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책이다. 그는 수행승으로서 엄격한 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천성적으로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어쩌면 달라이 라마로서 전생에 닦은 공덕을 그대로 가지고 와서인지 모른다. 이 자서전에서도 보이듯이 그는 확실히 낯선 사람에 대해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가 국가원수이면서도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이 책 속에는 가장 슬픈 사연이 담겨 있지만, 슬픔 속에 빠지지 않는 굳건하고도 유연한 정신이 함께 담겨 있다.
메리 크레이그가 쓴 <쿤둔>(김충현 옮김, 인북스)은 달라이 라마 평전 중에서도 특이하다. 이 책 속에는 제14대 달라이 라마 텐진 갸초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중에 달라이 라마가 탄생하면, 그의 가족들 또한 왕족이 된다. 멸망한 왕조의 왕족이 겪는 슬픔을 직접 겪어본 우리는 그 슬픔의 깊이를 짐작하고 있다. 나라가 망하면서 달라이 라마와 그의 가족들은 한 길을 갈 수 없었다. 결코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아버지, 한없이 강하고도 넓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이 펼치는 장대한 드라마에 귀기울여볼 일이다.
클로드 B. 르방송이 쓴 <달라이 라마 평전>(박웅희 옮김, 바움)도 주목을 요한다. 프랑스의 동양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쓴 이 책은 달라이 라마에 대한 느낌을 특별하고도 생생하게 전해주는 책이다. 평전이면서도 저자가 여행을 통해 실제로 만난 달라이 라마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다소 문학적인 표현이 많다. “그 박자에 맞춰 수세기에 걸친 순례로 윤이 난 돌들 위로 발길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가고, 눈에 익은 14대 달라이 라마의 실루엣이 계단머리에 나타났다.” 이를테면 이 책은 이미지가 풍부한 평전이다.
하인리히 하러의 <티베트에서의 7년>(수문출판사, 1989). 달라이 라마와 오스트리아 사람인 하인리히 하러와의 만남은 특별했다. 하러는 달라이 라마가 만난 최초의 금발머리 서양인이었다. 금발이 얼마나 인상 깊었던지 달라이 라마는 하러에게 ‘곱세’란 별명을 붙였는데, 곱세는 티베트어로 ‘노랑머리’라는 뜻이다. 산악인이었던 하러는 영국군의 포로로 억류되었다가 동료인 피터 아우프 슈나이더와 함께 탈출하여 티베트로 들어오게 되었다. 하러는 호기심 많은 달라이 라마에게 바깥 세상의 소식을 들려주곤 했다. 유럽 사회와 전쟁과 문명에 대한 이야기는 어린 달라이 라마에게 흥미진진하기 짝이 없었다. 하러는 달라이 라마의 뜻에 따라 영화관을 만들기도 했다. 외국인이 본 티베트의 생활상과 소년 달라이 라마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책이다. |