 나의 꽃송이

당신은 드높은 내 영원의 꿈

울다 돌아간 가여운 내 마음

당신은 내 예술 만발케 사랑 준 영감의 근원.

 2중창

우리들은 헤어진 게 아녜요

우리들은 나뉘인 게 아녜요

우리들은 딴 세상 본 게 아녜요

우리들은 한 우주 한 천지 한 바람 속에

같은 시간 먹으며 영원을 살아요

잠시 눈 깜박 사이 모습은 다르지만

나중은 같은 공간 속에 살아요

꼭 같은 노래 부르며

한가지 허무 속에 영원을 살아요.

1968년 상연된 「석가탑(釋迦塔)」이라는 오페레타(operetta)의 노래가사.

탑의 원래 이름은 ‘석가여래상주설법탑(釋迦如來常住設法塔)’으로, ‘석가탑’이라고 줄여서 부른다.

국보 제21호. 1962.12.20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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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탑(無影塔)의 전설

아사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

영지(影池)

   천년고도(千年古都) 경주에 있는 불국사의 대웅전 앞뜰에 마주보고 서 있는 다보탑과 석가탑은 아마도 원형으로 남아 있는 몇 안되는 국보유적 중에 가장 걸출한 것으로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석가탑은 천년을 두고 민간설화로 전해 내려온 백제 석공(石工) 아직기(阿直岐)와 그 연인 아사녀(阿斯女)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와 함께 '무영탑(無影塔)'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천년을 두고 한국여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탑이다.

   전설에 의하면, 탑을 세우기 위해 신라왕실이 백제에서 초청해 온 석공 아직기는 백제의 왕명에 의해 눈앞에 둔 혼인을 미루고 적국(敵國)과 다름없어 생사를 보장 받을 수 없는 서라벌로 떠나가며 정혼녀(定婚女)인 아사녀와 한 가지 약속을 한다. 즉 불국사 밖의 영지(影池)에 탑 그림자가 비추이게 되면 탑이 완공된 것이니 그 탑그림자를 보거든 백제로 돌아가 두 사람이 혼인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라는 약속이었다. 아사녀는 아직기를 뒤좇아 서라벌을 찾아와 영지가에서 기거하며 물위에 탑그림자가 비추이기를 애타게 기다렸으나 끝내 탑그림자는 떠오르지 않았고 아사녀는 기다림에 기진하여 목숨이 끊어졌기에 이 탑을 이름하여 '그림자 없는 탑(無影塔)'이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아사녀 설화'는 그야말로  민간에서 전승된 아름답고 애절한 설화, 실제로 석가탑 축조 당시에 '무영탑'이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게 된 까닭은 우리 선조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과 기술을 건축물 또는 구조물로 표현하는 장인(匠人)정신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탑(塔)이나 대(坮)와 같은 구조물에 그림자가 없다면 먼저 연상되는 것이 태양이 중천에 있는 경우이며, 특히 지구 북반구에서 고정된 위치를 갖는 구조물일 때에는 하지(夏至)의 태양 위치와 그림자를 관련시키는 것이 자연스럽다.

  다시 말해서,석가탑의 위치 선정과 건조물의 칫수 등은 정확하게 하지 정오에 탑신의 그림자가 대반(臺盤)을 벗어나 땅에 드리워지지 않게끔 설계-시공되었다는 것이다.

  천문학적으로 계산한 불국사 대웅전 뜰의 하지 정오에 석가탑의 그림자가 대반을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탑신과 지면이 정확하게 지구중심과 수직선상에서 90도의 각을 이루어야 한다. 이는 탑이 단순히 평면에 세워지는 것 만으로는 무영탑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탑의 정점(頂點)과 기단(基壇)의 중앙점을 잇는 선(線)의 연장은 바로 지구중심점 통과하도록 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계와 시공은 한 해의 길이를 현대천문학의 수치와 같이 정확하게 역산(曆算)할 수 있는 역법(曆法)과 태양의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천문학의 지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삼국유사에 실려있는 처용설화에서 엿볼 수 있듯이 석가탑이 축조된 7세기 무렵의 신라사회는 아라비아인들과의 교류가 있었으며 이들과의 교류에 의해 당시 에집트와 아라비아의 천문학 지식이 신라왕실에 전해진 것으로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의 독자적인 연구와 관측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삼국사기의 신라본기에는 수백년을 일관하여 일식(日蝕)과 월식(月蝕)을 관찰해 온 기록이 있으며, 이 기록은 현대 천문학이 계산해 낸 일식과 월식의 시기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가탑의 다른 이름이 '무영탑'이 된 연유는 '아사녀 설화' 때문이 아니라 이와같은 과학적 계산과 기술적인 시공으로 이 탑이 축조되었음을 말해 준다는 것은 가설(假說)의 단계를 벗어나고 있다. 이미 관련학계에서는 하지 정오에 석가탑의 그림자가 탑의 기단 안에 머물러 땅에 드리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도 같은 원리로 축조된 천문관측을 위한 '무영대(無影坮)'라는 구조물이 있다. 하남성 등봉현 길성진에 있는 元代의 관상대 유적지 남쪽에 남아있는 석비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석비는 불국사 축조와 비슷한 시기인 당(唐)나라 개원년간(7세기 초)에 세워진 것인데, 상부 8척 하부 8척의 2층으로 설계되었으며, 하지 때에 태양에 비친 석비의 그림자가 하층부 석비의 능선에 연한 경사각(傾斜角)을 가지고 있어서 그림자가 땅에 드리워지지 않으므로 '無影坮'라고 부른다. 

  결국 불국사 석가탑을 무영탑이라 부르는 연유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인 '아사녀 설화'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무영탑'이라는 탑의 별명(別名) 때문에 '아사녀 설화'가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지만 그 선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석가탑 관람을 안내하는 사람들이 외국관광객들에게 '아사녀 설화'와 더불어 우리 선조들의 과학정신과 기술수준도 함께 설명해 주었으면 더욱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석가탑이란 본래 석가모니불의 진신사리나 치아 또는 머리털을 모신 탑을 말하며 우리나라에는 불국사 말고도 속리산 법주사, 양산 통도사, 오대산 월정사, 칠곡 송림사 등지에 석가탑이 있으며, 이 석가탑들은 모두 하지 정오에 탑신의 그림자를 땅에 드리우지 않게 축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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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탑(無影塔)의 축조

《불국사고금창기(佛國寺古今創記)》에 따르면 불국사는 신라 법흥왕 15년(528년)에 왕모(王母) 영제 부인의 발원으로 지어졌고, 574년에 진흥왕의 어머니인 지소 부인이 중건하면서 비로자나불과 아미타불을 주조해 봉안하였다고 적고 있다. 문무왕 10년(670년)에는 무설전을 새로 지어 이곳에서 《화엄경》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모습, 오늘날 불국사의 상징물로 알려진 석탑(석가탑·다보탑)이나 석교(石橋) 등의 축조를 포함한 대규모 중창불사가 이루어진 것은 신라의 재상 김대성에 의해서였다. 《삼국유사》 권제5 효선(孝善)9 대성효이세부모(大城孝二世父母)에는 김대성을 신라 신문왕 때, 혹은 경덕왕 때의 사람이라고 기록하였으나 오늘날에는 경덕왕 때의 사람이며 불국사의 창건도 경덕왕 10년의 일로 보고 있다. 《삼국유사》에는 불교의 윤회설에 따라 김대성 자신의 전생의 부모님을 위해 석불사(石佛寺)를, 현생의 부모를 섬긴다는 뜻에서 불국사를 창건하였으며, 공사를 마치기 전에 죽자 국가에서 나서서 완성시켰다고 한다.

[김창실]

신동엽시인...저는, 여태 이 보다 더 열정적인 시를 쓴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너를 새기련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내 가슴에...

[초포 황규환]

아사달과 아사녀의 애틋한 사랑이 오늘도 불 같이 살아오르려는지...언제나 청춘으로 영원하게 살 그 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